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이 화면을 다시 보게 될줄이야) 

 DOS 시절에서부터 우주 관련 전략 시뮬레이션을 좋아하신 분들이라면, 분명 Master Of Orions 시리즈나 어센던시, 스타 컨트롤, 알파 센타우리 등을 기억하실겁니다. 저는 그 중에서 마스터 오브 오리온즈 2와 어센던시를 가장 재밌게 했었습니다. 특히 마스터 오브 오리온즈 2는 대단히 독특한 작품이었는데, 각 종족들의 특징들이 대단히 인상적인 작품이었죠. 보통 인간에서부터 공룡족, 광물에 붙어서 자라나는 종족까지 독특한 종족이 많았었죠. 그리고 자유로운 기함 커스터마이징과 그 당시 나름대로 화려했던 그래픽과 사운드 등은 정말 대단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마스터 오브 오리온즈 2는 그 당시 게이머들에게는 일종의 추억과도 같은 명작이었습니다. 그런 게임이 후속편이 나온다면, 당연히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처음 미국에서 발매가 되었을때 게임 평이 완전히 떡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끝까지 '마스터 오브 오리온즈 2의 후속작이잖아. 그래도 평작 이상은 하겠지.'라면서 참았고, 한국에 정식으로 마스터 오브 오리온즈 3가 나올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한국에는 메뉴얼 없이 주얼로만 나오더군요. 그래서 메뉴얼은 무시하고, 저는 즐거운 마음으로 게임을 플레이 했고, 그리고.....



욕설이 절로 튀어나오더군요.


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한도 끝도 없이 많습니다만, 가장 큰 문제점을 꼽으라면 그것은


게임에 문자가 너무 많습니다.


간략하게 이야기 해서, 게임에서 도표까지 포함,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전체 항성 지도, 항성, 함선. 이렇게 3개 밖에 없습니다. 더 심각한 건, 보통 게임과 다른 개념을 도입하는데 그러한 개념을 모조리 다 문자로 표시하기 때문에 게임의 대부분을 글만 읽다가 보내게 됩니다. 한번 스샷을 보면서 설명하도록 하죠.




위 스샷을 봅시다. 이런 문명류의 게임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연구 부분인데...지금 보시고 있는 부분이 바로 전체 연구 스킬 트리입니다. 저는 이게 기술 테크 트리라는 걸 깨닫는데 첫게임 하면서 1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뭐, 그거까지는 좋은데, 왜 스킬 트리하고 연구부분하고 연계가 안되는 겁니까? 그건 둘째 치더라도 왜 내가 다음 연구를 선택할 수 없는 거죠? 게다가 왜 연구가 진행되기 전까지 다음 연구가 무엇인지를 알 수 없는거죠? 사실, 제 추측으로는 게이머는 연구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조장할 수 있지만(각부분의 예산을 결정할 수는 있지만), 어떤 것을 연구하는가를 직접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식의 이상한 조합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내가 행성을 운영해서 돈을 벌고 있는지, 잃고 있는지를 기나긴 수식으로 보여주는가 하면, 함대 생성 방식도 이상하고(함대를 자기 마음대로 생성 불가능, 오로지 기준에 맞추어서 생성해야함), 외교는 더더욱이 이해가 안되며, 행성 자동화 관리 시스템은 도대체 왜 붙어있는지 모르겠는 등등....

사실, 여러가지로 독특한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리더 시스템이라던가, 연구에 있어서 방향성 설정으로 기본 인프라나 예산 분배를 적절히 해야 하며, 국민을 억압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정부 관리 시스템, 편지 송수신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외교 시스템 등 파고 든다면 괜찮은 부분도 많습니다. 근데, 문제는 그 좋은 부분을 다 파악하고 자유자재로 써먹는데 까지는 적어도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즉, MOO3는 여러가지 실험을 많이 했고, 뭔가 나름대로의 게임성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유저 인터페이스가 엉망이라서 완전히 실패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드 오타쿠로 분류되는 영미권 게이머들의 대부분이 '이게임은 도저히 알아먹을 수 없다'라고 포기한 게임입니다. 유저 인터페이스가 어떻게 보면 도스 시절 게임보다도 못하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옛날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이 어렵고 불편할 수 있다'라는 변명은 여기에 통하지 않는게, 이 게임은 2003년작이고 이런 문명류 걸작인 문명 3편이 2001년에 나왔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MOO3는 온갖 게이머들과 평단으로부터 외면을 받았습니다. 평단 평점 62, 유저 평균 평점 40점대(!)라는 재기 불능의 점수를 받게 됩니다. 그 후, 마스터 오브 오리온즈 2와 도스 시절 우주 전략 시뮬레이션의 계보를 이어가는 게임은 Galactic Civilazation 시리즈로 넘어가게 됩니다.

2부는 겔럭틱 시빌라제이션 2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