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초창기 게임 매거진 칼럼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당신은 이 글을 당신의 어깨 뒤에서 읽고 있습니까? 라는 글이 있었다. 이 칼럼에서 필자는 당시 맥스 페인 등의 3인칭 슈터 게임들의 카메라 시점에 대해서 다루는 칼럼이었다. 3인칭 시점이라는 개념 자체는 게임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은 아닌데, 소설에서는 3인칭 관찰자 시점이라는 용어가 있었고 영화는 프레임을 잡는 카메라가 인물의 시점에서는 떨어져있는 제 3의 위치에 배치되었다. 여기서 제 3의 위치란, 실제로 그 사건을 경험하는 자신(1인칭)과 그 당사자(2인칭)과는 다른 제 3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이 3인칭 시점을 많이 사용한 데에는 몇몇 이유가 있겠지만, 대중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게임의 레벨디자인과 영화적 스펙타클 양쪽 모두를 고려한 결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에서 총을 쏘는 경험과 레벨 디자인을 하는 경험 양쪽 모두를 충족시키는 것은 외부의 환경을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하는 3인칭 시점이다. 또한 영화적 스펙타클을 즐기기 위한 구도로써 영화와 비슷한 시점을 적용하는 이유도 있다. 초창기 게임들이 외부의 고정되어있는 곳에 카메라를 고정시켜놓고 전체 미장센과 스테이지 구도를 보여주는 형태가 많았지만(예를 들어, 타임 코만도라던가), 언차티드 같이 연출 기법이 발달하고 슈팅 매카니즘과 레벨 디자인, 그리고 몰입감을 살리기 위해 3인칭 시점이라도 케릭터의 어깨 뒤에 딱 달라붙는 숄더뷰 방식이 흥하고 있다.


하지만 헬블레이드는 독특하게도 2인칭 관찰자 시점을 적용한다. 물론 게임 기법상으로는 3인칭 시점과 그에 걸맞는 카메라 워크를 사용하고 있으나, 본질적으로 헬블레이드는 2인칭 관찰자 시점이며, 플레이어의 시선은 세누아의 동반자인 '게임 내의 인물'로 그려진다. 물론 게이머는 게임 내에 실존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세누아의 머릿속에 있는 환상이자 세누아와 동일한 인지 세계를 일부로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2인칭 관찰자 시점은 헬블레이드의 분위기를 보다 다채롭게 만들어주는데, 세누아가 때로는 게이머의 존재를 '인지'하기 때문이다. 카메라와 스크린 너머의 인물에게 종종 공허한 눈길로 눈을 맞추는 세누아의 모습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름끼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이러한 헬블레이드의 특징은 게임을 보다 더 고통스럽게 만든다. 데드 스페이스나 이블 위딘에서 죽음은 하나의 스펙타클로 소비된다. 그러나 헬블레이드에서 세누아의 고통과 믿음은 게이머의 것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3인칭 액션 게임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제작자들은 이들을 여행의 참가자로 포함하여 고통을 받는 당사자는 아니되 그 고통을 가장 가까이서 이해할 수 있는 위치를 만든다. 그리고 게이머가 세누아를 조작하는 행위는 게이머가 직간접적으로 이 여정에 동참하고 있다는 인상응 부여하는데, 이러한 헬블레이드의 특징은 여타 소설이나 영화라는 대중매체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것으로 만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