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전 1부:[기획]마크로스 시리즈-1부:시리즈 전체적인 감상 포인트

980년대의 마크로스 시리즈가 처음 시작했을 때, 옛 70년대 80년대 로봇 애니들과는 다른 매력 요소들을 중심으로 많은 팬층을 확보하였습니다. 이 시기의 마크로스 시리즈-...라 해봤자, 원작 마크로스 TVA를 기초로 한 시리즈들이지만-는 이 시리즈의 전형적인 특징들을 확립하는 시기였고, 후대의 마크로스 시리즈들은 이 원작의 특징을 토대로 변화를 꽤하는 형식으로 애니들이 제작되었습니다. 이 시기만의 특징을 이야기 한다면, 애니메이션의 표현 기법을 벗어나서 드라마나 영화, 뮤직 비디오 등의 대중 매체적 표현 방식을 많이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일단은 각각의 80년대 마크로스 시리즈를 리뷰하면서 특징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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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신화에는 그 시작이 있습니다. 그러나 마크로스 시리즈의 첫 작품인 1982년 작, TV 애니메이션(총 36화)은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신화의 시작이라 할 수 없습니다. 물론 마크로스 시리즈의 전형적인 특징을 다 지니고 있지만, 그러한 요소들이 정돈이 되지 않아서 겉도는 듯한 느낌을 어느 정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즉, 마크로스 시리즈의 거의 중요한 요소들을 다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고, 나름의 독특한 매력 포인트들-삼각 관계, 대중 음악, 화려한 전투 등-을 가지고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원작만 본다면 마크로스 시리즈가 왜 그렇게 성공하였는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원작 TVA는 애니메이션 자체의 완성도는 나름 즐길 만한 수준이지만, 원작 TVA의 극장판,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에서 이러한 원작 TVA의 매력 요소들을 다시 재구축하여서 마크로스 세계관에 있어서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성공하였고, 이 덕분에 마크로스 시리즈가 근 30년 정도를 많은 팬들에게 사랑 받을수 있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입니다. 원작 TVA에 대해서 간단하게 평을 하자면, 시리즈의 정체성 구축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였다 정도로 평할 수 있겠습니다.

마크로스 시리즈 중에서 원작이 가지는 독특함은 바로 특유의 드라마성입니다. 카와모리 쇼지는 원작 마크로스에 대해서 '마크로스 사가에 있어서 TV드라마'라고 하였고, 실제로도 그런 특징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재밌는 점은 이러한 TV 드라마 성이 주요 3인물-민메이, 히카루, 미사-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에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클로디아와 포커의 연애, 글로벌 함장의 고뇌, 미리아와 막스의 갈등과 결혼(다만 그 과정이 좀 그랬지만), 시트콤에서 자주 볼 법한 오퍼레이터 3인방 등 주변인물들의 갈등과 사랑을 거의 드라마처럼 만들어버렸다는 것이 매우 독특한 점입니다.

마크로스 원작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사연이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처음에는 스튜디오 누에 측에서 원작 기획을 낼 때 단독으로 제작에 착수하지 못하자, 타츠노코 프로덕션의 제작, 빅웨스트의 지원을 받아서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이것이 후에 저작권 분쟁의 시발점이 됩니다.) 엄밀히 이야기해서, 처음에 마크로스는 그저 '거대한 전함이 있고 그 안은 사람이 살 정도로 크다.'라는 컨셉으로 출발하였고, 우리가 생각하는 마크로스의 전형적인 요소들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좀 진지한 로봇 메카물을 생각하고 만들려고 했는데,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연애드라마의 성격을 띈 메카물로 전향을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타츠노코 측에서는 페러디 개그 만화 측의 시나리오를 지지하고 나섰지만, 누에 측에서는 초기의 진지한 메카물을 지향하다 보니까, 일종의 타협책으로 연애드라마라는 노선을 선택한 것입니다.

또한 하청을 준 제작사(한국의 스타프로)와 원 스튜디오 누에 측의 작화의 현저한 질의 차이, 원 기획 단계에서 존재했던 감찰군이 예산으로 인해서 애니 내내 언급만 되고 나오지 않는 등의 스토리의 결함 등이 있었습니다. 시리즈의 구성 또한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매우 허술하여서 원 27화 완결인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완성시키기 위해서 초반 27화와는 이질적인 9화를 집어넣게 되어서 시리즈 전체적 완성도를 떨어뜨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작 마크로스는 과거 애니메이션과 다른 매력 포인트들로 애니메이션 팬들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후에 마크로스 시리즈의 집대성인 극장판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를 제작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원작 마크로스는 80년대 초반, 메카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과거 70년대 애니메이션까지 하더라도,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 드라마는 드라마, 영화는 영화 라는 일종의 연출 기법이나 스토리 구성 등에 있어서 장르의 경계선이 분명하게 있었습니다. 물론 애니메이션의 스토리 구조나 내용들을 드라마나 일반적인 TV 대중 장르에서 따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를 애니메이션의 컨셉 자체로 삼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원작 마크로스는 이러한 경계를 뛰어넘어서 드라마의 연출과 아이돌이라는 대중 음악적 소재를 적극적으로 기용함으로서 그 전의 애니메이션과 차별성을 부여하고, 또 나아가서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하나의 기점을 만들어내었습니다.

그러나 서론에서 말씀 드렸듯이 전설적인 시리즈의 시작으로 보기에는 그 완성도는 떨어지며, 위에서 지적한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완성도 자체는 떨어집니다. 실제로도 제작진들이 마크로스와 함께 여러 애니메이션의 제작을 병행하고, 또 중간에 만들다가 나가는 제작진도 있고, 새로 들어오는 제작진이 있는 등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마크로스를 제작하였기 때문에, 이를 아쉬워 한 많은 제작진들이 다시 모여서 지금까지의 마크로스 시리즈(일단은 F는 제외)를 통틀어서 가장 훌륭했던 마크로스인, 극장판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로 이어지게 됩니다.

덧.

또한 마크로스의 의의는 70년대 이후 애니메이션 계를 이끌 새로운 젊은 피들의 등장이라는 점도 있습니다. 제작진들은 지난 70년대 애니메이션을 이끌었던 주역들과 다른 신예들로 구성이 되었고, 가장 유명한 예로 카와모리 쇼지(메카닉, 콘티 담당), 안노 히데야키(작화 담당), 이타노 이치로(작화 담당) 등이 있습니다.

마크로스-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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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스의 전설은 여기서 시작하였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입니다. 일본 거품 경제의 절정에 이르렀을 당시의 작화, 짜임새 있는 연출, 감동적인 노래 등 84년도 처음 나왔을 당시에도 엄청난 작품이었고 지금 다시 봐도 훌륭한 작품으로, 또한 마크로스 시리즈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확립한 작품입니다.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의 엄청난 완성도를 토대로 마크로스 시리즈는 고정 팬층을 확보 할 수 있었고, 시리즈를 계속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의 가장 독특한 점은 바로 마크로스 사가 내부에 존재하는 영화라는 점입니다. 극장판이 제작된 배경은 서기 2031년 젠트라디 2차 봉기로 인해서 악화된 젠트라디 인과 인류와의 관계를 돌리기 위한 영화로써 제작 된 것입니다. 즉, 애니메이션 세계관 내부의 대중문화의 한 형태인 영화의 형식을 취하는 것인데, 이는 후에 카와모리 쇼지가 계속 주장하고 있는 마크로스 시리즈의 정체성, 즉 '마크로스 사가 내부에서 소비하기 위한 대중매체가 바로 마크로스 시리즈의 작품들이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됩니다. 특히 극장판은 마크로스 시리즈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원작자 카와모리 쇼지가 직접 감독을 맡은 첫 마크로스 시리즈로-원작에서 카와모리는 콘티 담당이었습니다. 원작자로 참여한 것은 이 시점부터입니다-, '이것이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마크로스다.'라는 것을 여지 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극장판은 애시당초부터 마크로스 사가 내에서 영화를 생각하고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에, 실제 영화적인 연출이나 표현 방식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연출이나 대사, 스토리 자체가 120분이라는 한도 내에서 짜임새있게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원작 마크로스 자체가 36화나 되는 긴 원작이었고, 또한 이미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마크로스 사가 내부에서 소비하기 위한 물건으로 설정이 된 만큼, 설정이나 스토리, 관계 등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할 수 없다는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제한된 상황에서는 짜임새 있는 표현이 불가능하다는 문제를 제작 당시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극장판은 엄청난 모험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원작에 나왔던 설정을 120분짜리 영화를 위해서 거의 뜯어 고쳐버린 것입니다. 원작 마크로스에서 나왔던 젠트라디의 적대 세력 감찰군을 젠트란디의 여성군인 멜트란디로 바꾸고, 젠트라디와 멜트란디의 컨셉을 원작과 완벽하게 다르게 설정, 그리고 마크로스 디자인부터 내부 풍경을 싸그리 교채, 심지어 케릭터의 만남과 배경 또한 완전히 뜯어 고치는 등, 영화판을 위해서 원작 마크로스를 뜯어 고쳐버린 것입니다.

물론 '현재까지' 나온 마크로스 사가에 의하면, 원작 마크로스가 사가의 정설이고, 극장판은 마크로스 사가 내에서는 영화를 위해서 역사적 사실을 재해석 했다고 봅니다. (솔직히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고, 여러 근거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는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추후에 설정을 다루는 파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극장판은 드라마 적인 측면에서 히카루, 민메이, 미사의 삼각구도를 중심으로 모든 인물의 갈등관계와 애정 관계를 정리하였기-정확한 표현으로는 '없애버렸기'- 때문에, 매우 간결하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심지어는 미사와 히카루가 폐허가 된 지구에 폴드한 장면, 처음 히카루와 민메이가 만나는 부분, 데이트 하는 부분 등 거의 연극적이라 봐도 좋을 만큼 세명의 연애와 갈등에 대해서 포커스를 맞추었기 때문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그 세명의 갈등, 심리묘사, 그리고 갈등의 해소를 표현하는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예를 들어 민메이가 뒤에서 히카루를 껴안았을 때, 커피 포트에서 넘치는 커피라던가-흘러 넘치는 감정-, 미사의 울던 뒷모습 등 전형적인 영화적 연출이지만 보는 사람에게 그감정이 전달 될 정도로 엄청난 연출력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연출력을 토대로 극장판은 마지막 민메이 어택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고, 그 과정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3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 드라마적인 측면에서 극장판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매우 마크로스적인, 또한 마크로스 자체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무리하게 마크로스 원작의 설정을 뜯어고쳤기 때문에, 극장판과 원작사이에 생기는 괴리감의 부담은 심합니다. 특히 원작에 대해서 전혀 설명이 없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잘못했다가는 이해불가능의 스토리를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설정과 이야기 구조를 알고 본다면 마크로스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은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며, 현존하는 마크로스 시리즈 최고의 작품이자, 애니메이션 사에 한획을 그은 작품이라 감히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입니다.

마크로스 FLASH BACK 2012(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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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마크로스 사가에는 들어가지는 않지만, 민메이의 노래- 천사의 그림물감 Part1(天使の絵の具 part1), SUNSET BEACH, 0-G LOVE 샤아파이롱(小白竜)(메들리풍), 실버문 레드문(シルバームーン レッドムーン), 사랑은 흐른다 part2(愛は流れる part2), 신데렐라(シンデレラ), 사랑.기억하나요(愛・おぼえていますか), 천사의 그림물감 part2(天使の絵の具 part2), 런너(ランナー)(후지와라 마코토/이이지마 마리 듀엣 버전), 이런 순서대로-를 토대로 만들어진 뮤직비디오입니다. 마크로스 원작과 극장판의 노래가 둘다 나오기 때문에, 영상원을 두가지 섞어쓰고 있는데, 이거 덕분에 좀 미묘한 분위기를 내지만-특히 원작 작화가 안좋은 부분과 극장판이 같이 나와서 미묘합니다;;-, 원작과 극장판 둘다 보신 분이라면 보셔도 후회는 안하는 작품입니다.

재밌는 점은 이게 2012년 대형 이주선단 메가로드 1호 출발시, 민메이 고별 콘서트를 하면서 민메이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잘보면 히카루하고 미사도 다 나옵니다. 그것도 극장판으로. 그런데, 나오는 영상은 극장판+원작이라는 점은 사람들을 충분히 햇갈리게 하는데, 아직 마크로스 사가에 있어서 스토리와 설정이 잔뜩 꼬이지 않았으므로 이정도 햇갈리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다음회에는 마크로스 7 시리즈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