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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동쪽의 에덴은 노이타미나에서 현재 방영중인 09년도 4월 신작입니다. 공각기동대 SAC의 감독인 카마미야 켄지와 허니와 클로버의 원화가인 우미노 치카가 다시 만나서 만든 작품으로 애니의 작화나 분위기, 케릭터에서 허니와 클로버의 느낌이 많이 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여태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찾아보기 힘든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서스펜스와 순정장르의 결합이죠. 줄거리는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하나는 세계를 구하는 게임에 참가하고, 그 와중에 기억을 잃은 아키라가 자신의 기억을 되찾아가는 추리 및 서스펜스적인 축과 그리고 사회 초년생 사키-기억을 잃은 아키라 사이의 관계를 다룬 연애적인 축으로 나뉩니다.

서스펜스 부분에서 특기할 만한 사항은 바로 아키라가 처해있는 부조리한 상황입니다. 그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으려 합니다. 그리고 그는 기억을 잃기 전에 이미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100억 엔으로 썩어빠진 일본을 구해야 하는 게임에 참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자신의 의지로 기억을 지웠고, 자신이 기억을 지운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자신의 행적을 되짚어 올라갑니다.

이러한 과정은 과거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저히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ex.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이창, 현기증 등)과 제한적인 인식에 근거한 추리극이라는 측면에서 히치콕 영화와 많은 부분 유사합니다.(주1) 아키라가 처해있는 세계를 구하는 게임, 세레손, 노블리스 오블리주, 그리고 스스로 기억을 잃어버린 자신이라는 상황은 아키라 본인으로서는(일단 현재까지는) 부조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으로써 자신이 잃은 기억을 되찾아 올라가기 위해서 제한된 기억과 단서에 근거해서 추리를 하죠.

재밌는 점은, 이러한 기억을 되찾아 올라가는 과정이 아키라가 의도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마치 데스노트에서 L을 죽이기 위해서 자신의 기억을 지우고 멀쩡한 척하는 라이토와 같습니다. 궁극적으로 아키라는 세계와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기억을 지웠고,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그러한 이유와 마주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낼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키라가 이 세상을 어떤 식으로 구할 것인가? 그리고 자신의 이 세상을 구하기위해서 해결해야할 문제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사키와의 관계를 통해서 드러납니다. 사회 초년생인 사키가 보는 세상의 부조리함 혹은 기성세대와 신세대 사이의 관계, 혹은 현대사회의 매정함이 주된 이야기의 축이 될 거 같습니다. 물론 5화 마지막 장면ㅡ사키가 회사 면접에 떨어지고 나서 아키라에게 이야기하는 장면ㅡ에 근거해서 추측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을 잃기 전 아키라가 2만 명의 니트(2만 니트 대군?)를 사회로 회귀시켰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깨달은 아키라가 기억을 지웠다는 점(아키라가 사회로 복귀시킨 니트가 '어? 너 결국 기억을 지운거야?'라는 점을 통해서 보았을 때)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4번 세레손 형사의 죽음 장면(도쿄 시내 한복판에서 칼 맞고 죽어가는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모습), 소외된 노인들을 위한 유토피아를 건립하였지만 세계를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죽은 9번 세레손 등등 애니메이션 내에서 의미심장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연애 쪽을 살펴봅시다. 사키-아키라의 관계는 좀 묘한 관계입니다. 아키라는 사키에게 있어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백마 탄 왕자 같은 느낌입니다. 애니메이션 초반의 사키의 나레이션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아키라는 사키에게 대학교라는 안전한 틀을 막 벗어난 사회 초년생의 불안감과 형부에 대한 감정 등에 대한 해결책 같은 존재입니다. 즉, 사키에게 있어서 아키라는 꽉 막힌 세계에서 유일한 탈출구입니다.

하지만 아키라에게 있어서 사키는 그 반대입니다. 처음 워싱턴에서 만났을 때, 알몸으로 기억이 없는 자신과 처음 만난 사람이자 도와준 사람입니다. 즉, 기억을 잃고 난 뒤에 맺은 첫 인간관계이라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아키라에게 있어서 사키는 기억이 없는 자신과 세상 사이의 끈을 확인해주는 존재인거죠. 그렇기 때문에 사키와 아키라는 서로에게 있어 각별한 관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키-아키라의 관계를 통해서 위에서 다룬 서스펜스적인 축이 강화(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됩니다. 이렇게 동쪽의 에덴은 서스펜스의 축과 연애의 축이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동쪽의 에덴을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동쪽의 에덴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동쪽의 에덴은 애니의 템포 자체가 서스펜스나 스릴러 장르라기보다는 순정물에 가까운 템포라는 점입니다. 즉, 이야기 진행이 너무 담담해서 보는 사람을 강렬하게 흡인하는 무언가가 없다는 점이죠. 예를 들어 작품 자체는 별로였지만 관객을 쥐었다 폈다하는 서스펜스 측면에서는 대단했던 코드기어스:반역의 루루슈 같은 경우, 매화 매화 관객들은 '다음 화는 어떻게 되지?'라는 궁금증으로 애니를 봅니다. 하지만 동쪽의 에덴은 이야기가 진행되도 '어 그런가 보다'라는 느낌입니다. 오히려 전개 자체가 감독의 전작인 허니와 클로버 쪽에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니까요.

두번째는 애니가 제기하는 현대사회의 문제점 또한 대단히 추상적이기 때문에, 애니 내의 사회 문제 해결 과정 및 접근 방법이 맥이 빠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너무 문제 제기 및 해결의 범위가 광범위합니다. 마치 논술 문제를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을 2000자 이내로 서술하시오'라고 내고, 이에 대한 답안을 '잘,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성심성의 것, 전심전령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라고 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니가 5화까지 진행되도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자주 시도되지 않은 서스펜스와 순정 장르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해주고 싶습니다. 또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을 어느 정도 눈감아 준다면, 충분히 재밌습니다.

동쪽의 에덴은 주 애니메이션 시청 대상을 오타쿠 집단이 아닌 일반 여성층으로 삼고 있는 노이타미나 시간대에서 처음으로 '11화+극장판'의 시리즈 구성을 한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그만큼 감독이 이 작품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저는 보고, 극장판 까지 포함해서 애니메이션 끝까지 기대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주1. 예를 들어, 영화 현기증 같은 경우, 주인공은 고소공포증으로 인해서 살인 사건을 목격했는지 아니면 자신의 현기증으로 인해서 환상을 본 것인지에 대해서 햇갈립니다. 이를 통해서 주인공은 자신의 제한적인 인식에 근거해서 사건을 찾아간다는 것이 영화의 주 내용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제한된 인식과 이를 근거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히치콕 영화의 특색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게이-온!)

동쪽의 에덴:이번 시즌의 숨은 걸작?

 허니와 클로버 원화가에 노이타미나 시간대 방영중인 동쪽의 에덴입니다(주의! 에덴의 동쪽과는 개뿔도 관계가 없음) 사실 애니가 나오기 전까지는 다소 허무맹랑한 설정으로 좀 불안불안하다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그러한 불안감과 다르게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처음부터 엄청난 양의 떡밥 투척으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일단 주인공인 아키라가 가지고 있는 헨드폰에 대해서 정리를 하자면,

1.각 헨드폰 별로 엄청난 돈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권력을 부여.
2.이를 다 써서, 세상을 발전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정도입니다. 그리고 아키라는 이를 위해서 자신의 기억을 지우고 '무언가'를 하려고 하죠. 이 '무언가'의 정체를 알아가는 과정과 도대체 왜 누군가가 이러한 일을 벌이는 지를 파악하는 것이 애니의 핵심 내용입니다. 동쪽의 에덴은 이런 설정을 가지고 순정물의 형식으로 표현을 합니다. 또 사키와의 관계와 일상적인 연애 파트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핵심적인 요소가 되구요.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를 너무 무겁게도 가볍게도 진행되지 않게 딱 중도를 걷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게 대단히 마음에 들더군요.

근데 13화 내로 이 많은 떡밥들을 처리할 수 있으려나;;;

리스토란테 파라디조:미중년과 소녀의 만남, 단 동인지적인 요소는 빼고.

 오노 나츠메 원작의 작품으로, 사실 이게 애니화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원작은 안보았기 때문에 뭐라 평할 수는 없지만, 처음 머릿속으로 생각한 이미지에 비해서 많이 가벼운 느낌입니다. 사실 저는 Not Simple의 스토리를 먼저 들었기 때문에, Not Simple쪽에 가깝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해보았지만, 오히려 Not Simple 보다는 부드러운 한 소녀의 성장기 및 자아 정체성 찾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애니에서 주된 포인트는 주인공인 니콜레타와 그외 레스토랑의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니콜레타가 성장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여기서 이제 막 20살을 넘긴 니콜레타와 나이들고 세상에 대한 경험이 있는 중년들의 사이의 좌충우돌을 통해서 세상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뭐, 여기에 미중년 이라는 코드와 노안경이라는 코드가 들어가면서 작품이 묘한 느낌-마치 여성향 동인지?-을 줍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모습과 함께 뭔가 혼잡한 세상에서 약간 떨어져있지만 따스한 공간으로서의 레스토랑의 이미지, 그리고 어린 니콜레타와 중년들 사이의 묘한 관계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사실 노안경은 제 취향은 아니지만....봐줄만은 하더군요.

진 마징가Z! 충격 편:G건담을 느끼고 있어! 

 말그대로 충격과 공포.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즌 최고의 작품이라 주장하고 싶지만, 여러가지 이견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일단 좀 두고 봐야겠습니다. 처음 1화에서부터 원작 마징가 Z를 알고 있는 사람, 혹은 나가이 고의 작품 세계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뒤집어지게 만드는 설정 및 전개를 보여줍니다. 정말로 '아 ㅅㅂ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라는 감탄사를 절로 내뱉게 하더군요.

 아마 이야기하려면 G건담하고 묶어서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자세한 내용은 뒤로 미룹니다. 허나 확실한 것은 고전적인 열혈 슈퍼 로봇물에 현대적인 해석(어떻게 보면 악취미적인?)을 가미한 독특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센스가 정말 괴랄하기 때문에 웃을때는 실컷 웃기고, 숙연해질때는 엄청나게 숙연해지고, 박력이 넘칠때는 화끈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장면장면에서 대단히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작품 내에서 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개인적인 기준에서는 이번 시즌 추천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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