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격투 게임 장르에는 모든 사람들이 속기 쉽고 화려한 함정이 하나 있다:격투게임의 핵심은 상대를 화려하게 농락하는 콤보에 있지 않다. 많은 유튜브 영상들이 격투 게임의 화려한 액션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플레이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공격과 방어의 벨런스이다. 스파 서드에서 유명했던 실낱같은 체력으로 저스틴의 봉익선을 모두 블로킹 후 게임을 역전시킨 우메하라 다이고의 일발 역전극은 초필살기인 봉익선을 '블로킹'하는 기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실제 이 역전극이 놀라운 부분은 실낱같은 체력에도 불구하고 블로킹을 실수 없이 해냈다는 점, 그리고 봉익선의 마지막 공격을 공중에서 블로킹 했다는 점이다. 우메하라 다이고는 봉익선을 블록하는 시점에서 저스틴을 일발 역전할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그것을 완벽하게 성공함으로써 전설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격투 게임에는 다른 게임에는 찾아볼 수 없는 고유한 문법이 있다:공격의 판정을 상/중/하단으로 구분하고, 가드 방식을 서서 가드/앉아 가드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이 가드 스탠스와 공격 판정에 따라서 방어하는 상대가 앉아서 방어할지, 서서 방어할지를 결정하는 격투 게임 특유의 이지선다 심리전이 성립하게 된다. 이것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는가가 바로 격투 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격투 게임의 핵심은 자신의 케릭터를 이해하고, 상대의 케릭터를 이해하는 것, 그리고 그들이 어떤 판단을 하는지를 살펴보고 더 나은 선택을 해나가며 상대를 압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격투게임은 사람을 속이기 쉬운 장르라 할 수 있다:게임에서 가장 화려한 부분은 콤보라는 공격을 얼마나 길게 이어나가는가, 라는 부분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의 봉익선 블로킹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진정으로 플레이어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초필살기를 모두 블로킹하는 기교적인 부분이 아닌(물론 그것이 어느정도 전제되긴 해야겠지만) 아니라 상대의 수를 읽고 공중에서 공격을 블로킹하고 게임을 끝내는 판단력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게임을 이해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왜 저것이 의미가 있는지, 어째서 봉익선을 블로킹하지 않고 공중에서 블로킹을 했는지 등의 판단에 대한 행위들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본인, 그리고 게임을 이미 경험해본 사람들 이외의 초보들에게는 쉽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즉, 격투 게임의 핵심은 보이지 않는 부분에 있다. 그리고 초보가 오래도록 게임을 붙잡게 만들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가시화 시켜 게임을 이해시키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네더렐름은 격투게임 플레이의 가시화와 콘텐츠의 조화에 대해서 심도 있는 고민을 한 제작사라 할 수 있다:이미 네더렐름은 모탈컴벳 X에서 일간/주간으로 갱신되는 타워 컨텐츠를 선보인적이 있다. 흥미롭게도, 이 타워 컨텐츠들은 기존 격투게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스테이지 자체가 기울어서 점프 이동 자체가 기존의 스테이지와 다른 느낌으로 행해진다던가 주기적으로 필살기 게이지를 올려주는 아이템이 스테이지에 떨어진다던가 등의 공정한 대결보다는 플레이어가 좀 더 케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모드들이 등장하였다. 하지만, 인저스티스 2는 이보다 더 나아간다:게임은 파밍 개념과 장비에 따른 능력치 강화 개념을 도입하고, 여기에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콘텐츠인 멀티버스를 만들었다. 모탈컴벳 X 의 타워 컨텐츠 보다도 더 다양한 상황이 등장하는 인저스티스 2는 전통적인 격투게임으로써는 이질적인 물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멀티버스의 다양한 상황들(주기적으로 떨어지는 미사일이나 벼락, 가드 불가능한 바닥 충격, 콤보가 이어지지 않는다던가 등의 패널티 등)은 격투 게임 입문자들에게 게임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많은 초보자들이 콤보나 화려한 공격에 매료되서 게임을 성급하고 공격적으로 진행한다면, 멀티버스의 이러한 게임 플레이들은 게임의 템포를 한 박자 늦춰주기 때문이다. 미사일이 날아오는 타이밍을 재면서, 플레이어는 앉아서 가드를 굳히며 다음 수를 생각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렇게 스스로 생각함으로써 게임을 급하게 플레이하기 보다는 좀더 여유를 갖고 운영하는 것을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인저스티스 2의 멀티버스 콘텐츠는 격투 게임의 화려한 함정을 피해갔다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