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신과 악마, 그리고 인간의 이야기



녹턴 이후로 10년만에 넘버링 타이틀인 진 여신전생 4 발매가 일주일이 채 안되게 남았습니다. 여신전생 시리즈가 한국 한정으로는 3대 일본 RPG에 꼽히며, 진여신전생 3편 녹턴의 한글화, 그리고 페르소나 3 이후 나온 모든 페르소나 시리즈가 한글화 되었다는 점 덕분에 한국내에 팬층은 상당합니다. 하지만 이번 진여신전생 4의 발매와 한국 닌텐도의 소극적인 현지화 정책(한글화는 한다, 그러나 게임은 많이 안낸다) 때문에 진 여신전생 4는 한글화는 커녕 발매일 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발매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비타로 나온 페르소나 4 골든의 완벽 한글화와 비교되면서, 많은 욕을 먹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또한, 10년만에 나오는 JRPG 넘버링 타이틀이라는 물건이 '고작' 3DS로 나오는데 대하여 심기가 불편하신 그 분들도 꽤나 많구요. 그러나 근래의 JRPG의 위상과 아틀라스의 행보, 진여신전생이라는 브랜드의 특징 등등을 생각하면, 진여신전생 4가 3DS로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현세대에 있어서 JRPG의 위상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전세대 보다 업그레이드 된 현세대의 화려한 그래픽에 대해서 일본 제작사들이 상당히 안일한 태도로 일관 했다는 점, 그리고 시장이 북미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일본 게임 특유의 복잡한 시스템이 게임 흥행에 발목을 잡은 점 등등에서 JRPG의 수요는 일본 자국 시장+소수의 매니아들로 축소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100만장을 돌파한 JRPG는 현세대에서는 파이널 판타지 13 과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거기에 드래곤 퀘스트는 철저하게 자국 시장 전용 물건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현세대에서 세계적으로 성공한 JRPG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밖에 없습니다.


이런 JRPG 악재에 겹쳐서, 여신전생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매니아들에게만 팔리는 물건입니다. 여신전생 특유의 하드코어함(창조주를 때려죽이는 주인공이 존재했던 적이 있을정도의 이단적인 이야기와 일단 기본적으로 세계가 한번 멸망하고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한 가차없는 스토리, 최대 장점이자 단점이라 할 수 있는 그로테스크한 악마디자인 등등)을 고려하면, 이걸 전세계적으로 판다는 것은 상당수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물론, 북미쪽에서도 진여신전생 시리즈의 골수팬들이 존재하며, 북미판으로도 영문화 되서 게임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현지화 해서 팔아먹을만큼 수익은 나오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듯한'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아틀라스는 기본적으로 여신전생 프랜차이즈에 대해서 '싸게 싸게 만들어서 최대한 팔아먹자' 라는 노선을 취하고 있는듯 합니다. 진여신전생 3 녹턴 이후로 수많은 여신전생 프랜차이즈 게임이 등장했지만, 모두 하나같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선을 걷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례로 페르소나 시리즈를 보죠. 페르소나 3 자체는 여신전생 시리즈 중에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시리즈와 아틀라스 부활을 알린 물건(일판 위키 기준 판매량은 21만장+포터블은 22만장, 도합 43만장)이었고, 페르소나 4는 확장판 골든까지 합쳐서 무려 72만장(일판 위키 기준, PS2로 42만장, 북미에서 10만장, 골든이 20만장)을 파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물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페르소나 3는 대단히 '싸게' 만들어진 물건인데, 기본적으로 진여신전생 3 녹턴의 소스를 재탕한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페르소나 3가 나올 당시, 아틀라스의 모회사는 심각한 경영난(빠찡코 실패)을 겪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급하게 만든 것이 페르소나 3입니다. 또한 페르소나 4의 경우에는 2008년 PS2로 나온 마지막 명작 RPG로 칭송을 받았으며 애니메이션화까지 되는등 여신전생 프랜차이즈 중에서는 최고의 인기를 끌었으나, 2006년 11월에 PS3가 발매된 것을 생각해보면 거의 2년이 지난 시점에서 PS2로 게임을 내는 것은 참 미묘한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페르소나 4 골든의 경우도 사실상 PS3와 비슷한 성능인 비타로 이식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전반적인 그래픽 퀄리티는 '들어간 노력에 비해서' 상당히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그나마 대중적으로 '팔리는' 페르소나 시리즈 조차 쉽게 밀리언을 찍지 못하는 상황인데 다른 여신전생 프랜차이즈 역시 사정은 비슷합니다. 가장 최근 새롭게 개발된 여신이문록 데빌 서바이버의 경우에는 첫 주에 10만장 정도(일판 위키 기준)이 팔렸고, 그리고 2편이 나왔죠. 여기에 3DS로 보이스를 추가하고 추가 시나리오에 악마를 추가한 오버클록이 나올 정도입니다. 참고로 오버클록은 3만장이 팔렸으며(일판 위키 참조, 데빌 서바이버와 동페이지), 2편의 3DS 이식작인 브레이크 레코드 역시 현재 제작중에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게임의 제작비가 대단히 적게 들어갔기에 대형 타이틀에 비하면 미미한 판매고에도 불구하고 확장판을 만들만한 수익이 나왔다는 것이겠죠.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여신전생 프랜차이즈는, 기존의 소스에 이런저런 것을 붙여서 확장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게 맞습니다. 페르소나 3의 경우에는 기존의 소스(악마 텍스처 등등)를 활용하면서 학창 생활의 게임 구조화, 연애시뮬레이션 같은 호감도-이벤트 형식의 구조를 취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한 쪽이었으며, 데빌 서바이버 쪽은 SRPG의 구조를 취하면서 악마를 낙찰 받는 악마 옥션의 기믹을 집어넣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었죠. 매 시리즈 마다 색다른 시도와 전개를 보여주는 여신전생 시리즈입니다만, 기본적으로 여신전생 프랜차이즈의 개발 방향은 원래 있었던 소스를 최대한 활용하고 변용하면서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쪽에 가깝지 않은가 라고 저는 봅니다. 


사실 여신전생 프랜차이즈의 '본가'라고 할 수 있는 진여신전생 시리즈는 녹턴 이후에도 나온적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진여신전생 스트레인지 저니입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개발비화들을 통해서 본다면 SJ 자체는 원래 진여신전생 4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올 물건이었으며, 이런저런 개발 당시의 문제로 인해서 4라는 정식 넘버링은 제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4편 개발자 인터뷰에 따르면 4의 개발 자체가 DS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획하다가 3DS가 발표되자 3DS로 전환했다 라고 이야기하는 점(링크)에 비추어 보았을 때, 게임 제작 당시부터 DS 또는 3DS에 뼈를 묻을 각오로 게임을 만들고 있었다 라는게 개발자들의 기본 마인드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일러스트만 둥둥 떠다니는 그런 전투는 좀 아쉽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여신전생 시리즈가 기본은 먹고 들어간다고 보기 때문에 전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데빌서머너 소울 해커즈도 새턴 기준으로 16년전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대단히 만족하면서 즐기고 있으며, 아틀라스가 여신전생 시리즈를 안정적으로 꾸준하게 잘만든다는 인상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은 5월 23일 일본 발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