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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이 안옵니다. 아, 진짜로 영화보고 기분 나쁜건 정말 오랫만이군요. 감독의 자의식 및 허영심 쩌는 인터뷰(여기)까지 사람을 열받게 만듭니다. 게다가 고문에서 종교적인 '숭고함'을 느꼈다고 하는 코멘트 및 '구로사와 기요시의 큐어나 회로와 같이 호러를 통해 무언가를 전달하려 했다'라는 정말이지 정신줄 놓은 코멘트까지 보는 바람에, 머릿속이 하얗게 백지화되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 제가 미친건지 세상이 미친건지 도저히 알 수 없군요.

 리뷰 외에 코멘트를 첨언하자면,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헐리웃으로 진출했다고 합니다. 실상, 헐리웃으로 스카웃 된 이유가 뭐겠습니까? 헐리웃은 항상 새로운 자극을 원하죠. 영화 '마터스'에서 감독은 헐리웃이 '쏘우 시리즈'나 '큐브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판타지적인 고문 및 고통을 보여준 것을 현실적인 단계로 끌어내렸습니다. 얼핏 보면 환상이 아닌 현실적이란 의미에서 덜 자극적으로 보이지만, 현실과 밀접하게 닿아있다는 맥락에서는 마터스의 고문 및 고통은 환상이나 망상 속의 고통보다 더 자극적입니다.

 결국, 헐리웃이 원하는 건 감독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는 자극적인 능력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자극은 돈이 되니까요. 그리고 감독은 이 제의를 받아들인 겁니다. 그럼 이걸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요? 이 썩을 자식은 애시당초부터 이걸 노리고 있었던 겁니다. 거장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이야기하였듯이 감독과 메이저 영화사 와의 관계는 악마와의 계약입니다. 결과적으론 돈되는 작품 밖에 찍어낼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자신의 호러영화를 '종교적'으로 해석하길 바라는 인간이 자신의 영화에서 종교적 코드를 싹 빼고 자극만을 추구하는 헐리웃으로 날랐다는 것은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 입니다. 

 결론은 둘 중 하나입니다. 하나는 애시당초부터 '종교 코드'는 노이즈 마케팅이었고 새로운 자극을 보여줌으로써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다(그리고 관객 및 평론가는 껌뻑 속아넘어가겠지!). 또다른 하나는 진지하게 자기 영화를 종교적으로 생각하는데 헐리웃으로 가면 더 많은 자금과 기술력이 생기게 되고 이를 통해서 또 '종교적'인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겠지 라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낙천적인 생각과 일반적인 이성을 벗어난 사고 방식 때문이었다. 사실, 어느쪽이 더 나쁜 건지는 알 수가 없군요.

 이러한 사실적 고문이 만일 헐리웃에서 J 호러 열풍의 뒤를 계승하는 호러 장르가 된다면, 호러영화에게 미래는 더이상 없습니다. 80년대 싸구려 영화의 탈을 쓰고 여러가지 영화적인 실험 및 거친 사회 고발의식과 독특한 상상력을 통해 주류영화와 다른 맛과 재미, 혹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던 호러영화가 결국 더 강하고 더 사실적이고 아무런 의미없는 자극의 과잉으로 치닫는다면 호러영화나 포르노 사이의 차이점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결과적으로 관객이 원하는 건 스너프 같은 영화 내용에 말도 안되는 개똥 철학을 갔다 붙인 쓰레기 같은 영화를 보고, '내용은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존나 쓸데 없이 자극적이지만, 감독이 이렇게 이야기했으니 존나게 심오한 의미가 있겠지.'라는 평을 내리거나 심지어는 진정 위대한 작품들(예를 들어 '큐어'나 '회로' , '디 아더스' 등과 같은)과 같은 반열에 놓고 찬양하는 이런 개같은 불상사가 일어날 수 도 있단 말입니다(실제로 그런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일전의 대중문화에 대한 칼럼을 두개 썼지요(http://leviathan.tistory.com/947 와 http://leviathan.tistory.com/934 ). 여기서 내렸던 결론은 '대중문화에서 철학이란 네러티브 및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는 장치다'와 '대중문화는 대중의 욕망에 의해 부침이 결정되는데, 장기적으로 자본가 나 생산자에 의해 기망되어진 욕망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였습니다. 스스로 이런 결론을 내리고서, 제 두 눈으로 두 결론을 모두 부정하는('대중문화에서 철학이란 어떤 쓰래기 같은 작품이라도 이를 정당화 시키는 장치이다'와 '대중문화는 자극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런 망할 영화를 보았으니(게다가 호평을 주는 곳도 있어! 도대체 이 세상은 어떻게 된거야?) 뒤집어 지고 환장할 수 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기분도 더럽고 우울하네요. 영화때문에 잠도 안오고, 쩝;
제발, 시간이 지나 대중들이 이 영화를 씹 쓰레기라고 규정지어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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