게임 이야기






아름다운 그래픽과 오픈월드 암살이라는 기믹을 들고나온 어쌔신 크리드 1편은 당시로써는 혁신적인 게임 디자인과 컨셉이었다. 수많은 군중들과 뛰어난 그래픽, 그리고 듣는 것만으로도 놀랍게 느껴지는 컨셉들(넓은 세계를 배경으로 자유롭게 임무를 부여받고, 자유롭게 은신하여 자유롭게 암살한다)은 게이머들이 어쌔신 크리드라는 작품에 대해서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또한 현실과 가상현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복잡하게 섥혀있는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끌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었을 때, 어크 1편은 컨셉과 게임 플레이 사이의 괴리가 심해서 문제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오픈월드라는 거대한 공간은 그 사이를 매꿀 수 있는 콘텐츠의 부족이라는 문제와 함꼐 연결되어 사람들을 지루하게 만들었고, 게임은 오픈월드 암살이라는 기믹보다는 벽을 타는 파쿠르 플랫포밍에 초점에 맞춰졌다. 이야기는 또한 어크 프렌차이즈가 앉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두개의 축을 갖고 있는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위태로운 균형을 맞춰야 하며, 이것이 실패할 경우 어느 한쪽은 다른 한쪽에 종속되거나 존재감이 사라진다는 문제가 있게 된다. 어크 1편은 바로 이 문제가 심각한 게임이었다. 알테어와 데스몬드 사이에서 흔들리는 이야기는 게이머가 실제적으로 플래이하는 알테어 쪽에 무게를 실어주고, 훗날 이 문제는 지속적으로 어크를 괴롭히게 된다.


어크 1편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어크 시리즈가 갖고 있는 문제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상징과도 같은 게임이었다. 하지만 후속편이 나올까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나온 2편은 어크 시리즈가 갖고 있는 강점들과 매력을 부각시키면서 어크 시리즈를 안정적이고 거대한 프랜차이즈로 만드는데 안착시킨다. 어크 2편은 에지오라는 매력적인 주인공을 구심점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화려한 건축물을 타고 오르는 재미를 구현하는데 집중하였다. 암살이나 잠입 같은 기믹보다는 르네상스와 어크 특유의 화려한 그래픽, 그리고 암살검과 다양한 무기를 사용한 전투 시스템 등을 통해서 게임은 1편과 다른 게임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어크 2는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인 '역사적인 장소를 탐험하고 실제로 올라가서 정복하는 것'이라는 게임의 컨셉을 실제적으로 정립하였다. 하지만 유비소프트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았다:브라더후드에서는 암살단 육성과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방식의 숨바꼭질 형식의 멀티플래이 등을 가미하는가 하면, 리벨레이션에서는 어크 시리즈가 근원적으로 갖고 있었던 스토리의 문제(시간 축이 분리되어 이입이 힘들다는 점)를 보완하는 이야기를 구성하기도 하였다. 또한 에지오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3편에 걸쳐서 집중 조명하면서 사람들이 케릭터에 이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3편과 4편을 통해서는 해전의 추가와 함께 '이 시대에서 할 수 있는 재밌는 놀거리'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자 애썼다.


어크 2편 에지오 트릴로지를 통해서 유비소프트는 그 자신의 강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기존의 프랜차이즈가 있으면 그로부터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덧붙이고자 하는 혁신의 자세다. 실제로도 이 시기에 유비소프트는 스플린터 셀:컨빅션이나 레인보우 식스 베가스, 파크라이 2와 3 등을 통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단순하게 현재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 개념의 단계적인 확장과 시행착오를 통한 걸러내기를 통한 성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비소프트는 여기서 각각 프랜차이즈들의 강점을 다른 프랜차이즈에 이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는 훗날 양날의 검의 형태로 유비 소프트 제작 게임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었으며, 어크의 경우에는 유니티의 몰락으로 귀결된다.


사실 어크 유니티의 몰락은 리벨레이션, 3편과 4편에 걸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많은 사람들은 4편 블랙 플래그가 재밌다고 생각할 것이며, 실제로도 어크 유니티보다도 3편이나 블랙 플래그가 더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어크 4편 블랙 플래그의 재미가 어떻게 보면 '어크답지 않은 부분들'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대했던 도시와 유적들을 파쿠르로 타고 오르며, 그 시대에만 할 수 있었던 것들을 즐긴다는 어크 시리즈의 재미와 매력은 3편과 4편에서는 다소 독으로 작용하였다. 식민지 미국 시대의 보스톤은 사실상 고만고만한 건물들이 모여있었던 동네였으며, 블랙 플래그에는 아예 '도시'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마을들이 넓게 산개하였다. 대신에 게임은 배를 몰고 나가는 해전의 추가와 자연풍광의 추가 등을 통해서 게임을 어크답지 않은 방향으로 끌고 나가고자 하였다. 특히 4편의 경우, 해적질이라는 콘텐츠를 통해서 이전의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게임 플래이와 바다라는 세계를 만들어내었지만, 정작 어크라는 게임에서는 점점 멀어지는 형태로 변화하였다. 이는 리벨레이션에서 보여주었던 도시 기반의 콘텐츠들이 가졌던 한계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어크 시리즈의 몸부림이었다. 2편과 브라더후드에 걸쳐서 보여주었던 도시 기반의 콘텐츠들은 리벨레이션에 와서 더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3편과 4편은 그러한 흐름으로부터의 탈출하기 위한 시도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크 시리즈는 프랑스 혁명기의 파리를 택하면서 다시 거대한 도시라는 리벨레이션 이전의 노선을 채택한다. 물론 어크 로그 같은 노선으로 3편과 4편의 흐름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피카레스크 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써 데스몬드 일가의 족적을 따라간다고는 할 수 없었기에 이를 정통적인 흐름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유니티의 경우에는 PR과 실제 게임의 차이, 버그나 최적화 문제도 심각하긴 심각했지만 어크가 갖고 있었던 잠재적인 문제를 여지없이 드러내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도시는 거대해지고 화려해졌지만 정작 게임 자체는 변화하지 않았고, 이야기는 그 시대의 매력적인 부분을 재현하였던 과거의 작품들에 비하면 엉망진창이었다. 또한 유비 소프트 특유의 자사 다양한 프랜차이즈들의 장점과 UI를 지속적으로 서로에게 접목시켰던 것이 어크 유니티에는 독으로 작용하여 '이게 어크인지, 아니면 유비소프트가 만들어낸 또 다른 양산형 게임인지' 구분이 안된다라는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유니티의 문제는 어떻게 보면 어크 시리즈의 문제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게임이기는 했었지만, 단발적인 실패라고도 치부할 수 있다. 실제로도 유비소프트는 유니티의 실패(물론 일련의 게임들의 연속적인 실패도 있었지만)를 기반으로 퀄리티를 보장하는 게임 개발 프로세스나 PR을 실제 구동에 맞추는 등의 다양한 정책적 변화를 약속하고 이것을 시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와 별개로 어크의 매력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십자군 전쟁에서부터 르네상스 시대, 미국독립 혁명, 해적 시대, 프랑스 혁명까지. 어크의 시대는 점차 '현대'로 이행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게임은 점점 자신의 고유의 색깔을 잃어가고 있다:어크 특유의 공중 암살과 근접전투는 총기의 발명과 보급이라는 역사적 트렌드 속에서 점차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으며, 현대로 넘어갈 수록 게임 내의 콘텐츠 역시 다른 여타 오픈월드 게임과 비슷해지고 있다. 즉, 어크의 강점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스토리라는 매력이 있던 부분도 유니티를 통해서 그 약점을 여실히 드러낸 바(민감한 사항을 직접적으로 건드리기 거부하고 통속적으로 풀어내려 한 점), 유니티를 통해 이 어크라는 프랜차이즈 자체가 몰락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빅토리아 시대를 기반으로 한 신디케이트가 올 10월에 발매될 예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신디케이트의 게임 내용 역시 기존의 어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그래플링 훅 같은 오픈월드 파쿠르 게임의 최신 트렌드 아이템을 들고와서 점차 자신만의 고유의 정체성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게임은 아직 발매까지 한달이 남아있지만, 어크:신디케이트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과 우려가 더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유비소프트 자신들은 어크 등의 자신만의 콘텐츠를 이용해서 테마파크를 만들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그때까지 어크 시리즈가 안 망하고 버틸 가능성은 대단히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