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사색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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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is is Zodiac speaking

'조디악'(2007)은 지난 196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에 일어난 조디악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여기서 조디악이란 이름은 범인이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면서 자신의 이름을 조디악이라 밝혀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실제 조디악 연쇄 살인 사건은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로 사건이 종결되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건입니다.    

 영화 '조디악'은 이러한 실제 수사기록과 조디악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류의 영화들은 대부분, 실제 수사 기록 등을 사용하여서 최대한 영화를 객관적으로 만들고, 그리고 그런 객관적인 사실과 사실 사이에 영화적인 상상력을 덧붙입니다. 물론 '조디악' 또한 그러한 영화 공식을 충분히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둔, '조디악' 이전의 영화들과 '조디악' 사이에는 가장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과거, '조디악'과 같은 영화들은 그 사건의 연관된 사람들의 감정이나 생각을 따라가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라는 영화적인 상상력을 덧붙이는 형식을 띄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살인의 추억'을 들 수가 있습니다. '살인의 추억'같은 영화는 이러한 영화 중에서 아주 잘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송강호가 가장 범인이라고 의심이 되는 용의자를 잡고 '진짜 네가 아니란 말이야?'라고 묻을 때, 관객들은 바로 그 상황에서 송강호와 같은 입장에서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조디악'은 '살인의 추억과는 정반대의 미덕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바로 관객의 감정이입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물론 '조디악'에서도 물론 가장 유력한 용의자(그리고 실제 사건에서도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나오고, 살인범에 대한 추리가 계속해서 나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어느것 하나도 영화 내에서는 지지 받지를 못합니다. 즉, 주인공(조디악 관련 책을 쓴 작가)이 거의 마지막에 그 사건 담당 형사에게 자신의 추리를 보여주며 '이 놈이 범인인 것 같다.'라는 순간, 형사는 곧바로 '당신 주장은 일리가 있지만, 증거가 없다'라고 반박합니다. 계속 이런식으로 누군가가 증거나 그 추리를 내고 살인 사건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라는 믿음을 등장인물과 관객이 공유하게 되는 순간, 곧바로 누군가에게 반박 당하게 되고, 현실(아직도 조디악 관련 사건이 해결되지 않았고, 사건에 관련된 정황 증거들이 불확실하다는 현실)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 결과,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와 자기 자신을 동화 시킬 수 없게 되고, 영화 밖에 관찰자로서 남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동안, 사람들은 어떤 살인사건에 대한 추억을 본다기 보다는, 살인 사건에 관한 기억을 보는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게 바로 영화 '조디악'의 가장 큰 미덕이자 장점입니다. 애시당초부터 관객들에게 자신의 관점을, 생각을, 추리를 강요하지 않고 오로지 사실만을 덤덤하게 보여줄 뿐입니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 결과,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서 조디악 사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조디악'은 확실히 잘 만든 영화입니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봐도 나쁘지 않을 영화입니다. 그러나 보실 때, 주의 하셔야 하는 점은 이 영화를 그냥 평범한 '스릴러'라고 보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영화라기 보다는 조디악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로서 영화를 이해하시고 보는 게, 영화를 감상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을거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