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아마도 이 게임은 리뷰가 한참 뒤에나 나오지 않을까...싶어서 먼저 감상을 올립니다. 물론 감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대부분의 리뷰의 초안이나 아이디어는 플레이 3시간 정도면 완성되는지라...) 예측을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클리어하지 않은 물건을 리뷰를 쓰는 것에 대해서는 리뷰를 쓰지 않겠다 라고 방침을 확실하게 바꾸었기 때문에 리뷰까지는 앞으로 한참(멀린 잡기전까지는...) 남지 않았나...싶습니다.


-이나후네 케이지가 캡콤을 퇴사한 이후에 처음으로 만드는 액션 게임이며 뭐 이론이나 반론의 여지없이 몬헌의 영향을 받은 물건입니다. 거대한 몬스터를 사냥한다는 개념이나 일본식 코옵의 개념은 사실상 몬헌이 거의 다 정립했다고 저는 봅니다. 실제 소울 새크리파이스에서 공물의 세팅과 몬스터들의 다양한 행동 패턴들, 각인을 이용한 커스터마이징(광역 힐링 서포터에서 초근접 공격형 세팅까지) 등등에서 몬헌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하게 몬헌형 게임의 하위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는 간단한 게임 플래이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몬헌의 게임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몬스터 패턴에 대한 게이머의 상황판단, 전술적인 대처를 요구합니다. 이 패턴에서는 어떻게하고, 저 패턴에서는 어떻게하고 등등 플레이어가 변화하는 몬스터의 패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몬헌과 '본질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고 할수 있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몬헌처럼 패턴에 따라서 상황 대처를 잘해야 한다는점은 몬헌과 비슷합니다만, 기존의 몬헌의 무기 개념이 '장비'의 개념이었다면, 소울 새크리파이스의 공물 개념은 '소모품'의 개념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투 중에 재보급이 용이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물이 모자라서 게임을 클리어하지 못하는 일이 수시로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러한 소모품 개념으로서의 공물은 게이머에게 있어서 '이 보스는 어떻게 공략을 할것인가?'에 대해서 사전에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듭니다. 즉, 몬헌의 전술적인 부분과 다르게, 사전에 공물 세팅을 통한 전략적인 전투에 초점을 맞추었다는겁니다. 그리고 최대 6개의 공물을 세팅해서 들고다닐 수 있다는 것은, 무기에 따라서 플레이 스타일이 고정되는 몬헌과 다르게 무궁무진한 커스터마이즈가 가능합니다. 버프 개념이라 할 수 있는 각인 개념 역시, 이러한 공물 사용과 플레이 스타일을 자유롭게 바꾸는데 도움을 주는 부분이구요.


-한가지 아쉬운 점은, 몬헌이 '일정 장비까지 맞추면, 수직상승으로 강해진다' 라는 개념이 아니라 '희생과 구제라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 차차 강해지는' 형태를 띄고 있다는 겁니다. 희생과 구제 라는 개념은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개념인데, 몬스터를 죽이고 몬스터를 희생할 것인가, 구제할 것인가를 계속해서 선택하게 만드는 겁니다. 희생을 하면 공물을 회복하며, 구제를 하면 체력을 회복합니다. 이를 반복해서 희생, 구제 레벨이 올라가면 그에 맞는 능력치(희생은 공격력, 구제는 체력/방어력)가 올라가죠. 문제는, 이 과정이 지극히 노가다라는 겁니다. 


물론 몬헌도 심각한 노가다 게임이었지만, 적어도 레벨업 요소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레벨업 요소를 집어넣은 것도 모자라서 물욕템까지(......) 게임에다 넣었습니다. 몬헌처럼 20분침~30분침 같이 긴 게임 템포가 아니라 5분~10분 내에 별다른 채집 작업없이 빠르고 깔끔하게 게임을 클리어하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노가다 요소와 물욕 요소를 좀 강하게 집어넣은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게임의 스토리텔링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정의를 위해 살인을 하는 집단 마법사들 이라던가, 욕망에 의해 뒤틀려지게 된 인간들인 마물이라던가, 게임은 어두운 설정과 이야기, 분위기를 잘 버무려내고 있습니다. 게임은 한 마법사의 일기를 통해서, 과거의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이야기에 있어서 분기가 있는데, 분기에 따라서 책의 어느 부분이 해금되고 어느 부분은 잠긴다는 점이나, 살아있는 책(리브롬)의 눈물로 책 안의 내용을 어느정도 바꿔서 쓸 수 있다는 점 등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독특한 방법론을 쓰고 있다는점도 높게 평가할만한 부분입니다.


-요약하자면, 몬헌과 비슷하지만 몬헌과는 또 다른 물건이며, 상당히 잘 뽑혀서 나왔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만한 작품입니다. 물론 아직 멀티도 못해보고, 많은 것을 못했지만 저는 지금으로서도 합격점 이상을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