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미국 만화들은 한 케릭터나 히어로를 놓고 수 십년동안 작품을 생산하는 일본 만화에 익숙한 우리로써는 다소 독특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케릭터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과 접근,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케릭터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에 의해서 막상 처음 입문하기에는 어렵다는 문제점을 가지고도 있습니다. 사실상 이야기의 구조가 시작과 끝이 아닌, 다양한 평행 세계에서 케릭터의 성격을 두고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미국 만화의 라이센스 작품들은 게임에 있어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케릭터와 작품에 대해 너무나 많은 해석이 존재하기에, 작품을 게임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초점을 잃고 흔들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캄 어사일럼 이전의 배트맨에 관한 게임들 중에 괜찮은 작품들은 얼마 없었죠.

'배트맨:아캄 어사일럼'은 한마디로 여태까지 나온 배트맨 관련 게임 중에서, 원작을 가장 압축적으로 훌륭하게 구현해낸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배트맨이라는 히어로의 성격을 잘 드러내었을뿐만 아니라, 배트맨이 어떻게 악당들에게 대적하는가에 대해서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게임은 크게 전투와 잠입으로 나누어집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게임 내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선 전투 시스템 자체는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각주:1]와 유사합니다. 즉, 단순하게 방향키+ 몇 개의 공격키만으로 화려한 전투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일단 게임 내에서 배트맨은 다수의 졸개들과 대치하는 1:多의 상황에 기본적으로 처합니다. 배트맨은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평범하지만[각주:2], 졸개 한 둘 정도는 손쉽게 때려눕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1:多의 상황에서 배트맨이 둘러쌓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런 경우, 배트맨은 자신을 공격하는 적에게 반격을 가하거나 배트랑으로 원거리의 적을 견제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전투의 우위를 점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매우 부드럽게 전개되기 때문에 대단히 화려하고 타격이 들어갈 때 마다의 효과나 음향이 묵직해서 때리는 맛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적들은 크게 몇가지 종류 밖에 존재하지 않지만, 이들의 구성에 따라서 게이머의 전투 스타일이나 공략 방법도 크게 바뀌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간단한 몇가지 요소만으로 충분하게 화려하고 복잡한 전투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배트맨은 또한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와 달리, 무장한 적들을 상대하거나 인질을 구출하는 등의 상황에서 들키지 않고 적들을 제압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잠입 파트야 말로 이 게임에 있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일단 만화나 영화에 있어 배트맨의 기본 컨셉은 어둠 속에 숨어서 범죄자들의 공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영웅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배트맨은 어둠 속에 숨어서 악당들을 관찰하고, 기회가 오면 그들을 하나씩 하나씩 제압합니다. 그러면 악당들은 점점 패닉상태에 빠지죠. 악당들은 배트맨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가 어디서 공격하는지는 모르고 공포에 떱니다. 하지만 배트맨은 그들이 볼 수 없는 어둠 속에 숨어서 그들의 공포를 지켜보며 또다시 제압할 기회를 노립니다.

이러한 경험은 마치 게이머 자신이 어둠 속에 숨은 한 마리의 포식자가 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입니다. 어둠 속에 숨어서 악당들을 조용하게 신속히 처리하는 배트맨의 모습은 만화의 컨셉을 많이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무턱대고 무장한 악당들을 처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둠속에 숨어서 조용히 기회를 기다리며 한명 한명 제압하는 그 긴장감과 스릴은 이 게임에 있어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습니다.

아캄 정신병동은 기본적으로 배트맨이 잡아넣은 악당들을 수용하는 수용소입니다. 따라서 게임 내에서는 배트맨이란 작품에 나온 대표적인 악당들이 많이 등장하죠. 조커, 스캐어크로우, 포이즌 아이비, 배인, 할리 퀸, 킬러 크록, 리들러 등등 여태까지 배트맨의 최고의 맞수들이 나와서 자신만의 개성을 확실하게 드러냅니다. 특히 배트맨의 잠재적인 트라우마를 건드려서 심리 공격을 하는 스캐어크로우와 아캄 정신병동 구석구석에 자신의 수수깨끼 남기고 이를 배트맨에 풀라고 요구하는 리들러 등은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물론, 살인 광대 조커의 이미지 또한 훌륭하게 잘 살려냈구요[각주:3]

배트맨:아캄 어사일럼은 훌륭한 게임입니다. 물론 게임 자체의 본편은 생각보다 짧지만, 라이브와 연동되는 첼린지 모드나 리들러의 도전 같은 부분을 통해서 오랫동안 즐길 요소가 충분하며, 게임에 익숙해지면 2회차 나 3회차도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케릭터나 원작이 있는 게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1. 시간의 모래에서부터 두 개의 왕좌까지 [본문으로]
  2. 세계에서 손꼽히는 갑부에, 시커먼 박쥐 의상을 뒤집어쓰고, 동양까지 날아가서 무술을 배우고, 돈빨로 온갖 최신 최첨단 특수장비로 전신을 떡칠했다는 점을 빼면 [본문으로]
  3. 각주 3.특히 배트맨이 절대 사람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 자신을 죽이라고 도발할때의 그 모습이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