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우물파는 게이머 31화 E3 특집 소니편의 요약 정리입니다.




E3는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가장 크고 인상적인 축제라고 할 수 있다:E3에서 많은 기대작들이 공개가 되며, 하반기 게임 발매 라인업의 전체적인 윤곽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또한, E3 컨퍼런스를 통해서 게임 유통사들과 각 콘솔들은 자신들의 장기전략들이 공개하며, 게이머들에게 '과연 이 게임/콘솔이 살만한가?'라는 질문에 대답하여 게이머들이 콘솔에 끌릴만한 세일즈 포인트를 어필한다. 그렇기에, E3는 다른 행사들(게임스컴이나 GDC나 연말 GOTY 쇼 같은)과 비교해서 갖는 중요한 지점이 있으며, 이것을 얼마나 게이머들에게 성공적으로 잘 풀어내느냐에 따라서 그해의 컨퍼런스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2014년 소니 컨퍼런스는 어떠하였는가? 이는 소니의 2013년 컨퍼런스의 연장선상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2013년 컨퍼런스에서 플래이스테이션 4의 발매 정보와 함께, 다양한 독점-멀티작 라인업을 공개하면서 소니는 플래이스테이션 4의 런칭을 알렸다. 하지만 큰 무리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니 컨퍼런스의 흐름은 상당히 아쉬웠다고 할 수 있었다:플4를 사야하는 이유로서, '독점작'들은 어디갔단 말인가? 플4를 통해서 소니는 많은 것을 약속하였지만, 정작 게임 라인업의 대다수가 멀티 작품들이었다. 물론, 반대쪽에서 키넥트와 셋톱박스적인 기믹을 강조하였던 엑박원의 경우에는 게이머들의 냉소만을 받았기에 상대적으로 소니쪽의 승리로서 2013년 E3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엑원의 판단 미스와 소니의 절치부심으로 인해서, 2013년 하반기 차세대 콘솔 발매와 판매실적은 플4의 압도적인 승리로 결론나게 되었다.


그리고 2014년 6월, 다시 E3가 왔다:여기서 소니가 보여줄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현재 소니가 취하고자 하는 전략은 현재의 승리를 확실하게 굳히고, 경쟁자인 엑원보다 더 멀리 나아가며 거실에서의 플래이스테이션 4라는 기기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는 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소의 엑원의 경우, 현재로서는 부진에 놓여있지만 마소는 경영부진을 겪고 있는 소니에 비교하면 그야말로 막강한 강력한 자본력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장기적으로 저번 세대와 비슷한 판매량 전개를 예상하여 본다면, 엑원-플4의 격차 역시 마지막으로 가면 갈수록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마소가 내세웠던 셋톱박스와 홈엔터테인먼트 문화를 콘솔에 통합시키려 했던 장대한 비전이 빛을 발하여 이번 세대 말이나 다음 세대 때에는 역으로 소니의 패배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르는 아슬아슬한 지점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소니는 작년과 다르게 이번에 있어서 확실하게 '왜 플래이스테이션을 사야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며 게이머를 끌어들어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새로운 시대를 여는 축제는 이제 끝이 났다. 새로운 것에 대한 흥분과 기쁨이 가라앉고 난 다음, 사람들을 어떻게 새로운 것으로 끌어들여야하는지에 대해서 차세대 콘솔들은 분명하게 답을 해야할 시기가 온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분명한 차이 역시도, 엑박과 플3의 걸어왔던 길을 생각해보면 결국은 좁혀질 수 있는 간극이기 때문에, 심각한 경영부진을 경험하고 있는 소니의 입장에서는 '앞서고' 있는 것이 아닌 '쫒기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콘솔의 매력=매력적인 독점 타이틀의 보유'라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2014 E3 소니 컨퍼런스는 분명하게도 기대 이하였다. 물론, 2013년에 보여주지 못한 블러드본이나 디 오더 1886, 리틀 빅 플래닛 3, 그리고 언챠티드 4 등의 굵직한 독점작들이 상대방 엑원에 비교해서 대거 포진하고 있다는 점에서(엑원의 경우, 헤일로 5 이외에는 보여줄 것도 없었을 뿐더러 문제는 헤일로 5 마저도 제대로 된 플래이영상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서 더 큰 실망감을 더해버리고 말았다) 분명하게 우세에 놓여있다. 하지만, 문제는 컨퍼런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 쇼케이스들은 '멀티작품'들이었으며, 과거의 바이오쇼크 1편처럼 기간한정 독점의 개념도 아니고 플4를 소위 '리드 플랫품'으로 삼은 것도 아닌 구세대 후반부의 동시 발매 멀티작들의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컨퍼런스의 느낌이 '플4만이 할 수 있다'의 뉘앙스가 아닌 '플4도 할 수 있다'라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소니의 잘못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게임의 개발은 점점 대규모화 되었고, 콘솔을 능숙하게 다루는 퍼스트 파티가 길을 뚫고 서드파티가 그 뒤를 따르는 형국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서드파티 유통사들에 있어서, 한 콘솔로 독점 작품을 내는 것은 더이상 수지타산에 맞는 행위가 아니다. 팔리는 게임을 만들고 그 게임을 최대한 많이 팔기 위해서, 서드파티 유통사들은 비슷한 게임들(FPS, 밀리터리, 성인 지향의 피튀기는 폭력 등등)을 최대한 많은 콘솔과 플랫폼으로 내서 최대한의 이익을 거두려 한다. 혹자는 이러한 트리플 A 게임들의 지배가 별차이도 없는 똑같은 게임들을 반복 재생산하고, 창의성을 죽이고 폭력을 흩뿌리고 있다고 푸념하기도 했었고, 본인 역시 그런 폭력 게임을 즐기는 쪽임에도 불구하고 소니 컨퍼런스 대부분을 차지한 서드파티 멀티 게임들로부터 폭력이 대량생산된 느낌을 받았었다. 


또한 소니가 미디어 사업과 게임 사업을 함께 합치려는 시도를 보여준 것들은 과거 2013년 엑원 컨퍼런스의 연장선상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게이밍 콘솔 이외에도 VOD 서비스나 셋톱박스 서비스는 분명하게 성장하고 있는 거실 문화의 수요이며, 엑원의 셋톱박스 전략은 게이머들에게 야유를 들을진 몰라도 먼 미래를 내다본 훌륭한 전략인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니 역시도 그러한 셋톱박스 전략을 간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마소가 올해 컨퍼런스에서는 게임에만 초점을 맞추었는데 반해서, 소니는 미디어 사업까지 E3 컨퍼런스에 끌어들임으로서 굳이 E3에서 발표할 이유가 없는 분량에 컨퍼런스를 할애하였고(코믹콘 같은 이벤트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 점에서는 실망스러웠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자사 콘솔인 비타에 대해서 어떠한 아이디어도 내놓지 못하는 무력한 모습을 보였기에, 비타 유저로서는 썩 만족스럽지 못한 지점도 있었다.


하지만, 독점작과 멀티 타이틀이라는 지점에서 벗어나서 본다면, 소니 컨퍼런스에서 일련의 희망과 소니의 비전을 발견할 수도 있었다. 컨퍼런스 중반 팬레터들을 모아서 어떠한 게임을 플래이스테이션으로 즐기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게이머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낸 것을 모아서 그것을 컨퍼런스의 '일부분'으로 만들었다. 특히 그림 판당고를 HD 버전으로 만들어서 비타와 플4에 이식한 점 등은 엄청난 소식은 아니었지만 게이머들로 하여금 '소소한 행복과 만족'을 던져주는 지점으로 작용하였으며, 인디 라인업에 있어서도 노 맨스 스카이의 압도적인 비주얼과 저니 개발사의 신작 압주를 공개하는 등 게임의 취향을 다각화 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또한 플2부터 쌓아온 게임 아카이브를 활용하는 '플스 나우' 서비스 베타와 서비스 계획을 공고히 하며, 게임 플래이 동영상을 직접 유튜브에 올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는 등 기존의 있던 시스템과 자원을 십분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팬레터 이벤트나 다양한 서비스들의 제공은 단순하게 게임과 취향의 다각화를 넘어서는 지점도 보여준다:소니는 플4 런칭 당시 트위치 방송기능과 게임 패드에 쉐어버튼을 넣음으로서 게임을 단순하게 하는 것 이상의 '공유하는 문화'로 만들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소니는 플4를 통해서 게임은 단순하게 행해지는 것을 넘어서 공유되는 것 이라는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팬레터를 모아서 컨퍼런스에 발표하는 이벤트 역시도 그러한 공고한 철학에 기반한 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E3 이전에 엑원의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였던 키넥트를 빼는 결단을 내리거나 게이밍 퍼포먼스를 위해서 키넥트 전원을 엑원으로 돌리는 등의 조치를 발표하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마소와는 다르게, 소니는 과거에 비해서 독점작이 별로 존재하지 않는 한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4는 왜 사야하는가?' - '게임도 게임이지만, 게임을 하는 것을 타인과 공유하며 즐길 수 있는 콘솔이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엑원이나 플4나, 어느쪽이든 이제 1년도 채 안된 콘솔들이며 앞으로의 향후 승패는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지금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소니는 플3때와는 다르게 자신만의 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고, 그것이 엑원과는 다른 방향에서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소니의 철학은 마소와의 차이를 공고하게 하면서, 새로운 게임 문화의 장을 열고 거기서 활로를 찾고자 하는 어떤 시도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