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블러드+라 하면 제가 애니메이션 감상하는 것을 시작할 때 처음으로 온타임으로 시청한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그만큼 이 애니에 대한 저의 애정 및 증오와 만감이 교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때는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가 만든 Blood:The Last Vampire라는 작품의 파생작이라는 거에 끌려서 봤는데(마치 사돈의 팔촌 이야기 하는거 같아!), 점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리고 마지막 디바와의 결전에서는...




이건 뭐 ㅄ도 아니고...


사실, 애니메이션의 컨셉은 좋습니다. 영원히 사는 벰파이어 소녀와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짐. 그런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준 사람들. 그리고 지킨다는 것. 여기에 기괴하고 뒤틀린 적대자들과의 싸움. 저는 이런식의 '싸우는 가련한 소녀'라는 컨셉이 마음에 들더군요. 그리고 초반의 호러 분위기와 비극적인 이야기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32화 이후. 원래 첫화의 충격적인 인트로ㅡ사야의 폭주 및 학살ㅡ장면으로 당시 애니를 방영하고 있었던 MBS로 항의투서가 날아오는 등 애니 시작서부터 진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전투는 맥이 없어지고, 잔인성은 떨어졌으며, 이야기는 점점 순화되기 시작했죠. 그 정점이 바로 32화 디바와의 첫 결전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리쿠가 디바에게 강간(?) 당한뒤에 죽고 나서 1년뒤에서부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이야기가 너무...너무...너무...


밝아, 너무 밝아서 미치겠어 아놔 ㅋㅋㅋㅋㅋㅋㅋ

 여태까지 구석에 처박혀서 찌질거리던 카이가 '다 잘될꺼야 십라!'를 외치는데, 문제는 이게 다른 케릭터에게도 먹힌다는 겁니다. 이야기 노선이 180도 돌아서 거꾸로 가기 시작하는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멍하게 만들더군요. 덕분에 케릭터들도 찌질해지고 병신 같아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디바의 슈발리에 5인방이 그 정점에 있는데, 솔로몬은 갑자기 사야한테 하악거리고, 무게감 있어 보이던 제임스는 찌질거리다 죽고, 자칭 마지막 보스였던 안셀은 병신짓하다 죽고, 칼은....그놈은 원래 사야 얀데레잖아. 그리고 우리 게이 네이선은 까지맙시다(.....) 그리고 동시에 병신의 선두주자 카이와 그외 잡다한 병신들이 끼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가 됩니다.

 그래도 애니메이션 끝까지 감상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바로 디바라는 케릭터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어린아이의 잔학함과 포악성, 그리고 순수성을 잘 드러낸 디바는 책임감이 강한 사야와 반대되는 케릭터입니다. 덕분에 엄청난 카리스마로 사야와 함께 이야기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던 것이죠.

 만약 이것이 에우레카 세븐이었다면 두말없이 질렀겠지만, 작품내용때문에 갈등 때리더군요. 그래도 제게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니 동생하고 상의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