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괭이갈매기 울 적에'의 원작자인 용기가09의 전작 '쓰르라미 울 적에'를 대단히 높게 평가합니다. 사실상 '쓰르라미 울 적에'라는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서, 컨셉 하나는 대단했기 때문입니다. 괴현상이 발생하는 마을 히나미자와, 이제 막 전학 온 외부인 케이이치, 그리고 좋은 친구들이지만 어딘가 엇나가거나 나사가 나간 친구들...쓰르라미 울 적에는 '문제편'과 '해답편'을 나누어 놓고, '문제편'에서 일어났던 괴 사건과 참극의 배경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를 '해답편'에서 풀어냅니다. 그렇기에 공포물로서의 완성도가 뛰어난 부분은 전반부 문제편 3개입니다.(나머지 문제편은 번외편)
쓰르라미 울 적에 의 공포는 일상이 비일상으로 바뀌는 부분이 대단히 매끄럽게 진행되고, 에피소드의 후반으로 갈 수록 일상과 비일상 사이의 대비가 훌륭하게 드러납니다. 하지만,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거기서 일어난 사건들이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거죠. 첫 에피소드인 오니카쿠시 편을 봅시다. 케이이치가 자기 친구들을 몰살하고, 마지막에는 자기 목을 쥐어뜯으면서 자살하는 것으로 끝나는 이 에피소드는 에피소드 이야기 자체만으로는 의문점이 많습니다. 과연 친구들이 케이이치를 죽이려 했을까? 케이이치는 왜 마지막에 자기 목을 쥐어뜯으면서 죽었을까? 케이이치가 오기 전에 있었던 남학생은 어떻게 됐지?
이런 식으로 끝을 내면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을 잔뜩 남겨둔 체로 각 에피소드를 끝냅니다. 마치 '이 마을에는 무엇이 있다'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이죠. 또한 이러한 엔딩은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났다, 혹은 케이이치가 진짜로 친구들에게 죽을 위험에 처해있다, 혹은 케이이치가 혼자 망상에 빠져 날뛴 것이다 등의 다양한 해석을 꺼낼 수 있습니다. 실상 이러한 여운을 주는(?) 엔딩은 사람으로 하여금 감상한 뒤에 찝찝하고 기분 나쁜 느낌을 계속 받게 만드는데, 이런 의미에서는 공포물로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해답편 등을 통해 드러난 실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이유가 뭐랄까...너무 '범 우주적'이기 때문에(.......) 좀 실망한 감이 없지않아 있었습니다.
이번작 '괭이 갈매기 울 적에'도 컨셉 자체로는 전작과 비슷합니다. 도대체 여기서 뭔 일이 일어났는가를 알 수 없게 꼬아버린 점에서는 말이죠. 다만 '과연 마녀가 모두를 죽인걸까, 아니면 인간이 다 죽인걸까?'라는 컨셉에서 시작한 작품에 대해 저는 일단 시도는 대단히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건이 일어난 이틀만에 18명 중에서 절반이상을 머리를 뭉게뜨려 죽이고, 밀실살인하고, 불태워 죽여버린다면 이건 마녀 짓이지 어떻게 인간 짓이겠습니까?(.......) 다만 애처로운건 주인공 일행들. '이건 마녀의 짓이 아니야, 인간의 짓이다'를 끊임없이 주장하는데, 그냥 솔직하게 받아들이면 편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사실, 원작이 코미케에서 나온 비주얼 노벨이기 때문에, 원작을 하지 않는한에는 이에 대해서 더이상 뭐라 평가하는 것은 힘듭니다. 하지만, 이미 설정 네타를 다 당한 상태에서 한번 평가를 하자면, 너무 초자연적인 부분, 아니 범우주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느낌. '무한히 죽이는 능력'(이 무슨 중2병스런 설정인지;)과 '마지막 날 모두가 살아난다'가 결합한다면....결과는 뻔하군요.
그래도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떻게 끝을 낼 것인가? 라는 부분에서는 계속 궁금증이 생기기 때문에, 원작 비주얼 노벨을 해볼 생각입니다. 호러물에 있어서 시도 자체는 대단히 좋았다는 느낌은 몇번 없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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