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맨:블러드 머니 이후로 무려 6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IO 인터렉티브는 케인 앤 린치로 외도 아닌 외도(혹은 죽 쑤고 있었다라고도 요약이 가능한)를 하는 중이었구요. 하지만 IO는 작년 돌연 히트맨 프렌차이즈가 살아있음을 밝히면서 앱솔루션을 발표했죠. IO가 지난 케인 앤 린치 시리즈로 똥을 쌌으며, 새로 발표한 앱솔루션의 컨셉 트레일러는 시리즈 팬들을 좌절 또는 당혹시키기에 충분했었죠. 혹자는 과격한 노선 변경을 거친 히트맨:앱솔루션을 스셀:컨빅션에 빗대어서 '히트맨:컨빅션'이라 비꼬기까지 했습니다.
-일단 뚜껑은 열렸고,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서 먹어보았으니(...) 느낌을 요약하자면, 히트맨 시리즈의 기본 컨셉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작품이긴 한데, 문제는 정말 잘만든 부분도 있고 정말 똥같은 부분도 있다는 점입니다.
-전반적으로 앱솔루션은 히트맨 시리즈의 기본적인 컨셉과 스테이지 구조는 그대로 가져옵니다. 타겟이 있는 지역에 들어가고, 타겟의 동선을 파악 하고 처리한 다음에, 조용히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는 것이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히트맨 시리즈는 암살 타겟만을 처리하는 것을 권장하며, 모든 적을 다 처리하는 플래이를 지양합니다. 앱솔루션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전작들이 적절한 변장과 세심한 관찰, 그리고 결단력을 테스트 했다면, 앱솔루션은 세심한 관찰을 하되 임기응변과 빠른 대응을 할 것을 요구합니다. 전작을 1편과 3편만 해보아서 뭐라 평가할 수 없지만, 일단은 '은신'의 비중이 엄청나게 올라간 작품입니다. 전작의 변장이 상당히 운용의 폭이 넓었다면 이번작은 인스팅트 게이지로 의심을 지우는 시스템이 추가되었기에 47은 도주와 암살 등에 얼마만큼 인스팅트 게이지를 소모할 것인지, 인스팅트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하죠.
게임은 반쯤은 은신한 채로, 반쯤은 인스팅트 게이지를 활용해서 적들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는 형식으로 진행 됩니다. 잘 보면 오로지 인스팅트 게이지만 써서 게임을 진행하기에는 인스팅트 게이지가 후달리고, 은신만으로 게임을 플래이 하기에는 뚫린 공간이 너무 많습니다.
-전작만큼의 다양한 방식은 아니지만, 변화점을 고려하면 전작에 꿀리지 않을만큼 많은 암살루트를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인스팅트 개념(쉽게 이야기하면 X레이 시야....)을 도입해서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적들이 뭘하는지를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구요. IO는 전작들의 명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하면 캐주얼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했고, 그 고민의 결과가 게임에서 드러납니다. 전작들이 시간 제한이 있는(NPC 제압->변장 얻음->NPC가 깨어나서 알람을 울리기 전까지 처리...) 잠입 퍼즐 게임이었다면, 이번작은 특이한 페이스의 잠입(변장+인스팅트 게이지)이 주가 되는 퍼즐 게임이라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문제점들도 있습니다. 일단 시리즈를 케주얼하게 만들다 보니까, 전작의 매력포인트들을 삭제하거나 간략하게 만든 부분이 많고, 몇몇 미션들은 지나치게 컷씬에 의존합니다. 미션마다 편차가 큰편이라 할 수 있는데, 덱스터 블레이크와 처음 만나는 미션에서는 뭔 짓을 하든 블레이크를 암살하는데 실패하죠. 그리고 레니 암살도 거의 일방향적이라고 할 수 있구요. 물론 많은 미션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아쉬운 미션들도 많습니다. 체크포인트 시스템은 제가 단언컨데 게임 역사 전체를 통틀어서 병신같은 시스템 탑 10에는 꼭 들어갈겁니다(정식 리뷰에서 다루죠). 그리고 기존 히트맨 특유의 음모론과 느와르 적인 이야기 구조에서 탈피해서 앱솔루션은 영화 아저씨가 지향하는 감성 액션 느와르를 지향합니다.그런데 시나리오의 완성도는 3류 느와르물을 보는거 같아요. 적들의 대사들은 찰지고 성우들의 연기는 훌륭하지만, 그 속에 정작 이야기는 없습니다. 47의 인간적인 면모들은 왠지 영화 아저씨가 생각이 나는 대목이구요.
-싱글 플래이 대신에 컨트랙트 모드가 본편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합니다.
-정식 리뷰에서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전반적으로 미묘한 게임. 좋은 점도 매우 좋지만, 나쁜점도 분명하게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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