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사색의 장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

1946년 8월 6일 - 2009년 5월 23일


사실 저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관심을 안가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대학교 들어오고 철들면서 깨달은 것은 정치 이야기로 입씨름 하는 것은 대단히 소모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국민이 주장해보았자,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는다고 성급하게 판단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재수~대학교 1,2학년) 제게 있어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후 기대만큼 정치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으로 보았습니다. 아니, 솔직히 이야기해서는 그 분이 대통령이었는지도 의심스러웠습니다. 마치 옆집 아저씨 같은 털털한 인상에, 행동도 대통령 답지 않게 거침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일도 못하면서 하는 행동하고는...'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러한 이미지를 가지는 의미를 잘 몰랐습니다. 당신이 퇴임하고 나서 현정권이 들어서자, 저는 당신이 우리 정치사에 있어서 차지했던 비중을 뼈저리게 실감하였습니다. 그것은 대통령이 국민의 종이며 국민을 위해 낮은 자세로 임하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대통령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현대 한국 사회가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던 유신의 잔재, '대통령은 국가의 왕이며 수장이자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라는 전제를 무너뜨린 것이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심한 충격과 슬픔을 느꼈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돌아가셔야 할 분이 아니십니다. 우리나라의 소위 '전직 대통령'들이란 작자들은 수백, 수천명 죽이고도 수천억 가로채고 통장에 29만원 밖에 없다고 배째라는 인간이나, 자식이 수백억원의 뇌물 수수를 받는 사람들이었죠. 그러면서 그들은 한번도, 자신의 죄에 대해 부끄러워 하지도 뉘우치지도 않았습니다. 보통 사람들도 그것이 그저 당연한 것이니 하고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달랐습니다. 당신께서는 당신이 세우신 청렴결백이라는 그 원칙을 지키지 못하셨기에, 그 때문에 대단히 고통스러워 하셨습니다. 그러한 고통이 당신을 자살로 몰고 가신 것이겠죠. 여태까지 어떤 '전직 대통령'도 이에 대해서 고통스러워 하고 반성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자신이 세운 원칙에 끝까지 충실하려 하셨고 그 결과 그러한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습니다.

 물론, 저는 당신의 마지막 행동을 정당화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당신이 하신 행동은 당장 다음주 월요일부터 전국적인 분노와 소란ㅡ어떤 이들은 당신을 이렇게 까지 몰아낸 사람들을, 어떤 이들은 당신에게ㅡ을 불러 일으킬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국내 뿐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당신께서는 그렇게 돌아가실 분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당신이 마지막에 하신 행동은 올바르다고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 나라에서는 당신을 매도하고 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당신께서는 더 이상 이 세상에 계시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편히 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