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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과격한 표현 및 욕이 존재합니다.

근래 호러영화의 대세는 '고문'입니다. 사실상 80년대 호러장르를 풍미했던 살인마와 크리쳐물의 쇠퇴 이후, 호러영화는 계속적인 부진을 겪어왔습니다. 물론 90년대 들어서도 80년대 호러 영화의 맥은 끊기지 않았지만, 사실상 크리쳐나 살인마 물은 예전 문제의식이나 주류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감독들의 개성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근래 큐브, 호스텔, 쏘우 시리즈 등을 통해서 호러영화는 다시 한번 주류(?)로 떠올랐습니다.

이러한 '고문' 테마의 호러영화의 기조는 예전 80년대의 구체적인 폭력의 가해자들(살인마, 크리쳐, 귀신, 외계인 등등)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우리가 알 수 없는, 돈많고 권력을 가진 익명의 가해자들을 놓습니다. 이러한 익명의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을 고문하고 괴롭힙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유유히 빠져나가죠. 그들의 이유는 불분명하거나 터무니 없습니다. 쏘우 시리즈에서는 '생의 고마움을 가르치겠다', 호스텔에서는 돈많은 부자들의 여흥, 큐브에서는 아예 그러한 이유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사실, 이러한 최근 호러영화의 흐름은 과거 사회적인 문제나 왜곡된 구조로 인해 발생한 구체적인 가해자를 두고, 이들을 죽임으로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혹은 화해하는)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네러티브입니다. 즉, 요즘 호러영화의 기조는 사회의 착취 구조가 고통과 고문, 살인을 통해서 극단적으로 드러나고, 결과적으로 보통 인간은 뜯어 먹힐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러한 고문 영화의 기조는 최근 발달된 CG, 분장기술과 완화된 검열 기준과 결합하면서 정말이지 놀라운 시너지(?)를 일구어 냈습니다. 여태까지 호러영화들이 보여주었던 허접한 고어씬이 우습게 느껴질 정도로 잔혹하고 사실적인 고어와 폭력장면들. 그리고 사도-마조히즘에 입각한 성적이고 가학적인 고문 도구까지. 이런 조류에 대해서 극단적으로(그리고 아주 진솔하게) 이야기하면 타인의 고통을 상품으로 하는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터스:천국을 보는 눈'도 그런 영화입니다. 영화 중반까지는 평범한 슬래셔 호러 영화(반전이 너무 뻔해보이는)였지만, 영화의 진짜배기는 영화 시작 1시간 이후부터입니다. 그때부터 주인공을 지하실에 박아놓고 1시간 가까이 사실적으로 두들겨 패면서 고문한 다음에, 가죽을 벗겨버립니다. 그리고 끝.

그렇습니다. 이게 영화의 전부입니다. 사실, 왜 그런지에 대한 이유가 나오기는 합니다. 정말 우아하게 생기고 곱상하게 늙은 귀부인이 주인공의 고문을 시작하기 전에 어디 엽기 사이트에나 올릴 법한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말합니다. 사후세계와 해탈에 대해서요. 순간 시사회에 같이 갔던 사람들이 모두 '풉'하고 웃었습니다. 저 또한 그랬구요. 그러나 감독은 진지합니다. 자기는 고문을 통해서 주인공이 해탈했다고 보죠. 이 부분은....자세한 포스팅으로 따로 언급하겠습니다.

사실, 마터스에서 감독의 의도를 빼놓고 영화를 감상하자면, 전형적인 고문 호러영화입니다. 전반부에서 심하게 고문당한 15살 어린애가 결국 자라서도 그 옛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을 묘사하였다면, 후반부는 별 말도 안되는 이유로 인간을 고문 살해하는 미친 부자새끼들의 잔혹함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게 뭘까요(종교적으로 해석하려는 감독의 의도를 제쳐두고)? 사실상 이 영화는 '세상 좆같다, 씨발' 이거 말고는 주제를 찾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 세계의 문제점만 확대 재생산해서 보여주고, 그리고 거기서 끝납니다.

감독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요즘 호러 영화들은 어린 애새끼들 성적 판타지나 충족시키는 개허접 쓰레기라구요. 그래요. 저도 여기에 동의합니다. 근데...저는 감독 당신 또한 개 허접 쓰레기를 하나 만들었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습니다. 그것도 감독의 지랄맞은 자의식과 허접 쓰레기 같은 철학과 상징으로 덮어쓰고, 2시간 가까이 사람에게 잊을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개 쓰레기 같은 영화를요. 어떤 의미에서는 철학적 허위의식에 빠져있는 에르고 프록시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싶을 정도입니다. 아니, 에르고 프록시에게 미안할 정도군요.

이 영화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마세요. 감독이 뭔 이야기를 하든, 감독의 의도가 뭐인지도 생각하지 마세요. 그 다음 이 영화를 보세요. 그럼 여러분은 거기서 2시간 가까이 반복되는 끔찍한 고통을 발견할 겁니다. 거기에는 어떤 의미도, 어떤 종교적인 의미도, 어떤 논리적인 이유도 없습니다. 영화 속의 모든 것은 다 개소리입니다. 그리고 세상은 정말 좆같다(반복적이고 기계적인, 동시에 일상적인 폭력)는 걸 설파하는 것이 영화의 주제였다면...그래요, 대단히 성공적인 영화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딴 주제의 영화를 보기 위해서 인생에서 황금같은 2시간을 투자하느니, 차라리 9시 뉴스를 보세요. 뉴스 10분만 보더라도 세상 좆같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을 겁니다.

마터스는 올해 최악의 영화입니다. 제 인생 최악의 작품으로 에르고 프록시와 호각을 다툴 정도이니 말 다했죠. 차라리 어떤 의미에서는 극단적인 폭력의 상품화 측면에서 보면 극단적인 성의 상품화인 포르노 영화나 AV와 같습니다. 아니, 그건 보고 나면 성욕 해소라도 되니까 이 영화보다는 뛰어나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8월 6일에 개봉하는 이 영화에 절대 낚이지 마시길 바랍니다.



덧1.리뷰의 제목은 광고 카피에서 따왔습니다.

덧2.나오면서 사람들 표정이 죄다 썩어 있더군요.

덧3.이 영화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회로나 큐어와 비교하는 사람이 몇몇 있더군요.
정신과 상담을 진지하게 추천합니다.

덧4.이걸 좋게 평가한 평론가들은 죄다 손가락을 분질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