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스테이지 구성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http://leviathan.tistory.com/1655 1편 리뷰입니다.


디스아너드 1편이 거둔 성공은 결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씨프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1인칭 잠입 액션이라는 개념과 함께, 수평적으로 넓은 스테이지와 수직적으로 복층화된 스테이지의 결합, 이를 유연하게 연결시켜주는 순간이동과 파쿠르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여지껏 찾아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게임 플레이를 플레이어들에게 선사하였다. 사실 그렇기에 디스아너드 2의 등장은 그렇게 놀랍지 않았다. 이제 뛰어난 작품의 속편이 나오는 것은 흔한 일이며, 디스아너드 1의 성공은 분명 콜옵 스타일의 빠르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닌 진득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의 수요를 증명하였기 때문이다.


디스아너드 2는 훌륭한 2편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1편이 기본적인 게임의 컨셉을 잡는데 주력한다면, 2편은 이를 양적/횡적으로 확장시키는데 주력한다. 2편은 플레이 가능한 케릭터를 코르보/에밀리로 늘리고 그에 따라 능력도 차별화시켰다. 또한 룬/설계도 계승 등을 다회차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매 미션 클리어마다 플레이어의 성향을 분석해서 보여주는 그래프 등을 추가하여 게이머가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곱씹어볼 수 있게끔 만들었다. 물론 이러한 변화들은 어디까지나 게임 플레이의 양념이다:디스아너드 2편의 게임 플레이는 여전히 디스아너드 1편에 근거하고 있으며, 게임 플레이 자체에 큰 변주는 없다. 물론 후술할 내용에서 다루겠지만, 2편은 스테이지 구성 측면에서 1편보다 좀 더 심도있는 '속임수'를 쓰기도 하지만 말이다. 전반적으로 디스아너드 2는 플레이어에게 안정적인 재미와 함께 약간의 놀라움을 가져다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디스아너드 2의 가장 큰 변화는 코르보/에밀리 2인 주인공 체제와 스킬 트리 2원화이다. 코르보는 이미 1편에서 경험하였던 스킬 셋(점멸, 빙의, 쥐 부르기 등등)을 그대로 들고 있으며, 에밀리는 코르보의 스킬 셋과는 완전히 다른 스킬들(점멸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스파이더맨의 웹 슬링을 연상케 하는 파 리치, 일부 상대방에게 최면을 거는 매스머라이즈 등)을 사용한다. 흥미로운 점은 두명의 스킬 셋은 서로 비슷한 역할을 공유하지만, 동시에 몇몇 부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점멸과 파 리치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이러한 사례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는데, 점멸이 순간이동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포인터를 대고 움직여도 움직이는데 큰 문제가 없다면, 파 리치는 웹 슬링 처럼 촉수를 뻗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상대적으로 벽이나 문턱 등의 촉수가 닿을 수 있어야 하며 움직임이 포물선을 그리는 등의 제약이 있다. 하지만 점멸과 다르게 파 리치는 스파이더맨의 웹 슬링 같은 '관성'을 움직임에 응용하여 멀리 날아갈 수 있다. 그리고 패시브 스킬을 해금하면 촉수를 뻗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적이나 물건을 내쪽으로 당겨올 수 있기도 하다. 


위와 같이 게임 내에서는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두 스킬이지만 응용을 하기 시작하면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특기할만하며, 이러한 스킬 간의 차이점은 하나의 스테이지를 케릭터 마다 다른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든다. 그렇기에 코르보/에밀리 2인 주인공 체제는 게임의 다회차 요소(서로 다른 케릭터와 스킬셋으로 스테이지를 돌파해 나가는 것)를 강화하는데, 1편이 다회차 플레이와 관련해서 그 어떤 것도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는 장족의 발전이다. 또한 2회차부터는 에밀리/코르보가 모든 스킬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2회차 이상의 플레이는 더욱 의미가 있다.  


디스아너드 2의 플레이에서 눈여겨 보아야하는 점은 게임 스테이지들이 1편보다도 더욱 심화 발전하였다는 사실이다. 물론 여전히 디스아너드 2편은 1편의 스테이지 구조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플레이어는 목표가 있는 곳까지 잠입하기 위해서 일종의 '간주' 스테이지를 거쳐야 하며, 간주 스테이지를 통해서 다양한 루트를 통해 본 스테이지에 잠입, 목표를 달성한 이후 다시 간주 스테이지를 거쳐서 나오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많은 게이머들이 일찍이 1편의 게임 플레이에 오픈월드 방식의 게임 구조를 취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졌지만, 디스아너드 시리즈와 같이 각각의 요소들이 정밀하게 구성되어 있는 스테이지 설계에서는 오픈월드를 차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대신 디스아너드 2는 1편이 갖고 있었던 스테이지 기믹을 심화 발전시켜서 플레이어들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게임에 신선함과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예를 들어서 진도쉬의 시계태엽 저택 스테이지를 보자:대부분의 게이머는 이 스테이지에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첫 레버를 무의식적으로 당길 것이다. 레버를 당긴 후, 방과 저택의 구조가 변화하는 기믹을 갖고 있는 이 스테이지의 가장 큰 속임수는 바로 '첫번째 레버를 당기는 순간 진도쉬가 플레이어의 존재를 알아차린다'라는 것이다. 처음 플레이할 때는 알아차리기 힘든 부분이지만(실제 저택은 레버를 움직이지 않으면 정상적인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진행하기 힘들다), 처음 현관에서 레버를 당기지 않고도 벽 뒤의 공간을 활용해 잠입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스킬이 봉인되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스틸튼 저택의 스테이지 기믹도 매우 뛰어나다:여기서 플레이어는 능력이 봉인되는 대신에 시간대를 바꿔가면서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데, 플레이어가 과거에 영향을 주어 스테이지를 변화시키거나 역사를 개변시키는 등의 기믹을 제대로 살린다. 능력을 봉인한 대신에 시열대를 바꾼다는 기믹과 함께 맨몸으로 잠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스테이지 구성으로 보여주는 훌륭한 스테이지라 할 수 있다.


물론 1편의 레이디 보일의 저택 같은 좀 더 '사교적인'(다른 의미에서는 히트맨 스러운) 스테이지가 없다는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기는 하다. 하지만 제작자들은 2편의 스테이지들을 통해서 디스아너드 1편과 2편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디스아너드 시리즈는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스킬들과 함께, 여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비전형적인 스테이지 구성을 통해 게임을 흥미롭게 구성을 한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디스아너드 시리즈는 매력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게임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배경을 갖고 있음에도 이야기 자체는 너무나 단순하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디스아너드 2는 1편을 즐겼던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즐길만하며, 1편 보다는 좀더 진득하게 즐길만한 게임이다. 물론 1편 만큼의 충격은 2편에 존재하진 않는다. 그러나 1편의 재미를 양적인 측면에서 확장하고 질적인 측면에서 보존하였다는 점에서 디스아너드 2는 가치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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