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스포일러 있습니다.

*시리즈 글은 http://leviathan.tistory.com/1919 입니다.



어드밴스드 워페어의 시작은 엑소수츠를 소개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하다:엑소수츠야말로 어드밴스드 워페어가 다른 콜옵과 차별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재밌는 점은 엔딩에서 시작된다:엔딩 직전에서 미첼은 엑소수츠를 벗어던진다. 그러고는 미첼은 자신의 의수에 메달린 조나단 아이언스에게 잘라줌으로써 게임을 마무리 짓는다. 엑소 수츠를 벗어던진 것은 연출적인 측면이라 퉁칠 수 있지만, 재밌는 점은 조나단 아이언스에게 받은 의수를 왜 다시 조나단 아이언스에게 돌려주는 그런 연출을 취했는가 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이보그 의수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는데도 왜 마치 강철의 깁스를 한것처럼 보이는 엑소 수츠를 고집하는가 라는 의문이 생긴다.


기계는 인간의 신체의 연장으로써 존재해왔었다. 그리고 이 기계는 인간의 육체와 밀접한 연관을 지으면서 인간의 사고를 바꾸게 된다:장자의 도르레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우물에서 불편하게 물을 길던 사람들을 위해서 도르레를 만드는 법을 가르켜 준 공자의 제자는 노옹에게 크게 혼난다. 그러한 편리를 추구하게 된다면 그러한 편리가 자신의 사고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기술은 인간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며, 동시에 '그것이 없으면 삶이 불가능해진다'라는 생각을 심어주게 된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 삶에 밀접하게 침투한 스마트폰이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본인은 색다른 생각으로서 모든 기계는 인간 신체의 연장이며 동시에 인간은 첫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기계와 인간은 결합되어 있는 넓은 의미의 '사이보그'가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외골격 강화복, 통칭 엑소 수츠는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애매한 포지션의 사이보그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항상 자신의 몸에 가깝게, 더욱 휴대하기 쉽게, 그리고 편리한 형식으로 신체의 연장으로써 기계를 발전시켜왔다. 그렇기에 종국에 가서는 인간의 몸에 '내장'하는 기계, 더 나아가서는 기계와 인간의 신체가 구분이 불명확해지는 세계가 올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가 SF 문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이보그'의 형태를 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엑소 수츠는 바로 기계가 몸에 기거하기 직전의 사이보그다:몸에 들어가기에는 기술력이 미묘하지만, 동시에 가장 사이보그가 추구하는 최첨단의 기술력을 쉽게 '몸에 알맞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엑소 수츠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엑소수츠가 SF 문화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엑소 수츠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드밴스드 워페어나 다른 SF 밀리터리 물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형태인지는 미지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엑소수츠가 사이보그의 과도기로써의 의미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본질적으로 단순하지만, 아주 중요한 차이가 엑소 수츠와 사이보그 사이에 존재한다:사이보그는 그 자신과 기계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엑소 수츠는 벗음으로써 분명한 선을 그을 수 있다. 90년대 초 공각기동대와 그 후속작 이노센스, 매트릭스 같은 대중문화들이 인식론 상의 모호한 경계를 들고 나왔을 때, 즉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서부터는 내가 아닌 기계일까의 문제를 제기하였고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이 이후 사이보그와 기계의수를 부착한 인간이 나왔을 때 크게 이슈화될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엑소 수츠는 힘이 자신의 외부에 있음을 분명히 하여서 '나와 기계는 다르다'라는 분명한 구분을 짓는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 두 구분이 혼합되어 생기는 문제를 단순하게 극복한 사례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찌본다면, 사이보그의 우울증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드밴스드 워페어는 이러한 엑소 수츠의 함의를 제대로 살려내었다. 게임이 추구하는 모토가 힘은 모든 것을 바꾼다Power can change everything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엑소 수츠를 통해서 바뀐 게임 플래이를 보여주는 것은 그것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도 게이머는 엑소 수츠에 의해서 바뀐 게임 플래이에 아주 쉽게 적응한다:혹자는 콜옵 with 더블 점프라고 하지만, 동시에 그 더블점프가 가져다 주는 신기함과 재밌음, 더 나아가 그것이 없어질때의 불편함까지 게임에 도입된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시야와 재미를 제공한다. 멀티플래이에서도 수많은 게이머들은 시도 때도 없이 더블 점프를 쓰면서 경쾌한 움직임을 즐긴다.


하지만 힘은 모든 것을 바꾼다는 모토가 엑소 수츠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앞서 시나리오를 다룬 글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여기서 힘은 조나단 아이언스가 휘두르는 힘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시에 미첼에게 있어서는 조나단 아이언스가 준 '두번째 기회'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미첼은 첫 임무에서 한쪽 팔을 잃었고, 제대를 하게 된다. 그리고 조나단 아이언스는 그에게 힘을, 두번째 팔을, 두번째 기회를 준다. 그렇기에 콜옵의 이야기가 성립하게 된다. 하지만 미첼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그 자신의 힘이 아니라 '외부'에서 오는 자본의 힘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도 볼 수 있다:과연 미첼이 엑소 수츠를 움직이는 것일까, 아니면 엑소 수츠가 미첼을 움직이게 하는 것일까?


이렇게 본다면 상당히 재밌는 지점이 있다:엔딩 전 미션에서 미첼은 조나단 아이언스에 의해 팔이 부숴진다. 이로 인해서 미첼은 오른팔만 써서 탈출을 해야하는데, 이 때 게이머는 여지껏 잘 사용해왔던 의수 왼팔의 존재가 대단히 낮설고 껄끄럽게 느껴지게 된다. 여지껏 잘써왔던 자신의 팔을 불현듯 낮설게 만든 게임은 조나단 아이언스의 단 한번의 해킹에 무력해지는 강철 깁스로써의 엑소 수츠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주인공은 마지막에 엑소수트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의수를 스스로 잘라내버린다. 이 두 행위는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엑소 수츠가 기술의 힘인 동시에, 여지껏 국가가 비워왔던 공허함을 채워주는 외부적 힘, 즉 자본이라면 미첼이 이 모든 것을 벗어던지는 행위는 그러한 것에 대한 '거부'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자신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왼팔을 조나단 아이언스에게 돌려줌으로써 '나는 내가 준 힘을 거부한다'라고 직접적인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면 국가도 기업도 채워주지 못하는 공백과 공허를 어떻게 채워야 하는 것일까? 게임은 이 부분을 물음표로 남겨둔다(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야) 물론 콜옵이 그정도로 인류에 대한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을리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드밴스드 워페어는 콜옵 치고는 괜찮은 스토리였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마지막의 엑소 수츠가 갖고 있는 함의를 잘 뒤집었으며, 그것을 벗어던지면서 영리하고 이를 뒤틀줄 알았기에, 차후의 콜옵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할 것인가가 기대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