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최근 넥슨의 서든어택 2의 서비스 시작과 함께, '시체의 선정성'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서든어택 2에서 섹스 어필을 강조하는 케릭터 모델링이 시체가 된 뒤  시체의 물리 효과인 렉돌을 통해 다양한 포즈로 죽은 모습들을 사진을 찍고, 이에 대해 입에 차마 담을 수 없는 다양한 외설적인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 게임의 선정성 논란이 대두된 것이다. 물론 서든 2는 시작부터 너무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게임이며, 그 이야기들을 모두 다루기에는 이 페이지의 분량이 부족하다. 하지만 서든 2의 시체 선정성 논란은 넥슨이 의도하고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창작자가 텍스트에 담아내고자 한 의도들은 소비자가 접하는 텍스트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으며,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컨텍스트와 텍스트의 결합으로 인해 받아들여지는 컨텐츠의 내용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논란은 이것을 받아들이는 게이머들의 문화와 자세에 기반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짧게나마 FPS 게임에서의 렉돌에 대해 짚어보고, 서든 어택 2가 갖고 있는 문제와 함께 종합하여서 살펴보고자 한다.


랙돌의 시작은 사실 '살아있는' 케릭터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오브젝트화 되는 것에 대한 처리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즉, 케릭터가 아닌 '환경이자 사물로써' 시체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렉돌이란 개념은 게임 내의 물리 엔진 및 법칙 구현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으며, 렉돌이라는 개념이 대중에게 알려지고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첫 사례는 바로 하프라이프 2였다. 그 유명한 폭발 드럼통이 자연스럽게 무너지면서 폭발하는 시연을 통해서 하프라이프 2는 게임 내의 세계를 구현하는 방식 자체를 근원적으로 뒤집었다. 그전에는 세계를 구현하는 가장 근원적인 물리 법칙은 대단히 어설프거나 간략하게 생략되는 것이었는데, 하프라이프 2가 중력건 기믹과 함께 세계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물리법칙을 들고 나오면서 일상에서 접하는 중력과 물리법칙이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된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하지만 죽은 시체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오브제에 불과하다:적의 시체와 물리엔진, 혹은 렉돌이 주요한 게임 기제로 나오는 경우가 얼마 없는 건 사실 적이 시체가 되는 순간 하나의 사물화 되기 때문이다. 그 후에 시체가 살아움직인다면 그건 사물이 아니라 또 다시 적이겠지. 물론 예외는 있다.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는 네크로모프가 사물이 되는 순간이 대단히 중요한데, 워낙 죽었다 일어났다 시체인척 했다가 하는 적들이 많다보니 게이머들이 '죽은척하는 살아있는 적은 물리 엔진과 렉돌의 영향 밖이다'라는 점에 착안해서 적을 들어올리거나 하는 등의 바디 체킹을 하는 테크닉이 있다. 그리고 기본적인 슬레셔의 어깨 발톱을 뽑아 던지면 그 화력이 절륜해서 일부러 죽은 슬레셔 어깨 발톱 뽑아 던져서 탄약 아끼는 테크닉도 있으며, 자폭 네크로모프의 폭발 낭포를 뽑아서 던지기도 한다. 이런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의 경우는 시체라는 환경을 유기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게임 콘텐츠 개발상의 아이디어 보다는 데드 스페이스가 근원을 두고 있는 설정들(죽어도 살아나는 네크로모프 같은)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체는 잠입 액션 게임에서 중요한 오브젝트로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스테이지의 환경적인 요소를 통제하거나 간파하는 것이 중요한 잠입 액션 게임에 있어서 시체는 스테이지를 침입하는 외부자인 플레이어의 존재를 드러내는 중요한 사물이다. 그렇기에 게이머가 섣불리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게끔 하고, 적을 피해서 가거나 설사 적을 죽이더라도 그 시체를 어딘가에 숨겨놓아야 하는 치밀함을 강제하기도 한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서 게이머가 적병을 락커 등에 숨겨넣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좀 더 발전된 형태의 잠입 액션 게임에서는 적을 죽이는 과정에서 생긴 징표들(혈흔 같은)도 플레이어의 존재를 인지하게 만드는 주요한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렉돌은 이러한 환경으로서의 시체를 구현하기 위한 중요한 법칙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사례들이 있지만, 랙돌의 가장 일반적인 사용례들은 오픈월드 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세계 그 자체가 즐길 거리인 게임 장르에서 물리엔진은 세계를 구현하는 중요한 표현 방법이자 게임의 놀잇거리이기 떄문이다. 젤다의 전설 신작 브레스 오브 더 와일즈가 발매가 연기 된 것이 미야모토 시게루가 게임의 물리 엔진을 다시 구현하라고 하면서 그 유명한 밥상 뒤엎기를 시전한 것은 그만큼 오픈월드 게임에서 물리엔진이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서든 2의 렉돌 논란은 제작사가 그냥 생각이 없이 넣어서 생긴 결과물이라 보여진다. 애시당초에 서든 2에서 렉돌이 있을 의미 자체가 없다:요즘 멀티 fps에서는 대부분 사물화된 케릭터와 물리환경 사이의 상호작용보다는 이 케릭터가 어디서 죽었느니 이 주위에 적이 있다고 표지해주는 일종의 경고 표지판 역할이 강하다. 그래서 대부분은 사물화된 시체에 대한 물리 구현보다는 UI 상에서 크고 빨간 위험해보이는 해골표시를 붙여서 주의를 기울이라고 하는 쪽이다. 즉, 어디까지나 시체를 하나의 환경 코드이자 시스템으로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든 어택 2에서는 시체가 그렇게까지 다양한 포즈로 죽을 필요가 없었다:이는 분명한 자원 낭비이며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게임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불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전무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1 0
  • 지나가다가... 2016.07.12 17:51    

    보다가 글 적습니다.
    렉돌 자체의 사용은 사실 별 문제 없고 다른 FPS 게임에도 쓰는 시스템입니다.
    가령 케릭터가 계단에서 총을 맞고 죽는다면 그 계단(에 씌여져 있는 충돌 메시(3D 모델))에 맞게 자연스럽게 쓰러지게 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렉돌을 쓰는거고 죽은 후에도 케릭터의 피격 판정이 남아있기에 거기에 수류탄이나 총을 쏘면 자연스레 상호작용으로 날라가거나 총이 맞힌 부위가 총을 쏘는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겁니다.
    다른 FPS 게임에서 사망한 플레이어의 3D 모델에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져보세요.
    총을 쏘던 수류탄을 쏘던 아예 움직이지 않거나 뻣뻣하고 딱딱하게 움직이는 등 현실감을 중시하는 FPS게임에서 있는 기능을 안쓰고 상호작용을 줄이는게 이상하지 않나요?
    FPS 게임에서 렉돌 사용은 만드는 입장에서 보편적인 방법 중 하나이고 게임 엔진이나 혹은 부가적으로 구입해서 쓰는 물리 엔진에 당연히 있는 기능이구요.
    서든 2가 논란인건 렉돌같은 기본적인 기능의 사용보다 케릭터의 컨셉이나 모델링이 선정적인 데서 오는 겁니다.
    거기에 게임이 광고하는 비용이나 시간에 비해 거지같은 완성도에 더 비판이 가는거구요.
    만약 여성 케릭터들도 남성 케릭이나 현실적인 군복을 입혔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꺼예요.
    아니면 죽고 나서 리젠되는 시간이 길어 플레이어들이 시체 훼손하는 시간이 길다는 것을 지적하시던지...
    차라리 렉돌을 썼는데 케릭터의 설정해놓은 무게값이나 기타 설정이 잘못되어서 어색한 걸 지적하는 글이면 모르겠지만,
    그냥 비판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쓰는 기능을 가지고 뭐라 하시니 게임 개발자 입장에선 이런 글을 보니 실소가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