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오픈월드-샌드박스는 최근 게임 업계의 핵심 트렌드이다:이번 2015년 E3에 출품된 작품들만 하더라도 거대한 세계에서 자유롭게 접근하는 게임 방법론에 대한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블로그 포스팅로도 올려놓은 고스트 리콘의 신작인 와일드랜드 같은 신작 게임에서부터 저스트 코즈 3나 어크 시리즈 같은 전통적인 오픈월드 게임들, 심지어는 잠입액션 게임 메탈기어 솔리드 프랜차이즈의 신작인 팬텀패인이나 젤다의 전설 신작 같은 전혀 기대하지도 않은 작품군들까지 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뿐만이 아니다:마인크래프트의 성공 이후로 거대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살아남는다는 게임 내용을 가진 게임들(Day-Z나 러스트 같은) 역시도 이 흐름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오픈월드와 샌드박스라는 이름 아래서 게임은 마치 하나가 되는 것처럼 보인다.


왜 거대한 세계와 자유로운 게임 방법에 사람들은 집착하는가? 이에 대한 대답이나 분석은 다양할 수 있으나, 곤잘레스 프레스카의 억압받는 자들을 위한 비디오 게임에서 이러한 흐름을 분석할 수 있는 일말의 단초를 찾아볼 수 있다:프레스카는 브레히트의 소격효과(극과 자신을 불일치 시켜서, 현실의 모순을 인지하는 것)와 시뮬레이션 이론을 게임에 접목시켜서 게임이 현실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그가 주목하는 것은 게임이라는 텍스트 자체가 아니라 게임이 실제 플래이 될 때 일어나는 현상, 매체를 수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매체를 수용하는가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그렇기에 그는 '항상 플레이어가 최종결정권을 갖는다'(그의 저서에서 발췌)라는 표현까지 한다. 


왜 디자인된 세계나 콘텐츠를 넘어서 플레이어가 최종 결정권을 갖는가? 그것은 게임이 '행해지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게임이 여타 대중매체들(TV, 라디오, 책들 등등)과 다른 점은 행해진다는 것에 있으며, 행위는 행위자의 행함으로 인해서 완성된다. 만약 게임에 플레이어가 없다면 게임이 어떻게 완성될 수 있단 말인가? 디자이너는 게이머를 이끌 수 있다. 그리고 어떤 경험을 하게 만들 것인지 설계할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경험하고 자기것으로 만드는 것은 오로지 게이머의 행위이며, 디자이너의 의도를 해석하여 게임 콘텐츠를 완결시키는 것도 게이머의 행위다. 그렇기에 게이머에게 있어서 더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게임들은 어떻게 본다면 디자이너의 훌륭한 의도에 의해 짜여진 작품이 아니라 게이머에게 오롯이 전권을 위임하고 존중하는 게임들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픈월드-샌드박스는 게이머에게 매력적인 게임 시스템이다. 그리고 오픈월드-샌드박스에 있어서는 샌드박스에 방점이 찍혀야 할 것이다:게이머가 도구와 법칙을 이용해서 자유롭게 행동하게 만든다는 점은 샌드박스의 문법을 이루는 근간이기 때문이며, 이는 게임을 만드는 제작자가 게이머의 자유로운 행위를 보장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샌드박스는 어떻게 본다면 '필연적'으로 오픈월드를 수반하기도 한다:게이머의 자유에 걸맞는 스테이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 게임은 거대한 공간, 즉 오픈월드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픈월드는 샌드박스라는 게임 시스템의 본질을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자 표현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오픈월드-샌드박스 게임의 유행은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히 긍정적인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게이머의 경험을 강조함으로서 게이머가 거대한 세계에서의 게이머의 행동, 게이머가 행위를 통해서 게임을 완결시킬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오픈월드-샌드박스을 도입한 게임들은 치명적인 문제를 앉고 있기도 한다:그것은 바로 실개발에 있어서 현실적인 문제이다. 오픈월드라는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제작사들은 여타 게임에 비해서 곱절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플레이어들에게서 사랑받는 게임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거대한 공간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샌드박스라는 방법론에 걸맞는 환경, 그리고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본인은 오픈월드나 샌드박스 게임의 방법론의 발전은 마인크래프트의 등장으로 인해 급진화되었다고 본다:마인크래프트의 등장은 방법론과 표현론, 그리고 게임을 즐기는 향유문화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이 영향이 마인크래프트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마인크래프트의 인기를 뒤따르기 위한 저차원적인 표절작에서부터 시작하여, 게이머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과 온라인 게임의 문법을 결합한 메이플 스토리, 전통적인 RPG에서 탈피하여 마인크래프트의 문법을 적용한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까지. 마인크래프트의 등장은 단순하게 잘 팔린 게임의 등장이 아닌 게임 역사와 지표를 바꾸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