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머더드:소울 서스펙트는 근래 보긴 드문 어드벤처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요즘과도 같이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활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거나, 혹은 이야기를 즐기기 위해 NPC와 대화하고 퍼즐을 풀기위해서 머리를 굴려야 하는 것이 단순화되는 경향속에서 그런 것들을 복잡하게 꼬아서 자신만의 특색으로 갖는 어드벤처 장르의 한계는 명확하기 때문이다. 물론 텔테일 게임이 만드는 어드벤처 게임들이나, 킥스타트 프로젝트를 통해서 고전적인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장르가 만들어지기도 하는 등의 다양한 흐름들이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여태까지 소위 대기업 유통사들(UBI나 액티비전이나 스퀘어 에닉스 같은)과 제작사들이 대규모의 자본을 쏟아부어서 어드벤처 게임을 만든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머더드 소울 서스펙트는 그런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이며, 동시에 기대와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머더드 소울 서스펙트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이 세계를 바라보고 상호작용하는 '상태'이다. 주인공은 죽은 자이다:그렇기에 그에게는 현실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없는 한계가 생겨나게 된다(위에서 이야기하는 직접적으로 사물과 상호작용 불가능해진다던가, 혹은 사람에게 질문을 할 수 없다던가, 현실세계에 간섭하기 위해서 영매 조수의 도움을 받아야한다던가) 하지만 동시에 육체를 버림으로서 생기는 장점들도 생겨난다는 점도 있으며, 이 장점들이 상당히 인상적이라 할 수 있다:벽이나 막혀있는 장애물을 뚫고 들어간다던가, 물체나 사람에게 빙의를 해서 사건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등의 육체를 가진 사람에게 불가능한 일들을 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 3자적이면서 모든 주변의 정보를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전지적 유령 시점은 언뜻보기에는 새로운 방식처럼 보이지만, 근래 미드나 영화, 서브컬처등에서 나오는 수사물 장르의 연출 방식을 뒤집어서 비튼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셜록 홈즈는 특유의 논리적 추리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이 되었다. 얼룩 띠의 비밀에서는 홈즈가 자신의 의뢰인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단번에 알아맞추는 장면 묘사를 통해서 그가 취하는 추리의 특징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셜록 홈즈는 공간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사소한 정보들을 하나의 논리에 따라서 재배열하고, 그것을 논증의 형식으로 각각의 증거가 서로를 지탱하여 하나의 진실을 밝힌다. 이렇게 본다면, 증거를 모아서 진실에 접근하는 것은 탐정의 소명이며, 동시에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정보를 보는 것은 '탐정의 축복이자 저주'(셜록 홈즈:그림자 게임)이다.


그리고 근래의 수사물들은 셜록 홈즈의 추리와 논증 과정을 '시각화'하는데 성공하였다:CSI가 과학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사건을 재구성한 이후로, 증거가 시각화되어 과거를 재현하여 하나의 진실을 재구성하는 방식의 연출 방식은 일반적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CSI가 후반으로 갈수록, 확대에 집착하며 증거에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다는 식의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다고 비판을 받은 지점은 어찌보면 CSI 시리즈가 자신이 만들어낸 공식 '그 이상'을 바라보지 못했기에 생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하여간, CSI가 과학을 통해 확보한 증거라는 점을 논증이라는 선으로 이어서 과거라는 진실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보여주었던 '진실'이라는 연출방식은 다른 작품들에도 영향을 끼쳤다. 예를 들어 영화 셜록 홈즈:그림자 게임에서는 비밀통로를 찾아내는 방식을 이러한 시각화의 과정을 거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줬으며, 심지어 마지막 클라이맥스의 싸움마저도 '논증'의 형식을 빌어서(각자의 불리한 조건들, 전술들에 기초해서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고 그것이 어떻게 싸움에 적용되는가를 보여준다) 서로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방법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머더드:소울 서스펙트가 갖는 시각은 수사물 또는 추리물 장르의 표현 방식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트레일러에 나온 중요한 시스템만을 추려서 보자면 증거들은 중요한 키워드의 형태인 '문장'으로 축약 시각화되며, 게이머는 주변의 놓인 증거들을 바탕으로 범인의 움직임을 재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의 탐정들이 증거물들을 자신의 내부(머릿속)으로 끌어들임으로서 그것을 재구성하고 진실을 밝혔다면, 머더드 소울 서스펙트에서는 탐정이 현장에 흩어져있는 다양한 증거들에 빙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사람들이 보지못하는 증거를 보고 그것을 취합하여 진실에 접근한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이 정진정명한 탐정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으나(그의 철지난 중절모+양복 패션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난다), 죽은자 라는 케릭터의 특수한 성격이 증거를 가지지 못하게 만드는 등의 제한과 함께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사물에 영향을 미치는 등의 단점과 장점을 동시에 주기 때문에 기존의 탐정과는 다른 독특한 시각으로 세계와 진실을 바라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충분하게 편리한 저널과 정보요약, 게임 시스템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이러한 시스템 자체가 게이머에게 증거에서 증거로 왔다갔다 하게 만드는(증거 자체를 들고 다닐 수 있는 인벤토리 시스템이 불가능하니) 귀찮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과도 같은 시스템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안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머더드 소울 서스펙트는 이런 시각의 역전 덕분에 기대할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머더드 소울 서스펙트는 6/3 한국발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