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프랜차이즈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원소스 멀티 유즈, 즉 하나의 소재로 여러 분야에 적용을 하고 이를 통해서 소비자에게 통일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포켓몬스터가 바로 이렇게 애니메이션과 게임, 그리고 다양한 파생상품들을 통해서 어린이 및 키덜트 시장에 확고한 성공을 거둔 모범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포켓몬스터의 성공은 단순하게 상품의 성공을 뛰어넘어서 포켓몬스터라는 '문화'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포켓몬스터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도, 애니를 보지 않은 사람도, 포켓몬스터가 무엇인지를 안다. 이는 현재 즐기고 있는 고객층을 넘어서 포켓몬스터를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잠재적 고객'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렇기에 포켓몬스터가 갖고 있는 잠재력은 현재 소비되는 상품 가치의 총합을 월등하게 뛰어넘는다고 할 수 있다.


요괴워치는 이나즈마 일레븐, 레이튼 교수, 골판기 전기, 그리고 건담 AGE(.....)로 유명한 레벨 5의 프랜차이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요괴워치 게임은 요괴워치라는 프랜차이즈의 거대한 일부분이라 할 수 있으며, 게임이 먼저 나오고 애니나 장난감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애니나 장난감이 먼저 나오고 게임이 뒤따라 나오는 것이 아닌 처음부터 거대한 프랜차이즈의 일환으로써 게임과 장난감, 애니 등이 모두 결합한 형태의 프랜차이즈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요괴워치는 엄청난 대박을 쳤다:요괴워치 게임은 진타는 발매 이틀만에 130만장, 2편 시리즈(2편, 본가+원조, 진타) 누적 500만장을 돌파하였으며, 장난감은 줄을 서서 사는 것도 모자라 프리미엄에 붙어서 돌아다니고 있다. 혹자는 포켓몬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는(일본 내에서는) 프랜차이즈로 요괴워치를 꼽기도 하는 등, 요괴워치의 기세는 현재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괴워치 진타는 기존의 2편(본가, 원조)의 5개월만에 발매된 확장판이다. 물론 기본적인 베이스는 원조와 본가에 두고 있고 큰 변화는 없기 때문에 5개월 만에 나오는 확장판이 그렇게 좋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괴워치 2 진타는 왜 요괴워치 프랜차이즈가 이렇게 인기가 있는지, 그리고 비교대상인 포켓몬스터 시리즈가 갖고 있지 않는 요괴워치 만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요괴워치는 기본적으로 RPG이다:요괴들을 레벨업을 하면서, 다양한 요괴들과 싸우고, 퀘스트를 받고 해결하며 보상을 얻는 등의 구조는 일반적인 RPG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구조이다. 하지만, 요괴워치가 다른 RPG와 차이가 나는 것은 게임이 세계와 이야기를 구현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포켓몬스터와 비교를 해보자:포켓몬스터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마을에서부터 시작해서 포켓몬 마스터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다양한 곳에 있는 도장들을 박살내며 뱃지를 모으며 마지막에는 포켓몬 마스터에 등극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영웅신화적이며 동시에 '직선적'이다. 우선 이야기는 왕도적인 모험극을 따르기에 기승전결과 출발, 끝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게임에 있어서도 진행과정은 직선적이다. 애시당초에 '도로'를 따라서 도착지에 도달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괴워치는 다르다:포켓몬스터가 전세계 누구나가 좋아할 수 있는 일상에서 탈출하는 모험극의 이야기였다면, 요괴워치는 전적으로 '일상극'을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에는 메인 퀘스트가 있고, 스토리 라인이 있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끝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요괴워치가 구현하고 있는 '공간'은 포켓몬스터 처럼 도시와 도시, 그 사이를 잇는 도로라는 직선적인 개념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도시라는 '면'적 개념이다. 또한 게임 내의 공간은 여타 오픈월드 게임 같이 게임 상에서 시간과 날씨 등의 요소가 변화하며 소소한 변화가 일어난다. 이 마을에는 상점가, 신사, 폐옥, 터널 등등의 다양한 공간이 있으며 게이머는 이를 탐험하고 다양한 요괴를 만남으로써 자신의 요괴 친구를 불려나가게 된다.


그렇기에 요괴워치는 포켓몬스터 같은 직선적인 진행 방식이 아닌, 다양한 퀘스트와 심부름 등의 '옆길로 새는' 플래이 방식을 지향한다. 게이머는 스토리 라인 이외에도 다양한 퀘스트와 심부름(반복해서 할 수 있는 퀘스트), 지명수배, 채집 활동, 심령스팟 탐험, 자전거 레이스, 요괴 버스터즈(탑뷰 아케이드 방식의 미니게임)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재밌는 점은 이 모든 것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게이머는 자동차나 나무, 쓰래기 더미 등의 다양한 공간들을 탐색하고 수색할 수 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을 법한 공간에 신경을 쓰고 면밀히 관찰하는 아이들의 습성을 게임 구조에 녹여낸 것이다. 이 때, 게이머는 자신의 요괴 워치를 일종의 레이더로 사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주변에 요괴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서 요괴 워치는 포켓몬의 모험담과는 다른 형태의 게임 경험, 여름방학과 추억이라는 개념을 구현한다.


재밌는 점은 요괴워치에서 요괴를 동료로 영입하는 과정은 포켓몬스터와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포켓몬스터는 포켓몬스터의 개발자가 자신의 곤충 채집에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것처럼, 전투를 통한 사냥의 메커니즘에 유사하다. 일단 죽지 않을 정도로 팬 다음에, 몬스터볼로 포획한다. 하지만 요괴워치는 요괴를 동료로 들이는 방법이 다변화되어 있다. 먼저 기본적으로 전투 도중 음식을 던져줘서 동료로 꼬시는 요괴나, 개수 제한이 있지만 요괴를 뽑을 수 있는 요괴 가챠, 퀘스트를 통해서 영입할 수 있는 요괴, 특정 던젼에서 랜덤하게 조우할 수 있는 요괴 등등 요괴를 입수하는 방법이 다양하다. 게임은 다양한 방식의 게임 플래이를 장려하고,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게임이 구현하는 게임 경험이나 게임 세계는 포켓몬스터와 확연하게 다르면서도 경쟁력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요괴워치의 전투는 상당히 특이한 방식으로 작동한다:게이머는 각각의 요괴에게 세부적인 명령은 내릴 수 없으며, 요괴는 각자의 성격 등에 따라서 공격-마법-버프/디버프를 자동적으로 건다. 즉, 요괴워치의 전투 방식은 기본적으로 '자동전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요괴워치의 전투가 쉽다거나 깊이가 얕다고는 할 수 없다.(참고로 본인은 스토리 마지막 보스전에서 거의 40분 가까이 소비하였다...물론 좀 꼬인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 전투에 요괴는 총 6개체가 투입되며, 이는 전열-후열로 나뉘어져 있다. 가장 특징적인 점은 이 전열-후열의 배치를 전투중에 원판 돌리듯이 배치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예를 들어서 게이머가 1-2-3(전열), 4-5-6(후열)로 요괴를 배치했다면, 전투중에 원판을 돌리듯이 자연스럽게 2-3-4, 5-6-1 또는 3-4-5, 6-1-2 등의 배치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종족끼리 인접하면 특정 능력치가 올라가는 등의 혜택이 있기 때문에 게임에 들어가기 앞서서 진형을 어떻게 갖출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진형의 이동은 다음 문단에서 다룰 전투에 있어서 게이머의 보조적인 위치와 맞물리며 대단히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요괴워치에서 게이머는 적극적으로 전투에 개입할 수는 없지만, 대신에 요괴들을 외부적으로 서포트해줘야 한다:필살기의 발동이나 상태이상의 해제, 어떤 상대를 일점사 할 것인지, 회복 아이템이나 부활 아이템을 언제 쓸것인지 등의 전투외적으로 중요한 행동들을 도맡아야한다. 이러한 행동들을 게임은 하단 터치 패널을 이용한 미니 게임의 형태로 풀어내는데, 간단한 미니 게임의 연속임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일어나는 전투의 상황을 체크하면서 미니 게임을 하는 등 게임이 좋은 의미로 정신없게 진행이 된다. 종합하자면, 요괴워치의 전투는 진형을 바꾸는 것을 이용해서 적과의 전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동시에 상태이상 해제나 필살기 발동 등의 미니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포켓몬스터와 같은 가위바위보 상성에 기반한 정교한 머리싸움은 아닐지라도, 요괴워치의 전투는 머리를 써가면서 그때 마다의 상황판단을 하면서 임기응변으로 전투를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게임 그래픽이나 사운드 측면에서는 딱히 다룰 포인트는 없다. 음악 선정은 무난무난 했고, 전투의 이펙트나 게임 내의 세계 디테일은 3DS라는 기기의 한계를 놓고 보았을 때 납득할만한 퀄리티라 할 수 있다. 다만, 게임 스토리 진행 중에 더 많은 보이스 삽입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생각은 해본다.


결론적으로 요괴워치 2 진타는 프랜차이즈 작품의 일부로서 뿐만 아니라 게임 자체로써도 훌륭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췄지만 어른에게도 어필하고 즐길 수 있는 요소를 갖췄으며, 게임이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벨런스를 잘 맞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클리어 이후가 오히려 시작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 것도 높게 평가할만한 사항이다. 다만, 레벨 5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빠른 후속작 발매 등이 걸리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괴워치는 현재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프랜차이즈 관리만 잘된다면 일본 및 아시아 권역에서는 충분히 포켓몬의 뒤를 잇는 프랜차이즈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