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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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보드 게임의 장르 중에서 TCG(Trading Card Game)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각각 능력이나 역할이 다른 카드들로 구성된 덱을 가지고 상대방과 대전을 하는 방식의 게임입니다. 예를 들자면 Magic The Gathering, 유희왕 등의 게임들이 여기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TCG를 컴퓨터 기반의 게임으로 옮긴 사례중, 가장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MTG 온라인, 혹은 우리나라에서는 판타지 마스터즈(일명 FM)가 있습니다. TCG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카드와 자신의 구미에 맞는 덱을 짜서 상대방과 겨룰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외로 은근히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고, 유희왕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터넷 쇼핑몰이나 오프라인 상점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단 스펙트로멘서는 잘 만든 게임입니다. 숙지하기 쉬운 룰과 싱글플레이에 있어서 독특한 미션들, 그리고 멀티플레이와 레더 시스템 등은 게임을 오래 잡을 수 있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수,지,화,풍의 속성과 플레이어가 고를 수 있는 특수 종족들도 나름대로의 특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게임에 있어서 전략의 차별성을 둘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스펙트로멘서가 TCG냐고 물어보신다면 저는 그 질문에 대해서 분명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스펙트로멘서는 플레이어가 덱을 짜거나 등의 카드에 대한 커스터마이징은 할 수 없습니다. 플레이어가 고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수, 지, 화, 풍 이외의 5번째 종족을 결정하는 정도입니다. 나머지 본 게임에서 나오는 카드들은 모두 다 각 클래스의 16종의 카드 중에서 컴퓨터가 랜덤으로 4장-소비하는 마나의 양에 따라 그 종류가 결정되는 것처럼 보입니다-을 선택하고, 플레이어는 20장(4장X5가지 속성)을 이용해서 상대와 겨루는 것입니다.

사실, 이 정도만 놓고 본다면 스펙트로멘서는 전략성이 거의 없는 듯하게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전략 게임이라는 것은 자신의 전략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일종의 가위, 바위, 보 같은 것이지요. 시기에 따라서 유연한 대처를 하고, 이를 통해서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 전략 게임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스펙트로멘서는 TCG에 있어 전략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카드를 자신이 선택할 수 없다는 큰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TCG의 고질적인 문제를 고려를 하면, 스펙트로멘서가 왜 덱 구성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는지 이해가 됩니다. 기본적으로 TCG는 다양한 카드와 그 특성을 이용한 전술이 중요한 만큼, 각각 카드들의 특징에 따라서 상성관계가 심하게 형성됩니다. 일단 TCG가 게임 내에서의 다양성을 늘리기 위해서 카드의 수를 늘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처음 나왔던 카드들과 나중에 나왔던 카드들의 성질이나 상성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오히려 예전 카드들과의 벨런스가 안맞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는 TCG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속 컨텐츠를 업데이트 하자니 벨런스가 붕괴되고, 그렇다고 컨텐츠를 추가 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물론 각각의 TCG 게임들은 카드들의 벨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나름대로의 방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만ㅡMTG는 카드 추가를 하는데 있어서, 수학자들을 동원해서 벨런스 조정을 한 뒤에 몇 년에 한번 씩 카드 추가를 하고, 유희왕은 그냥 예전에 겨우 맞춘 벨런스를 새로운 카드들이 부수고 새롭게 맞추는 형식이고, FM 같은 경우 카드 회수 리콜을 통해서 밸런스를 맞추는 등ㅡ, 이러한 방법들이 언제나 효과적인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딜레마에서 스펙트로멘서가 택하는 방법은 특이하게도 덱 구성을 제거하고, 랜덤으로 덱을 구성해서 서로 가지고 있는 카드들을 이용한 전략을 통해서 게임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양 게이머 공통으로 4개의 속성을 가지게 해서, 극단적인 전략 전술의 차별화를 배제하였습니다. 이는 게이머들이 가지고 있는 카드들을 적절하게 이용해서 임기응변을 얼마나 잘 해내는가를 판가름하는 것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TCG에 있어서 덱에 따른 전략의 다양성을 많은 부분 배제하는 대신에, 가지고 있는 카드들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로 게임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각 속성의 카드들은 전체적으로 모두 쓸만한 능력을 지녔고, 이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게임의 승패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게이머의 입맛에 맞는 전략 구성이 힘들 것으로도 보이지만, 이는 게이머가 선택하는 5번째 속성에 의해서 어느정도 커버되는 단점입니다. 5번째 속성은 각 속성마다 독특한 특징을 지니는데, 예를 들어서 죽음 속성은 강력한 한방이나, 살을 깍아서 뼈를 취하는 특징을 지닌 카드들이 있고, 성(聖) 속성은 케릭터나 유닛들의 체력을 보호하거나 버티기용 탱커 유닛들이 있다던가, 기계 속성은 순수한 데미지 딜링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 등은 각 속성에 따라서 전략의 변화점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스펙트로멘서는 훌륭한 게임입니다. TCG가 가지고 있는 덱구성의 문제점을 커버하기 위해서 체택한 임기응변식의 전략 구성도 적절하고, 또 그러한 경우에 전략의 몰개성화를 커버하기 위해서 5번째 속성에 많은 무게를 부여한 점, 그리고 전체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버릴 카드가 없다는 점 등은 대단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이 게임을 TCG라고 생각하고 게임을 한다면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는 점도 사실이지만, 스펙트로멘서는 TCG를 지향한다기 보다는 전략 게임을 지향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게임을 TCG라는 소재를 빌어서 만든 훌륭한 전략 게임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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