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언차티드 4의 E3 영상이 공개된 이후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언차티드 4의 장르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었다:과연 언차티드 4는 오픈월드인가, 아니면 아닐까? 이러한 오해는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너티독의 언차티드 시리즈는 정진정명하게도 콜옵식의 레일로드 슈터류에 가깝다. 게이머의 동선은 직선적으로 정해져 있으며, 카메라 연출이나 이야기의 흐름 등에서 언차티드 시리즈는 전형적인 헐리웃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으며, 언차티드의 장점과 매력을 이런 부분에서 꼽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도저히 햇갈릴 수 없는 언차티드 시리즈의 장르 문법을 혼동한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미 너티독은 '우리는 언차티드 4를 오픈월드에 비견될 정도로 거대하게 만들겠지만, 언차티드 4 자체를 오픈월드로 만들지 않겠다'라고 한적이 있다. 바로 이 '거대하게'와 '오픈월드는 아닌'이라는 부분에서 흥미로운 간극이 생겨난다. 오픈월드라는 것 자체는 거대한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너티독은 오픈월드가 아니라고 선언함으로써 언차티드 자체가 자유로운 동선을 가진 게임이 아닌 방향성과 확정된 동선을 갖고 있는 게임을 드러냈다. 하지만 여기에 '오픈월드에 비견될 정도로 거대하게 만든다' 라는 부분을 첨언함으로서 너티독은 기존의 다른 게임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오묘한 분위기와 함께 그들이 만들어내고자 하는 게임의 이상향을 언뜻 보여준다.


언차티드 2 이후 너티독 게임의 강점들은 영화적 연출을 게임에 접목시키는데 있다:하지만 여기서 문제 삼아야 하는 것은 강점 자체가 아니라 그 강점 자체를 어떻게 접목시키느냐 라는 어떻게How to의 개념이다. 기존의 콜옵 시리즈들은 게임의 연출에 있어서 강제적인 부분을 강조하였다. 이들의 연출 방식은 일정 동선에서 강제적으로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이벤트를 바라보게 만듬으로써 게이머에게 효율적인 연출을 전달하지만 동시에 사람을 지치게 만는다. 반면 너티독의 연출은 같은 영화적 연출임에도 불구하고 흐름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시선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언차티드 시리즈의 경우를 예로 들어본다면, 2편의 하인드 헬기 연출이나 3편의 수송기 액션 시퀸스 같은 부분에서 케릭터의 카메라와 게이머의 시선, 연출, 이벤트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게이머가 그 상황 자체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는 게임에 있어 영화적 연출을 접목시킨 것이 아니라, 게임을 바탕으로 하고 영화적 연출을 어떻게 접붙일 것인가라는 일종의 발상의 전환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 본다. 즉, 너티독의 게임에 있어서 영화적 연출은 오히려 '부수적'인 개념에 가깝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게이머가 어떤 '경험'을 하는가 이다. 그리고 경험은 게임이라는 매체에 있어서 핵심적인 키워드다.


이러한 너티독의 게임 개발론은 이미 라스트 오브 어스에서도 적용되었다:게임 자체가 갖고 있는 아쉬운 부분과 별개로, 라스트 오브 어스의 강점은 언차티드 같은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문법이 아니더라도 트리플 A 게임에 접합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여전히 게임은 선형적이지만, 게임 내에 흩뿌려진 디테일들은 게이머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다. 너티독은 큰 규모가 아니더라도 라오어를 통해서 작은 규모에서 세밀한 디테일로 게이머의 시선을 사로잡는(물론 그만큼 시간과 예산을 갈아넣었어야 했지만)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그렇기에 너티독은 라오어의 대척점이라 할 수 있는 언차티드 시리즈(엄밀하게는 언차티드 시리즈의 대척점이 라오어겠지만)의 정체성을 라오어 특유의 오밀조밀한 디테일이 아닌 거대한 스케일이라 규정하였다:이미 언차티드 3에서 너티독은 넓은 형태의 스테이지를 실험적으로 사용해봄으로써 게임 템포를 언차티드 2와는 다른 형태로 만들고자 하였다. 물론 짧은 개발기간(무려 1년도 채 안되는!)으로 인해서 언차티드 3는 어딘가 아쉬운 작품이 되었지만, 언차티드 4는 언차티드 3가 이루어내지 못했던 부분을 완성하는 훌륭한 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얼핏 스쳐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