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1. 1994 년 아마가와 감독의 작품 기동무투전 G건담에 대한 단평을 하자면, '주성치가 건담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이럴 것이다'입니다. 건담을 타고 무술 대회를 열지 않나, 건담이 분신술을 쓰고, 건담이 마차타고, 말이 건담을 타고, 인간하고 건담하고 맨손 격투를 하고...아 그만하자. 하여간 일반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이 만들었다고 보기 힘든 괴랄한 설정과 센스로 무장한 건담입니다. 하지만, 황당한 설정과 무협지에서나 나올법한 흔한 전개로도 50화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완급 조절과 박력있는 열혈 묘사, 작렬하는 개그 센스 등으로 괴랄한 설정을 대단히 독특하고 재밌는 작품으로 승화시킵니다. 지금 봐도 G건담의 센스는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아마가와 감독의 센스는 감독 데뷔작인 '자이언트 로보:지구가 정지하는 날'에서 부터 시작됩니다. 그때도 인간이 맨손으로 대괴구 포그라를 날려버리려 했죠. 이미 인간하고 로봇하고 맞짱 뜬다던가, 무협지적인 설정은 이미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2.사실, 아마가와 감독이 마징가 Z를 리메이크 한다고 했을 때, 그건 대단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실상 옛날의 열혈물을 B급으로 재해석함과 동시에 박력있게 그려낼 감독은 실제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 애니메이션이 본방영에 들어가자 제 기대는 들어맞았습니다.

3.작품은 여전히 G건담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즉, 설정이나 연출 등에서 관객을 완전히 자빠지게 만듭니다. 일단 충격적인 1화에서부터 이를 알수 있죠. 처음 시작에 암흑대장군(마징가 Z의 마지막 보스)이 나오고, 5분도 안되서 마징가 Z의 숙적 헬박사를 반토막 내버리고, 아타미 시를 불살라 버리고...아 내가 말을 말아야지...그리고 마지막에 '대단원'이라고 박아버리는 센스까지. 이는 애니 중간 중간 쓸데없는 부분에서 대단히 디테일 하게 나가거나, 중요하거나 복잡한 부분에서 아주 대충 넘어가버리기 까지 합니다[각주:1]. 그리고 여전히 감독은 무협지를 좋아하더군요. 아수라가 마징가 Z를 맨몸으로 상대할 땐...후...뭐랄까, 형용할 수 없는 괴랄함과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최대 하이라이트는 병신 같지만 우월한 빅뱅 펀치.








앜ㅋㅋㅋㅋ 마징가를 ㅋㅋㅋㅋ 거대한 로케트 펀치로 만들다닠ㅋㅋㅋㅋㅋㅋㅋ


전반적으로 역시 G건담 때의 괴랄한 센스는 여전하구나...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4.반면 열혈 부분은 원작 마징가 Z보다 훨씬 박력있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계수 같은 경우에는 원작처럼 한화 한화 그냥 때우고 버리는 그런 느낌이 아니라, 진짜 마징가 Z 하고 맞붙어서 호각이라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기계수가 문자 의미 그대로 기계 야수 의 느낌을 잘 살려냈더군요. 첫 마징가 Z의 출전 당시 나왔던 가루다 와 더블라스 는 원작에서는 일반 잡병 A, B이었으나[각주:2], 충격편에서는 첫 출전이긴 하지만 마징가 Z를 압도적으로 몰아붙이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후에 나오는 기계수들도 단순히 지나가는 잡병이 아닌 나름의 특색을 가지고 마징가를 압도하죠.

 또한, 케릭터의 귀기서린 부분도 잘 살려내었습니다. 특히 쿠로가네 가의 안주인 니시키오리 츠바사 같은 경우, 어떻게 보면 마징가 Z의 숙적인 헬박사보다 더 무서운 존재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박력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이나 그외의 인물들도 정석적이지만 적절한 감정묘사와 납득이 되는 케릭터성을 보여줍니다. 최근 찌질거리거나 주어 조사로만 이야기하는 병진들이 많아서 짜증났는데, 오랜만에 대단히 정석적이면서 납득이 되는 주인공이 나왔더군요.

 이야기 전개는 굵직굵직한 사건들만 보여주는 밀도 있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도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원작 마징가 Z가 근 90화에 다달으는 대작으로 이를 일일이 똑같이 리메이크 한다는 것도 무리고, 옛날과 다른 애니메이션 배급 방영 시스템으로 틀에 맞춰서 제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원작에서 굵직굵직한 장면[각주:3]을 뽑아서 이야기를 구성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겹지 않고 빠른 전개를 보여주며, 적당하게 이야기의 앞뒤를 맞추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5.이번 충격 편은 단순히 마징가 Z를 리메이크 한 것이 아닌, 나가이 고의 세계관을 완전히 한군데 몰아 넣겠다는 큰 포부도 같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마징가 세계관과 관련있는 작품들인, 그레이트 마징가, 그렌다이져[각주:4], Z마징가[각주:5] 등 에서부터 나가이 고의 대표작들인 데빌멘[각주:6], 마왕 단테 [각주:7] 의 모티브, 나가이 고 식의 성적 개그, 그리고 심지어는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은 마징가의 프로토타입인 에네르가 Z 까지[각주:8]... 하여간 있는 거 없는 거 죄다 쓸어 담아서 한데 집대성 하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현재 진행되는 이야기로는 분명히 원작과 다른 그레이트 마징가까지 나올것이 확정되었기도 하지만, 이미 전투 두뇌 케드라 의 등장에서부터 작품은 단순한 리메이크를 넘어선 무언가가 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 케드라의 등장 편에서는 아예 아수라가 나레이터로 나와서 '이제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질 것입니다'라고 했죠.

6.결과적으로,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 및 부활이란 측면에서 진 마징가 Z 충격 편은 훌륭한 작품입니다. 그레이트 편이 나온다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대단히 만족스럽고 재밌게 보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다만, 그림이 극상으로 좋아졌다가 작붕 전단계까지 떨어지는 들쑥날쑥한 작화를 어떻게 좀 해주었으면 합니다.


  1. 이런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마징가Z가 날아가다가 스크렌더가 부서져서 파일더가 심하게 고장이 나게 되는데, 카부토 코지가 '오토바이 수리하고 똑같군!'이라고 하면서 그냥 쉽게 수리를 해버립니다(.......) [본문으로]
  2. 마징가에서 가루다와 더블라스의 디자인이 당시 대단한 임펙트를 주어서 마징가의 거의 모든 기계수를 대표하는 존재입니다. 덕분에 마징가 Z가 꼬박꼬박 참전하는 슈로대 에서는 기계수 하면 가루다 또는 더블라스가 나오죠. 하지만 충격 편과는 다르게 건들면 폭발하는 폭죽 수준에 가깝습니다. [본문으로]
  3. 예시:아수라가 바도스 섬을 마징가에게 들이 받는 장면은 원작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본문으로]
  4. 그렌다이져가 어디 나오냐구요? 케드라의 기억에서 제우스하고 하데스하고 싸우는 부분을 유심히 잘 보시길 바랍니다. 하데스의 머리부분이 그렌다이져의 머리부분과 많이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확실히 그렌다이져까지 리메이크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현재 진행되는 전개상 후에 리메이크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본문으로]
  5. 제우스의 시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마징가의 이야기. 실상 올림포스의 신들로부터 인류를 지키려다 장렬히 산화했다는 설정은 충격 편에서도 쓰입니다. [본문으로]
  6. 신들을 배반한 신, 악마의 이야기. 즉 신들을 베반한 제우스, 마징가의 이야기. [본문으로]
  7.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는 존재, 동시에 신과 악마의 역할이 뒤바뀐 형태 마징가. 특히 케드라가 마징가의 컨트롤을 잡았을때 폭주한 마징가의 형상이 이쪽과 많은 부분 닿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8. 실제 나가이 고는 엄청난 오토바이 광이라서, 처음 마징가의 원안인 에네르가 Z에서는 조종석을 오토바이와 로봇의 도킹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등 뒤에 나있는 날개같은 것이 오토바이가 조종석으로 가기 위한 다리 같은 역할을 한다는 설정이었구요. 물론 제작단계에서 이는 수정되어 날아다니는 호버 파일더와의 도킹으로 교채되었지만, 호버 파일더가 오토바이 조종과 비슷하다는 설정 등은 여전히 오토바이에 집착하는 나가이 고의 영향을 보여줍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