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일단 이번 글은 경어를 쓰지 않겠습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고 추측입니다. 확실한 것은 이번 달 PC 게이머가 나오거나 벨브의 공식성명 발표 전까지는 알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일단, 오늘 있었던 청천벽력과도 같은 L4D2 발매 소식에 대한 흥분(이라기 보다는 분노)을 가라앉혀보자. 아까 그 소식을 접하고 나서 그 느낌을 포스팅으로 옮기기는 하였으나(수업 쉬는 시간에 뉴스를 보고 포스팅한 것이니...), 나중에 집에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까 묘하게 거슬리고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이 포스팅은 그러한 이번 L4D2 사태(?)에 대한 미심쩍은 부분을 짚어보고, 과연 벨브가 진정으로 2편을 내려는 것인지, 아니면 대규모 DLC에 대한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인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1. 1편 발매 1년 후에 2편 발매?

L4D는 작년 경에 발매되었다. 그런데, L4D2는 올해 11월 17일에 발매 예정이다. 잘 생각해보자. 아무리 대단히 성공한 게임이라도 게임이 성공했는지를 계산하고, 후속작을 기획한 후에 개발까지 대략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일례로 바이오쇼크 2나 콜 오브 듀티:모던 워페어 2를 보라. 특히 바이오쇼크 2 같은 경우에는 1편 제작 당시에 애시당초부터 2편의 계획이 존재하지 않았던 상태였다. 즉, 요즘 게임 개발에서 1편의 상업적&평론적 성공 이후 기획 및 게임 제작하는데 까지는 짧게 잡아도 2년 전후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반문도 가능하다. 애시당초부터 1편을 만들었을 때 2편까지의 기획 및 제작이 어느 정도 끝나있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11월달, 즉 L4D 발매 이후 근 1년 뒤에 게임을 개발 완성해서 발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주장에서 한 가지 간과한 점이 있다면, 벨브가 L4D를 출시하기 전부터 L4D 2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도, 계획조차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2편이 나온다고 하려면, 적어도 1편의 상업적 성공을 게임 발매 전부터 예측을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어떤 게임이든 간에 후속작을 만들려면 전작의 성공과 후속작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아니면, 원작을 만들 때부터 원작의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키고 후속작을 팔아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L4D가 내세운 것은 후속작이 아닌 DLC와 컨텐츠의 보강으로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그런데 이제 와서 후속작(?)으로 보답하겠다는 것은 뭔가 모순되지 않는가?

게다가 이는 벨브의 게임 개발 속도에 비추어 보았을 때도 이상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벨브는 게임 개발사가 아니다.(실제 L4D의 게임 개발사는 벨브가 인수한 터틀록 스튜디오) 그러나 전통적으로 벨브가 유통한 게임들의 완성도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높고, 제작기간도 타 제작사들에 비해서 긴 편에 속한다. 하프라이프 2, TF2, L4D 등등 이들이 게임을 개발하는데 걸린 시간은 평균 2~4년 정도이니 말 다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벨브가 1년만에 신작을 들고 나왔다. 게다가 그 신작이라는 것이 자기들이 컨텐츠 보강이라는 컨셉으로 들고 나온 게임의 후속작이다. 반발심이 생기는 것은 둘째 치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 않는가?

2.'새로운(New)'과 '후속편(Sequel)'이란 단어의 강조?

게임의 설명 및 공식 뉴스(http://store.steampowered.com/news/2552/)를 살펴보자. 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케릭터, 새로운 시나리오, 새로운 AI 디렉터 등등....거의 대부분의 단어에 새로운(new)라는 단어를 붙이고 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Sequel, 즉 후속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L4D 2는 L4D의 후속작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지금 위에서 언급한대로, 게임이 나온 지 6개월 남짓한 상황에서 후속작에 대한 정보와 트레일러가 발표되었다. 그렇다면 기존의 팬들은 전작 L4D의 처우에 대해서 궁금해질 것이다. "그럼 L4D는? 난 ㅅㅂ, $50 정가주고 샀다고!"

여기서 벨브는 철저하게 L4D와 L4D 2 사이의 관계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어째서? 만약 벨브가 이걸 진짜 독립된 패키지로 팔 생각이라면, 어차피 그 사실은 알려진다. 그러나 현재 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케릭터, 새로운 시나리오 등등의 새로운 것만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이러한 새로운 것들에 대한 설명은 엄청나게 디테일해서, 게임 발매를 진짜 코앞에 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게 도대체 L4D와 무슨 관계인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Sequel이라고 명시해놓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IGN에 올라온 트레일러를 보라. 많은 부분이 추가되고 새로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의 기본 컨셉이나 그래픽적인 부분은 바뀐 것이 거의 없다. 심지어 1편과 그래픽적으로 거의 유사한 바이오쇼크2 조차도 게임 플레이 영상을 보면 "아 이건 1편과 구분되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지만, L4D 2는 "재미는 있을거 같은데...이게 전작하고 그렇게 차이가 나나?"라는 느낌이다.

차라리, 다른 제품을 내려고 했었다면, "L4D, The Survival Pack" 이런 식의 부제를 붙이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L4D와 비슷한 느낌을 내면서 L4D의 평행선상에 있는 다른 작품이란 것을 강조하게 될 것이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L4D는 굳이 '후속작'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을 고집하고 있다. 마치 '논쟁'을 조장하려는 것처럼.

3.벨브의 노이즈 마케팅

벨브의 마케팅은 대단히 유명하다. 특히 벨브의 노이즈 마케팅은 어떠한 의미에서는 업계 최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이번 TF2 스나이퍼 업데이트를 보자. 원래 벨브의 '계획'대로라면 이번 5월말 업데이트는 스나이퍼의 단독 업데이트였고, 5월 셋째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업데이트 내용을 하루에 하나씩 공개하였다. 그 중, Day-3에서는 스나이퍼가 스파이로부터 자신의 등짝을 보호하는 아이템을 공개하였고, 등짝을 보호하는 아이템에 감전되어 죽은 스파이가 스나이퍼 뒤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러나 그 날, 벨브의 공식 포럼에서 "Meet The Spy"의 영상이 '유출'된다. 이로써 사람들은 'Meet The Spy 영상이 유출되다니, 이번 업데이트는 스나이퍼 차례잖아'라고 하면서 수근거렸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Day-4에서 공개된 업데이트는 스나이퍼가 아닌 스파이의 업데이트였고, Day-3에서 널부러진 시체는 사실 스파이의 아이템 "Dead Ringer"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더미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은 5월 업데이트는 스파이와 스나이퍼의 동시 업데이트로 마무리되었고, Meet The Spy의 영상 유출은 사실 벨브의 자작극으로 밝혀지면서 소동은 막을 내린다.

이런 식의 노이즈 마케팅에 능한 벨브니, 자연스럽게 이번에 공개한 L4D 2에 대한 이야기도 신뢰가 안간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수상쩍은 부분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벨브는 뭔가 L4D 2에 대해서 숨기고 있는 사실(혹은 왜곡하고 있는 사실)이 있으리라 짐작이 된다.

사실 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바로 뉴스의 거의 끝부분에 있다(http://store.steampowered.com/news/2552/). 여기서 벨브 마케팅 담당자가 나와서 "작년의 L4D는 250만불 가량을 들여서 홍보했다. 우리는 작년보다 더 성대한 마케팅 잔치를 벌일 것이다"라고 하는데...보통 게임 후속작 만들면, "우린 전작을 즐긴 여러분들을 위해서 성심 성의것 게임을 만들겠습니다."라고 하지, "우리는 작년보다 더 멋지고 큰 마케팅 돈잔치 벌일 것입니다"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 부분도 심히 걸린다고 할 수 있다.

"근데 그런 노이즈 마케팅하고 다르게 언론에 직접적으로 공개한 것이니 이에 대해서 숨기거나 왜곡하는 것이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이 놈들은 4월 1일 만우절날 TF2 스나이퍼 업데이트 날짜하고 업데이트 내용을 공개하고는 뻥이라고 주장하는 놈들이다. 뭘 기대하시는가?






지금까지 L4D 2의 공개된 정보에서 이상한 부분들을 짚어보았다. 사실, 나만의 기우일 수도 있지만, 이번 L4D 2에서 공개된 정보는 거의 대부분 논쟁을 일으키기 위해서 공개된 정보인 듯한 느낌이다. 특히 '후속작'이란 이야기는 앞뒤 사정을 살펴보았을 때 대단히 걸리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이것이 후속작이든, 아니면 후속작이 아닌 L4D 컨텐츠 업데이트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든 간에, 벨브는 지금 게임계의 역사의 한 장을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확실한 것은 곧 나올 PC 게이머 6월호가 나와야 알게 될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