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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프로덕션 IG, 본즈, 토에이, 스튜디오 4도씨 등 일본 애니메이션 계를 대표할 수 있는 유수의 제작사들이 헤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런 회사들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놓고 뭉치는 것도 대단히 흔치않은 광경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MS의 무서운 자금력과 동원력을 엿볼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헤일로 시리즈를 즐겨본 건 아니지만, 스토리가 엄청나게 방대하다는 것은 압니다. 덕분에 기존의 시리즈 외에 이것저것 스핀오프라던가, 다양한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 가능하죠. 최근에는 이를 기초로 번지가 3부작으로 끝내려 했던 시리즈를 MS가 더 키우려는 모습도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프로모션 무비만 나온 상태. 언제 릴리즈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애니메이션 분량은 7화 정도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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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동쪽의 에덴은 노이타미나에서 현재 방영중인 09년도 4월 신작입니다. 공각기동대 SAC의 감독인 카마미야 켄지와 허니와 클로버의 원화가인 우미노 치카가 다시 만나서 만든 작품으로 애니의 작화나 분위기, 케릭터에서 허니와 클로버의 느낌이 많이 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여태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찾아보기 힘든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서스펜스와 순정장르의 결합이죠. 줄거리는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하나는 세계를 구하는 게임에 참가하고, 그 와중에 기억을 잃은 아키라가 자신의 기억을 되찾아가는 추리 및 서스펜스적인 축과 그리고 사회 초년생 사키-기억을 잃은 아키라 사이의 관계를 다룬 연애적인 축으로 나뉩니다.

서스펜스 부분에서 특기할 만한 사항은 바로 아키라가 처해있는 부조리한 상황입니다. 그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으려 합니다. 그리고 그는 기억을 잃기 전에 이미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100억 엔으로 썩어빠진 일본을 구해야 하는 게임에 참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자신의 의지로 기억을 지웠고, 자신이 기억을 지운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자신의 행적을 되짚어 올라갑니다.

이러한 과정은 과거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저히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ex.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이창, 현기증 등)과 제한적인 인식에 근거한 추리극이라는 측면에서 히치콕 영화와 많은 부분 유사합니다.(주1) 아키라가 처해있는 세계를 구하는 게임, 세레손, 노블리스 오블리주, 그리고 스스로 기억을 잃어버린 자신이라는 상황은 아키라 본인으로서는(일단 현재까지는) 부조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으로써 자신이 잃은 기억을 되찾아 올라가기 위해서 제한된 기억과 단서에 근거해서 추리를 하죠.

재밌는 점은, 이러한 기억을 되찾아 올라가는 과정이 아키라가 의도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마치 데스노트에서 L을 죽이기 위해서 자신의 기억을 지우고 멀쩡한 척하는 라이토와 같습니다. 궁극적으로 아키라는 세계와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기억을 지웠고,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그러한 이유와 마주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낼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키라가 이 세상을 어떤 식으로 구할 것인가? 그리고 자신의 이 세상을 구하기위해서 해결해야할 문제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사키와의 관계를 통해서 드러납니다. 사회 초년생인 사키가 보는 세상의 부조리함 혹은 기성세대와 신세대 사이의 관계, 혹은 현대사회의 매정함이 주된 이야기의 축이 될 거 같습니다. 물론 5화 마지막 장면ㅡ사키가 회사 면접에 떨어지고 나서 아키라에게 이야기하는 장면ㅡ에 근거해서 추측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을 잃기 전 아키라가 2만 명의 니트(2만 니트 대군?)를 사회로 회귀시켰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깨달은 아키라가 기억을 지웠다는 점(아키라가 사회로 복귀시킨 니트가 '어? 너 결국 기억을 지운거야?'라는 점을 통해서 보았을 때)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4번 세레손 형사의 죽음 장면(도쿄 시내 한복판에서 칼 맞고 죽어가는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모습), 소외된 노인들을 위한 유토피아를 건립하였지만 세계를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죽은 9번 세레손 등등 애니메이션 내에서 의미심장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연애 쪽을 살펴봅시다. 사키-아키라의 관계는 좀 묘한 관계입니다. 아키라는 사키에게 있어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백마 탄 왕자 같은 느낌입니다. 애니메이션 초반의 사키의 나레이션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아키라는 사키에게 대학교라는 안전한 틀을 막 벗어난 사회 초년생의 불안감과 형부에 대한 감정 등에 대한 해결책 같은 존재입니다. 즉, 사키에게 있어서 아키라는 꽉 막힌 세계에서 유일한 탈출구입니다.

하지만 아키라에게 있어서 사키는 그 반대입니다. 처음 워싱턴에서 만났을 때, 알몸으로 기억이 없는 자신과 처음 만난 사람이자 도와준 사람입니다. 즉, 기억을 잃고 난 뒤에 맺은 첫 인간관계이라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아키라에게 있어서 사키는 기억이 없는 자신과 세상 사이의 끈을 확인해주는 존재인거죠. 그렇기 때문에 사키와 아키라는 서로에게 있어 각별한 관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키-아키라의 관계를 통해서 위에서 다룬 서스펜스적인 축이 강화(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됩니다. 이렇게 동쪽의 에덴은 서스펜스의 축과 연애의 축이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동쪽의 에덴을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동쪽의 에덴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동쪽의 에덴은 애니의 템포 자체가 서스펜스나 스릴러 장르라기보다는 순정물에 가까운 템포라는 점입니다. 즉, 이야기 진행이 너무 담담해서 보는 사람을 강렬하게 흡인하는 무언가가 없다는 점이죠. 예를 들어 작품 자체는 별로였지만 관객을 쥐었다 폈다하는 서스펜스 측면에서는 대단했던 코드기어스:반역의 루루슈 같은 경우, 매화 매화 관객들은 '다음 화는 어떻게 되지?'라는 궁금증으로 애니를 봅니다. 하지만 동쪽의 에덴은 이야기가 진행되도 '어 그런가 보다'라는 느낌입니다. 오히려 전개 자체가 감독의 전작인 허니와 클로버 쪽에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니까요.

두번째는 애니가 제기하는 현대사회의 문제점 또한 대단히 추상적이기 때문에, 애니 내의 사회 문제 해결 과정 및 접근 방법이 맥이 빠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너무 문제 제기 및 해결의 범위가 광범위합니다. 마치 논술 문제를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을 2000자 이내로 서술하시오'라고 내고, 이에 대한 답안을 '잘,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성심성의 것, 전심전령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라고 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니가 5화까지 진행되도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자주 시도되지 않은 서스펜스와 순정 장르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해주고 싶습니다. 또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을 어느 정도 눈감아 준다면, 충분히 재밌습니다.

동쪽의 에덴은 주 애니메이션 시청 대상을 오타쿠 집단이 아닌 일반 여성층으로 삼고 있는 노이타미나 시간대에서 처음으로 '11화+극장판'의 시리즈 구성을 한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그만큼 감독이 이 작품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저는 보고, 극장판 까지 포함해서 애니메이션 끝까지 기대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주1. 예를 들어, 영화 현기증 같은 경우, 주인공은 고소공포증으로 인해서 살인 사건을 목격했는지 아니면 자신의 현기증으로 인해서 환상을 본 것인지에 대해서 햇갈립니다. 이를 통해서 주인공은 자신의 제한적인 인식에 근거해서 사건을 찾아간다는 것이 영화의 주 내용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제한된 인식과 이를 근거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히치콕 영화의 특색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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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유럽은 역사적으로 대격동의 시기였습니다. 루이 16세 때, 프랑스 혁명을 시발점으로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변혁의 바람이 불고, 오랜 기간 지속해 되었던 절대왕정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완전하게 붕괴되었으니까요. 이러한 프랑스 혁명의 과정은 많은 작가들의 감수성을 자극하였고, 그 결과 프랑스 혁명과 관련된 수많은 문학작품이 탄생하였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프랑스 혁명이라는 크나큰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혹은 프랑스 혁명을 통해서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가에 그 초점을 맞춥니다. 슈발리에 또한 이러한 문학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슈발리에는 프랑스 혁명이 왜 일어났는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특이하게 프랑스 혁명 직전의 시기인 루이 15세 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애니의 내용 자체는 프랑스 혁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충성심 깊은 4명의 기사들의 여정을 통해서 그들의 왕과 국가에 대한 충정을 시험받고, 결과적으로 '변혁기에서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의 누나인 리아 드 보몽이 시체가 되어서 파리 센느강변에서 발견되고, 그 동생인 데온 드 보몽은 충직한 왕의 신하였던 누이의 원수를 갚기 위해 혈안이 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데온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통해서 누이를 영접(흔히 이야기하는 빙의)하게 됩니다. 그리고 데온은 그 동료들과 함께 누이의 원수를 찾기 위해, 그리고 프랑스 왕조를 위협하는 적을 찾기 위한 긴 여정을 떠납니다.

재밌는 점은 슈발리에는 많은 부분 역사적인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대제의 등극, 루이 15세 때의 오를레앙 공의 반역과 진압, 귀족에 의해서 변두리로 밀려난 영국의 왕조들 등의 유럽 역사에 있어서 절대왕정의 막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절대 왕정의 막바지에서는 다양한 계층(농민, 부르주아, 시민 등)의 계층 의식이 성장하고, 이러한 계층 의식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주장하고 기존의 기득권이라 할 수 있는 왕이나 귀족 세력에 대해서 반기를 들기 시작하는 시기이기 떄문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이르러서 왕들이 기존의 귀족 세대를 대체하고 새로운 사회 체제를 새우려하고 이에 귀족 체제가 반역하는 과정이 있기도 하거나(러시아의 예카테리나 대제의 에피소드), 이미 귀족에 의해서 내몰린 왕이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부흥하여 다시 절대 왕정을 확립하려는(영국의 왕조의 에피소드) 모습 또한 보여줍니다.

이러한 절대 왕정의 말기에 있어서 기사(혹은 귀족) 계급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누구를 대변해서 일해야 하는가? 자신이 섬기던 국가? 혹은 국가를 대변하는왕? 국가를 구성하는 일반적인 민중 계급인가, 혹은 자기 귀족계급을 위해서 싸워야 하는가? 데온 일행은 이러한 혼란기에 처하게 됩니다. 충실한 기사 계급인 그들은 가장 정석적인 답, 바로 '왕과 국가를 위해서'라는 일반적인 답을 택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여행을 하면 할수록 그들의 신념은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국가를 위해서 왕이 자신에게 충성했던 충실한 귀족계층을 희생하려는 모습, 혹은 힘없는 왕이 잘 운영되는 국가 체계를 뒤엎고 다시 절대적인 왕을 중심으로 국가를 재편하려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대 왕정을 위해서 자신들을 희생하려는 왕조와 대면하게 되죠.

작품의 구조는 데온 일행의 기나긴 여정ㅡ오딧세이아ㅡ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데온 일행은 진실(누나를 죽인 원수, 혹은 왕정을 위협하는 적들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한 긴 여정을 떠나는 것입니다. 그들은 원래 자신들이 속해있던 안정적인 프랑스(루이 15세의 시기가 프랑스 혁명 전의 폭풍전야로서 조용한 시기였습니다.)에서 벗어나서 혼란스러운 세계 정세를 들여다 보고, 자신들의 역사적인 위치를 자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여정은 대단히 가혹하기 때문에, 그들의 왕조에 대한 믿음을 시험받고, 혹은 그들의 목숨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슈발리에에서 핵심되는 키워드는 '왕가의 시'입니다. 프랑스 왕가에 대대로 내려오는 이 신비한 힘을 가진 시집은 왕의 미래를 예언하고, 초자연적인 힘을 부여하며, 심지어는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당시 절대 왕정 시기의 왕권을 은유적으로 상징하는 물건입니다. 절대적이면서 시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시대 정신 같은 개념이지요. 하지만, 이는 역으로 개개인의 자유와 인간성을 옭아매는 폭압적인 존재기도 합니다. 데온의 누이 리아 같은 경우에는 왕가의 시와 관계되었다는 이유로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막시밀리안은 자신의 정당한 권리로부터 배격당했으며, 루이 15세는 스스로의 의지로 죽을 수도 없는 가련한 상황으로 이끕니다.

데온 일행의 여정은 이러한 가혹한 시대 정신과 흐름을 직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혹한 시대 정신과 조우한 기사들은 국가와 왕에 대한 충성을 끝까지 유지하거나, 다른 충성의 대상을 찾거나, 충성보다 기사 사이의 신의를 지키거나, 혹은 이 모든 걸 거부하고 새로운 시대로의 변혁을 꾀합니다. 슈발리에의 가장 뛰어난 점은 여정의 과정에서 변혁기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역사의 흐름은 왕정에서 민주주의로 바뀌게 되고,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왕가의 시편을 찾으려 했던 기사들의 여정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은 초라하게 늙은 데온이 '프랑스여, 영원하라!'라는 글을 바닥에 쓰고는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것으로 끝납니다. 이는 제가 여태까지 본 애니메이션의 엔딩 중에서 가장 씁쓸한 느낌을 주는 엔딩인데, 더 이상 지켜야할 가치도 신념도 국가도 없는 상태에서 과거 시대의 망령에 사로잡힌 가련한 노인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슈발리에는 06년도에 했던 애니메이션의 숨은 걸작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탄탄한 구조, 미려한 작화, 독특한 소재 등 근래 찾아보기 힘든 걸작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사극이라는 마이너한 분야와 탄탄한 드라마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코드 등은 이 작품을 묻히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프로덕션 IG 20주년 기념 작품(맞나?)으로 나온 거 치고는 대단히 조용하게 막을 내린 셈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발리에는 대단히 훌륭한 작품이며, 기회가 된다면 한번 꼭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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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신세기 에반게리온 속에 나타난 신화 구조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 있어서 ‘에반게리온’ 이라는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없었으면, 현재의 일본 애니메이션은 존재할 수 없었다’라고 할 정도로, 에반게리온의 전과 후의 일본 애니메이션들은 대단히 뚜렷한 구분점을 가진다. 이는 1980년대부터 등장한 오타쿠 제 1 세대-안노 히데아키, 오시이 마모루, 카와모리 쇼지 등등-의 영향이 큰데, 기존의 마징가 Z와 같은 작품 등의 대중문화 코드를 즐기면서, 동시에 자신이 관심이 있는 다양한 학문적, 신화적, 철학적 코드에 박식한 다재다능한 세대였기 때문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도 바로 그러한 기존의 대중문화와 전문적인 신화 철학적 코드의 결합 형태로 볼 수 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도 마징가 Z와 같은 기존의 슈퍼 로봇물의 구조를 많은 부분 그대로 따른다. 평범한 소년과 거대한 로봇, 도시 방어와 매주 일정 주기로 쳐들어오는 기괴한 적들 등은 기존의 마징가 Z 등의 슈퍼 로봇물의 코드가 많은 부분 삽입되어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 주인공인 이카리 신지가 에반게리온을 타는 정상 세계에서의 분리 과정, 그리고 신화적인 전투에 입문하고 그리고 원래 세계로 회귀하는 과정 등의 서사 구조나 내용은 기존의 슈퍼 로봇물과 현격하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주인공인 이카리 신지가 타는 로봇인 에반게리온을 살펴보도록 하자. 일단 에반게리온은 정확한 의미에서 ‘로봇’이 아니다. 정확한 명칭은 ‘대 사도 결전 병기 인조인간 에반게리온’이다. 즉, 에반게리온은 거대한 ‘로봇’이 아니라, 거대한 ‘인간’인 것이다. 이는 기존의 슈퍼 로봇들이 가지고 있는 ‘신체의 연장’이라는 코드를 악질적으로 꼬아놓은 것인데, 에반게리온은 ‘사람’이기 때문에 피도 흘리고 고통을 겪는다. 그리고 이러한 충격은 직접적으로 에반게리온과 연결된 파일럿, 주인공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또한 에반게리온 같은 경우 기존의 의식이 존재하지 않는 로봇이 아닌, 의식이 존재하는 존재로서 에반게리온을 다루고 있다. 물론 에반게리온이 직접 말을 하거나, 의식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근저에 깔려있는 무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주인공이 타는 초호기가 과거 주인공의 어머니가 에반게리온의 탑승 실험을 하는 도중에 과도한 동화 현상으로 초호기 그 자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들인 주인공과 어머니인 에반게리온 초호기 사이에는 묘한 유대감이 작용하는데, 주인공이 항상 생명의 위험에 처하게 되면 어머니인 에반게리온 초호기가 통제 불능의 폭주상태가 되어서 아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의 신화에서 흉포하면서 동시에 전지전능한 세계의 어머니 같은 존재와 이미지로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코드는 동시에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야기하게 된다. 주인공은 자신의 최고 사령관이자 아버지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고(물론 이는 직접적으로 어머니를 둘러싼 갈등은 아니다.), 아버지는 아들보다 아내를 더 사랑했기에 사라진 아내를 대체할 클론(아야나미 레이)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아들은 어머니의 클론에 대해서 묘한 감정을 품게 된다.

그리고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있어서 주인공인 이카리 신지는 영웅이 겪는 분리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거부한다. 그는 자신이 왜 인류를 지켜야 하는가, 자신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필요한 때만 부르는 아버지와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느끼지만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떠밀려서 자신의 소명을 억지로 받아들이게 된다. 오히려 그가 에반게리온을 타서 사도와 싸우는 이유는 지극히 단순해서 바로 에반게리온을 타야 자신의 가치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중반부 이후의 입문의 과정에서는 주인공이 에반게리온에 타서 싸우게 되는데, 이는 소명의 적극적인 수용이라기보다는 어머니의 자궁(에반게리온의 파일럿 석)으로의 도피라는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즉, 에반게리온에 있어서 분리와 입문의 과정이 주인공의 의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재밌는 점은 이러한 자신의 소명, 운명으로의 도피가 주인공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작품 내에서는 인류 전반에게 적용되는 이야기이도 하다. 작품 내에서 도시를 공격하는 사도라는 존재의 목적은 도시 밑에 봉인된 최초의 인류 리리스와의 결합을 통해서 서드 임펙트를 일으키는데 있다. 이러한 인류와 사도의 만남, ‘임펙트’는 인류를 멸망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한 층 더 높은 단계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그것은 바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개인이라는 장벽을 허물고 전 인류가 하나가 되는 이상적인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작중에 등장하는 인류보완계획이란 바로 사도와의 만남을 통해 인간에게 있어 개인의 마음의 벽, AT필드를 무너뜨리고 하나 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 사도의 침략을 적절히 통제하고 마지막 인류의 결합을 위해서 에반게리온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모르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 사도와 싸운다. 또 사도와 리리스 사이의 성스러운 결혼을 통해서 인류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모르므로, 이를 저지하여 전 인류적인 소명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신화에 있어서 하나였던 세계가 다원적인 세계로 분리되었던 것이, 에반게리온에서 역순으로 진행된다. 즉, 다원적인 세계가 하나의 세계로 통합되는 것을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본 것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세계의 종말과 같다고 볼 수 있는데, 분화된 것이 다시 하나로 돌아가는 것이나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순환론적인 우주관에 있어서 생성-발전-소멸 단계에서 소멸-생성의 단계와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에반게리온 극장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는 AT 필드가 무너져서 인간이 모두 하나가 되는 장면을 종말의 이미지로 보여주고 있다.

회귀의 과정에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다음 세계로 나아가길 거부하고 개개인의 인류로 남기를 선택한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의 논란이 많은데, 왜 주인공인 이카리 신지가 그렇게 나누어진 인간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고도 개인으로 남고 싶어하느냐가 설득력이 없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자는 인류가 인류일 수 있는 이유는 각 인류가 개인으로 분화되었기 때문이고, 인간은 개인일 때 비로소 인간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결말을 정당화 시키기도 한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기존의 슈퍼 로봇물과 또 다른 점은 바로 적극적인 신화 코드의 차용이다. 에반게리온 같은 경우에는 사도, 사해문서, 아담, 리리스, 에반게리온 등의 기독교적인 신화 코드를 차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신화 코드의 차용은 작품에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많은 부분 더 해주었다. 신화적 코드의 직접적인 차용은 기존의 슈퍼 로봇물이 단순히 쳐들어오는 적들로부터 도시를 방어하다가 마지막에 적들의 본거지를 박살내는 것과는 다른 다양성을 작품에 더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기존의 애니메이션 작품과 다르게 독백이나 사이코 드라마의 형식을 띄고 있는 부분이 많다. 이러한 부분에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철학적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물론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보여주는 철학의 수준은 청소년이 자신의 자아에 대해서 고민하는 정도 수준의 기초적인 철학적 사색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기초적인 사색은 청소년들이 고민하는 자신과 세계 사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이로 인해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서사 구조에 있어서 그 상징성이나 내용의 모호성에도 불구하고 고뇌하는 주인공과 화려한 액션, 그리고 기독교적인 상징체계를 삽입함으로써 무언가 있어 보이는 분위기로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고, 결과적으로 흥행에 성공하게 된다.(각주*8)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이와 같이 기존의 슈퍼 로봇물의 공식을 차용하면서 동시에 이를 비틀고 왜곡하였고, 영웅 신화 구조에 있어서 분리-입문-회귀의 구조를 거부하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신화적인 코드와 기초적인 철학적 사색의 코드를 작품에 삽입하여서 작품의 의미심장함을 더하였고, 순환론적인 우주관에 있어서 종말의 이미지를 강조하였다. 이와 같이 에반게리온은 신화구조를 취하였으되, 신화구조를 벗어난 특이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재밌는 점은 에반게리온 이후의 작품들은 에반게리온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구조 자체가 조셉 켐벨의 신화 구조에 딱 들어맞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신세기 에반게리온 같이 신화 구조를 비튼 작품은 역설적이게도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대단히 독보적이면서 유일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5. 애니메이션의 서사 구조가 나아갈 길

마징가 Z와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통해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서사 구조를 살펴보면, 일본 애니메이션도 조셉 켐벨이 이야기한 신화적인 서사 구조를 많은 부분 따르고 있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서 전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서사 구조에 있어서 신화적인 서사 구조를 왜곡하거나 변형한 부분도 있으나, 이는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매체적 특성으로 인해서 생긴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은 과거의 신화적 구조나 새로운 신화적 혹은 철학적 코드의 차용을 통해서 새로운 조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성적 코드나 모에 코드(귀여운 것을 강조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조류)에 천착하는 제 살 깎아먹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로 인해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기지 않는 일반인이나 다른 부류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계층 사이의 엄청난 괴리가 발생하게 되고, 과거 일본 애니메이션이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던 매력 포인트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다시 세계적으로 통하는 장르가 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신화적 서사 구조와 이야기에 삽입된 코드에 대한 재정리와 고찰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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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징가 Z 속의 신화 구조

일본 애니메이션이 가장 최초로 개념을 만들었고, 장르적인 공식을 확립시킨 대중문화의 장르가 있다면 그것은 소위 슈퍼 로봇물이라 할 수 있는 장르일 것이다. 작중에서 소년이나 소녀들이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다가 거대한 힘 혹은 로봇을 만나게 되고, 이러한 로봇이라는 힘을 통해서 외부에서 쳐들어오는 적들을 막고 일상의 질서를 회복하는 일련의 과정을 다룬 작품들을 통칭 슈퍼 로봇물이라 한다. 이러한 슈퍼 로봇물의 공식을 거의 대부분 정립한 작품이자 이 장르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작품이 바로 1972년에 만들어진 나가이 고 원작의 ‘마징가 Z’다.

마징가 Z는 주인공인 평범한 학생이었던 카부토 코지가 할아버지가 만들어낸 마징가 Z를 타고, 헬 박사가 세계 정복을 위한 첫 단계로 광자력 연구소를 점령하기 위해 보내는 기계수를 물리치는 것이 주 내용이다. 특이한 점은 입문의 과정에 있어서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영웅인 카부토 코지는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전혀 특별할 게 없는 평범한 청소년이라는 것이다. 보통 영웅이 원래세계에서 신화적 세계로 분리되는 분리의 단계에 있어서, 특별한 계기나 혈통적인 원인(사실은 신의 아들이었다든가, 영웅이 될 운명이었다든가 등)이 작용하는데 슈퍼 로봇물은 이러한 영웅 신화의 공식을 거부한 것이다. 이는 당시 애니메이션을 주로 보는 계층인 청소년층을 겨냥하기 위한 설정인데, 평범한 주인공이 세계를 구하는 과정에 시청자인 청소년층이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된다면 평범한 주인공이 어떤 방식으로 거대하고 사악한 적들에 맞서 싸우게 되는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서 마징가 Z가 내세운 것은 바로 자신의 소명(카부토 코지 같은 경우, 헬 박사의 세계정복을 막아야 한다라는 소명)을 받아들인 입문의 단계에서 초자연적인 존재로 거대한 로봇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거대한 로봇은 막강한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자신으로서는 영혼이나 자의식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 이를 조종하는 주체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작중의 주인공인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기 위해서는 주인공들과 최대한 비슷한 모습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거대 로봇이 보통 인간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유이다. 또한 거대한 로봇과 주인공이 합치되는 효과는 결과적으로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자신과 동질감을 느끼게 만드는 효과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청률을 늘리는데 높은 효과를 보여준다. 물론 기타 파생상품인 장난감을 만드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점도 간과 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의식이 없는 거대한 로봇은 선한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선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가 되지만, 악한 사람(예를 들어 헬 박사라던가)의 손에 들어가면 세계를 파괴하는 도구가 된다. 이것이 마징가 Z가 주창한 슈퍼 로봇물의 또 다른 주요 코드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는 존재’이다. 이러한 코드는 후대의 많은 슈퍼 로봇물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예를 들어서 ‘전설의 거신 이데온’(1980) 같은 경우, 이데온이라는 로봇은 세상을 창조할 힘도, 우주를 파괴할 힘도 가진 존재로 묘사되고, 주인공들의 잘못된 사용에 의해서 우주를 파괴하고 재창조하는 암울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마징가 Z 자체는 ‘인류를 지키는 정의의 로봇’이라는 성격이 강해서 정작 스스로 만들어낸 코드인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는 존재’에 대해서는 깊은 장르적 고찰을 보여주지 못하고는 있지만, 마징가 Z에 의해서 만들어진 이 코드는 후대의 슈퍼 로봇물에 두고두고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입문의 구체적인 단계인 시련의 과정에 있어서 주인공들은 매 에피소드마다 자신들의 도시로 쳐들어오는 적들을 방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정의의 로봇은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와 ‘적들의 본거지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작중 설정이 작용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먼저 쳐들어오는 적들을 방어하는 이유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특징이 크게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매주 일정한 시기에 정기적으로 방영해야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성격상, 애니메이션을 그리는데 시간이 빠듯하게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배경을 보여주는 것은 힘든 일이기 때문에 마징가 Z가 자신이 지키는 도시를 빠져나가서 다른 곳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보기 힘든 것이다. 이러한 장소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매주 도시를 침공하는 기계수들은 다양한 변화와 지속적인 강화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마징가 Z가 날지 못하는 점을 노려서 나는 기계수가 등장해서 도시를 침공하기도 한다. 이에 발맞추어서 마징가 Z도 지속적으로 능력이나 기술, 필살기 등이 추가되고 강화가 되는데, 예를 들어 날아다니는 기계수에 대항하기 위해서 마징가 Z도 스크렌더 라는 비행용 보조 장치를 달고 싸우는 것 등이 있다. 이와 같이 적들의 다양성과 이에 대항해서 정의의 슈퍼 로봇의 지속적인 강화도 슈퍼 로봇물에 있어서 중요한 코드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회귀의 단계에서는 슈퍼 로봇물들은 대단히 평범한 결론을 보여준다. 악의 침략자들을 물리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다. 물론 작품에 따라서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거나, 세계를 구하는데 실패하거나 등의 다양한 결말이 존재할 수 있지만, 여기서 조셉 켐벨이 이야기한 두 세계를 조율하는 영웅의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이는 시청자들의 나이를 의식한 결말이라 할 수 있는데, 어린 청소년들은 강한 시련의 과정을 거친 뒤의 다른 존재가 되는 것보다는 다시 평범한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고 감정이입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마징가 Z는 슈퍼 로봇물의 대부분의 공식을 만들어낸 작품이다. 마징가 Z는 그 자체로도 많은 부분 조셉 캠벨이 이야기한 신화의 서사 구조를 많은 부분 차용했지만, 동시에 일본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특징들-매주 정기적으로 방영하는 점, 20분이라는 극도로 제한된 상영시간, 상대적으로 낮은 시청 연령층, 수익의 극대화를 위한 완구 사업과의 연동 등-로 인해서 신화의 서사 구조와 많은 부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식은 23년 후, 1995년에 나오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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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이 글은 모 대학교 09학년도 영화로 보는 철학의 중간 대체 레포트인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의 분석 감상 비평문입니다. 여기 적혀 있는 구문이나 내용에 대한 복제 및 인용은 절대 허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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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분석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은 조셉 캠벨이 1947년에 쓴 책으로 세계 각국의 신화나 전설들에 대한 심리학적인 비교 분석을 통해서, 서로 달라 보이는 세계의 신화 구조가 결과적으로 근본적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책의 내용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뉘어지는데, 첫 번째 부분은 영웅의 모험 분석, 두 번째 부분은 신화의 내용에 있어서 우주의 발생학적인 순환, 마지막으로 신화의 기능과 현대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영웅의 모험은 크게 분리-입문-귀환의 형태를 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분리의 단계에서 영웅은 모험을 시작할 때, 운명이 영웅을 부르고 이에 의해서 영웅은 그가 속한 사회에서 자신이 속한 세계와 다른 미지의 영역으로 옮겨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 있어서 영웅은 자신의 소명을 거부하고 운명에 저항할 수 있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혹한 시련이고, 결과적으로 영웅은 자신의 소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만약 영웅이 자신의 소명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거기에서부터 영웅은 초자연적인 조력자를 만나서 영웅적인 모험을 시작한다. 이러한 입문의 단계에서는 조력자를 만나 첫 관문을 지나는데, 이는 마법의 문턱을 넘는다는 것, 즉 재생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입문의 단계서 영웅은 시련의 길을 지난다. 그리고 모든 장애를 극복했을 때, 모험의 마지막 단계에서 영웅은 여신과 만나나(성스러운 혼례), 아버지로 표상되는 절대적이면서 가혹한 자연 진리와의 화해를 한. 이러한 과정에서 영웅은 신적인 존재로 격상하며, 여기서 깨달음을 얻은 영웅은 다시 일반 사회로 돌아와서 그가 깨달은 것을 전파하여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단계(弘益)에 들어선다.

영웅의 모험에 있어서 마지막 단계는 원래 세계로의 귀환이다. 어떤 영웅은 이 단계를 아예 회피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결과 영웅은 비참한 결과를 맞이하기도 한다. 원래 세계로 귀환하기로 결정한 영웅은 신화적 세계에서 원래 세계로의 불가사의한 탈출을 감행하는데, 이에 대해 영웅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매우 크다. 탈출할 때 영웅은 외부의 구조를 받는 과정을 통해서 원래 세계로 귀환하는데, 신화적 세계에서 귀환한 영웅은 두 세계를 조율하는 스승이자 삶의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다.

제 2부 우주의 발생학적 순환에서는 우주의 탄생-분화-소멸의 구조를 살펴본다. 여기서 우주는 거대하고 창조적이지만 동시에 잔인한 어머니로부터 나오게 되는데, 유일한 존재로서 어머니는 영웅이나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죽고, 여기에서 세계는 분리된 개개의 존재로 확립된다. 그리고 세계는 처녀 잉태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 신화적인 세계에서 인간적인 세계로 구체화된다. 이 과정에서 인간 사회는 신화적 시대에서 역사시대로 넘어가게 되고, 우주의 순환은 신이나 초월적 존재가 아닌 인간인 영웅의 손으로 넘어간다.

여기서 영웅은 다양한 모습(전사, 애인, 구세주, 성자, 폭군 등등)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웅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는 그 자신의 죽음과 화해를 한다.(혹은 저항을 통해서 생명을 연장한다던가) 이러한 개인(영웅)의 죽음은 소우주의 죽음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소우주의 죽음과 더불어서 세계 또한 그 순환적인 반복을 위해서 죽음(혹은 멸망, 종말)을 맞이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이 인간계에 있어서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영웅의 모험과 세계의 순환 과정이 인간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겪은 과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어머니나 안락한 세계라는 제한적인 세계에서 자라나다가(청소년, 유년기), 이로부터 분리되어서 세계를 접하게 되고(성인식, 성인이 되기 위한 과정) 여기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다시 자신이 예전에 속한 세계로 돌아와서 세계를 풍족하게 하거나 세계에 필요한 사람이 된다. 이는 헤겔의 변증법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어머니로 표상되는 안락한 세계에 존재했던 인간(정)과 이를 벗어나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인간(반), 그리고 다시 자신의 떠나온 세계로 돌아와서 새로운 존재가 된 인간(합)과 같이 이런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주의 발생학적인 순환의 같은 경우, 이는 인류가 여태까지 겪어온 미시적, 거시적 역사의 과정과 많은 부분이 맞물린다. 인간의 탄생-성장-죽음, 선사시대와 역사시대,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그리고 개인이 우주와 인간과 그 균형에 대해서 깨달은 선지자들의 이야기들이 우주의 순환과 영웅의 탄생과 죽음이라는 이야기 형태로 인류가 겪어온 경험들이 구체화되게 되는 것이다.




2. 신화구조를 적용한 대중문화

이러한 신화와 영웅들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많은 문명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신체 조건과 환경 조건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파악해서 신화의 공통적인 서사구조를 일찍부터 대중문화의 구조에 적용시킨 것이 바로 헐리우드 영화이다. 특히 1970년대 '스타워즈'를 비롯해서 영웅 영화 등에 조셉 캠벨의 신화 이론과 코드가 적용되었고, 그 결과 헐리우드 영화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데 성공하였다고 평가받는다.

특기할만한 사항은 영화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데 성공한 대중문화들이나 코드들도 이러한 영웅 신화의 구조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소설 같은 경우에는 J.R.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 조엔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 등등의 소설도 이러한 영웅 신화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또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데 성공한 대중문화의 장르가 있는데, 그것은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1970년대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이 해외로 수출되고, 전 세계적으로 방영된 이후로 지금까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일본 애니메이션도 조셉 켐벨이 지적한 영웅 신화의 구조를 많은 부분 따르고 있다. ‘강철의 연금술사’의 이야기 구조로 예를 들어보면,

“죽은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에드워드와 알폰스 형제는 금지되어 있는 연성술을 시행하고 만다. 그러나 연성 실패의 대가로 애드워드는 자신의 왼쪽 다리를, 그리고 알폰스는 심지어 육신 자체를 잃고 말았다. 동생을 살리기 위해서 황급하게 연성을 시도한 애드워드는 자신의 오른쪽 팔을 희생한 대가로 간신히 알폰스의 혼을 철로 된 갑옷에 담아두는데 성공한다. ’등가 교환‘이란 냉혹한 법칙을 처절하게 깨닫게 된 두 사람이었지만,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기 위해서 형제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철로 된 의수를 부착한 에드워드는 주야로 연금술을 공부하여 국가 연금술사의 자격을 획득하고, 강철의 연금술사란 칭호를 얻게 된다. 그들은 몸을 되찾기 위해서 궁극의 연금술 증폭기인 현자의 돌을 찾지만, 그들의 앞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수 백년 동안 감춰져왔던 어두운 진실과 음모였는데....”

위의 시놉시스를 보면, 주인공들인 에드워드와 알폰스 형제는 우주의 진리(잔혹하면서 거대한 아버지 같은 우주의 진리)를 보게 됨으로 기존의 속해 있던 세계에서 ‘분리’되게 된다(분리의 단계, 구체적으로 자신의 육체로부터 ‘분리’ 당한다.) 그리고 일상 세계에서 벗어난 형제는 자신의 몸을 원래대로 돌리기 위한 영웅적인 모험을 하게 되는데(입문의 단계), 이러한 과정에서 형제는 세상의 어두운 진실을 발견하고 세계를 위협에 빠트리는 자들과 대적한다. 마지막으로 형제들은 세계를 구하는데 성공하고, 일상적인 세계로 복귀하는 과정(회귀의 단계)에서 형인 에드워드는 동생인 알폰스를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서 다른 세계로 나아간다

이와 같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도 조셉 켐벨의 영웅 신화의 구조가 많은 부분 차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애니메이션은 조셉 켐벨이 이야기한 신화 구조와 차이가 있다.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분야가 대단히 다양하고 각각의 장르가 가지고 있는 개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1970년대 ‘마징가 Z’를 시작으로 ‘신세기 에반게리온’까지의 소위 ‘슈퍼 로봇물’을 집중적으로 분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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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절대 그런 애니 아닙니다(.......)

20화 까지 감상 완료.

한줄로 요약하자면,

"역시 요즘 애니 보는 인간들 수준이란"

어째서 이런 애니가 실패할수 있는거지 정말로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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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오랜만에 '괴작'의 풍취를 느끼고 있습니다. 굳이 이런 느낌이라면, 라제폰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아직 9화까지 밖에 못봐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설정자체는 좋은데 그 설정을 잘 써먹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2.체자 성우가 사카모토 마야 였군요. 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서도 말입니다.

3.엔딩이 매우 멋지더군요. 나중에 한번 구해서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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