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nge Science(비주류 과학)을 아십니까? 엄격한 이론이나 실험에 의한 검증이 아닌, 비주류적인 방법이나 검증되지 않은 이론에 의해 주장되는 과학을 비주류 과학이라고 합니다. 흔히 텔레포트, 염력, 소생 등등이 이러한 비주류 과학에 들어가며, 가십이나 뜬소문, 음모론, 미스터리 클럽에서 좋아할법한 이야기들이죠. 미국 드라마 프린지는 이러한 비주류 과학이 실재로 존재하고 그것이 우리 삶을 위협한다는 음모론적인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실상 음모론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프린지는 미드의 원류라 할 수 있는 X 파일의 모방작이라고 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건의 원인과 배후에는 외계인이라는 것이 있다고 주장하는 X 파일과는 다르게, 프린지는 인간이 만들어낸 산물이 인간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즉, X 파일이 문제의 원인이 외부에서 온다면, 프린지에서는 문제의 원인이 우리 내부에서 온다는 거죠. 그런점에서 프린지는 대단히 참신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계에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 세계가 존재한다는 점과 그것이 우리의 상식을 뒷 받침하는 과학에 의해서 설명이 가능하다는 점(물론 비주류 과학이지만)도 인상적입니다.
프린지는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상 현상들이나 상식을 벗어난 테러들이 어떠한 과학적인 이론을 검증하는 일종의 실험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련의 실험을 패턴이라고 하구요. 그렇다면 왜, 누가, 무엇을 위해서 등의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의문점 만들기는 프린지의 PD인 J.J 에이브럼스의 특기이기도 합니다. 그의 전작들을 살펴보면, 그가 엄청난 떡밥의 제왕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엘라이스, 클로버필드, 로스트, 미션 임파서블 3 등등...대표적인 걸로 미션 임파서블 3 같은 경우에는 끝까지 '토끼발'이라는 의문의 물건을 두고 톰 크루즈가 개고생을 하죠.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톰:토끼발이 뭐죠?
윗 대가리:몰라도 돼, 새끼야.
끗
윗 대가리:몰라도 돼, 새끼야.
끗
이런식의 낚시와 떡밥 던지기로 유명한 제작자입니다. 실상 프린지도 그러한 모습이 많이 나타나는데, 왜 브로일스는 던함을 저장창고로 보냈는가? 매시브 다이나믹스의 윌리엄 벨은 실존하는 인물인가? 왜 존 스캇의 기억 속에 던함의 삼촌 카누가 나타난 걸까? FBI 배신자가 던함한테 '이런 멍청한! 우린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거라고!'라고 이야기했을까? 피터 비숍의 지병은 도대체 뭘까? 등등등.....
드라마의 유사과학이라는 신선한 소재 뿐만 아니라, 적절한 떡밥 투척과 회수로 이야기의 긴장감 완급이 훌륭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비주류 과학과 정상 과학 사이의 관계 묘사가 아쉽다는 점입니다. 가령 A라는 사건이 있으면 비주류 과학은 '이건 ~~하다'라고 결론을 내리면, 정상 과학은 '아니다. 이건 ~의미에서 반박이 가능하고, ~라는 측면에서 불가능하다'라는 식으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겠죠. 마치 X 파일에서 스컬리와 멀더의 역할분담처럼 말이죠. 하지만, 프린지는 초반에 임펙트가 강한 사건을 보여주는 바람에 시청자로 하여금 '아 저건 실제 존재하는 사건이군'이라는 생각을 박아버리고, 정상 과학이 반박할 건덕지를 주지 않습니다.
사실 프린지는 '비주류 과학은 과학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라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 과학 VS 비주류 과학 이라는 좋은 소재를 두고 왜 비정상 과학이 세계를 지배하는 식의 이야기 구조를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뭐, 보여주는 것이 확연하게 존재하니까 이를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구 반대편에서는 우시로미야 졸부네 싸움꾼처럼 뻔히 존재하는 사건을 두고 '십라! 그 사건은 존재하는거 같지만 내맘에 안드니까 존재하지 않는거야!' 같은 중2병 적인 발언을 하지 않는다는 점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하여간 프린지는 볼만한 드라마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X 파일의 정통한 후계자라고 할 수 있지만, J.J 에이브럼스 특유의 떡밥 코드가 들어가면서 스케일이 큰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시즌 1은 현재 방영이 종료된 상태이며, 시즌 2가 곧 방영될 예정입니다. 시즌 2가 벌써부터 기대가 되기 시작하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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