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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만한 사진이 암굴왕 말고는 없더군요...)




"여기 한 남자, 에드몽 당테스가 있었다. 그는 성실하고 착한 청년이었으며, 유능한 뱃사람이었다. 그에게는 아리따운 약혼자가 있었으며, 1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큰 범선의 일등 항해사였고 곧 있으면 선장이 될 예정이었다. 세상의 불행과 전혀 관계없어 보였던 그는 인생의 정점에서 자신이 친구들이라 믿었던 자들의 손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진다. 14년 간의 감금과 형용할 수 없는 고통, 기적적인 탈출, 그리고 비정한 복수에의 맹세. 그리고 과거의 에드몽 당테스는 죽고 여기에 비정한 신의 대리인, 복수의 천사, 광기의 화신,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등장한다."

몬테크리스토 백작. 프랑스 낭만주의 시기의 대표적 소설가 중 하나인 알렉상드르 뒤마의 작품이자, 지금까지도 대중문학의 고전으로 취급받고 있는 이 작품은 후대의 수많은 대중문학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또한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케릭터는 현대의 대중문학에 있어서 많은 의미를 가지는 케릭터입니다. 완벽하지만 어딘가 뒤틀린 남자, 선의라는 가면 아래 완벽한 복수를 계획하는 인간, 초인적인 의지와 집요함,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나약한 인간 등등...이런 관념은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설은 행복한 인생을 살던 남자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그리고 그 나락 속에서 기사회생한 뒤의 처절한 복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백작의 복수는 일반적인 숙적의 죽음이 아닌, 숙적에 대한 완벽한 파멸입니다. 그 파멸은 자신의 목전에 이르기 전까지는 전혀 눈치챌 수 없는 것이죠. 그리고 숙적들은 파멸이 눈앞에 닥치자, 절규합니다. 오 신이시여, 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단 말입니까!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인과응보이며 사필귀정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복수를 끝내고 모든 일을 마무리 지은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자신의 연인과 함께 프랑스를 뜹니다.

이야기는 크게 2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반부는 에드몽 당테스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되기까지의 과정, 후반부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완벽한 복수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의 백미인 후반부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복수극은 추리극의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하지만, 추리극에 있어서 탐정은 극중의 인물이 아닌, 바로 독자 자신이죠. 독자들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어떤 식으로 복수를 할 것인지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매 장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행동과 말, 그리고 언뜻 지나가는 단상들을 통해서 그의 복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떤 결과를 맺게 되는지를 추리할 수 밖에 없죠.

이는 독자의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를 높입니다. 복수의 계획을 보여주지 않고, 계획이 실현되는 과정만을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복수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킬 뿐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 능동적으로 추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독자가 작품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또한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치밀하고도 완벽한 계획 아래서 서서히 무너져 내려가는 숙적들과 복수, 그리고 감동적인 화해의 이야기는 독자들을 충분히 매료시킵니다.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또한 당연하게도) 몬테크리스토 백작 그 자신입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한 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복잡 다단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그는 비정한 복수자입니다. 하지만, 총이나 칼로 하는 복수와 다른 형태의 복수를 지향하죠. 그것은 숙적들의 완벽한 파멸입니다. 단순한 죽음, 치욕, 불명예를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 숙적들의 인생 자체를 뿌리부터 흔드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 백작은 자신의 진정한 정체를 숨기고, 14년 동안 자신의 스승인 파리아 신부에게서 배운 귀족적인 교양과 지식으로 자신을 포장합니다. 하지만, 14년 간의 고난은 백작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버렸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세상과 인간에 대한 불신, 염세, 그리고 14년 동안의 복수에의 갈망과 숙적들에 대한 증오입니다. 이로인해 백작은 뒤틀린 내면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문학적인 지식과 교양으로 우아하게 포장을 하죠. 그래서 겉으로 그는 괴팍하고 오만한 동방의 귀족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가 누구인지 알기에, 그 이면에 숨어있는 백작의 복수심과 집요함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선의와 무지를 가장하고 자신의 숙적들을 서로 이간질하고 파멸의 길로 몰아가는 백작의 모습은 소름끼치면서 매혹적인 것입니다.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 백작은 자주 스스로를 신의 대리인으로 칭합니다. 물론 이는 백작의 세상에 대한 염세와 경멸을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소설의 내용에 있어서도 적절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는 백작은 남을 배신하고 악행으로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막강한 지위에 오른 악인들에게 완벽한 파멸을 선사하는가 하면, 선하게 살아왔지만 그 보답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보답을 주죠. 이와 같이 어긋난 세상의 이치(악한 놈은 잘 살고, 착한 놈은 고생한다)를 바로잡는 역할을 백작이 수행한 것입니다. 또한 직설적이긴 하지만, 백작의 이름에서도 드러납니다.(Monte-Cristo, '그리스도의 산'이라는 의미)

이러한 독특한 백작의 케릭터는 소설이 쓰여질 당시의 역사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알렉상드르 뒤마가 살았던, 그리고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중반은 프랑스에 있어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과격한 프랑스 혁명이 지난 이후 나폴레옹의 집권, 나폴레옹의 몰락과 부르봉 왕가의 재집권, 부르봉 왕가의 몰락과 입헌군주제의 도래, 또다시 혁명...이렇게 격동의 시기를 겪는 당시 프랑스 문단은 봉건적인 과거와 귀족중심적인 문학 사조를 탈피해서 새로운 격변의 시대에 알맞은 흐름을 만들었어야 했죠. 이렇게 격변의 시기를 이끈 유명한 작가들, 발자크, 빅토르 위고, 알렉상드르 뒤마 등의 작가들을 가르켜 '낭만주의 사조'라고 칭합니다.

그렇기에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따라 탄생했습니다. 굳은 의지로 고난을 해쳐나가고, 과학과 문학, 예술, 철학 등에 박식하며, 정의를 관철하고, 자신을 프랑스인이나 이탈리아 인, 스페인 인이 아닌 세계인이라 칭하는 이 인간이야 말로 프랑스 혁명 이후 격변의 혼란기라는 역사가 원했던 철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대중이 원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알렉상드르 뒤마는 원래 극작가였으나, 돈을 벌기 위해서 신문에 소설을 연재합니다. 당시 신문은 거의 최초의 대중매체라고 할 수 있었죠. 즉,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소설이 성공한 것은 당시 대중의 수요에 맞았던 것입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대중문학사에 있어서 여러 가지로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란 케릭터가 가지는 매력, 이야기 진행에 있어서 기법, 당시 대중과 대중문학 사이의 관계 등등 지금까지도 분석 및 재해석 되고 있으며, 이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소설의 이야기나 전개 및 묘사에 있어서 흠잡을 때가 없지만, 지금으로서도 부담되는 소설의 분량(두꺼운 양장본으로 총 5권)은 이 소설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죠. "몬테크리스토 백작! 그 감미로우면서 우아한 광기의 이름이여!" 저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는 과거의 독자, 현재의 독자, 미래의 독자, 모두가 동의할 수 있을 겁니다. 이와 같이 모든 시대에 같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고전이며 불후의 명작이죠. 이 글을 끝마치면서 마지막으로 백작의 대사를 인용하겠습니다.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




다음 리뷰는 암굴왕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