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다키스트 던전은 RPG의 탈을 쓴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라 할 수 있다:겉보기에는 영웅의 육성과 던전의 파훼, 보스 공략 등이 중요한 RPG 게임처럼 보이지만, 다키스트 던전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일반적인 RPG와 궤를 달리한다. 게임은 무작위로 케릭터들에게 스트레스 효과를 부여하고,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케릭터에게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부정적인 결과를 미치게 된다. 또한 던전 공략의 지출과 수입 사이의 조화를 맞추지 못한다면, 던전을 클리어하고도 돈이 부족해서 스트레스를 낮추거나 업그레이드를 구매하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어 게임을 더디게 만든다. 다키스트 던전에서 케릭터는 필연적으로 소모품에 불과하다. 


그리고 또다른 중요한 특기사항은, 다키스트 던전에서 확률은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것이다. 케릭터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인가, 어떤 기벽을 얻을 것인가, 어떤 고행을 받을 것인가, 혹은 고행을 받지 않고 영웅적 기상을 얻을 것인가 등등 게임을 좌우하는 큰 요소들이 확률의 변덕 아래 좌우되며 성공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 조차도 겉잡을수 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다키스트 던전에서의 확률은 여타 소셜게임이나 가챠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확률의 양상과는 다르다. 다키스트 던전의 핵심은 모든 것이 무너지는 그 순간에서 플레이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 불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매니지먼트 요소들이 있다는 것이다. 던전 클리어를 포기하고 중간에 탈출하는 것은 주요한 선택지며, 전투중에 시간을 끌어 스트레스를 회복하거나 체력을 회복하고, 횃불의 밝기를 조정하여 스트레스 등의 다양한 수치를 조정하는 등 게임은 단순히 확률의 변덕에 플레이어를 던져놓지않고, 적극적으로 플레이어가 생각하고 변수를 통제하게끔 만든다.


그렇기에 소모품으로서의 게임과 확률이 중요한 변수로 자리매김하는 다키스트 던전에서의 게임 플레이는 필연적으로 경영 시뮬레이션과 비슷해진다. 그리고 다키스트 던전에서 돈은 여타 RPG와 다르게 쌓이는 재화가 아니라, 수입과 지출이 동시에 존재하는 개념이다. 원정은 단순히 케릭터를 소모하는 것을 떠나서 자원을 소모하고 게임 플레이에 크나큰 장애를 불러올 소지가 있으며(돈이 없으면 스트레스 해소나 장비 업그레이드, 스킬 업그레이드 자체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 플레이어는 변수를 최대한 통제하여 원정을 성공시켜야 게임을 진행하여야 한다.


이러한 어려움은 다크소울 류로 분류되는 악의적인 게임 설계와는 조금 다른 경향을 띈다. 물론 다키스트 던전 역시도 다크소울과 같은 악의적인 게임플레이 디자인을 보여주고는 있다. 하지만 다크소울 류가 게임 속으로 침잠하여 몰입하는 형태라면, 다키스트 던전은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려가면서 수입과 지출을 맞추고 현금이 흐르듯이 게임을 쥐어짜면서 굴리는 쪽에 가깝다. 그렇기에 오히려 게임은 겉보기와 다르게 RPG라기 보다는 자본주의 경영 시뮬레이션에 가깝다. 또한 특유의 코스믹 호러의 분위기 역시도 인간을 갈아넣어 기반시설을 다지고, 더 나아가 현금 흐름의 확보와 리스크 통제 등등을 통해 시장을 죽이면서까지 살아남는(요한 슘페터의 표현처럼) 기업의 무자비한 속성과도 맞닿아있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다키스트 던전은 코스믹 호러와 경영, RPG 사이에서 묘하게 벨런스를 유지하는데 성공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덧. 다키스트 던전 리뷰(스위치 기준)는 제노블레이드 2 리뷰 작성 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