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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소년! 난 간지 브래드라고 한다!)

에...'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오늘 친구와 함께 보고 왔습니다.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참 복잡 미묘한 작품이더군요. 주된 내용은 80세의 모습으로 태어나서 점점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는 밴자민 버튼이라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밴자민 버튼의 일생 을 그려내면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영화의 내용이죠.

사실, 영화 티저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저는 여러 가지 의미로 많은 기대를 했었습니다. 일단 세븐, 조디악 감독인 데이빗 핀처의 신작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그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인생에 대한 깊은 우화가 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에서는 그러한 상황 자체가 제가 기대한 것과 반대로 다가오더군요.

벤자민 버튼은 80세의 모습으로 태어났지만, 그의 정신은 평범한 사람의 정신과 똑같습니다. 나이를 역으로 먹는다는 상황을 제외 한다면요. 즉, 일반적인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벤자민 버튼이 젊어지는 것과 같다는 겁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그 상황에서 오는 메리트를 잃어버리고 평범한 인생 역정극이 됩니다. 비유를 하자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메멘토가 사실 정방향으로 필름을 찍은 것을 역순으로 배열해서 특이한 효과를 도출해놓은 사실을 알고, 이를 머릿속에서 다시 재편집을 해서 정방향으로 놓았을 때 슬픈 블랙 코미디 영화가 되어버리는 것 처럼요. 뭐, 이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코미디 영화라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의 상황이 가지는 특징은 그의 인생이 의외로 평범하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많은 부분 빛을 바랩니다.

물론 벤자민 버튼이 그가 가지는 특수한 상황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특수한 상황은 그에게 인생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가르쳐줍니다. 하지만 의외로 벤자민 버튼이 그의 특징으로 인해서 바깥 세상과 갈등하는 부분은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주변 사람들을 잘 둔 탓도 있지만, 그의 인생에 있어서 큰 사건이나 고난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의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대단히 축복받은 인생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그렇다고 벤자민 버튼의 인생이 그의 특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고만 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늙어지는데, 자기 혼자만 젊어지는 것은 축복이 아닙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젊어지는 대상이 브래드 피트라는 점입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브래드 피트는 연기를 잘 합니다. 인생 경험이 많은 눈빛을 보여준다던가 등은 좋았는데, 이 사람이 뭘 하면 등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문제입니다(......) 20대를 넘어서면서(겉 나이로는 50~60), 이 사람이 옷을 입고 다니는게 완전히 어디 광고에 나올법한 이미지와 포스를 풍기면서 나오기 시작하면 '아 이거 좀 아닌데?' 싶더군요. 즉, 브레드 피트의 연기 보다는 그가 풍기는 오라가 작품에 안 어울린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밴자민 버튼이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는 특수한 상황에 처한 밴자민 버튼'이 아니라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는 광고 선전에 나올 법한 브레드 피트'로 보여진다는 거죠(안젤리나 졸리는 '체인즐링'에서 자기 이미지를 죽이는데 성공했는데, 반성해라 브레드 피트!)

영화 내의 화면 구성이나 이미지 등은 적절합니다. 담담하고 차분하며 현실적인 분위기죠. 다만 문제는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에 그의 독특한 상황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합니다. 상황도 상황인데, 좀 초현실적인 이미지나 분위기로 나가도 솔직히 좀 상관없지 않았나 싶을 정도니까요. 동화적인 부분과 현실적인 부분, 그 양쪽 경계에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묘한 위치에 서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참 보는 사람도 복잡 미묘한 느낌을 들게 만들더군요. 인생에 대한 이미지나 동화적인 느낌을 잔뜩 집어넣고 벤자민 버튼의 특수한 상황을 잘 살려서 동화적인 작품을 만든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특수한 상황이 고난과 역경이 되어서 이를 넘어서는 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비교적 축복받은 인생을 살다간 사람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으니, 이 둘 중 하나를 기대하고 본 사람으로써는 미묘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영화가 완전히 망쳐졌다던가 이상한 작품이 된건 아닙니다. 영화는 '당신의 상황이 무엇이든 간에 당신의 삶을 살아라'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었겠죠.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과정이 별다른 감흥이 없게 진행되었다는 점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극심히 갈릴 영화라고 생각은 됩니다만, 일단 저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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