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기어즈 오브 워 3 리뷰를 참조해서 봐주시길 바랍니다. (http://leviathan.tistory.com/1474)


매스 이펙트 3, 데드 스페이스 3, 헤일로 3 등등...2011년 전후로 수많은 게임들이 3부작으로 사이클을 완성하였다. 이 사이클은 단순하게 한 프랜차이즈의 3부작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011년 전후로 수많은 프랜차이즈가 종결되었던 것은 게임에 있어서 흐름(게임 플레이 방식, 개발 방식이나 소비자들의 문화 등)이 완결되었던 것을 의미하였다. 그로 인해 3부작의 종결은 게이머와 제작자 모두에게 많은 생각거리와 숙제를 남겨주었고, 그 후로 4년이 지났다. 수많은 제작사들은 5년간 다양한 실험을 했었고, 그 실험들로부터 성공과 실패를 거두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과거 3부작으로 마무리 지었던 프랜차이즈들의 새롭게 시작하고자 준비하고 있다(몇몇은 이미 시작하기도 하였다:헤일로 계승자 3부작을 보라) 그 의미는 이제 실험은 끝나고 게임 프랜차이즈의 흐름에 새로운 장이 시작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지금은 그런 의미에서 게임 업계에 있어서 흥미로운 시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어즈 오브 워 4는 그러한 흐름에서 아주 벗어난것 처럼 보인다:게임은 이전 3부작과 달라진 것이 없고, 3편의 리뷰를 인용해서 그대로 다시 리뷰를 풀어내도 될 정도다. 물론 호드 모드 등에서 많은 변화가 생기기는 했지만, 기어즈 오브 워 4의 본질은 전적으로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의 좋은 점들을 현세대에 맞게 재해석 해서 배치하는 쪽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기어즈 오브 워 4는 게임의 완급이나 기존 시리즈의 본질을 훌륭하게 재현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만한 작품이고, 호드 모드의 변화는 게임을 오래 즐기게 만들고 있다. 2016년이라는 이 시기에 기어즈 오브 워 4는 다른 프랜차이즈들과 다르게 너무 구태의연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겠지만, 10년 전에 처음 나왔던 1편의 미덕이 여전히 2016년에도 통용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게임이기도 하다. 


엄폐형 3인칭 슈터의 시조라고 불리던 기어즈 오브 워 1편은 지난 10년간 수많은 엄폐형 3인칭 슈터 게임붐을 일으키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기어즈 오브 워가 게임 플레이 시스템적으로 갖는 입지는 점점 더 줄어들게 되었다.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의 본질은 엄페하고 쏘고 죽이고, 다음으로 넘어가서 다시 엄폐하고 쏘고 죽이고를 반복하는 단순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어즈 오브 워 4는 또다시 엄폐하고 쏘고 죽이는 게임을 만들었는데, 이것만 놓고 보았을 때는 전혀 발전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게임 시리즈가 무려 '10년' 동안 장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10년간 수많은 게임들이 흥하고 망하고를 반복하였지만,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는 정말이지 지독하게도 크게 변하지 않는 게임 프랜차이즈였다. 이 부분을 이해해야만 기어즈 오브 워 4가 어째서 변화하지 않는지, 그리고 앞으로 나올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 역시 크게 변하지 않을거란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 리뷰에서도 쓴 적이 있지만, 전기톱 달린 랜서 기관총의 존재는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를 관통하는 핵심이다:게임이 폭력을 다루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처럼 폭력의 과잉과 고어의 미학에 집중하여 게임을 전개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랜서의 전기톱에 갈려서 선혈과 고깃덩어리로 분해되는 적들과 머리가 터져나갈 때 나는 축축하고 불쾌하지만 시원하게 터저나는 소리들, 끈적하고 불쾌한 적들의 디자인들과 그것을 짓밟을 때의 쾌감 등등 게임은 전적으로 B급 영화 특유의 고어나 바보스럽고 과장된 액션묘사를 인용하여 게임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기어즈 오브 워는 B급 영화의 단순함과 쾌감을 거대 자본과 예산을 들여서 포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빠른 재장전이나 단순하지만 개성넘치는 무기들, 맵의 구성 등에서도 이러한 표현 양식이 돋보이게끔 구성을 하고 있다.


헤일로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는 상당히 흥미로운 대칭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헤일로가 강력한 초인 병사라는 모티브를 구현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뒤트는데 반해서, 기어즈 오브 워는 전적으로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고 몇몇 곁가지만 추가하는 보수적인 방향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본다면 기어즈 오브 워가 기반을 두고 있는 컨셉 자체가 너무 공고하고 강렬하기 때문에, 무언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통용되는 미덕이 있기에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와 4편은 똑같은 내용의 게임을 점점 더 날카롭게 다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기어즈 오브 워 4는 그러한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의 장점을 그대로 들고 온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에픽 게임즈가 피플 캔 플라이와 함께 만들었던 저지먼트가 어중간한 평가를 받는 동안, 신생 제작사인 콜리션이 만든 4편은 그에 비해서 더욱 좋은 평가를 듣는다는 점이다. 이는 기어즈 오브 워 4의 게임 플레이 묘사 자체에서 오는 차이라고 할 수 있다:기어즈 오브 워 4는 게임 중간 중간 이런 과격한 게임을 즐겨온 게이머 조차도 기겁하게 만들정도로 바보스럽고 과격한 싱글 스테이지 연출들이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광산에서 탈출하는 시퀸스의 경우, 거대한 채굴 시설에 매달려서 무지막지한 속도로 절벽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여기서 게이머는 엄청난 속도감과 파괴, 떨어지는 적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사실, 이런 식의 롤러코스터식 연출은 이미 과거에도 많이 보아왔던 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4편의 연출은 언차티드나 여타 게임들의 섬세한 연출 경향을 정면으로 거스르듯이 엄청난 과장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과장이 바로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가 추구해왔던 핵심이라 할 수 있으며, 게임은 최신 언리얼 엔진 4를 이용하여 벼락 폭풍의 기상 효과나 아름다운 자연경관, 스웜의 역겨운 디자인까지 모두 훌륭하게 구현하고 있다.


기어즈 오브 워 4의 싱글플레이는 과격한 파괴의 향연이다. 하늘에서는 적들이 지형을 박살내면서 강하하고, 폭풍은 모든걸 다 때려부수며, 심지어 마지막에는 거대한 헬기 프로펠러로 거대한 보스몹의 머리를 세로로 갈아버린다. 이러한 연출들이 게임 플레이 타임 내내 계속해서 이어진다. 최근의 게임들이 점점 섬세하게 게이머를 컨트롤해서 점점 게임에 빠져들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반해서, 기어즈 오브 워 4는 싱글플레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나 황당하고 압도적인 나머지 게이머가 게임에서 눈을 못때게 만들며 이는 정말로 흥미로운 경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의 스토리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할 수 있는데,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있는 것이 아닌 후속작을 대놓고 암시하는 '기기기기'의 이야기 흐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뭔가 이야기가 더 진행될거 같은 시점에서 이야기를 끊어버린다는 점에서 기어즈 오브 워 4의 이야기는 대단히 아쉽다고 할 수 있다.


시리즈 멀티의 핵심이자 꽃이라 할 수 있는 호드 모드는 이전 게임들과 비교해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진 부분이다:게이머는 이제 제작물들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으며, 게이머가 스스로 방어하는 거점을 정해서 요새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 작들의 호드 모드에 비해서 전략 전술적인 선택지가 늘어났다. 또한 병과를 선택하거나 거대 보스와 싸우거나 하는 등의 많은 요소들이 추가되었으나, 여전히 호드 모드 특유의 '몰려오는 적들에 맞서서 힘을 합쳐 싸운다'라는 게임 플레이 경험에 머무르면서 게이머의 선택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다만 전작(3편)의 호드 모드와 비교해서 아쉬운 부분은 게임에 병과를 추가하고 레벨업 및 카드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게이머가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레벨업과 카드를 모으는 과정을 거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아쉽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기어즈 오브 워 4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구태의연한 게임이지만, 게임의 본질적인 연출 부분을 발전 계승하여 뭔가 미적지근하게 반복된다는 느낌을 떨쳐버린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게임이 너무나 대놓고 후속작을 암시하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호드 모드와 싱글플레이만으로 이 게임은 충분히 값어치를 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