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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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워낙이 말이 많고 유명한(물론 여러가지 의미에서) 나스 키노코의 소설, 공의 경계의 애니메이션 판입니다. 7부까지 나올 예정이며, 현재 일본에서 3부까지, 그리고 DVD로는 1부가 나온 상태입니다. 나스 키노코는 동인계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Type-Moon의 작가로, Fate/Stay Night와 월희와 소설 공의 경계, 그리고 최근 마법사의 밤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 원작의 게임이나 소설은 한번도 읽지 않았습니다만, 주변 동기나 친구들에게 그의 문체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뭐랄까, 은근히 꼬아 쓰는 문체라던가, 미묘한 느낌의 분위기 등 여러가지 특색을 가지고 있는 작가입니다. 뭐, 개인적인 취향과는 잘 맞지는 않지만, 요즘 잘나가고 있는 작가중에 하나더군요.

 이번작 1부 부감풍경은 나름 분위기를 잘 잡은 느낌의 작품입니다. 공의 경계 원작을 보지는 않았지만, 도시의 황량함이나 오컬트적인 분위기, 가라앉은 분위기를 훌륭하게 표현했습니다. 작화의 완성도도 훌륭한 느낌. 코요테 레그 타임쇼와 후타코이 얼터너티브를 만든 ufotable입니다. 공의 경계의 작화가 나름 봐줄만 하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극장판의 퀄리티는 아닙니다.  뭐, 혹자는 이야기 하길 '교토 애니메이션의 FMP 3기 작화 보다 못하다.'라고 합니다만, 솔직히 교토 애니메이션은 현존하는 고퀄리티 작화진을 갖춘 몇 안되는 회사이고, FMP 3기는 지금까지 나온 왠만한 극장판 애니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작화이라고 저는 생각하니 공의 경계의 작화와 FMP 3기의 작화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공의 경계의 작화는 극장판의 작화라기 보다는 OVA 작화에 가깝습니다. 눈 돌아갈 정도의 퀄리티를 전체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몇몇 전투작화에서 동화를 화끈하게 표현을 하고, 반대로 정적인 분위기의 장면에서는 매우 정적인 분위기를 유지, 동화를 최소한으로 씁니다. 전형적인 OVA적인 작화이더군요. 그리고 애니의 길이 자체 또한 애매해서-50분 정도?- 극장판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솔직히 공의 경계-부감풍경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보통 인간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소녀, 시키. 그리고 도시의 폐허에 존재하는 이질적인 존재들. 그리고 마법사. 엄밀히 이야기해서 제가 느낀 감상으로는 도시 전설을 이리저리 끌어다 붙여서 설정의 바탕을 구성하는 시나리오를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이런걸 나스 식이라고 하나요? 나스식의 게임이나 소설은 하나도 읽지 않아서;;) 어찌 본다면, 매우 평범한 느낌의 시나리오입니다만, 이걸 커버하는 것은 소위 나스체로 불리는 어투입니다.

토우코: "뭐랄까, 거긴 시간이 뒤엉켜 있어. 순서가 반대로라고 하면 되나? 인간의 기억, 아니, 기록인가? 그 빌딩은 그런 기록만의 시간 경과가 느려. 그 애들의 생전 기록이 아직 원래 애들의 시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결과, 회상만이 살아있지. 인간이 죽어도 기억하는 자가 있는 한은 갑자기 무가 되진 않아. 불을 꺼도 연기가 갑자기 소실되진 않는 것처럼."

토우코: "높은 곳에서 보는 풍경은 뭘 연상시킨다고 생각해? 자신이 사는 세계를 한눈에 담았을 때 느끼는 충동. 설령 본인이 그걸 거부하더라도. 불시에 찾아드는 폭력과도 같은 인식. 부감의 시계가 가져오는 감정. 그건 '멀다'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장관이야. 아무것도 아닌 경치조차 굉장하다고 느껴버려. 그래도, 너무 넓은 시계는 오히려 세계와의 격차를 만드는 법이야. 자신이 체감할 수 있는 좁은 공간보다, 자기가 보는 넓은 풍경을 사는 세계로 인식하는 건 원래는 옳아. 하지만, 아무래도 이 넓은 세계에 자신이 존재한다는 실감을 가지지 못해. 여기서 지식으로서의 이성과 경험으로서의 실감이 마찰해 이윽고 어느 한 쪽이 닳아 의식이 혼란스럽기 시작해 그리고… 시계란 건 안구가 잡은 영상이 아니라 뇌가 이해하는 영상이야. 우리 시계는 우리상식의 보호를 받고 있어. 인간은 자신의 상자를 이탈해서는 살 수 없다고. 원래라면."   

솔직히 나스체는 접해보지 않았지만, 이런게 나스체라고 생각해도 되는 거라면 이건 미묘하군요. 솔직히, 애니메이션이 점점 발전하면 발전하면 할 수록, 인상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화면의 구도나 카메라의 위치, 미장센을 짜임세 있게 짜거나 혹은 그것이 힘들 때는 인물의 대사를 통해서 애니메이션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을 직접, 간접적으로 표출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자의 대표적인 경우로는 충사가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강철의 연금술사 같은 미즈시마 세이지로식 연출 법이 있습니다. 나스의 대사 같은 경우에는 후자입니다. 다만 문제는 뭐랄까, 내용의 진부함의 공백을 체우기 위해서 대사를 꼬아서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평소 혹은 학술적인 자리에도 쓰지 않을 법한 이 기묘한 어투는, 처음 보는 사람을 매료 시킬 수도 있지만 점점 짜증나게 만드는 듯한 연출입니다. 솔직히 대사에 치중하기 보다는 연출 등으로 분위기를 잡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실제로도 애니메이션 내에서도 연출은 괜찮지만(좀 진부하긴 하지만;;), 대사 덕분에 분위기에 몰입이 잘 안되더군요;; 뭐, 혹자는 나스의 미덕은 연출로 보면서, 애니메이션의 연출을 좋지않다고 하지만, 이정도면 그냥 봐줄만 한 수준입니다. 솔직히 원작을 보지 않은 저로서는 이정도의 연출도 봐줄만 하군요.

결과적으로 공의 경계-부감풍경은 OVA 시리즈의 시작으로 보기에는 딱 적절한 느낌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나스식의 대사는 좋지는 않군요. 연출은 뭐 그렇다고 치더라도, 결과적으로 원작과 비교하기 위해서는 소설을 읽어봐야 하는데...여기저기서 들리는 평에 의하면, 이세상에서 가장 두꺼운 냄비받침(......)이라는 평을 소설이 듣더군요. 이걸 계속 봐야 하는지는 결과적으로 원작을 봐야 알게 될 거 같습니다.


ps.지난 이틀동안 위염+감기 크리먹고 뻗었습니다. 그거 덕분에 어제 일본어 단어 시험을 말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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