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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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애니메이션 근 10년을 통틀어서 애니 퀼리티가 높은 제작사들이 몇군데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본즈, 메드하우스, 프로덕션 IG, AIC, GONZO(그래도 다른 제작사들에 비해서 퀄리티가 높다고 할 수 있;;)와 근래에는 사테라이트, UFO 테이블 등이 있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과 애니를 이야기 할 때나 블로그에서 분석하는 제작사 중에서 많이 언급하는 리스트가 위에 제시된 정도인데, 유독 한 제작사에 대해서는 분석을 꺼리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교토 애니메이션입니다.

솔직히 쿄애니의 애니메이션은 거의 대부분의 오타쿠들에게 엄청난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고, 그들이 무언가를 하면 엄청난 인기를 끌고 동시에 유행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오덕계에서 쿄애니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공의 비결은 엄청난 작화력과 오타쿠들에게 크게 어필하는 센스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그들의 센스와 작화력은 크게 인정하는 바입니다. 특히 FMP 2기와 3기는 GONZO가 만든 1기 보다 작화력, 센스가 엄청나게 뛰어났고, 3기를 감상한 이후에는 쿄애니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것은 사실입니다. 분명히 '이 놈들은 뭘 해도 크게 대성할 거다'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실제로 그들이 FMP 3기 이후에 내놓은 애니들, 특히 그중에서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은 일본,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큰 히트를 쳤으며, 그 후에 나온 카논과 클라나드, 럭키스타 등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엄밀히 이야기 해서 쿄애니를 비판하는 입장입니다. 그들은 매우 뛰어난 제작사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만드는 애니의 지향점이나 성향, 애니를 보고 소비하는 계층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쿄애니가 만들어 낸 애니들을 잘 살펴보시면 다 하나같이 원작이 있는 작품들입니다. 미연시 제작사로 유명한 키 사의 작품인 클라나드, 카논, 에어나 유명 NT노벨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스즈미야 하루미의 우울, FMP, 심지어 원작이 덜 알려져 있는 럭키스타까지 그들이 만들어낸 애니메이션들은 하나같이 원작이 존재합니다. 물론 이것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식이면, 본즈나 메드 하우스, 프로덕션 IG까지 원작이 있는 애니메이션을 잔뜩 만들어냈으니까요. 문제는 그들의 작품에는 원작에 대한 재해석 혹은 작품 전반적인 자기 색깔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뭐, 원작이 원작인 만큼, 재해석이 불가능하지 않느냐 라고 반박하시면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자기 색깔이나 해석을 껴넣을 여지가 없는 작품들을 원작으로 해서 애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쿄애니는 의도적으로 자기 색깔을 넣는 것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들은 원작에 대해서 세세한 감정묘사나 디테일한 면에 대해서 엄청난 공을 들여서 묘사하고 있습니다.(증거 자료는 여기) 그 점은 확실히 쿄애니의 장점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센스를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나 원작에 대한 재해석을 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는 그들이 오타쿠라는 특수 계층을 타겟으로 하면서, 이들을 통해서 수익을 얻어내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유명 미연시를 원작으로 한 애니를 만들고, 오타쿠들이 환호할 만한 요소들을 잔뜩 깔아놓고, 또한 자신의 애니를 기반으로 한 2차 창작물-특히 음반-을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파는 등의 몇몇 타겟층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가 어떤 특별한 타겟을 잡아서, 그 타겟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집중적으로 팔고, 이를 회사 이미지로 쌓아가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아주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쿄애니는 오타쿠라는 구매력 높은 계층-미연시 게임 회사들이 한정판 팔아서 회사를 이끄는 것이 단적인 예-을 타겟으로 잡은 것은 적절한 전략입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들의 한계를 여지 없이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태생적으로 오타쿠와 같은 한정된 집단을 타겟으로 하고 있고, 그러한 오타쿠라는 집단의 특수성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는 나머지, 많은 사람들에게는 크게 어필하기 힘들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팬층외에 새로운 팬층을 만드는데 있어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구요. 하지만, 제가 가장 안타까워하고 비판하고 싶은 부분은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지 않느냐 이겁니다. 제가 FMP와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을 보았을때 느낀거지만, 이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좋은 센스가 있고, 충분히 오타쿠 층 이외의 사람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재능을 너무 돈버는데에만 쓰고 있는 듯합니다.

뭐, 원래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서 존재하고 그러한 수단과 방법이 사회 도덕적으로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크게 문제 될것은 없고, 또한 저 역시 오타쿠라고 불릴만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특별히 쿄애니를 좋아하는 사람을 비판하려는 건 아니지만, 가끔가다가 쿄애니의 그 재능 낭비랄까, 혹은 너무 돈에 집착하는듯한 모습은 좀 그렇더군요. 이제 이 정도 성공했으니, 한번쯤 새로운 자신만의 독창적인 모습을 만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단순히 제 생각일까요? 뭐, 이에 대해서는 거의 푸념에 가까우니 글은 이 정도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역시 아쉽기는 아쉽군요.

결론:쿄애니가 싫은게 아니다. 나는 단지 쿄애니만의 오리지날리티가 보고 싶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