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냉혈하지만 뜨거운 남자 킬러조와 한 가족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 생명보험금을 위해 엄마의 죽음을 바라는 가족.  엄마의 죽음을 위해 돈 대신 담보로 잡힌 매혹적인 여동생.  그리고 매혹적인 여동생을 위해 살인을 청부 받고 주변 모든 것을 파괴하는 킬러조까지. 지금부터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네이버 영화 시놉시스)


네이버 영화 시놉시스를 계속 인용하고 있지만, 사실 네이버 영화 말고는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고, 인용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거 시놉시스 정리하는 사람은 1)시놉시스 쓰는 영화를 보지 않았다 2)영화에 대한 별 애정이나 관심이 없다 이렇게 두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듯 하다. 연극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킬러 조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가족에 이방인이 끼고, 그 이방인으로 인해서 가족이 겪는 괴이한 체험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영화와 다르게 킬러 조의 이야기는 철저하게 이입할 수 없는 인간 쓰레기 군상들의 이야기이며 자업자득적인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재밌는 점은 킬러 조는 감독 윌리엄 프레드킨이 자신이 감독한 엑소시스트 이후로 오랜만에 높은 평가를 들은 작품인데, 여러 부분에 있어서 킬러 조와 엑소시스트는 묘한 대칭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킬러 조의 인물군상들은 도저히 어떻게든 쉴드를 쳐줄 수 없는 쓰래기들이다. 영화의 도입부는 크리스가 자기 아버지 안셀과 함께 킬러 조를 고용해서 자기 엄마이자 전처를 어떻게 죽이고 보험금을 타먹을지 궁리하면서 시작하는데 이 근친살해라는 심각한 도덕적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이 도입부의 충격적일 정도로 부드러운 전개는 가족들의 상황이 얼마나 막장에 다달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생각없고 무능력하며 저능아처럼 보이는 가장 안셀, 자기 자식들 앞에서 알몸으로 다니면서 수치심 하나 없고 뻔뻔하게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는 샤를라, 정신병을 앓고 있는것처럼 극과 극을 오가는 도티, 이 모든 일의 원흉이자 도티를 향한 근친상간에 빠져있는 크리스까지 이들 가족들은 감정 이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막장의 극치를 달리는 쓰래기들이다. 그렇기에 영화의 초점은 이방인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이방인으로 인해서 원래 와해되기 일보직전이었던 가족이 어떻게 완벽하게 박살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여기에 이방인, 킬러 조가 등장을 한다. 그는 경찰이며 부업으로 살인청부업을 하는 프로 킬러인데, 대중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프로페셔널한 피도 눈물도 없는 킬러들과 다르게 그의 이미지는 전적으로 느글느글하고 역겨운, 기름낀 남부 텍사스 마초쪽에 가깝다. 하지만 킬러 조는 일반적인 마초의 음험함, 대중매체에서 다루는 관음증을 충족시키기 위한 대행자이자 가족이 쳐부숴야 할 위협이라기 보다는 이 시궁창 같은 가족 사이에 위에 자연스럽게 얹힌 기름 같은 이물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매튜 매커니히의 이 겉돌지만 자연스럽게 시궁창을 더럽히는 지저분한 케릭터의 연기는 절정에 달했다고 할 수 있으며, 그가 도티를 탐하고 범하는 장면은 성적인 긴장관계 보다는 기름이 넘쳐흘러서 느껴지는 역함만이 남았다.


영화는 진부한 클리셰인 '계획대로 되는 일은 이세상에 없다. 특히 그게 영화면 더더욱'라는 명제를 그대로 따라간다. 보험금은 날아갔으며, 킬러 조는 자신의 담보(도티)의 소유권을 요구한다. 충격적인 닭다리 장면에서부터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의 가장의 흉내를 내는 조의 모습은 영화의 깔려있는 기저구조를 드러내는 장치로서 작동한다. 내가 이 가족을 지배한다고 선언하는 조는 이 막장 가족에게 있어서 가장, 아니 알파-메일이자 우두머리 수컷으로 군림한다. 재밌는 점은 그 바로 다음 장면인 식사 장면에서 조는 마치 자신이 가장인 듯 행동하면서 '누가 기도를 올릴까?'라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며, 크리스를 제외한 가족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에 화답한다. 이 장면에서 보통이면 느낄 수 있는 인물들 간의 폭력적인 긴장관계(충격적인 닭다리 장면이 지나간 다음인데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마치 힘쌘 우두머리 수컷에게 복종하는 비참한 하이에나들(샤를라와 안셀)의 동물적인 굴복감이 장면 전반에 깔려 있으며, 그 와중에 조를 노려보는 크리스의 눈빛에서는 암컷(도티)을 두고 경쟁하는 젊은 머저리 수컷의 동물의 느낌을 드러냈다. 이와같이 전통적인 미국 가족 식사와 기도를 인간 이하의 짐승들의 인간인척 하는 인외마경의 현장으로 만들어버린 킬러 조의 클라이맥스는 멋지다고 평가할 수 있다.


킬러 조의 이야기는 어떤 의미에서는 감독의 호러 명작 엑소시스트의 대척점에 서있는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엑소시스트는 가정 내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외부에서 신부(Father)가 들어오는 형태였다면, 킬러 조는 그와 반대로 문제를 드러내고 확실하게 만들기 위해서 외부에서 문제가 가족내로 기어들어오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연극이 원작이기 때문에 감독이 철저하게 100% 의도했다고 보기는 힘드나, 가족의 회복을 암시하는 엔딩으로 끝냈던 엑소시스트와 다르게 가족이 완벽하게 파국을 맞이하는 킬러 조의 엔딩은 기묘하게 서로를 떠오르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킬러 조는 절대 유쾌한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영화가 만들어내는 동물적인 파국의 결과는 매력적이라 할 수 있으며, 매튜 매커니히의 신들린 연기만으로도 멋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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