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2가 6월 5일에 발매 예정이다. 글을 쓰는 지금에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스위치 2 예약에 응모하고 있고, 심지어 일본에서는 공식 스토어를 통해서 예약을 시도하는 사람이 약 220만명이 될 정도로 엄청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전 기기였던 스위치도 엄청나게 성공하였지만, 이번 스위치 2도 사람들에게 강점을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스위치 2의 핵심은 스위치 1에서 성능을 강력하게 올린 점에 가깝다는 것이고, 이것은 생각보다 지금 게임 시장의 트렌드와 많은 부분 맞닿아있다는 것이다.
스위치 2의 성능 강화는 최근 니치 시장에서 흥행하고 있는 폼펙터인 UMPC와 스팀덱의 성공과 맥락을 함께한다. UMPC는 그래픽 카드를 제외하고 CPU에 달린 내장 그래픽을 활용하여 게임을 돌리는 기기다. 흥미로운 점은 영상 처리 기술이 발달하면서 등장한 처리 기술들(DLSS나 FSR)이 등장하면서 내장 그래픽의 성능 한계를 넘어서게 되었는데, 여기에 작은 화면 해상도가 결합되면서 생각보다 합리적인 스펙으로(적당한 그래픽과 편의성) 트리플 A 게임을 돌릴 수 있게 된 것이 UMPC의 성공과 맞닿아 있다. 스팀덱의 등장으로 인해서 다양한 pc 개발 업체에서 독자적인 UMPC라는 기기를 만들기도 하는 등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즉, 단순히 게임을 들고 한다에서 ‘최첨단’ 게임을 들고 한다라는 개념이 스팀덱의 성공과 맞닿아있는 것이고, 이는 기술적인 발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스팀덱과 UMPC류의 기기들의 판매량이 스위치 판매량의 10분의 1도 안되는데, UMPC의 성공을 스위치의 성공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하지만 역으로 작은 화면에서 트리플 A 게임을 돌리는 것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이미 스위치 1에서 검증된 부분이기도 하다. 모탈 컴벳 시리즈의 이식이나 둠과 둠 이터널의 이식, 다양한 스위치 동발 버전의 이식들은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였다면 다양한 수요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스팀덱의 등장과 사람들의 트리플 A 게임을 돌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은 그런 수요를 반증하였다. 즉, 스위치 1의 서드파티 동발 게임들의 존재는 스팀덱과 같은 서드파티 또는 고사양 휴대용 게임에 대한 수요의 가능성을 열었고, 스팀덱의 성공은 그 가능성이 단순히 작은 가능성이 아닌 더 넓은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 것이다. 이제 스위치 2는 그러한 가능성을 다시 받아 더 큰 버전으로 확대하였다.
물론 스팀덱과 스위치 2의 성공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본질적인 부분들도 있다. 우선 스팀덱에서 다루는 스팀 게임들의 대부분은 어디까지나 피씨나 고정된 환경에서 플레이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되었다. 즉, 휴대 모드에서 게임을 돌릴 때 필요한 요소들(예를 들어 전원 버튼을 눌러서 슬립 모드로 들어갔을 때, 게임을 일시정지 시킨다던가 등)이나 최적화의 문제(UI나 UX의 부분, 성능이나 os 차원에서 최적화하는 이슈, 수동으로 설정하는 옵션 등) 등에서 완벽하게 휴대용 게임이 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팀덱은 pc와 휴대용 게임기 어딘가에 있는 어중간한 포지션이고, 완벽하게 휴대와 거치기를 오가는 하이브리드 게임 전용 기기인 스위치나 스위치 2와 비교하자면 부족한 부분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어떻게 본다면 궁극적으로는 베이스가 되는 ‘소비자 층’의 차이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팀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피씨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으로, 이미 거치된 고사양 피씨를 통해서 게임을 하는 것이 주가 되는 소비자들이다. 역으로 이야기하자면, 스팀의 베이스는 휴대용으로 즐기는 트리플 A 게임이라는 영역과는 정 반대가 되는 부분이다. 그렇기 떄문에 스팀덱의 존재와 니치한 성공은 우리가 상대적으로 못봤던 영역을 드러내는데, 그것은 바로 ‘확실하게 플레이 하는 양식이 정해져있는 사람들’(예를 들어 콘솔이나 큰 화면에서 게임 플레이하는 사람들)에게도 휴대용이라는 틈새 시장이 먹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틈새 시장에는 트리플 A 게임을 어디에서든 즐긴다 라는 공식을 확립한 것이 스팀덱의 존재였다. 즉, 스팀덱은 단순히 틈새시장을 뚫은 것이 아니라 ‘기존 시장 문법이 확실하게 지배하는 곳에서 새로운 수요를 발견했다’로 봐야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스위치 2는 닌텐도가 오랫동안 추구하였던 서드파티의 다변화라는 정책에 가장 부합하는 게임기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들이 있다면 닌텐도는 위와 위유 이후로 끊임없이 서드파티를 자신의 게임 플랫폼으로 끌어오려는 시도를 하였다. E3에서든 닌텐도 다이렉트에서든 간에 서드파티를 완전히 배제한 발표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이는 위의 기형적인 성공에서 비롯되었다:위는 전례없을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것은 게임기나 폼팩터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장난감이자 닌텐도 퍼스트 파티의 존재 때문에 성공하였던 것이다. 위 때 나왔던 서드파티 게임들은 하나 같이 위의 성공에 편승하는 동시에 어딘가 동세대 발매된 같은 게임들에 비교한다면 떨어지는 완성도를 보여주었는데, 이는 위라는 게임의 독특한 조작 방법과 떨어지는 성능 때문에 그러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닌텐도에게 위의 성공은 양면적인 결과(엄청난 판매량과 서드파티의 궤멸)를 불러일으켰고, 위유의 실패는 그렇기에 필연적이라 할 수 있었다. 스위치가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서드파티를 다시 끌어들이긴 했지만, 스위치 초창기 야숨에서 마리오카트 8, 마리오 오딧세이와 제노블레이드 2 까지 이어지는 발매 후 약 8개월간의 게임의 흐름 속에서 눈에 띄는 서드파티가 없었다는 사실은 기록적인 성공 뒤에 감춰진 닌텐도 플랫폼의 부실한 서드파티 라인업이라는 암울한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스위치 2는 스펙으로 따지면 플스 4와 프로 사이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가면서 다양한 게임들을 소화할 수 있게 되었고, 스위치의 성공과 스팀덱의 등장 등으로 수요와 공급 모두 성숙해지는 환경을 갖추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놀라운 결과물들(보더랜드 4의 동시 출시, 사이버펑크와 엘든링의 이식, 프롬 소프트와의 독점 콜라보 등)을 낼 수 있게 된 것인데, 이는 위유 이후로 끊임없이 닌텐도가 노력했었던 것의 결실을 맺은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게이밍 콘솔과 게임의 스펙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고, 닌텐도 스위치 2가 여기에 한세대 정도 뒤쳐진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결국 뒤쳐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상당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게이밍 콘솔과 게임의 그래픽 스펙은 무한히 좋아지는게 아니라 로그함수 곡선 마냥 그 성장률이 감쇄하고 있다는 점이다:스펙이나 그래픽적으로 뛰어난 게임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그 발매텀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발매텀이 늘어난다는 것은 개발 기간과 기술적인 요구치가 늘어난다는 것인데 이는 역으로 게임 개발과 발매의 리스크를 늘려버리는 것이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점은 그래픽이 최첨단으로 간다고 해서 플레이어들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체감 효과도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스펙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발매하는 것에 대한 게임 개발사들의 필요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들의 암묵적인 동의(?)는 시장에 어느정도 깔려있는 편이다. 스위치 1의 성공과 스팀덱의 성공은 그러한 것을 가시화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세대를 버티는데 있어서 스위치 2의 스펙은 생각보다 통할만한 부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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