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판매량 논쟁은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소비하는 컨텐츠와 전혀 상관이 없지만서도, 그것은 수많은 사람들을 유혹한다:마치 그 컨텐츠의 우수함이 '입증'된 자료인 것처럼. 하지만 컬트 영화 등을 통해서 볼 수 있듯이, 판매량이라는 개념은 그것이 어느 배급망을 타고 유통이 되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얼마만큼이 창작자들이 생각하는 목표인가'에 따라서 마케팅이나 투입되는 자원이 달라지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컨텐츠의 질과 결부시킬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제작자들의 판단 하에 '이 컨텐츠는 이만큼 팔릴 잠재력이 있다'는 목표가 수립되고 그만큼의 자원이 투입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으로 '소비'단에서 이루어지는 판매량 논쟁과는 사뭇 다르다. 그것은 이전의 벤야민이 지적했었던 거짓 아우라, 배우라는 역할을 두고 이를 소비하는 팬덤의 존재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판매량 논쟁은 존재하지 않는 권위를 두고 사람들은 거기에 너무 많은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판매량 논쟁이 컨텐츠의 질에 영향을 어느정도 미치는 분야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게임'이다. 어째서 게임은 컨텐츠의 질이 판매량과 어느정도 관련을 미친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싱글플레이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혼자이기 때문에 그 영향이 작다. 하지만 문제는 멀티플레이 게임이다:멀티플레이 게임은 플레이하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그 타격이 크며, 판매량은 플레이 하는 동시 접속자 수와 직결된다(물론 많은 게임 회사들이 이를 타계하기 위해서 다양한 꼼수들, F2P나 프리 위켄드 등의 방법을 쓰지만 일반적으론 그러하다). 매칭에 걸리는 시간, 매칭을 할 때 서로 수준이 맞는 사람들끼리 매칭이 되는지 등등은 멀티플레이 게임 그 자체의 완성도 이외에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구매의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매량이 게임 컨텐츠의 질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있기도 하다.


멀티플레이 게임은 여러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정보 및 의사표현 양식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즉, 각각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적대적이든 협조적이든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며, 이들 사이에서는 공유되는 언어와 소통양식, 행동양식이 생겨나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은 선순환적인 피드백이 생기게 되면 게임이 갖고 있는 결점 자체를 보완할 수 있게 된다:가령 예를 들어서 LOL의 EU 메타를 보자. EU 메타 자체는 리그 전에서 유럽 팀이 승리하기 위해서 고안해낸 하나의 전술이지만, 이것이 게이머들 사이로 전파되고 공유되면서 게임 내의 요소들을 전술적으로 십분 활용하는 하나의 방법론을 제시하게 되었다. 물론 초보자들이 이러한 방법론에 익숙해지는데는 어느정도 시간이 소요되지만, 게임에 있어서 정형화된 방법론을 제시하지 않았던 롤에서 EU 메타는 초보 부터 고수까지 누구나 공유하는 공통의 '문법'이 되었고, 모든 사람들이 그 문법 아래서 이야기함으로써 롤은 전혀 모르는 사람과 게임을 해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즉, 게이머들의 문화는 게임이 갖고 있는 한계를 매꾸어주며 동시에 신규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물론 판매량이나 동시 접속자 수가 게이머 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게임과 관련된 문화가 형성되지는 않으며(다만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역으로 그것이 항상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없다.(뉴비 배척 같은 문제) 또한 문제는 이 게이머들의 문화는 제작사가 처음부터 '컨트롤'할 수 있는 제작상의 요소라고도 볼 수 없다. 때로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과 게임을 서비스로 운영하는 사람의 관점 차이에서 생기는 충돌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어떤 게임 제작사가 자신들의 소비자들의 문화를 구축하고 양성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운과 함께 '크게 성공해보고 팬덤과 함께 성장한 경험'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 만약에 그것이 성공하게 된다면, 그것은 지금 현재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이스포츠의 형태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이스포츠란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전략, 전술, 인터넷 커뮤니티 등의 다양한 요소가 성숙하였으며, 또한 이러한 축제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다른 게이머의 관심을 유도하고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축제적인 개념이다. 하나의 게임이 이스포츠를 개최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면, 그 게임은 이미 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 정도로 콘텐츠 외적으로 거대한 맥락을 만들어냈다는 이야기가 된다.


블리자드의 오버워치는 그런 점에서 축복받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물론 블리자드의 사후관리가 이 게임의 롱런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지만, 이미 수많은 게이머들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 사이의 소통은 커뮤니티를 만들어내게 될 것이며, 그리고 이 커뮤니티는 다른 게임들은 절대로 누리지 못했던 큰 이점들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버워치의 컨텐츠 완성도가 높았기에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오히려 오버워치 컨텐츠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게이머들의 커뮤니티들이 매꾸고 보완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동시에 그러한 커뮤니티에게 면밀하게 피드백을 해주는 것만으로 오버워치는 지금보다 더 뛰어난 게임이 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게임들은 그들이 얼마나 노력했건, 마케팅에 쏟아부었던, 혹은 기타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던간에 동일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슬프게도 몇몇 시기를 타고났거나 게임 외적인(예를 들어 블리자드 같이 대중이 기억하는 제작사가 만들었다던가) 요소들이 개입되어야만 이러한 기회가 주어진다. 블리자드의 오버워치를 보았을 때 본인이 느끼는 감정은 그렇기에 대단히 복잡하다. 모든 게임들에게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설령 그것이 세상의 이치일지라 하더라도, 훌륭한 시도를 했던 게임들은 너무나 쉽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다. 일전에도 누군가 이야기하였듯이, 게임의 구매와 별개로 게임을 정리하는 아카이브적인 게임 비평이 필요하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게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럼]게임과 고어  (1) 2016.06.12
인저스티스 2 공개 트레일러  (0) 2016.06.08
슈퍼로봇대전 V 티저 PV(+한글화 확정)  (0) 2016.06.05
Absolver 리빌 트레일러  (0) 2016.05.29
오버워치 트레일러  (0) 201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