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1255건

게임 이야기

 

둠 프랜차이즈의 부활은 상당히 놀라운 것이었다. 90년대 둠에서부터 2016년 둠에 이르기까지, 둠이 거쳐온 역사는 fps 장르가 고민하고 거쳐온 역사와 동일하다 할 수 있다. 최초의 3D FPS와 맵 구조, 스테이지를 구성하는 방식, 액션의 구조 등등은 fps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둠 3 이후 근 10년 만에 나온 둠 2016은 fps 장르 소비자들의 원숙과 고전적인 게임 디자인의 재발굴로 흥미로운 결과를 낸 경우였다:fps 장르 소비자들은 이제 빠른 페이스와 복잡한 조작의 게임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에서 성숙하였고(예를 들면, 타이탄폴 1&2 같은 것이 실력의 성숙함을 드러낼 것이다), 둠은 90년대 둠의 속도와 아레나 구조를 재해석하여 '끊임없이 움직이며 압도적인 물량의 적을 섬멸하는' 형태로 게임에 결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둠 2016은 분명한 성공이었고, 속편이 나오는 것 역시 분명한 부분이었다. 둠 이터널은 둠 2016의 후속작으로 4년만에 발매된 게임이다.  그리고 둠 이터널은 둠 2016의 시도들을 더욱 극단적으로 밀어붙였다. 이러한 흐름은 근래 트리플 A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시도다.

둠 이터널은 둠 2016의 성공에 대한 확장의 필연적인 결과다:둠 2016은 90년대 둠에서 보여주었던 속도감과 아레나 구성을 현대적인 3차원 공간의 FPS에 직관적이고 단순한 형태로 옮겨두었다. 빠르게 아레나를 오고 가면서 적들을 죽이고, 죽인 적들로부터 체력과 탄약을 회복하는 것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 둠 2016 게임 플레이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둠 이터널은 둠 2016의 게임 플레이의 흐름을 복잡화 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둠 이터널의 핵심은 게임에 섬세함을 추가하는 것이다. 둠 2016은 훌륭하게 작동하는 게임이긴 하지만, 대단히 거친 게임이었다. 글로리 킬을 통해서 체력과 탄약을 동시에 수급하고, 게임이 진행될수록 탄약을 공유하는 몇몇 무기들(샷건이나 헤비 머신건 같은)은 사용을 하지 않게 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요컨데 둠 2016은 상당히 단순하고 직관적인 게임이다. 둠 이터널은 이러한 단순하고 직관적인 게임을 복잡함과 섬세함을 더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너무 복잡하지 않게 구성을 하고자 하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인다. 이러한 상반된 흐름(둠2016의 직관적이고 단순한 흐름+이터널의 복잡화된 시스템)은 요컨데 둠 이터널은 후속작 치고 상당히 야심차고 위험한 시도였다.

둠 이터널은 둠 2016의 격렬한 전투를 기본으로 깔아두되, 3가지 자원(아머, 탄약, 체력)을 관리하는 흐름을 추가한다:화염방사기로 적에게 불을 붙이면 아머 샤드를 떨어뜨리고, 전기톱으로는 탄약을 보충하며, 글로리킬로는 체력을 회복한다. 이는 일종의 세분화라 할 수 있는데, 행동과 자원 수급을 결합함으로써 행위를 분산시키고 플레이어가 다양한 행동을 하게끔 유도한다. 이 덕분에 게임은 몇몇 전작의 요소들을 약하게 만들었다:근접공격의 너프나 로켓런처 자체를 너프시킨게 여기에 포함된다. 결과적으로 게임은 '만능 해결책'을 제거함으로써 게임을 다양한 행동을 행하게끔 만드는데 집중한다.

그리고 적들의 공략을 세분화 시키면서 모든 무기에게 나름의 역할을 주었다:예를 들어서 샷건의 접착식 유탄 발사기는 카코데몬을 잡는데 이용하며, 헤비 머신 건의 조준 모드는 맨큐버스의 포탑을 박살내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전작의 글로리 킬이 고난이도로 갈 수록 잠시 움직임을 멈춰서 적들의 표적지가 되는 문제 때문에 이용빈도가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글로리킬에 블러드 펀치라는 나름의 이점을 부여하는데 플레이어는 이를 이용해서 헤비 악마를 상대한다.

플랫포밍에 대한 요소도 변경점이 생겼다:게임은 대쉬나 철봉을 추가함으로써 기동성을 대폭 증대하였다. 이 덕분에 벽 난간을 짚고 오르는 수준을 넘어서서 둠 이터널은 게임의 스테이지를 다체롭게 구성한다. 전작에 비해서 스테이지의 크기도 넓어졌고, 수직적인 높이도 더 깊게 추가되었다. 

둠 이터널의 늘어난 선택지와 극단적인 능동성은 UI와 UX를 한계까지 밀어붙인다. 둠 이터널의 UI는 위에서 언급한 요소를 모두 추가하여 대단히 복잡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실제 4K 모니터에서 조차 모든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게 보인다. 만약 스위치로 이식되었을 때 이러한 게임이 제대로 작동될지 걱정이 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둠 이터널의 UI는 익숙해지면 모든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처럼 보이긴 한다. 하지만 처음 이 게임을 접하거나 FPS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둠 이터널은 대단히 어렵게 느껴질 만한 부분들이 많다.

전반적으로 둠 이터널은 새롭게 추가된 요소들이 대단히 잘 작동되는 편이다:플레이어는 전장을 돌아다니면서 바쁘게 적들에게 불을 붙이고 아머를 회복하고, 글로리 킬로 사지를 찢어서 체력을 회복하며, 전기톱으로 탄약을 보충한다. 그리고 적들에 맞춰서 무기를 바꾸면서 적들을 잡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들이 둠 2016의 기본 기조를 유지하기는 하되, 게임을 섬세하고 복잡하게 만들었다. 게임은 전작에 비해서 도전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흠잡을만한 요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기하였듯이 게임 자체가 복잡해진 만큼 입문의 난이도가 올라간 부분들도 있고, 새로 도입된 요소들 중에서 잘 작동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머라우더다:원 기획 의도는 게임에 변칙적인 흐름을 부여하는 것이 목표였을 것이다. 모든 공격을 가드하고, 정확한 순간에 총으로 패링하여 데미지를 입히는 적이란 개념은 상당히 흥미롭다.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그렇게 강력한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 머라우더가 적에 섞여 나오면 플레이어의 무빙에 묻혀서 화력 집중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적이 되고, 1대1 상황이 되면 패링 타이밍에 맞춰서 처리하기 때문에 기존의 플레이 경험과 동떨어진 느낌을 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머라우더는 '게임의 난이도를 적절히 올리는 요소'가 '1대1 상황이 될때까지 뒤로 미루게 되는 귀찮은 존재' 가 된다. 그 외에도 몇몇 무기들이 디자인만큼 잘 작동하지 않는 점(예를 들어서 플라즈마 라이플의 극 초단파 모드 같은)

스토리 측면에서 둠 이터널은 장엄해졌다. 이제 인류의 존망은 전 우주의 존망으로 이어졌고, 둠 슬레이어도 전체 프랜차이즈를 궤뚫는 역을 맡게 되었다. 다만 둠 2016이나 둠 1 같은 단순하지만 키치한 매력은 다소 사라진 점은 아쉽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둠 이터널은 전작에 대비해서 많은 부분 야심차게 뜯어고치고 훌륭하게 작동하긴 하지만, 100% 완벽한 게임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섬세해진 만큼 재밌어진 게임이며 구매하고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

게임 이야기

 

* 클라우드 게이밍과 관련된 글은 다음 글을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링크)

 

새로운 콘솔 발매가 다음주로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게임 산업과 소비 시장이 크나큰 지각 변동을 맞이하고 있지만, PS5와 엑스박스 시리즈의 발매는 별다른 문제없이 진행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저번 세대에 PS4가 엑박 원에 비해서 선전한 것에 반해, 엑스박스 진영이 이번 세대에 상대적으로 선전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PS4의 선전이 엑스박스 진영에 비해서 '보수적인 선택들'(게임에 집중한다던가, 게임에 기반한 서비스를 중시한다던가 등의)에 기반하고 있었다면, 흥미롭게도 PS5의 상대적인 실패는 역으로 '보수적인 선택들'을 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그에 반해서 엑스박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쪽은 게임패스와 엑스클라우드, 강력한 하위호환 지원, 베데즈다 인수 등의 공세적인 전략을 취하면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차세대에 대해 엑박과 플스 브랜드의 인상이 크게 갈린 부분은 '하위 호환'에 대한 부분이 클 것이다. 콘솔의 하위호환 이슈는 소비자들 사이에 잠재적으로 갖고 있었던 불만이었다:PS3와 PS4의 케이스를 보자면, PS3의 경우에는 한정 모델만이 PS2 게임 하위 호환을 지원하였고 PS4의 경우에는 PS2나 PS3의 라이브러리를 완전히 지원하지 않았고, 전세대 게임에 대해서 리마스터링 게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사실 이러한 하위호환에 대한 소니의 미지원 정책은 그렇게 놀랍지 않다:세대 교체가 일어날 때, 새로운 세대의 콘솔이 전 세대의 콘솔을 나오자 마자 곧바로 죽여버리진 못한다. 항상 두 세대가 함께 공존하는 과도기가 존재하고, 새로운 세대 콘솔의 경우 가격 장벽과 얼마 안되는 게임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 세대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도 한다. 전 세대 콘솔을 완벽하게 죽일 수 있는게 아니라면, 하위호환은 생각외로 '수지맞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콘솔 시장의 역사에 기대어 보았을 때, 하위호환이 약 두세대에 걸쳐서 '찬밥 대우'를 받은 사실은 그리 놀라운 부분이 아니었다.

 

 

 

그러나 플스와 소니의 선택지와 달리, 마소는 전세대부터 전세대 게임 하위호환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엑스박스 원 때부터, 엑스박스 360 게임에 대한 하위호환을 지원했었으며, 차세대인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의 경우에는 '완벽하게' 모든 게임에 대해서 하위호환을 장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의 하위호환은 단순히 작동하는 것을 넘어서, 4K 업스케일링과 60 프레임 보정까지 걸어버렸다. 머신러닝을 이용하여 기존 텍스처를 보간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인데, 이러한 방식은 영상업계에서 머신러닝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단순히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 때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닌, 마소가 그만큼 준비한 부분이다.

 

하위호환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점은 플스나 엑스박스 브랜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케이스다. 콘솔과 콘솔 사이 교체되는 과도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전세대보다 차세대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겠다는 제스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스처는 정곡을 찌르는 부분이 있다:차세대로 넘어갈 때, 차세대의 성능을 100% 살리는 독점작은 차세대 콘솔이 등장하고 1년이 넘어야 겨우 나올까 말까한 수준이다. 기본적으로 트리플 A 게임에 들어가는 리소스가 많아지고, 개발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서 콘솔 스펙을 최대한 살리는 게임은 등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브랜드 내에 전세대 콘솔 게임들이 차세대 콘솔에서 완벽하게 하위호환한다면, 소비자들이 다음 세대 콘솔로 넘어오는 적극적인 동인을 제공해줄 수 있다.

 

그렇다면 마소는 어째서 차세대 콘솔로 사람들이 넘어오기를 바라는 것일까? 엑스박스와 마소가 이번 세대에 전위적인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모두 다 '게임 패스'라는 구독형 모델을 위한 밑밥을 깔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서 엑스클라우드를 보자:클라우드 게이밍은 전적으로 기존 콘솔을 완벽하게 대체하지 못한다(이전의 글을 참조 하라 - 링크) 그러나 확실한 것은 콘솔이나 PC가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을 게임패스는 '채워줄 수 있다':클라우드 게이밍으로 PC나 콘솔 모니터/TV가 아니라 누워서 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고, 역으로 이때 했던 게임을 다시 큰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연속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만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콘솔 게임을 입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구독형 게임 모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의 숫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전세대 게임을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 콘솔에서 완벽하게 돌릴 수 있다면, 게임 패스로 더 많은 게임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또한 게임 제작자들에게는 지속적인 수익을, 구매자들에게는 적은 비용에 많은 게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에게 매력적인 제안을 제공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차세대 엑스박스 브랜드는 상당히 흥미로운 콘솔 프랜차이즈다. 콘솔 게임을 콘솔이라는 경계에 묶지 않고, 다양한 환경에서 게임을 돌릴 수 있게끔 경계를 확장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소니의 플스 프랜차이즈보다 질적으로 뛰어난 게임 풀을 지니지 못한다면 이러한 시도가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마소의 이러한 실험이 장기적으로 새로운 게임 환경을 만드는데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이번 세대는 엑스박스가 어떠한 움직임을 보여주는가가 초유의 관심사다.

 

 

게임 이야기

 

하데스는 배스천, 트랜지스터, 파이어를 만든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의 2020년 정식 출시된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하데스의 아들인 자그레우스를 조작하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하세계를 탈출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하데스는 많은 수의 적들을 처리해나가는 핵 앤 슬레시 장르이며, 게임 시도에 따라 각 방의 내용물이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점에서 정석적인 로그라이크 장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밑에서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하데스의 구조는 전형적인 로그라이크 구조라고 이야기하기에는 플레이어가 변수를 더 적극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할 수 있다.

 

하데스는 로그라이크에서 무작위성이 갖는 위험성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로그라이크 장르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조합에 따라서 클리어 불가능한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다'라는 것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제작자들이 난이도를 통제하는 스테이지 방식의 게임 구조와 다르게, 로그라이크의 경우에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 무작위로 스테이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장르가 쌓아올려지면서, 이러한 클리어 불가능한 경우의 수를 통제하는 요소들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하데스의 경우는 덜 로그라이크스러운 로그라이크 게임이라 할 수 있는데, 게임에서 무작위로 등장하는 요소들은 신의 은혜와 게임 플레이를 강화하는 요소들이며 난이도를 올리는 요소들은 플레이어의 철저하게 플레이어의 통제범위에 들어있다.

 

하데스의 로그라이크 요소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데스의 전투 시스템을 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하데스는 각자의 개성을 갖고 있는 6개의 무기를 이용해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각 무기는 4가지의 하위 특성들이 존재하고, 총 24개(6개 무기 X 4개의 양상)의 서로 다른 무기에 속성을 부여하는 요소들(다이달로스 망치, 신들의 은혜 등)을 조합해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 각각의 요소들은 게임 플레이 양상을 완전히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처음 어떤 무기를 선택해서 게임을 플레이할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무기의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중 우선 신들의 은혜를 보자. 신들의 은혜를 붙여서 속성을 부여한다:예를 들어 제우스는 연쇄 번개를 방사해서 여러명의 적을 공격하거나 적이 공격할 때 스스로 자해를 하는 디버프를 줄 수 있고, 아레스는 한번의 큰 데미지를 주는 저주와 깔아두기 형태로 쓸 수 있는 마법을 쓸 수 있다. 각각의 신들이 주는 은혜는 무기의 사용 방식을 많은 영향을 준다. 제우스의 경우 은혜로 주는 데미지가 작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타수를 자랑하는 무기들을 써야한다. 말폰의 주먹이나 스티지우스 칼날 같은 리치는 짧지만 공격속도가 빠른 무기가 제격일 것이다. 그러나 한방 한방이 묵직한 코호트나트나 이지스 방패, 혹은 아다만트 레일의 보조 공격을 활용하려면 무기 자체의 배수를 늘려주는 은혜들(포세이돈이나 데메테르, 아테나 같은)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것이다. 

 

은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은혜들을 중첩시켜야 한다는 점이다:몇몇 은혜들은 단독으로 사용되었을 때 그 영향력이 크지 않다. 단순히 치명타 버프만 부여하는 아르테미스나 데미지 감소 디버프만 부여하는 아프로디테 같은 경우에는 단독으로 사용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아프로디테나 아르테미스의 경우 전설 은혜를 해금하여 보스 상대로 무한 스턴을 부여하거나, 다른 신들과의 결합 은혜인 듀오 은혜를 노려서 더 큰 버프를 노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여러 명의 신들의 은혜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를 플레이어가 미리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게임 플레이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신들의 은혜보다도 무기의 주공격-보조공격의 성능 자체를 바꾸는 다이달로스 망치일 것이다. 은혜는 주공격-보조공격 등에 영향을 미친다면, 다이달로스 망치를 통해서 얻는 능력들은 무기 자체를 완전히 다르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바라타의 양상인 하데스의 양상을 기준으로 한번 살펴보자:하데스의 양상은 창의 모으기 공격을 디버프를 뿌리는 용도로 바꾸어준다. 여기에 다이달로스 망치 중 모으기 공격과 관련된 기능을 추가하면 게임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모으기 공격은 더 빨라지거나 더 커지고 강해지면서 디버프를 효율적으로 더 빠르게 뿌려줄 수 있다. 은혜들이 기본적으로 다른 은혜들과 상호작용하거나 쌓아올리지 않는다면 단독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다이달로스 망치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하데스가 흥미로운 점은 로그라이크 요소가 플레이어에게 패널티와 난관을 주는 쪽이 아닌 플레이어가 위와 같은 요소들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무작위로 만들어지는 맵이나 적들의 조합은 다른 로그라이크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그렇게 다채롭지는 않다. 큰 틀에서 기조는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마지막 하데스와의 일전을 두고, 어떻게 하면 하데스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한 최적의 '빌드'를 짜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각 방마다 무작위로 존재하는 신들의 은혜와 버프들을 쌓아올리면서 자그레우스를 강화해야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과정에서 게임은 무작위성에 의지하지 않고 변수를 통제할 수 있는 요소들을 준다는 점이다:단순히 암흑을 이용한 레벨업 요소를 넘어서, 선택한 은혜를 팔아서 제거하거나, 기념품을 사용해서 조합에 필수적인 특정 은혜를 처음 시작할 때 고를 수 있다던가, 다음 방의 선택지를 바꾸거나, 혹은 선택지에 추가적인 효과를 주던가(예를 들어 넥타르에 은혜 레벨업 효과를 주는 등) 등의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플레이어가 전략적으로 게임을 해결해나가는데 초점을 맞춘다. 만약 플레이어가 원하는 은혜와 무기 조합이 나오지 않더라도, 다양한 보정 요소를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난이도와 관련된 부분에서 게임은 플레이어가 난이도 요소를 조절하는 방법론을 채택하고 있다:첫 클리어 이후, 더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는 형별 규약은 게임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보정 요소들을 게임에 적용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렇게 보정을 걸 때마다 보상을 새롭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높은 난이도에 도전할만한 동기를 부여한다.

 

흥미로운 점은 각각의 형별규약들은 각기 다른 '해결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함정의 데미지를 올리는 형벌규약을 적용하면, 아테나의 함정 데미지를 완화하는 은혜로 커버할 수 있고, 1회 데미지를 무효화 시키는 실드는 짧게 여러번 치는 공격의 무기로 커버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게임은 은혜나 무기의 조합 등을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플레이어의 적극성이 중요하다.

 

결론을 내리자면, 하데스는 로그라이크에서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선택'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할만한 게임이다. 선택하면 선택할수록 다양한 가능성과 경우의 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제작사가 많은 고심을 한 것이 보이고, 결과로도 뚜렷하게 보이는 편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길 추천드린다.

 

게임 이야기

 

락스테디와 WB 게임즈의 새로운 DC 게임들이 공개되었다. 하나는 배트맨 사후의 고담 시를 지키는 배트맨 패밀리들(레드 후드, 배트걸, 로빈, 나이트윙)의 이야기를 다루고 코옵이 포함된 루팅 RPG인 고담 나이트고, 다른 하나는 4인 협동 게임인 수어사이드 스쿼드다. 락스테디가 아캄 나이트 이후 지난 몇년 동안 무수한 루머 속에서 무언가(슈퍼맨 게임, 새로운 배트맨 게임 등등)를 만들고 있었다는 루머는 있어왔지만, 4인 협동 슈터 게임을 만든다는 뉴스는 팬들이 기대하는 무언가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락스테디와 WB 게임즈의 새로운 게임들은 전혀 새롭지 않은 시도들이었다:거대한 세계, 반짝거리는 루팅 요소들, 레벨업, 코옵까지. 모두가 근 2~3년 동안 트리플 A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요소들이다. 락스테디의 게임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던 회사는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렇게까지 놀랍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락스테디의 장점이 '배트맨이 된다는 경험이 무엇인가?'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기존의 게임 요소들을 퀼트처럼 조합해서 만들어내는 부분이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요소는 기존의 요소들과 상당히 '배척'된다고 할 수 있다. 배트맨은 디아블로에 나오는 케릭터들마냥 장비와 경험을 처음부터 쌓아올리는 사람이 아니다. 락스테디는 배트맨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닌, 배트맨의 관점에서 배트맨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끔 만드는 게임들을 만들어왔다. 이러한 경험은 다른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는 것보다 플레이어 경험에 오롯이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싱글플레이 형태의 게임에 방점이 찍힐 수 밖에 없다. 그런 장점과 다른 게임플레이의 게임을 만드는 점은 상당히 기대가 안된다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성은 비단 락스테디 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 프랜차이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어크 시리즈 역시 오픈월드 게임에서 오픈월드+RPG+루팅 개념이 있는 게임으로 방향성을 전환하기도 했고, 루트 슈터(보더랜드 3나 데스티니나 실패했지만 앤썸이나 브레이크 포인트 같은)들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중요한 점은 오픈월드라는 유행이 지나가면서 새로운 지향점으로 RPG와 루팅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에셋(맵이나 모션 같은)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새로운 요소를 확장한다는 프랜차이즈 개념에서 보았을 때, RPG나 루팅 개념은 기존 에셋에 검증된 매커니즘을 더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안전한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깊게 들여다 본다면, 트리플 A 게임 프랜차이즈에서 게임 플레이를 밀도있게 구성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벌이는 촌극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스테이지를 구성하는 것은 게임 플레이를 밀도있게 구성하는 일이었다:예를 들어 젤다의 전설이나 다크소울 같은 경우, 각각의 스테이지에 나름의 개성을 깔아두고 플레이어가 그 개성을 이해하고 스테이지에 맞는 통일적인 경험을 하게끔 만들었다. 중요한 점은 전통적인 스테이지식 구성에서 게임 플레이의 흐름은 직선적이고 집중적이기 때문에 스테이지를 만드는데 제작자들의 많은 숙련도와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게임 스타일은 전통적이긴 하지만, 동시에 정합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실패할 확률도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오픈월드의 등장은 이러한 문제를 속이기 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오픈월드는 거대한 세계를 일정한 규칙에 맞춰서 만들기만 하면 된다. 중요한 점은 오픈월드라는 공간과 게임 플레이가 정합성을 갖추지 않아도 오픈월드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 작동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오픈월드 장르에서 중요한 것은 세계라는 공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RPG 요소와 루팅 개념의 등장도 이 위에 얹어진 개념이라 볼 수 있다. RPG의 레벨링과 스텟, 스킬 등의 요소를 이용해서 플레이어가 무언가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낸다는 느낌을 주는 쪽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의 정합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속일 수 있게 된다.

 

다시 락스테디와 WB 게임즈의 신작으로 돌아와보자:이 게임들이 아캄 시리즈에 비해서 그저 그런 게임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일단 락스테디의 장점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내용이고, 루팅과 RPG 요소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요소다. 최근 2~3년간의 루팅과 RPG 요소들의 대유행은 지난 5년전의 다양한 시도와 실패들에 기반하고 있다. 데스티니의 성공이 초창기 거나한 실패(판매량과 별개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봐야할 것이다. 이번이 첫 RPG와 루터, 코옵, 슈팅이 결합된 게임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작들은 들어간 노력과 별개로 그렇게 기대할만하진 않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작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대유행은 20년 중반을 지나는 지금까지도 전세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전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과 대규모 격리 등은 사회와 경기에 안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안받거나 명백히 '득을 보는' 흐름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음식 배달이나 택배 등 외부 공간이 아닌 집이라는 환경을 기반으로 전개되는 산업들일 것이다. 일례로 배달의 민족과 같은 음식 배달업이나 이 분야에 종사하는 업체들은 작년 대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쿠팡 같은 경우 급격한 성장과 기업의 명과 암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것이 요즘 기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언택트Untact 소비 트렌드다.

 

물론 기업들이 이러한 단어에 꽂혀서 트렌드 장사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고, 코로나의 영향이 일시적일 수도 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쿠팡이나 음식배달, 택배 등등의 산업 역시도 기존에 존재하던 수요가 외부 효과로 인해서 늘어난 것이고, 이전부터 꾸준한 수요로 자기 자리를 확고한 분야였다. 하지만 코로나가 일으키는 변화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코로나는 새로운 수요와 산업의 발굴이 아닌 기존의 산업 내의 요소들의 균형을 변화시키는 화학적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 흥하고 있는 음식 배달 산업 같은 경우를 보자. 이전에는 이들이 기반하는 산업은 외식 산업이었고 할 수 있으며, 어디까지나 외식 산업 전반을 보조하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는 사람들이 배달을 통한 외식이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배달로 할 수 있다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벤트가 되었다. 이 학습을 통해서 사람들은 소비 패턴이 바꾸었고, 사람들은 점포라는 공간보다도 외주화된 배달 인프라와 플랫폼의 형태로 이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변한 소비 패턴이나 산업 구조가 이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코로나의 대유행이 장기화되어 시장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크긴 하지만, 기존에도 있었던 잠재성(충분히 흥할 수 있었지만, 사람들이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쪽으로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을 발휘할 수 있는 트리거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학적 변화의 역치를 낮추는 역할로 코로나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게임이나 취미활동 기준에서 코로나는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흥미롭게도 여타 산업군이 코로나로 인해서 급작스러운 변화(여행 관광산업의 몰락, 배달과 택배 등 집을 중심으로 한 산업의 급부상)를 맞이한 것과 달리, 게임 산업은 그 여파가 겉으로는 미미한 것처럼 보인다.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본다면 2020년 게임계는 조용한 편이다. 몇몇 게임들은 발매가 연기되었고, E3는 취소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소소한(?) 사건들을 제외한다면, 2020년 게임계가 조용한 것은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PS4와 XBOX ONE 다음 세대의 콘솔을 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통적으로도 이렇게 중간에 낀 세대들은 폭풍전야와 같은 고요함을 보여주는 경향성이 있는데, 큰 회사들의 역량이 모두 다음 세대 게임을 만들거나 마케팅하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하게도 게임 산업 자체도 코로나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일단 먼저 수요 자체가 성장한 것이 있다:일례로 코로나 사태 이후, 닌텐도는 3월 동물의 숲 신작을 출시하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 성공은 전적으로 '코로나로 인해서 스위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두었다는 점에서 매우 특기할만한데, 이 열기는 국내에서 스위치 품귀 현상을 오랫동안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특기할만하다. 상반기의 게임들 중에서 동물의 숲 신작 만큼의 성공을 거둔 게임이 소니나 액스박스 진영 쪽에 없어보이긴 하지만, 상반기에 특기할만한 이쪽 콘솔의 게임들이 '거의 없었다' 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수요 관점에서의 성장을 제외한다면, 산업과 개발 관점에서는 재택 근무 이슈가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 이것이 소비를 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논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몇몇 소소한 이벤트들에 이 재택 근무 이슈가 영향을 크게 끼치기도 하였다:일례를 들자면 닌텐도의 스위치 라인업 공개 및 게임 개발에 차질이 있다는 것이다. 루머에 의하면 닌텐도는 타회사에 비해서 재택 근무와 같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타 게임회사에 비해서 상당히 늦었다고 알려져 있었고, 실제 동숲의 성공 이후 신형 콘솔 발매까지의 공백을 스위치가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지금까지 그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점을 잃은 것이 닌텐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기회를 잃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리고 다소 흥미로운 '변화'들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게임 산업과는 조금 '엇나간' 분야이기는 하지만, 미니어처 게임이나 보드 게임, 그리고 이를 둘러싼 취미나 산업들(미니어처를 만들거나 보드 게임에 활용할 수 있는 3D 프린팅 취미활동이나 Paetron 같은 후원 활동 등)이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가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로 인해서 대면 접촉이 어려운 미니어처 워게임 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었는데, 게임 자체가 하기 어려운(대면 접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워해머 40k의 새로운 판본의 한정판인 인도미투스가 유래없는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공식적인 언급은 없지만, 여러 해외 리테일 샵의 증언이나 한정판이 전세계적으로 모자라서 MTO 형식으로 주문 생산까지 하는 유례없는 일이 일어난 점까지)이 그러한 변화의 주요한 예라 할 수 있다.

 

물론, 미니어처 워게임에서 일어난 일이 비슷하게 비디오 게임에서도 일어난다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두 분야는 어느정도 겹치긴 해도 서로 명백하게 다른 수요층과 소비 패턴을 가진 분야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서브 컬처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둘은 큰 틀에서 가족과도 같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고, 이런 점에서 비추어 보았을 때 이러한 현상이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도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물론 지금은 그러한 트리거를 당길만한 큰 사건이나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신형 콘솔의 발매'라는 이벤트는 코로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 있고, 역대 콘솔 런칭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무언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파 크라이 6가 2021년 2월 발매 예정으로 공개되었다. 이번 6편은 가상의 열대 국가를 배경으로 독재자 악역과 대립하는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 한다. 6편의 설정은 사실 놀랍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은 설정이고 발상이다. 이미 4편의 구도(독재자 페이건 민과 저항 세력들을 둘러싼 갈등)에서도 직접적으로 써먹은 부분이고, 2편(아프리카)과 3편(태평양의 섬들) 모두 직접적으로 열대 지방을 다룬 적이 있었다. 

 

오히려 이렇게 이전 작품들을 상기하게 만드는 구조가 파 크라이 6의 특이점이라 할 수 있다:파 크라이 시리즈는 의식적으로 시리즈의 숫자가 바뀔 때마다 계속해서 배경과 테마를 바꿔왔다. 그 속에는 게임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라는 근본적인 결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파 크라이 시리즈는 처음 크라이텍에서 만들어졌지만, 유비가 프랜차이즈를 인수하고 2편을 만들면서 우리가 아는 '파 크라이'가 초기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 당시의 파 크라이 2는 지금의 파 크라이 시리즈(3편 이후)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실험적인 특징들을 많이 갖춘 게임이었고(총기 자체도 소모품이었다던가 등), 몇몇 부분은 지금의 파 크라이 시리즈보다도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파 크라이 시리즈가 대중화 된 파 크라이 3부터였을 것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점으로는 1편과 2편에서 찾아볼 수 없는 활이라는 무기 체계가 등장한 것이었다. 이 활이라는 무기는 파 크라이 3의 특징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무성무기에 머리를 맞추면 적을 한방에 보낼 수 있어서 초반에서 중후반까지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곡사 무기이기 때문에 항상 적과 플레이어의 거리를 계산해야했었다. 때문에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지속적으로 맵과 공간에 대해서 인지하고 행동하게끔 만들었다. 또한 적 초소 공략 같은 경우 정교한 스테이지는 아니었지만 플레이어와 적을 다양한 축적의 공간에 배치하여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었다:플레이어는 원거리에서 탐색하고 저격하며 상대를 제압할 것인지, 아니면 적의 사각에 숨으면서 근접해서 한 놈씩 죽일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일반적인 아레나 스테이지를 풀어나가듯이 정면 돌파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파 크라이 3의 구조(다양한 축적과 플레이 방법을 지닌 오픈월드 스테이지의 구조)가 콘탠츠와 시스템의 확장 측면에 있어서 대단히 어려운 구조였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파 크라이 시리즈, 아니 FPS의 전제는 총기라는 도구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현실에서 총기의 사거리가 최소 몇백 미터 단위라는 점이 게임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현실을 기준으로 생각할 때, 플레이어는 시야만 확보된다면 몇백미터 바깥에 깨알 같이 보이는 상대방을 저격총이나 소총으로 하나씩 처리할 수 있고(물론 탄도와 낙차도 고려해야 하지만), 이쪽은 시간이 걸리지만 더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은 상대가 시야에 나올 때까지 포지션을 고수해야한다는 점에서 수동적이고,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점에서 재미가 없는 방법이다. 

 

총기의 전능함 문제가 두드러진 오픈월드 게임의 예시는 다른 게임이지만 파 크라이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먼 친척인 브레이크 포인트다. 브레이크 포인트는 근접해서 적과 싸우는 것이 상당히 리스크가 크고, 체력 회복 등에 여러 제약 조건이 있기 때문에 난전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은 드론으로 최대한 태깅을 한 후, 무성 저격 소총 등을 이용해 적을 하나씩 제거한 뒤, 도저히 처치 불가능한 적들은 직접 돌입해서 처리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이 과정은 가장 확실하지만 지루한 방법이고, 무언가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판단과 전략, 순발력이 들어가기 보다는 단순한 노동+실수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하는 불편함의 결합이었다.

 

파 크라이 3는 이러한 문제를 다소 단순하게 풀어내는데, 1)초중반 무성 무기 자체를 활만 준다, 2)소음기 단 저격총을 쉽게 주지 않는다 3)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최대 소지 탄약수가 제한된다 였었다. 이를 통해서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근-중거리 무기(활과 권총, SMG, 최악의 경우에 쓸 수 있는 돌격소총 까지)를 선택하고,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고 게임에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적을 헤드샷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소음기 단 저격총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게임의 노력이 무색해질정도로 게임이 쉬워지기 시작한다:시야가 확보된다는 전제 하에서 모든 적들을 저격총 하나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 크라이 3 이후의 문제는 이러한 만병지왕 총에 대해 게임 매카니즘 상 그 어떠한 제제도 가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저격소총 뿐만 아니라 돌격소총에 소음기를 달 수 있게 해서 잠입에 유리하게 만들지 않나(4편 이후), 들고 다니는 탄환의 양이 점차 증가한다든가, 휴대용 유탄발사기가 권총 카테고리로 들어온다든가, 투사할 수 있는 화력이 늘어나는 등(4편에서 경기관총이 좋아지는 점 등)이 그러했다. 심지어는 5편은 굳이 활 같은 무기를 사용할 필요 없어지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게임은 파 크라이 3의 활이라는 기믹을 포기하지 않았다. 여전히 활이라는 병기가 갖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파 크라이 3 이후 활은 개근하였을 뿐만 아니라 활의 기믹을 이어받는 다양한 무기들이 추가되었다. 4편에서는 반자동 석궁이, 5편에서는 새총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파 크라이 3편에서 처음 보여주었던 충격이나 게임 플레이에 유화된 모습은 3편 이후 찾아볼 수 없었다.

 

파 크라이 3 이후의 파 크라이 시리즈는 3가 갖고 있는 가능성과 한계가 이미 3편에서 끝나버렸는데도 계속해서 그 원칙을 고수하는데 있다. 여전히 게임은 다양한 축적(전초기지를 공략하는데 원거리에서 저격을 하거나 근거리 암살로 풀어나가는 등)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스테이지의 축적 구조 자체가 본질적으로는 3편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고, 게임은 총기를 이용한 게임 플레이를 강화하는 방향을 선택하여 그러한 축적을 '무화'시키는 방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파 크라이 3가 잘 만들어진 틀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10년 가까이 콘탠츠를 구성하는 구조(전초기지 해금 같은)만 고쳤을 뿐이다. 어크 시리즈가 위처와 같은 RPG를 밴치마킹하면서 어크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다른 장르의 영역으로 성공적으로 이동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파 크라이 6편, 더 나아가 시리즈 자체에 필요한 것은 3편이라는 모델을 포기하는 '용기'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게임 이야기

 

젤다의 전설 시리즈에는 최초의 1편에서부터 야생의 숨결까지 이어지는 일관된 법칙이 있다. 플레이어는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른채 스테이지에 내던져진다. 그리고 그 스테이지 내에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도구들을 이용해 수수깨끼를 풀어가면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 스테이지와 수수깨끼, 그리고 도구를 통한 상호작용은 젤다의 전설을 유명하게 만든 요소이자, 후대 게임에 큰 영향을 끼친 원칙이었다. 심지어 야생의 숨결은 고정된 스테이지를 넘어서 오픈월드에서도 이러한 방법론이 통용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야생의 숨결을 기점으로 젤다의 전설은 큰 전환점을 맞이한 것으로 보여진다:과거의 방법론이 현대적인 장르(오픈월드/샌드박스/심리스 같은)에도 통용될 수 있다.

 

하지만 역으로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겨난다: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젤다의 전설 시리즈와 법칙이 생겨났다면, 과거의 젤다의 전설은 어떠한 가치를 지니게 될까? 꿈꾸는 섬(2019)은 어떻게 보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이라 할 수 있다. 꿈꾸는 섬(2019)은 30년전 흑백 게임보이로 나온 젤다의 전설:꿈꾸는 섬을 리메이크한 게임이다. 3DS 젤다 이후, 스위치로 처음나오는 클래식(?) 젤다인 것이다. 

 

큰 틀에서 꿈꾸는 섬(2019)은 야생의 숨결 이전, 아니 그보다 더 이전(슈퍼패미컴으로 나온 신들의 트라이포스 정도까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몇몇 편의성과 그래픽은 일신되었지만 게임의 구조 자체를 바꾼 리메이크가 아니기 때문에 꿈꾸는 섬(2019)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30년전의 원작에 기반한다. 그런데도 흥미로운 점은 어떤 웹진 리뷰에서는 "꿈꾸는 섬은 오픈 월드라는 단어가 있기 전의 단순했던 시절에 다시 귀기울이게끔 하는 작품이다."(Link’s Awakening harkens back to a simpler time, one before terms like “open world” even existed, 버지 리뷰)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이다. 오픈월드/샌드박스라는 장르가 정의되기 30년도 전의 작품에 대해서 어째서 오픈월드 장르란 표현을 쓰면서 평가를 내렸을까?

 

꿈꾸는 섬을 오픈월드 장르에 비교하기 위해서는 먼저 오픈월드/샌드박스 장르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나마 해야할 것이다. 오픈월드, 혹은 샌드박스라는 명칭이 병용되는 이 장르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거대하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필드형 스테이지가 존재하고(오픈월드), 그 안에서 다양한 방법론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샌드박스)라는 것이 이 장르에 대한 정의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꿈꾸는 섬은 거대한 필드형 스테이지(코호린트 섬)가 메인이 된다는 점에서 '오픈월드' 라는 속성에는 부합할 것이다. 하지만 현대적인 용례에서 오픈월드는 샌드박스의 속성을 함께 지니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서 꿈꾸는 섬은 샌드박스 장르 속성과 유사한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가?'로 분석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젤다의 전설 시리즈가 스테이지와 수수깨끼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젤다의 전설 시리즈들은 스테이지를 수수깨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론 자체는 이제 흔해서 이 큰 명제(스테이지를 수수깨끼로 구성하다)로는 젤다의 전설만의 특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 명제를 젤다의 전설만의 특수성으로 맞추어서 게임을 설명하자면 '합리적이지 않은Non-Sense 세계에서 합리성Sense을 찾아내다'가 될 것이다:젤다의 전설은 플레이어에게 어떠한 설명없이 수수깨끼만 덩그러니 던져놓는다. 스테이지들과 던전들은 수수깨끼를 갖고 있고, 여기에는 정답이 있다. 하지만 가이드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른다. 젤다의 전설 게임 경험의 핵심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한다'라는 결과를 플레이어 스스로가 답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꿈꾸는 섬(2019)의 경험을 오픈월드에 비교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정확하게는 던전들을, 각 스테이지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어떠한 도구가 던전을 푸는데 도움이 되는지 같은 요소들을 플레이어가 직접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고 이 점이 오픈월드/샌드박스의 특성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즉, 합리적이지 않은 세계이지만, 그 속에 분명 답이 있고, 그 답을 찾아가는 중에 플레이어가 게임의 규칙을 내재화해서 받아들어야 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행동이 중요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코호린트 섬이라는 스테이지는 플레이어가 어디로 갈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지시(최근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경로 표지 같은)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다음 던전에 들어가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도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이 '과한' 부분들도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이전의 게임들이 게임 잡지와 공략을 연동하여 접근하였기에 '플레이어 혼자서 파악하기 힘든 파훼법'을 도입한 것들이 있는데, 가령 교환 이벤트라던가 마지막 던전에서 보스에게 도전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순서로 던전을 진행해야 하는 점(심지어 매번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무작위로 생성되며 상당히 길다.) 등은 지금 관점에서 다소 과하다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꿈꾸는 섬(2019)의 경험은 샌드박스/오픈월드라는 장르 경험의 프로토 타입을 체험하는 것이며,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풀어나가는 재미가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수수깨끼의 풀이법을 찾기 위해 게임 내적인 논리를 플레이어 스스로가 내재화 하는 과정에서 능동적인 경험을 하는 것은 지금이나 이전이나 게임에 있어서 핵심적인 재미라 할 수 있다.

 

꿈꾸는 섬(2019)에서 주목할 부분은 리메이크를 하면서 게임 전체를 장난감의 세계로 재구성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원작 자체가 기존 닌텐도 프랜차이즈들에 등장한 요소들을 한데 엮는 게임이었긴 했지만, 꿈꾸는 섬(2019)는 이러한 원작의 요소를 플라스틱 피규어와 같은 장난감으로 묘사하면서 원작의 감성을 추억 가득한 무언가로 바꾸는데 성공하였다.

 

결론적으로 꿈꾸는 섬(2019)은 과거의 게임도 지금 플레이할만한 가치가 있음을 증명한다. 다소 단순하기는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든다라는 이 단순하고도 강력한 원칙이 꿈꾸는 섬(2019)을 재밌게 만드는 것이다. 30년전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를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꿈꾸는 섬(2019)은 젤다의 전설이 갖고 있는 강점을 설명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 이야기

 

*닌텐도 스위치로 플레이하였습니다.

 

보이드 바스타드의 로그라이크 슈터라는 발상은 전혀 놀랍지 않다. 로그라이크와 FPS는 트리플 A과 인디 게임계의 트렌드들을 이끌고 있는 거대 동력들이고, 이 둘의 결합은 이전에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 게임의 범람과 별개로 재밌는 로그라이크나 FPS의 결합을 찾기는 어렵다. 사실, 이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트리플 A 게임을 통해서 문법이 확립된 FPS의 문제보다는 로그라이크의 문제라 할 수 있는데, 로그라이크는 탄탄한 기본 기제를 가진 게임이 아니면 오히려 게임에 독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는 로그라이크라는 장르와 기법이 하나의 거대한 속임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로그라이크는 무작위로 콘탠츠를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플래이하는 매번의 경험은 분절적일 수 밖에 없다:일반적인 게임에서 스테이지 구성은 짜임새가 있고 연속적이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경험 역시 연속적이다. 그러나 로그라이크에서 플레이어의 사망은 모든 스테이지 구조를 초기화시키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매번의 경험은 불연속적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매번 게임을 플레이할 때마다 새로운 스테이지 구조가 된다 = 스테이지가 계속해서 생성되기 때문에 무한이 즐길 수 있다'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게임을 통해서 쌓아올리는 경험과 학습이 연속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좌절스러운 경험을 더 제공되는 때들이 많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 로그라이크 게임은 '생존'과 '죽고 나서도 이어지는 업그레이드'라는 요소를 도입하였다. 이는 로그라이크 장르 게임의 특성에 많은 부분 부합한다. 한 번의 사이클을 끝내기 위해서 게임의 각가지 장애 요인으로부터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생존이라는 개념이 로그라이크와 부합한다. 그리고 매번의 분절적인 경험으로 게임 플레이 경험을 학습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하게끔 요소로 죽고 나서도 이어지는 업그레이드 개념도 로그라이크와 부합한다. 

 

하지만 이러한 로그라이크의 생존과 업그레이드 개념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이다. 로그라이크의 핵심은 게임의 근간이 되는 플래이다. 오히려 로그라이크에서는 일반적인 스테이지 식의 게임보다 핵심적인 게임 플래이가 더 부각된다. 일반적인 스테이지 구성의 게임에서는 스테이지의 완급에 따라서 게임 플래이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지만, 로그라이크에서 의도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있는 스테이지 구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온전하게 게임 플레이만에 집중하여 게임을 구성해야한다.

 

보이드 바스타드는 이러한 점에서 게임 플레이의 기본이 잘 만들어진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보이드 바스타드는 무작위로 생성된 우주선에서 필요한 부품들을 찾고 빠져나오는 것이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다. 보이드 바스타드는 여타 로그라이크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본적인 요소들은 갖추고 있는데, 무작위로 생성되는 스테이지와 죽어서도 이어지는 업그레이드 요소, 살아남기 위해서 총알과 회복 아이템 등의 요소를 관리해야 하는 점 등이 그러하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로그라이크 장르 관점에서 보이드 바스타드가 눈에 띄는 부분은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보이드 바스타드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시스템 쇼크에서 이어져 내려와 바이오 쇼크나 프레이로 이어지는 FPS의 흐름이다.이들 게임들은 두가지 측면에서 일반적인 FPS와 차별화된다. 첫번째는 총과 능력을 활용하는 액션 시스템이다:일례로 바이오쇼크가 한 손으로 공격, 다른 한 손으로 초능력을 써서 적들과 싸우는 흐름을 보여준다. 이렇게 단순히 총을 쏴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을 넘어서 총과 능력을 모두 이용해서 전투를 벌이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게임은 플레이의 다양성을 늘렸다.

 

두번째로 이들 게임은 이러한 플레이의 폭을 늘려주는 대신, 플레이어가 쓸 수 있는 가용 자원을 제한함으로 플레이어가 총과 능력을 쓰며 게임을 풀어나갈 때 고민을 하게끔 만들었다. 대표적인 예로 바이오쇼크의 스테이지 디자인은 이러한 경향을 강하게 드러내는데, 게임이 스테이지로 일정한 구역을 설정하고 여기저기 뒤져가면서 총알과 자원을 획득하게 하였다. 플레이어는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서 스테이지를 꼼꼼히 수색해야하는데, 적들의 배치나 다양한 장애 요인으로 인해서 역으로 자원을 소모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

 

보이드 바스타드 역시 이러한 두가지 흐름을 모두 이어받고 있다:공격을 위한 무기들과 별개로 다양한 용도의 보조 무기군이 등장하여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가장 기본적인 스턴건인 재퍼부터 적을 세뇌하는 스크램블러나 적의 위치를 뒤바꾸는 쉬프터까지)과 게임 스테이지 디자인이 적의 섬멸을 중심으로 한 아레나가 아닌 아이템을 찾는데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특히, 두번째 요소는 보이드 바스타드라는 게임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보이드 바스타드에서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임무는 '특정 물건을 회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 목표가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함선을 이잡듯이 뒤져야 하며, 목표를 확보하면 다시 함선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즉, 보이드 바스타드는 진입-탐색-탈출이라는 큰 구조를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로그라이크의 무작위성이 보이드 바스타드의 진입 - 탐색 - 탈출 구조와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로그라이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때때로 클리어 불가능한 조합을 만들어내거나 정합적이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점에 있다. 보이드 바스타드는 교묘하게 이 두가지 문제점을 회피한다. 첫번째 문제는 진입과 탐색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판단을 내려서 목표를 찾지 않고 탈출할 수 있다는 방법론을 통해 해결한다. 보이드 바스타드에서 플레이어는 각 우주선의 큰 특징들(어떤 목표가 있는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고,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과 역량에 비추어보아서 그 우주선을 진입할지 넘길지를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우주선에 진입했더라도 목표를 달성하지 않아도 탈출할 수도 있다. 물론 이동과 회복에 자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진입하고 탈출하는 것이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스테이지를 선택하거나 진행할 때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자유롭게 플레이를 끊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여타 로그라이크의 무작위성이 갖는 문제를 잘 풀어내는 편이다.

 

또한 보이드 바스타드는 무작위로 스테이지가 만들어지더라도 '정합적'인 구성을 갖는다. 기본적으로 스테이지가 되는 각각의 우주선들은 게임 설정상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특수선들이기 때문에, 주로 등장하는 목표물과 총알, 자원들이 각기 달라진다. 또한 우주선 내에서도 각 구역에 따라서 등장하는 아이템들이 경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목표 이외에도 자신이 필요한 물품이 등장할만한 스팟들만 골라서 돌거나 심지어 목표물이 어디서 나올 것인지 맵을 보고 추리한 다음에 최단 루트로 목표물만 빼올 수도 있다. 게임의 난이도도 심도로 표현되며, 심도에 따라 조우하는 수정치나 적들, 목표물이 달라지며,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심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정합성과 합리적인 게임 플레이 양쪽 모두를 고려하였다 할 수 있다.

 

로그라이크 게임은 무작위성 때문에 정합성을 가진 스테이지 구조를 찾아보기 힘든데, 보이드 바스타드는 큰 틀에서 정합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정말로 훌륭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 덕분에 플레이어는 변화무쌍한 게임 속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스테이지는 계속해서 변화하지만, 정합적이고 불합리한 부분은 플레이어 판단으로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로그라이크 특유의 불합리함을 만날 일도 줄어든다. 

 

결론적으로 보이드 바스타드는 로그라이크 게임 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훌륭한 게임이다. 클리어 이후에 챌린지 모드가 추가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추가적인 콘탠츠가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구매한 돈값 그 이상은 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스위치에서도 깔끔하게 돌아가는 편이기 때문에 스위치로 좋은 로그라이크 게임을 찾는 사람에게는 추천하는 바이다.

게임 이야기

 

* 스위치 버전을 기반으로 쓰여진 리뷰입니다.

 

북 오브 데몬은 상당히 독특한 지점에서 시작된 게임이다:북 오브 데몬은 디아블로 1편을 베이스로 만들어졌다. 게임의 스토리에서부터 직업 선택, NPC, 분위기, 스테이지 구성 등등 너무 충실하게 디아블로 1의 모티브를 차용하고 있다. 북 오브 데몬의 흥미로운 점은 지금껏 나왔던 많은 게임들이 디아블로 1이 아닌 디아블로 2를 벤치마킹의 모델로 삼았다는 점 때문이다. 디아블로 1편은 분명 잘 만들어진 게임이긴 했다. 하지만 1편의 강점들(무작위성, 케릭터 육성, 어두운 분위기, rpg와 액션의 결합 등)은 디아블로 2를 통해서 장르화되고 공식화되었기 때문에 지금의 관점에서 보자면 '미완성'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장르적으로 더 나은 게임을 버리고 그 이전의 게임을 선택한  북 오브 데몬은 디아블로 2식의 게임(액션과 케릭터 육성, 그리고 아이템 파밍)보다도 디아블로 1의 노스텔지아에 더 기대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희안하게도 북 오브 데몬은 디아블로 1의 장점들을 모두 가져온 게임이 아니다. 디아블로 1은 마우스 클릭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단순화된 액션 감각과 함께 마우스 클릭만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직관적인 이동이 결합된 작품이었다. 이후 수많은 게임들이 디아블로 1의 마우스 게임 플레이를 차용하였는데, 디아 3가 콘솔까지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디아블로의 탑뷰 arpg의 조작 방식은 장르의 특성(액션과 직관적이고 자유로운 이동)을 정립하였다. 그러나 북 오브 데몬은 플레이어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제한하고 '1자 통로'를 앞뒤로 오갈 수 밖에 없는 대단히 제한적인 맵 구조와 이동 기믹을 취하였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서 생기는 문제점들은 후술하겠지만 게임 경험 자체를 대단히 불편하게 만들었다.

 

북 오브 데몬의 가장 불합리한 점은 플레이어의 움직임이 1자 통로를 오가는 정도로 제한되어있는데,  적들은 맵 전체를 활용하면서 플레이어를 압박한다는 점이다. 덕분에 북 오브 데몬을 플레이하는 내내 플레이어는 적들 사이에 껴서 두드려맞는다. 일반적으로 기존 디아블로나 ARPG에서 이런 상황은 곧바로 죽음을 의미한다. 이 장르는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움직이고 적과 싸우기 때문에, 근접전 케릭터든 원거리 케릭터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싸우는 것은 장르의 핵심적 경험과 동떨어진 부분인 동시에, 게임 플레이 자체를 수동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북 오브 데몬은 자유로운 움직임 자체가 불가능하니 좁은 공간에서 서서 적들과 치고받고 하는 지구전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 하며, 게임 시스템이나 체력 회복 수단 등등을 통해서 이러한 게임 플레이 양상을 보조한다. 덕분에 게임은 적극적으로 적을 찾아 죽이기 보다는 체력이 치명적이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적을 하나 하나 말려 죽이는 양태가 되었다.

 

하지만 북 오브 데몬은 시스템으로 보완하고 있긴 하지만, 게임의 플레이 양태가 만들어내는 문제점들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턴과 관련된 게임 시스템일 것이다. 북 오브 데몬에서 플레이어가 스턴에 걸릴 시, 갑자기 화면이 흐려지며 허공에 떠있는 별들을 커서로 클릭하는 미니 게임으로 이어지는데, 게임 플레이 흐름과 완전히 다른 미니 게임이기 때문에 상당히 당혹스럽다. 이것은 위에서 이야기한 좁은 곳에서 스턴을 거는 적들과 부대낄 때 상당히 더 체감되는데, 연속으로 다섯번 여섯번 스턴 걸리는 상황을 경험하면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위와 같은 문제도 있지만, 북 오브 데몬의 콘솔판은 몇몇 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느린 이동 속도와 함께 일반 공격과 스킬의 사거리가 비상식적으로 긴(쉽게 이야기해서 근접 공격으로 한 5m 너머의 적을 공격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것에 대비해서 스킬은 한 개만 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정확한 타겟팅이 힘들다는 점이 북 오브 데몬 콘솔판을 더 엉망으로 일조하고 있다. 콘솔판에서 스킬은 L, R 버튼으로 움직여서 선택하고 사용해야 하는데, 여러개의 아이템과 스킬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보다 패시브 스킬을 잔뜩 껴놓고 스킬 한 두개만 쓰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게임 플레이가 편하다. 또한 자세한 타게팅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몇몇 적 스킬 차단이 어려워져서 게임 난이도를 올리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북 오브 데몬에서 그나마 좋게 봐줄 수 있는 점은 종이 접기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게임 그래픽 스타일일 것이다. 상당히 독특한 분위기에 화려한 그래픽이 아니더라도 상당한 눈요기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그래픽과 별개로 북 오브 데몬이 지향하는 게임의 스타일이 상당히 애매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게임은 디아블로 1편의 호러와 1편을 패러디한 게임으로서의 패러디 게임 사이에서 상당히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호러가 되기에는 종이접기의 가벼움이 더 인상적이고, 패러디 게임으로 보기에는 개그나 이런 부분들이 부족하다.

 

결론적으로 북 오브 데몬은 그저 그런 로그라이크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의 길이를 조절하는 요소나 죽지 않고 플레이할 시에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시스템 등등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의 베이스가 되는 시스템은 그렇게까지 뛰어나지 않고 버벅거리는 요소들이 다소 있다. 물론 디아블로 1을 해보지 않았거나 ARPG에 대해서 큰 기대감을 가지지 않는 플레이어라면 이러한 게임 성향이 나름 맞을 수 있겠지만, 절대로 게임 플레이 영상을 보지 않고 구매하지 않기를 바란다. 

게임 이야기
드디어 미뤄왔던 이걸 클리어 할 때가 온건가...
1 ··· 3 4 5 6 7 8 9 ··· 126
블로그 이미지

IT'S BUSINESS TIME!-PUG PUG PUG

Leviat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