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존칭은 생략합니다.
 
친구의 강력추천으로 1화를 감상한 바케모노가타리. 실상 샤프트는 내게 있어서 대단히 혐오스러운 존재였기 때문에, 친구의 추천 이전에 많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역시 끌리지 않아서 감상하지 않았다. 블로그를 오랫동안 들어오신 분들은 알겠지만, 현존하는 거의 대부분의 주류 작품은 내게 있어 혐오의 대상이다. 내 관점에선 사람들이 칭송하는 교토 애니메이션은 바퀴벌레보다 조금 우월한 존재이며, 샤프트는 바퀴벌레보다 열등한 존재란 것을 감안하면(참고로 말하지만, 그렇게까지 욕은 아니다. 이거보다도 더 낮은 레벨이 존재한다) 이미 말 다한 셈이니까.

거두절미하고, 바케모노가타리 1화 감상은 '주류가 좋아할만 하네' 정도였다. 빠른 영상 편집과 독특한 분위기, 도저히 이해불가능한 대사들과 헛소리들 등등...한마디로 주류가 좋아할만한 요소는 거의 대부분 갖추고 있었다. 특히 최근 일본 애니 및 라노베 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나스 키노코의 작품에서부터 시작해서 이번 바케모노가타리의 니시오 이신까지, 이들에 대해 내가 느낀 공통점은 쓸데없이 말이 많거나 혹은 쓸데없는 묘사가 많다는 점이다. 그냥 한마디면 끝날 것은 두 마디, 네 마디의 말을 한다던가, 꼭 이중 삼중으로 베베 꼬아서 이야기 한다던가 등의 불필요한 수고를 정말이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말로 하면 과잉의 미학이지만, 본질만을 짚어서 이야기하자면 중 2병적 자의식 과잉이다.

애니메이션 바케모노가타리는 그러한 과잉을 영상으로 어떻게 성공적으로 옮겼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정서불안적이고 빠른 컷 분배와 구도, 기이한 색체 배분, 그리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알아먹기 힘든 헛소리까지. 사실, 장면 하나 하나만 놓고 보았을 때는 썩 괜찮다는 느낌도 든다. 다양한 장면을 빠르게 편집 교차 시키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성공헀고, 그런 점에서 바케모노가타리는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토리 적인 측면에선 완전히 꽝이다. 일단 1화만 보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친구의 증언과 이것저것 배경지식(큰 스토리가 아닌 옴니버스 식의 구조?)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스토리 전반적인 네러티브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1화를 예로 들어보자. 


좀 비정상적인 소년이 좀 많이 비정상적인 소녀를 만났다. 그리고 그녀에게 도움을 주기로 약속하고 조력자에게 대려갔다. 끝.



더 짧게 표현하면


소년, 소녀를 만나다. 소녀, 조력자를 만나다. 끝.



물론,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대화나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친구 표현을 빌리자면, '헛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세 이야기가 전개되어 있다'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그러나 1화를 통해 추측컨데, '실상 진행되는 스토리나 네러티브가 너무 단순하기에(혹은 명백하기에) 헛소리만으로도 진행될 수 있는것이 아닌가?' 가 내 가설이다. 물론 이 가설에 대해서는 뒤의 에피소드 감상을 통해서 완성시켜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빈약한 스토리와 네러티브를 이러한 자의식 과잉의 형태로 커버하는 모습은 최근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 자주 나타난다고 본다. 하지만 바케모노가타리와 같이 성공적(?)으로 표현한 경우는 드물다. 실상, 자의식 과잉으로 드러나는 다양한 이미지의 표현과 뒤틀린 인간의 정신 세계를 표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샤프트는 바케모노가타리 이전부터 그러한 뒤틀린 이미지에 특화되어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쿠메타 코지(본인이 두다리 달린 것 중에서 혐오하고 경멸하는 베스트 5 중 하나다) 원작의 절망선생. 어찌보면 바케모노가타리의 인기 및 완성도는 예정된게 아닌가 싶다.

좀 횡설수설 했지만, 결론은 요즘 애니메이션 조류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봐야하는 작품이고, 아니라면 되도록 감상하지 않는 것이 좋은 작품이다. 실상 본인은 가설의 입증을 위하여(하지만 느낌상 맞아떨어질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몇화정도 더 감상하겠지만, 본인의 취향도 아닐뿐더러 별 재미를 못느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