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게임의 발전과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게임의 등장 이후로 끊임없이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과연 모바일 게임이 '재미있냐'는 것이었다. 모바일 게임이 게임 문화의 거대한 축을 담당하는 이 시점에서조차 모바일 게임을 콘솔이나pc 게임 같은 전통적인 게임의 재미 담론에 등치 시켜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모바일 게임과 기존 게임을 동일한 기준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둘은 게임이라는 거대한 카테고리에 묶이긴 하지만, 게임 플레이 양태나 재미의 요소, 재화소비 구조, 배급 구조 등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명일방주는 타워 디펜스 기반의 모바일 게임이자 소위 분재 게임, 혹은 코레 게임으로 불리는 게임이다. 계보학적으로 올라간다면, 명일방주는 일본의 전함 의인화 게임인 칸코레까지 올라갈 것이다. 수집Collection의 일본식 발음인 코레에함선의 함(칸)을 조합하여 만들어진 조어인 칸코레는 미소녀로 의인화된 함선들을 모으는 것이 주 목표인 케릭터 수집형게임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코레류의 게임이 당시 태동하던 가챠게임과는 다소 다른 흐름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자원의수집, 인게임 자원으로 진행되는 가챠, 싱글 플레이로만 구성된 콘텐츠 등등은 이러한 코레류 장르 게임의 태동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여기에 중국 출신 개발팀인 미카팀이 만든 소녀전선이 등장하면서 코레류 게임은 장르적 성숙을 이루게 된다. 칸코레가 장르적 태동을 이루었어도 플레이어가 게임 플레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게임으로써의 완성도가 떨어졌다면, 소녀전선은 육성과 역할의 구분, 조작 요소, 자원 수집과 배분 등의 요소 등등에서 '플레이어가 전략적 측면과 전술적 측면 양측을 통제할 수 있는' 게임이 등장한 것이다. 소녀전선의 등장은 코레류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꾸었고, 흥미로운 점은 명일방주는 소녀전선의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되었다는 것이다:명일방주의 디렉터 해묘는 소녀전선의개발에 참여한 이력이 있고, 해묘와 소녀전선 디렉터 우중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 UI/UX의 구성 뿐만 아니라 아트 스타일, 스토리 등에 있어서 명일방주와 소녀전선이 많은 부분 유사한 부분이 있다. 물론 이 둘은 동일하진 않지만, 비슷한취향의 제작자들이 서로 다른 길을 걸은, 말하자면 친척과도 같은 관계라 할 수 있다.
명일방주의 기본 장르는 타워 디펜스이다. 방어 해야하는 전술 포인트가 있고, 적들은 정해진 경로를 따라서 전술 포인트로 이동한다. 플레이어는 이 전술 포인트로 이동하는 적들을 타워에 대응되는 오퍼레이터를 배치해서 막아내야 한다. 오퍼레이터는 정예화, 레벨 업, 스킬 레벨업, 모듈 강화 등의 다양한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강해진다.
하지만 전통적인 타워 디펜스와 비교한다면 명일방주의 게임 플레이는 독특한 부분이 있다. 타워 디펜스의 태동기(워크나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 모드 시절)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적들이 강해지고 플레이어는 적들을 죽여서 얻는 자원을바탕으로 타워를 업그레이드 하는 방법을 취했다. 하지만 명일방주는 오퍼레이터가 이러한 업그레이드 구조를 취하지 않는다. 이벤트나 스토리 콘탠츠 초반에는 한번 배치 후 한꺼번에 모이는 초크 포인트에서 적들을 압살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이러한 다양한 변수들(제한된 배치 인원, 인원대비 늘어난 물량, 기믹이 추가, 배치 순서에 따른어그로 공식 등등)이 추가되어 게임을 뒤흔든다.
명일방주가 타워 디펜스 장르로 갖는 독특함은 배치 - 퇴각 - 재배치의 구조다. 플레이어가 배치할 수 있는 오퍼레이터는최대 10명 정도고, 난이도가 올라갈 수록 한 위치의 오퍼레이터가 방어할 수 있는 패턴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적재적소에 오퍼레이터를 배치하고 퇴각하여 새 인원을 배치할 여분을 마련하는 것이 명일방주 게임 플레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게임 내에는 퇴각 재배치에 방점을 찍은 오퍼레이터 군(처형자나 상인 같은)도 있고, 배치할 수 있는 발판을 없애서 오퍼레이터를 강제 퇴각시키는 보스도 있다.
이러한 독특함은 게임 스테이지 설계 철학의 근본이 된다. 명일방주는 주기적으로 오퍼레이터와 새로운 기믹의 스테이지를 푸는 이벤트를 개최하는데, 여기서 개최되는 이벤트들의 기믹들이 일반적인 타워 디펜스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함을보여준다. 예를 들어 현재 시점(22년 12월)에서 진행 중인 링거링 에코즈의 기본 기믹의 경우, 플레이어가 석상에 닿으면 sp를 정상적으로 회복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sp 회복 속도가 느려진다. 레이저는 일방향이지만 오퍼레이터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반사되는데, 이것을 이용해서 오퍼레이터를 배치해야하는 위치에 레이저를 반사시키는 등의 전략적인 사고를 필요로 한다. 또한 이 기믹을 베이스로 적들도 기믹과 상호작용하게 되는데, 레이저를 맞고 있는 적들의 경우엔 방어력이 저하되거나 적이 갖고 있는 특수 능력이 무효화된다. 이러한 새로운 기믹들이 매 이벤트마다 풀리고, 대형 이벤트의경우 위기협약이라는 고난이도 이벤트에서 재활용된다.
이러한 기믹들은 명일방주 콘텐츠 설계 철학인 '4성과 배포 5성, 거기에 친구의 6성 오퍼레이터들으로 클리어 가능하게콘탠츠를 구성할 것'과 맞물리면서 낮은 입문 장벽과 깊이 있는 게임을 만든다. 명일방주에서 최고 등급의 오퍼레이터들은 6성이고, 이들의 성능은 분명하게 좋다. 6성은 기본 스펙과 오퍼레이터 스킬이 갖고 있는 능력, 전반적으로 오퍼레이터 덱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시너지 능력 등등까지 다양한 이점이 있다. 그에 비해 4성이나 배포 5성은 6성의 마이너한, 혹은 나사빠진 버전이다.
하지만 기믹을 이해하고 각각의 오퍼레이터를 배치할 수 있다면 4성과 배포 5성만으로 대부분의 기믹은 파훼 가능하다. 즉, 6성이 게임 플레이를 쉽게 만들어주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게임을 클리어하는데 있어서 '최소 스펙'인 것이 아닌 것이다. 6성이 주는 이점은 4성, 5성 오퍼들 여럿이 분담하여 하는 기믹 처리를 한명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오퍼레이터 덱 압축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뒤집어서 이야기한다면 '기믹을 제대로 이해못하고, 배치 타이밍을 못잡으면 6성도 존재의의가 없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명일방주의 게임 난이도 문제는 '지능의 문제'라고 자조하는 풍조가 있다. 그도 그럴것이 기믹을 제대로 이해하고 배치 타이밍을 안다면 최대 배치 인원 9명 중 3~4명, 극단적으로는 오퍼 한 명만쓰고도 클리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스테이지의 기믹과 그 기믹을 파훼하기 위해서 내가 갖고 있는 오퍼 풀이 무엇이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 게임을 하면 플레이어가 실제 클리어 가능한 오퍼 풀을 들고 있음에도 클리어하지 못해서 쩔쩔 매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물론 일반적인 스토리 콘텐츠를 미는데는 그렇게까지 깊이있는 전략과 고찰이 필요하진 않다. 하지만 하드 모드나 위기협약 같은 모드에서는 한계에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게임 플레이가 자주 있고, 이런 부분들이 명일방주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그리고 명일방주의 가챠 시스템은 나름 합리적이다. 물론 원하는 오퍼레이터를 원하는데 뽑지 못하게 하고 예상 비용을산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챠 시스템 자체가 과연 합리적인가, 라는 본질적인 질문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모바일 게임의 가챠 시스템의 범주 내에서 본다면 명일방주의 가챠 시스템은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한계돌파(똑같은 케릭터를 여러번 뽑아서 강화하는 것)가 필수적이지 않고, 위에서 언급한 '오버 파워 케릭터 하나 둘로 모든걸 해결하는게 아니라 적재 적소에 오퍼레이터를 배치하는 것'이 핵심인 게임이다 보니 6성을 적당히 걸러서 뽑을 수 있다. 거기에 한국에서는 본섭인 중국 서버와 6개월 정도의 텀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바일 게임 플레이어들이 부르는 '미래시'(미래 케릭터의 성능을 미리 파악하는 것)의 존재 때문에 모바일 가챠 게임 치고는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하다.
명일방주는 모바일 게임은 물론 운영형 게임이나 타워 디펜스 게임 장르 전반으로 넓게 넓혀서 보더라도 훌륭한 게임이다. 복잡한 조작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플레이어가 생각하고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점, 배치 - 퇴각 - 재배치를 통해서 타워 디펜스의 장르 공식을 다르게 재해석 한 점, 그리고 게임 콘텐츠 설계 철학과 시스템 구성을 통해서 플레이어의 숙련도를 게임의 우선순위로 둔 점이 명일방주의 훌륭한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명일방주는 게임을 먼저 세우고, 그 위에 BM 을 올려놓은 게임이라 할 수 있는데, 많은 모바일 게임들이 BM이 성립하고 나서 그 위에 게임을 올려놓는 경우가 많은걸생각한다면 게임으로 완성도가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명일방주는 돈을 쓰는 것이 아깝지 않은 모바일 게임이다. 물론 패키지 게임 마냥 이 게임을 아무에게추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 게임의 특성상 기본적으로 엄청난 시간을 장기간으로 잡아먹고, 가챠 등의 요소 때문에 내가 원하는 오퍼를 뽑으면서 플레이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재미를 붙인다면 기분 나빠질 일 없이 재밌게 오랫동안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