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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감상예정에 들어있지 않은 작품입니다만, 어쩌다 보니 가족 극장으로 부모님과 함께 보게 되었습니다. 이게 제가 감상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두 번째 작품(첫번째는 이스턴 프라미스)인데, 여러 가지 의미에서 대단히 충격적인 작품입니다. 당시 1980년대에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에서부터 주제나 이를 표현하는 방식까지 지금 봐도 놀랍다고 할 수 있더군요.

영화는 포르노 TV 체널을 운영하고 있는 맥스가 비디오드롬이라는 스너프(실제 사람을 고문하고 죽이는 영상물)를 보게 되면서 환상을 보게 되고, 그의 인생이 어떻게 파괴되는가를 보여줍니다. 처음 주인공인 맥스가 이 스너프 프로그램인 비디오드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비디오드롬이 대단히 자극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 모든 것이 짜여진 각본대로의 이루어지는 허구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 후, 그가 비디오드롬이 극본이나 각본대로 연기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을 죽이는 스너프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이렇게 이야기하죠. "왜 그런 모험을 하는거지? 가짜로 하는 것이 실제보다 덜 위험하고 비용이 덜 들잖아?"

영화 내에서 비디오드롬이 위험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스너프가 아니라 철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철학은 바로 '더 강한 자극'입니다. 즉, 스너프라는 그 살인의 기록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목적인 더 강한 자극입니다. 브라이언 오블리비언(Oblivion, 망각이라는 의미입니다.) 교수는 이를 텔레비전과 결부시켜 '텔레비전은 인간의 망막이며, 그것은 단순히 보는 것 이상이다.'라고 암시를 하죠. 그리고 TV에서 일어나는 자극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은 오감과 다른 인간이 새로운 감각이 될 것이며 비디오드롬은 그러한 새로운 감각을 위한 자극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그러한 인간의 새로운 자극은 인간을 실제와 환상, 이 둘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들고 주어진 프로그램(테이프, 비디오드롬)에 순응하는 광신도적인 인간을 만들어 냅니다.

이러한 '더 강한 자극'은 주인공인 맥스의 신체와 기계의 결합으로 이어집니다(총과 손의 결합, 그리고 비디오와 인간의 결합) 애시당초부터 인간은 그러한 자극을 받아들이기에 적절하지 않으니, 그러한 자극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새로운 감각을 수용하는 과정입니다. 거기에 이러한 비디오를 위시한 새로운 매체들, 이것이 기술의 발전에서 왔다는 것과 인간과 기계의 이질적인 결합은 결과적 인간을 파괴할 수 밖에 없다는 크로넨버그 감독의 지론도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계와 결합한 주인공은 처음에는 베리의 명령을 따르다가, 오블리비언 교수의 딸에 의해서 프로그램이 바뀌니까 역으로 베리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국은 기계와의 결합을 통해서 인간성이 사라지고 자극에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인 인간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인간의 감각 기관과 정보 능력을 확장시키는 미디어라는 새로운 기계 감각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이러한 담론이 대단히 발달하였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놀라운 주제는 아니지만, 20년전 비디오라는 매체가 점점 보급되기 시작하였을 때 크로넨버그는 이러한 혜안을 가지고 기술 문명을 경계한 점은 대단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이 무너지는 과정과 그 폭력을 자극적이지 않지만 대단히 인상깊게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아버립니다. 총에서 기계가 자라나서 주인공의 팔과 결합하는 부분, 주인공의 배에 비디오 데크가 생기는 것 등은 그런 부분을 잘 보여주는 대단히 인상깊은 장면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맥스가 스스로의 머리에 총을 겨누면서 "Long Live With New Flesh"이라 말하고 자살합니다. 결과적으로 인간성이 없어진 인간은 스스로 자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말입니다. 근데 그것이 지금 이 시대에도 먹힌다는 것이 더 무섭네요.


덧.글이 너무 길어지는거 같아서 그냥 갈아엎은 글입니다. 뭔가 많이 부족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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