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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1. 개요

'릴리스'라는 룰 시스템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식물족 엑시즈 테마. 유희왕에서 기존 어드벤스 소환을 위해서 코스트의 지불 행위를 릴리스로 통칭한다. 하지만 동시에 특수소환 위주로 빠르게 돌아가는 지금의 환경에서는 오히려 잘 사용되지 않는 개념과 룰이 바로 릴리스다. 그렇기 때문에 초창기 카드들에서 간간이 보이는 '이 카드는 릴리스 할 수 없다'와 같은 제약 조건이 후기 카드들로 넘어가면서 안보이는(=상대적으로 안쓰이기 때문에) 트렌드가 생겨났는데, 이 덕분에 거의 상당수의 카드들이 이 '릴리스' 행위에 대해서 내성을 갖지 않고 있다. 육화는 이 릴리스를 중심으로 기믹이 돌아가는데, 육화의 상당수 카드들이 릴리스를 코스트로 하는 것 치고는 효과가 하나씩 나사가 빠져있었기 때문에 약소 테마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육화의 신규 지원인 육화콩콩의 등장으로 상황이 급반전되게 되었다. 육화콩콩의 효과로 기존 코스트로 자신의 필드 몬스터 한 채를 릴리즈 하는 것을 상대 필드 몬스터 한장에 전가시킬 수 있는데, '코스트로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체인을 걸 수도 없고(이미 효과 발동 전에 코스트로 상대 몬스터를 릴리즈 했기 때문), 릴리즈이기 때문에 왠만한 내성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 한 턴에 한 번뿐이지만, 이걸로 육화의 필드와 몬스터 견제력은 왠만한 덱 테마들을 상회하는 강력함을 갖게 되었다.

2. 강점

1) 릴리스 라는 기믹과 맞물려 돌아가는 독특한 덱 기믹

대량 파괴, 제외, 무덤으로 보낸다 등등의 요소들이 판을 치는 유희왕이지만 릴리스 자체를 상대 견제 기믹으로 삼는 경우는 적었다. 하지만 그런 기믹이 들어간 카드들은 내성을 뚫고 들어가기 쉬워서, 카드 한 장 한 장의 가치가 상당했다. 대표적인 예가 파괴수 인데, 상대 필드 몬스터를 릴리즈 하는 파괴수 카드의 기믹은 상대 필드에 특수소환 한다는 디메리트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범용 견제로 자리매김 했다. 릴리스 내성이 있는 카드들도 있지만, 과거 어드벤스 소환을 위한 환경에서의 디메리트를 주기 위해 릴리스 할 수 없다 식의 제정이 아니면 뚫을 수 없는 기믹이 릴리스였다. 또한 우리가 알게 모르게 릴리스 하는 기믹들이 있어서 육화의 '릴리스하면 발동할 수 있다' 기믹을 충족시킨다.

육화는 릴리스가 될 때 카드 발동 조건을 만족시키거나, 릴리스 자체를 상대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쓰는 테마다. 프리체인 대상 릴리스를 날리거나(티어드롭), 내가 릴리스 할 때 상대 플레이어도 강제로 릴리스하게 만든다던가(육화의 풍화), 내 필드 몬스터를 릴리스 하고 파괴를 보호하거나(칸자시), 상대 몬스터 효과를 막고 컨트롤을 탈취해 상대 필드를 견제하는(육화의 박빙) 등등 육화는 릴리스와 관련된 독특한 기믹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육화의 릴리스 기믹은 결국 내 필드 어드벤티지 -1을 전제로 하고 있고, 다른 육화 마법/함정 카드들이 내 필드 어드벤티지를 소비하면서 까지 강력하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파워 오브 더 엘리멘츠에서 추가된 두 지원(육화의 하얀공주와 육화 콩콩)으로 육화의 어드벤티지 맞교환이 비약적으로 강해졌고, 다른 덱과 차별되는 강점을 가진 테마가 되었다.

2) '육화콩콩'

현재 육화 덱 테마의 핵심에 있는 카드이며, 육화의 핵심 엔진이라 할 수 있는 필드 마법 카드다. '자신의 필드 식물족 카드를 코스트로 릴리스할 때, 대신 상대 필드의 몬스터 하나를 릴리스 할 수 있다'라는 기믹으로 상대의 필드 몬스터 하나를 릴리스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코스트'로 릴리스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카드 발동 시에 코스트로 상대 몬스터를 릴리스 한 뒤라 카드의 효과 발동은 무효로 막을 수 있어도 해당 릴리스 자체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이로 인해서 육화 테마는 자신의 필드 몬스터 릴리스 -1 어드벤티지 후 카드 효과로 +2 어드벤티지를 끌어오는 것이 아닌, 내 어드벤티지 +2를 끌어오면서 상대 필드 어드벤티지를 -1을 하여 어드벤티지 격차를 끌어낸다. 한 턴에 한 번 제약이 있지만, 그럼에도 육화콩콩을 통한 육화 테마의 견제는 몬스터를 중심으로 전개를 진행하는 현 유희왕의 환경에서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육화콩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추가적으로 마법 함정 카드를 필드로 끌어와 세트하는 서치 기믹도 갖고 있는데, 노 코스트로 하루 우라라에 견제 당하지 않고 필드에 육화 마법 함정을 끌고 오는 육화콩콩의 서치는 탁월한 덱 압축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 육화 마법 함정들이 스트레나에로 회수해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마법 함정 카드를 한 장씩만 넣고 나머지는 범용 함정이나 식물족 전개 지원 몬스터들로 구성하게끔 할 수 있어 덱 구성에 많은 도움을 준다.

3) 식물족 범용 지원들과 맞물리는 전개력과 견제폭

식물족은 드래곤족이나 전사족 같은 메이저한 종족 카드군은 아니지만, 강력한 종족 범용 지원과 전개요원들이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성능을 자랑하는 종족 카드군이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이들 종족 범용 지원들이 상당수 '릴리스' 행위와 맞물렸다는 점이다:자신 필드 위의 식물족 몬스터 하나를 릴리스하고 덱에서 식물족 하나를 특수소환하는 론 파이어 블로섬, 스스로 릴리스 해서 불어나는 이블 손, 스스로 묘지에서 튀어나오는 1랩 튜너 그로우업 벌브, 묘지에서 몬스터 하나를 제외하고 그 몬스터의 레벨만큼 자신의 레벨을 올리고 소환되는 스포어, 일반소환/특수소환 시 식물족 카드 하나를 서치하는 빛의 제너레이드 마르델 등등 찾아보면 식물족 전반을 지원하는 강력한 범용 지원들이 많다. 심지어 특수 소환을 메타하는 선인장 클로저, 마법 함정을 메타 하는 나츄르 로즈휩 등과 같은 메타 카드들도 존재한다. 순수 육화 축을 타더라도, 육화콩콩으로 세이브한 자리 만큼을 범용 지원과 전개 요원들을 투입하는 것도 가능해서 전개가 유연해지고 필드가 단단해진다.

가장 유명한 보조 축은 생아발론 축 육화가 있는데, 생시드 게니우스 로키 한 장에서 시작해서 회생의 뱅갈렌제스와 스트라네에 한 장을 깔고 프리체인 바운스와 견제를 까는 결과물은 확실히 무시할 수 없는 결과물이다. 그리고 삼라 테마에서 끌고오는 용병들(무답랑, 오레이아, 아르세이, 희아궁)이나 식물 전반을 보조 지원하는 아로마 세라피 재스민 등등 전개와 견제 등에서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결과물들이 있어 구색은 상당히 갖춰진 편이다.

4)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필드 몬스터 견제력 및 몬스터 퍼미션

결국 1)과 2)와 맞물리는 영역인데, 육화콩콩으로 꽂히는 코스트로 릴리스 하는 견제와 몬스터 퍼미션을 제공해주면서 필드에서 식물족 몬스터 릴리스(육화콩콩을 이용해서 상대 필드 견제 가능)하고 덱으로 돌아가 후속을 준비해주는 육화의 하얀공주, 상대 플레이어 강제형 릴리스인 육화의 풍화 등등 몬스터 견제를 꽂아넣기 시작하면 상대 플레이어를 정신 못차리게 만드는 것이 육화의 몬스터 견제력이다. 심지어 상대에게 강한 견제를 꽂으면서 후속까지 챙겨오는 어드벤티지 교환은 초반부터 종반까지 덱 운영을 유연하게 만든다.

3. 약점

1) '육화콩콩'

아이러니하게도, 육화 덱의 강함은 대다수 육화콩콩의 강력함에서 나오기 때문에 육화콩콩이 막히면 덱 플랜이 상당수 꼬인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상대 플레이어는 육화콩콩에 접근하는 움직임들(보탄으로 서치, 테라포밍으로 서치 등등)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투입하는데, 여기서 육화 플레이어가 육화콩콩에 접속하는데 실패하면 상대 플레이어 견제가 어려워 진다. 육화콩콩이 없던 시절 육화가 자기 필드 어드벤티지를 깎아 먹음에도 애매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덱 테마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결국은 육화콩콩에 필드에 깔려는 플레이어와 그걸 막으려는 상대 플레이어의 싸움이 육화의 게임 플레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범용과 부가 축을 잘 활용해서 허를 찌르거나 등의 숙련도가 상당히 요구된다. 그래서 육화 플레이어는 육화콩콩이 통과되지 않았을 때의 저점 플랜을 항상 생각해둬야 한다.

3) 전무한 마법 함정 견제

육화 덱의 마법/함정 퍼미션이나 제외, 하다 못해 파괴나 발동을 막는 카드 자체가 없다. 갤럭시 사이클론, 아니 사이클론 한 장만 잡혀도 순수 육화 축 위주의 덱은 그대로 육화콩콩에 대한 견제를 통과시킬 수 밖에 없다. 육화콩콩 한 장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육화콩콩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은 육화에게 많이 주어지지 않은 샘이다. 물론 유희왕은 몬스터 전개 위주로 결과물을 내는 경우가 많아서 몬스터 퍼미션과 견제의 한 축을 꽉 잡고 있으면 상대의 플레이를 말리게 할 수 있지만, 그렇게 강력한 견제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화의 필드가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울며 겨자먹기로 춘희 티타니얼(대상 파괴 시, 자신 필드의 식물족 하나를 릴리즈 하고 카드를 무효로 하고 파괴)이나 하이페리톤(상대 턴에 엑시즈 소재를 하나 제거하고, 그 종류와 동일한 카드의 효과를 무효로 파괴) 같은 몬스터 카드를 쓰거나, 폴리노시스, 신의 심판 같은 카운터 함정 카드를 쓸 수도 있겠지만 다른 테마군에 비해서는 부족하고 아쉬울 수 밖에 없다.

3) 범용 용병 채용이 어려운 소환 제약과 열악한 식물족 고랭크 피니셔들

우수한 서치 카드인 육화의 한 조각이나 조건 없는 자체 패 특수소환이 되는 육화의 하얀공주, 식물족이랑 같이 나오면서 자체 엑시즈 소재를 충당하고 엑시즈 레벨 조정을 하는 스노드롭까지 육화 각각 몬스터 카드들은 나름 성능은 준수한 편이지만, 주요한 카드 전개 루트를 탈 때마다 식물족 제약이 걸리기 때문에 식물족 고랭크 엑시즈나 링크 몬스터를 결과물을 내는 것이 최선이다. 문제는 이 고랭크, 고링크 엑스트라 덱의 식물족 몬스터들은 실제 범용적이고 실전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카드들이 얼마 없다는 것이다. 육화 엑스트라 몬스터들과 삼라 테마 엑시즈 몬스터들, 신수수 하이페리톤 정도가 범용적으로 채용 가능한 몬스터들이다. 이들이 약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엑시즈 8축 범용 용병(타이타닉 갤럭시, 딩기르수 - 페인게이너 - 세븐신즈 같은)이나 4축, 6축 범용 용병, 링크 피니셔(엑세스 코드 토커 같은)들을 채용할 수 없어서 전략과 대응의 폭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다.

범용 용병 채용이 어려운 점은 전술할 문제와 맞물리게 되는데, 마법/함정 카드 퍼미션이나 파괴/제외 카드가 필요한 육화의 가려운 부분을 더 가렵게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타이타닉 갤럭시의 1회 마법 퍼미션이라도 절실하게 필요한데 식물족 소환 제약에 걸려서 상대에게 마법과 함정 견제를 활짝 열어주게 된다. 심지어 메인 덱에 춘희 티타니얼이나 폴리노시스 같은 카드까지 투입을 절실히 고려해야 할 정도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항상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며 게임을 플레이할 수 밖에 없다.

4. 운영 핵심 포인트

육화콩콩이 없을 때의 저점 플레이를 고려, 육화콩콩의 보호

육화콩콩의 등장 이후, 육화의 덱 압축 능력, 서치 능력, 견제 능력은 놀라운 수준까지 올라갔다. 상대 턴에 프리 체인 릴리즈와 코스트로 상대 몬스터 릴리즈 같은 어드벤티지 격차를 벌리는 플레이를 계속해서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턴 킬 각을 잡을 수 있고 이는 육화 덱의 강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육화콩콩이라는 명백히 보이는 덱의 엔진과 마법/함정 퍼미션이 없다는 점은 육화콩콩에 대한 견제를 너무 쉽게 허용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렇기에 육화 덱 플레이어는 항상 육화콩콩을 깔아두거나 패에 잡고 있더라도 '육화콩콩이 없을 때의 저점'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난한 저점은 스트레나에를 소환한 뒤에 하얀공주를 묘지에 두거나 패에 들고 있다 몬스터 견제가 날아올 때, 소재를 가진 스트레나에를 육화의 하얀공주의 효과 발동 코스트로 릴리즈하여 5렙 이상의 식물족 엑시즈 몬스터를 상대/자신의 턴에 깔아두는 것이다. 상대 몬스터 효과를 육화의 하얀공주 1퍼미션으로 빼면서 스트레나에의 릴리즈 효과를 이용하여 후속을 준비할 수 있다는 이 저점은 생각보다 어드벤티지 소모가 적고(육화의 하얀공주는 덱으로 돌아가서 후속을 준비해주며, 보통 육화의 하얀공주를 엑시즈 소재로 한 스트레나에가 엑시즈 소재로 하얀공주를 버리고 묘지의 육화 카드를 한 장 패로 회수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자원 소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후속을 꺼낼 수 있기 때문에(몬스터 퍼미션이 필요하면 신수수 하이페리톤을, 프리 체인 릴리즈 견제가 필요하면 티어드롭) 괜찮은 저점 필드라 할 수 있다. 스트레나에의 소환을 위한 4렙 엑시즈 소재 두 채를 소환하는 것은 육화와 범용 식물 전개에서 충분히 쉽게 해낼 수 있다.

육화콩콩을 보호하기 위해서 육화 플레이어는 육화콩콩에 꽂힐 수 있는 파괴 제외 견제들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다행이도 스트레나에가 육화콩콩을 묘지에서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이고, 일반소환/특수소환된 보탄이 육화 마법 함정 카드를 서치하기 때문에 육화콩콩에 접속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그렇기에 좀 무식한 방법이지만 차라리 육화콩콩을 두 장 이상 잡고 있다던가, 상대의 세트 카드나 플레이 패턴을 관찰하면서 견제를 케어하는 플레이를 취해야 한다.

5. 결론

최고 티어권 끼리 붙는 환경이 아니면 적당히 강력한 파워의 덱.

육화는 충분히 좋은 덱이고 상대하는 테마와 플레이 성향에 따라서는 강력한 덱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티어덱과 같은 폭발적인 강력함이나 완절무결함을 갖추고 있는 테마는 아니라서, 자신의 약점을 케어하면서 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한 테마라 할 수 있다. 오프라인 모임을 같이 진행하는 환경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적당히 강하면서 적당히 재밌고 머리굴리는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육화는 충분히 좋은 테마라 할 수 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풀 한포기 없이No Blade of Grass는 1970년대 영국 B급 영화다. 영화의 내용은 단순 명확하다:환경재해로 인해서 농작물들과 풀이 말라죽는 질병이 횡횡하고, 전세계적인 기아로 인해 문명 사회는 파괴된다. 그리고 이 와중에 주인공 가족들은 도시를 탈출해 농장을 가진 형에게 가는 것이 영화의 주된 플롯이다. 현대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의 시초로 분류되는 이 영화는 매드맥스나 후에 등장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의 전형을 충실하게 따른다. 물론 당시에는 좋은 평가를 듣지 못했고 영화적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풀 한포기 없이는 그 괴악한 감수성과 전개로 인하여 나름 B급 영화에서 컬트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풀 한포기 없이의 독특함은 모든 인물들이 폭력을 행하거나 도덕을 버리는 모든 과정들을 거침없고 빠른 속도감으로 처리한다는데 있다. 주인공 일행이 총기상을 털려다가 잡혔을 때 직원을 설득해서 총포상 점장을 죽이고 총기를 터는 과정이 즉문즉답으로 이루어지는 점,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주인공이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을 데리고 별 망설임 없이 형의 무리를 공격해서 죽이고 농장을 차지하자고 판단하는 등 모든 것들이 신곡하고 효율적이고 즉문즉답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들은 일반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즉문즉답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빠른 판단과 어설픈 플래시 포워드(미래의 시퀸스가 겹쳐보이는 것), 싸구려 배경과 황량한 영국의 풍광과 겹쳐지면서 독특함을 발산한다.

위와 같은 점에서 본다면 풀 한포기 없이는 B급 영화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다른 메이저 스트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와 미학, 논리 구조 등등은 모든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행위의 과감함에 이끌리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때로는 이러한 매력들 때문에 소수의 팬들에게 열광받는 이런 영화들을 우리는 컬트 영화라 부른다.

풀 한포기 없이의 컬트 영화로의 매력은 아포칼립스 영화 치고도 극단적인 부분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인 아포칼립스 영화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종의 해방감과 광기들은 '세상이 질서가 무너지고 끝날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사람이 되는가' 라는 부분에서 비롯된다. 아포칼립스 영화의 시조라 할 수 있는(일반적인 아포칼립스 영화인 매드맥스 1,2편보다도 10년 정도 앞섰다) 이 영화는 일종의 해방감(도덕과 질서가 무너졌을 때, 극도의 무질서함에서 얻어지는 쾌감)보다는 절망감에 잡혀있는데, 이는 영화가 나온 70년대의 환경 문제와 당시 영국의 경제 상황 등에 대한 인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환경 파괴로 동식물이 죽어가고 있는 점과 영국 경제의 붕괴로 사회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절망감은 멸망 자체를 일종의 해방구로 보기보다는 생존자들을 생존 논리에 맞춰 생각하며 망가지고 거기서 느끼는 절망감에 주력했다.

풀 한포기 없이는 일종의 착취물Exploitation이라 할 수 있는 장르지만, 일반적인 착취물과는 다르다. 착취물의 일반적인 장르 특성 상 살해와 강탈, 강간 등의 다양하고도 자극적인 소재들이 등장하지만, 무엇보다 영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논리와 영상 구조라는 것이다. 플래시 포워드와 이상하게 등장하는 스틸 컷의 괴악함, 기존의 도덕을 과감하게 버리면서 빠르고 쿨하게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까지 오히려 가장 극단적인 장면들만 모아두고 유튜브로 편집해서 보여주는 일종의 자극적인 렉카 영상에 가까운 흐름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유튜브의 자극적인 부분과 달리 풀 한포기 없이는 더 '뻔뻔함'이 두드러진다 할 수 있다. 그것이 상식이기 때문에 그런 바보 같고 얼척없는 것들을 마치 정상적인 일인 것 마냥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행한다. 

풀 한포기 없이는 객관적으로 잘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없다. 일반적인 영화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허술하고, 쓸데없이 자극적이며, 영화의 내적 논리나 연출 등등 중 제대로 돌아가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포기하고 뻔뻔함과 괴악함,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짙은 절망감은 다른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풀 한포기 없이가 갖게 만들어 주었다. 컬트 영화를 찾는다면, 한 번쯤은 관람해도 괜찮은 작품이라 생각한다ㅏ.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장 뤽 고다르의 영화는 네 멋대로 해라는 기본적으로 클로드 샤브롤의 영화와 프랑스 느와르 영화의 패러디였다. 우리가 흔히들 이야기하는 슬래커(현학적으로 노가리를 까며 노동을 거부하는 사람들)들의 장광설과 점프 컷들, 의식의 흐름과 성에 대한 개방된 의식까지, 60년대라는 배경과 함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선사했다. 장 뤽 고다르라는 영화 감독이 이 세상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순간이자, 그로부터 이어지는 영화의 사조가 등장하게 된 계기였다.

그러나 영화를 직접 봤던 본인에게 있어서 첫 작품인 네 멋대로 해라는 그렇게까지 인상적인 작품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보는 순서의 잘못일 수 있다:본인은 네 멋대로 해라를 보기 이전에 네 멋대로 해라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데이브 홀츠만의 일기, 네이키드, 심플 맨, 스캐너 다클리 같은 작품들을 먼저 봤다. 스타일의 관점에서 본다면 장 뤽 고다르의 스타일을 흡수시켜서 발전시켰기 때문에 네 멋대로 해라는 투박한 작품이었다.

기본적으로 프랑스 느와르의 패러디라는 문법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네 멋대로 해라는 오히려 이후의 작품들에 비해서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을 보인다:경찰을 죽인 범죄자, 연인, 도주와 파멸까지, 이 모든 것들이 그 이전 프랑스 느와르 영화들의 특징이었다. 여기에 고다르는 자신의 스타일을 집어넣으면서 일종의 느와르 영화에 대한 '조롱'을 만들어낸 샘이었다. 가볍고, 횡설수설하고, 섹스를 탐닉하며, 사회를 겉도는 범죄자는 기존 프랑스 느와르의 범죄자와 달랐다. 이러한 괴리가 그 당시 영화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그리고 프랑스 느와르의 진중함과 다른 젊은 예술가의 에고와 자의식이 묻어나왔다. 분명 이 영화가 고다르의 시작이긴 했지만, 동시에 느와르의 패러디라는 장르의 형식을 빌었기에 그런 치기 어림이 스타일로 완성되었다고 이야기하기는 조금 부족했다.

경멸은 그런 의미에서 본인에게 어떻게 보면 '감독으로 고다르'를 확인할 수 있던 작품이었다. 극작가 남성이 아내로부터 경멸 받고 버림 받는 과정을 다루는 이 영화는 고다르가 어째서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였다. 다양한 상징들과 장면들이 직교하여 영화의 형태로 컨텍스트를 구축하고, 그것을 관객들에게 다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게끔(번역의 문제, 예술의 문제, 뮤즈의  남자와 여자의 문제 등등) 여지를 만들어 둔 작품이었다.

하지만 경멸의 특이한 부분들은 그렇게 다양한 컨텍스트를 언어로 풀어내기 보다는 영상과 대화의 형태로 드러낸다는 점이다. 이러한 야망을 가진 작품들이 엄청나게 많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영화 내에 우겨넣고 감상자가 소화해내기를 강요한다면, 경멸은 대화의 텍스트가 어렵지 않고 반복적이지만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그 속에서 무언가가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심한듯이 툭툭 던지는 이미지들(샤워 후 입는 토가의 이미지, 가발 등등)과 서로 이야기하면서 조금씩 엇나감의 골이 깊어지는 과정들, 인물과 컷이 변화하는 과정들까지 미묘한 부분들을 잘 짚어내고 있다. 

경멸의 생뚱맞은 이미지들의 배치(일리어드, 오딧세이, 호메로스 등등)이나 초현실적인 분위기들은 어떤 의미에서 루이스 부뉴엘을 연상케하는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부뉴엘에게서 느껴지는 허무감과 극단론과 달리 고다르의 이미지들은 좀 더 정교하고 정제된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고 이미지 중심으로 컷과 시퀸스를 구성하는(필름 통을 원반 던지기 하듯이 갖고 노는 미국인 제작자, 유리없는 뚫린 문을 오가는 주인공 부부 등등) 부분들은 분명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할 수 있다.

후기로 갈수록 실험적인 이미지를 시도한 고다르의 작품을 봐야겠지만, 경멸은 고다르의 영화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게임 이야기

 

 

최근 새로운 소울류 게임인 와룡:폴른 다이너스티가 나왔다. 그리고 와룡의 발매는 늘 있던 이야기들, ‘과연 이번 와룡은 다른 소울 시리즈에 비해서 얼마나 더 어려운가?’라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어떤 사람들은 깃발 시스템의 존재를 들어서 게임이 더 쉽다고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들은 패링과 공격 중심의 시스템을 들어서 하이 리스크/리턴 구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다양한 논의의 근간에는 ‘소울류’라는 장르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다:데몬즈 소울 - 다크소울로 이어지는 프롬소프트들의 게임 계보는 높은 난이도와 옥소독스한 게임 플레이, 독특한 멀티플레이 등등으로 게임계에 한 획을 그었다. 그중에서 ‘높은 난이도’는 수많은 대중들에게 소울 시리즈를 정의내르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소울 시리즈의 특징들은 ‘어려운 난이도’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눈 여겨 봐야 하는 것은 ‘과연 어려운 난이도란 무엇인가?‘ 혹은 좀 더 구체적으로는 ’무엇이 어려운 게임을 만드는가?‘이다. 단순히 난이도가 ’게임을 꺠기 어렵다‘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소울류와 달리 깨는 것이 불가능한 게임들도 존재한다:예를 들어 빅리그와 치타맨 같이 애시당초에 클리어가 불가능한 게임들도 있다. 슈퍼맨 64처럼 클리어하는데 많은 시도와 불합리한 고통들이 가득한 게임도 있다. 이런 게임들이 과연 ‘어려운 게임‘이라 할 수 있을까? 단순히 게임을 깨기 어렵게 만드는 것들은 어려운 난이도의 게임을 만들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게임에서 높은 난이도들은 플레이어의 숙련도를 테스트하는 목적이 강했다. 콜옵 같은 전통적인 레일 슈터들의 예를 들어보자:이런 게임들에서 어려운 난이도는 적이 플레이어에게 가하는 데미지를 늘리고, 플레이어를 향한 호전성을 늘리거나 하는 등의 변화를 준다. 그 결과, 높은 난이도의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엄폐를 하면서 적들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을 잘해야 한다. 이는 콜옵 싱글의 전통적인 디자인인데, 높은 난이도에서는 플레이어가 얼마나 게임의 디자인을 이해하고 거기 맞춰서 행동하는지를 테스트한다.

이러한 콜옵과 같이 전통적인 높은 난이도(가해지는 데미지가 늘어나거나, 적의 체력이 늘어나거나 하는)는 단조롭다는 문제가 있다. 적의 체력을 늘리고 가하는 데미지를 늘리는 것은 결국 플레이어가 게임을 플레이할 때 거의 완벽하게 플레이해야 한다는 것을 클리어 전제로 한다. 하지만 플레이어에게 최소한의 리스크를 지게 만들기를 강요하고 안전하게 게임을 하게 만드는 이러한 과정들은 때로는 단조로운 경험을 만든다. 콜옵에서 높은 난이도란 항상 이런식이었고, 상당수의 게임에서 높은 난이도는 게임 디자인의 가능성을 수치(적의 체력, 데미지 등등) 관점에서 단순하게 늘리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러한 난이도 조절방식은 때로는 잘 작동하지만, 때때로는 플레이어가 단조로운 게임 플레이 경험을 경험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소울류의 높은 난이도는 전통적인 높은 난이도와 다르다. 소울류의 핵심은 제한된 스테미너와 자원 관리, 그리고 그것을 스테이지 어디서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다루는 데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점은 소울류에서 모든 공격/방어 행동들은 스테미너를 소비하고, 회복과 마법은 사용하는데 회수가 제한되어 있고, 스테이지를 돌파 할 때 얼마나 이것을 사용할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스테미너나 자원 관리가 아닌 ‘스테이지’의 구성이다. 플레이어는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회복 수단과 자원들을 언제, 어떻게 회복할 지를 확인할 수 없고, 스테이지는 숨겨진 적들과 함정들, 공격 받기 전에는 눈치채기 힘든 속임수와 기믹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회복과 자원 수급을 위해 화톳불로 돌아가면 적들과 함정이 다시 재세팅된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서 소울류는 실패와 시도를 통해서 스테이지를 파악하고, 자원을 배분하고, 난관을 해쳐나갸아 한다. 

소울류가 어려운 것으로 악명 높은 것은 플레이어가 스테이지를 능동적으로 학습하고 이해하는데 있다. 다른 게임이었다면 게임 진행 중에 난이도를 낮추거나, 다양한 난이도 옵션을 제공하는 등의 보험을 집어넣는다. 하지만 소울류의 게임은 조절 가능한 난이도도 없고, RPG에서 흔히들 통하는 레벨 노가다 같은 요소도 없다. 즉, 수치로 난이도를 조절하기 보다는 스테이지를 관찰하고 하나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방법을 플레이어가 익혀야 한다. 크게는 스테이지의 구조, 몬스터의 배치, 함정의 위치에서부터 작게는 보스의 공격 패턴, 스테미너는 어떻게 관리하는 등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학습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소울류 게임들을 어렵게 만든다. 모든 것을 이해해야만 게임을 클리어해야 하기 떄문이다.

하지만 소울류의 대단한 점은 플레이어의 이런 능동적인 학습 곡선을 보조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새로운 방법‘들이었다. 플레이어가 죽은 곳에 다잉 메세지와 같은 잔영을 보여주어 어떻게 죽었는지, 메세지를 남겨서 앞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요소를 집어넣었다던가, 다른 플레이어를 코옵 파트너로 불러서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넣었다. 또한 임의의 플레이어가 침입해서 몬스터와 함께 협공하는 등의 경쟁 플레이도 집어넣어서 난이도가 올라가는 요소도 넣었다. 이러한 점들은 이전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난이도 조절방식이었고, 능동적으로 스테이지를 이해하는 게임의 구성을 보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어려움을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있다.

소울류의 영향을 받은 게임들은 이러한 것들을 변주한다. 인왕 같이 전투 시스템을 공격적으로 다듬는 경우도 있고, 엘든링 같은 작품이나 로드 오브 폴른 같은 작품들도 있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중요한 것은 스테이지 구성과 자원의 관리, 그 사이에 게임을 익힐 수 있게끔 학습 곡선을 가속하는 안전장치들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있어야 소울류라 할 수 있다.

다시 소울류 게임들이 어렵다, 쉽다의 난이도 측면에서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당연히 일반적인 게임 장르들과 비교해서 보면 소울류가 쉽다고는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울류는 너무 어려워서 아무나 클리어할 수 없는 게임은 아니다. 단지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 게임을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하고, 사용해야하는 것들을 모두 사용해나가면 클리어할 수 있다. 즉, 소울류에서 어려운 난이도는 게임의 핵심이 아니다. 오히려 핵심은 플레이어가 게임의 학습 곡선을 따르는 것, 더 나아가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사용한다면 게임 클리어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특히 이번 와룡의 경우, 깃발을 최대한 사용하면서 클리어한다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 엑스박스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링크)

대중 음악은 라디오와 레코드 플레이어의 등장 이후로 지금까지 수많은 문화와 하위 문화에 영향을 끼쳤던 주요한 요소 중 하나였으며, 한 세대를 정의내리는 주요한 문화적 요소였다. 게임에서도 음악은 주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허나 게임에서 배경 음악이 중요하게 등장하는 케이스들은 있어도, 음악 자체가 게임의 메커니즘을 구성하는 케이스들은 지금까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음악을 게임을 관통하는 메커니즘으로 구성하기에는 음악이라는 예술의 깊이와 다양성이 워낙 방대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EZ2DJ’ 나 ‘비트매니아’, ‘OSU’, ‘DJMAX’ 같은 리듬 게임들이 음악 게임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긴 했다. 하지만 이들 게임의 메커니즘은 ‘정해진 악보에 맞춰서 음악을 연주’하는 것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이러한 틀을 깨기 위해서 오랫동안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오디오 서프’는 자기가 갖고 있는 MP3를 집어넣으면 자동으로 악보로 변환해주어 게임용 트랙으로 구성해 주었다. ‘비트하자드’는 음악 파일을 슈팅 게임의 메커니즘으로 재구성하였다.  ‘썸퍼’는 테크노와 강렬한 이미지 및 속도감으로 게임을 구성하였다. 이처럼 단순히 ‘음악을 연주한다’의 개념을 넘어서 ‘음악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시도는 장르에 항상 존재했다. 그리고 언젠가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새로운 결과물이 나오게 되는 것은 분명했다. 
 
하이파이 러시는 탱고 게임 웍스에서 만든 액션 게임일 뿐 아니라, 음악을 게임의 주요한 메커니즘으로 삼으려 했던 여러 게임들의 시도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리듬 액션 게임’이라는 장르의 편견에서 벗어나서 하이파이 러시(이하 하파러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물론 후술하겠지만 하파러시를 리듬 액션 게임으로 분류하는 것은 꽤 적확한 분류이긴 하다. 그러나 보통 리듬 게임이라 불리는 장르에서 게이머들이 받는 일반적인 인상들은 ‘정해진 악보에 맞춰 곡을 연주한다’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분류로 자칫 성급하게 게임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자는 이야기다. 하파러시는 전통적인 음악 게임과 많이 다른 게임이기 떄문이다. 본 게임은 어쩌면 새로운 음악 게임 장르의 시작을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파러시의 큰 얼개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닌 ‘크립트 오브 더 내크로댄서(2015)’에서 나온 것이다. 크립트 오브 더 내크로댄서(이하 크오댄)는 무작위로 생성된 던전을 탐험하는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이 게임은 음악에 맞춰서 게임이 진행되는데, 플레이어가 박자에 맞춰서 캐릭터를 움직이거나 공격하면 이득을 얻는 메커니즘이 있다. 따라서 음악은 이 게임의 플레이에 핵심이다. 일반적인 리듬 액션 게임과 크오댄이 크게 다른 부분이라면. 이 게임에서는 정해진 악보에 맞춰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플레이를 유기적으로 수행하는 용도로서 음악이 활용된다는 점이다. 이동, 공격, 적의 움직임, 보스의 특수 패턴 등등이 박과 박자를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고, 거기 맞춰서 플레이어가 공격을 할지, 피할지 등등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크오댄의 주요 게임 메커니즘은 음악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음악을 최소이자 기본으로 구성하는 단위는 ‘박’이며, 일정한 간격으로 되풀이되는 단위 소리가 ‘박자’, 박자 단위가 구성하는 음악의 흐름이 ‘리듬’이다. 박자에 맞춰서 이동과 공격 등 모든 것이 행해지고 거기에 맞춰서 효과음이 나오기 때문에 크오댄은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리듬감이 생긴다. 이 게임 플레이의 리듬감은 크오댄이 음악을 주요 메커니즘으로 삼은 게임이지만 정해진 악보를 플레이하는 게임이 아니게 만드는 핵심 요소이다. 음악의 악보는 엄격하게 정해져 있지만, 박자와 리듬감은 더 작고 유연한 개념이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행동을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는다. 이 악보와 박자/리듬감 사이의 간극에서 플레이어의 자유로운 행동이 보장된다. 또한 크오댄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테크노, 레게, 블루스 등등)을 추가하면서 음악의 하부 장르 전체를 인용하려는 강한 포부를 드러냈다. 
 
하파러시의 큰 얼개는 크오댄에서 들고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세계는 음악의 박자와 리듬으로 완결되고 일관성 있는 법칙성을 갖고 있고, 플레이어는 그 박자와 리듬감에 맞춰 적들을 처리하면서 게임을 플레이한다. 하파러시의 포부는 비단 음악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다. 본 게임에서는 적들의 움직임, QTE, 패링, 플랫포밍 등등 게임을 구성하는 것들뿐만 아니라 스테이지들에 배치된 작은 환경이나 기물, 사물까지 박자에 맞춰 리듬감 있게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을 관통하는 규칙(박자와 리듬감)이 음악이라는 더 거대한 구조물을 구성하고, 완성된 형태의 게임으로 이어진다. 이는 어떻게 보면 크오댄과 비슷한 느낌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예산이 더 투여된 만큼 더 섬세하게 짜여진 게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하파러시는 장르적인 부분에서 크오댄과 다른 고민을 하고 더 섬세하게 다듬은 부분이 있다. 하파러시는 크오댄과 달리 ‘액션 게임’이기 때문에 공격 모션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공격 모션과 버튼 입력의 괴리를 고려했을 떄, 모든 공격들은 ‘반 박자 늦게’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결과적으로 장르 특성상 의도치 않은 엇박이 발생하게 된다. 이 엇박은 게임 플레이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게임에 독특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하파러시에서 박자와 리듬은 절대적인 ‘법칙’이지만, 지켜야 하는 ‘규칙’이 아니다. 오히려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만드는 일종의 ‘예측 가능성의 영역’에 가깝다. 물론 박자에 맞춰서 약공격과 강공격을 섞어 쓰고, 회피하는 등의 다양한 행동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박자와 리듬을 맞추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상황과 변수들이 본 게임에선 존재한다. 적의 근거리, 원거리 공격, 다수의 적들을 보호하는 실드 버퍼, 특정한 동료 호출 공격으로만 파훼 가능한 적들 등등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하고 이를 모두 통제해야 한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없기에 플레이어는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행동을 해야 한다. 단순히 흘러나오는 박자에 맞춰서 전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타이밍에 맞춰서 공격하면 회피가 가능할지, 혹은 내가 안전한지 등등의 다양한 것들을 고려하면서 싸워야 한다. 리듬과 박자는 게임의 주요 메커니즘이고 정확하게 입력할 시에 보상을 주는 요소이긴 하지만, 무조건 지켜야하는 것이 아닌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고 내가 할 일을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예측가능성의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는 것은 바로 ‘패링’이다. 빡빡한 판정과 프레임을 요구하던 여타 액션 게임의 패링과 달리 하파러시의 패링은 누르는 즉시 즉발적으로 발동한다. 즉 플레이어는 패링으로 자유롭게 공격모션을 캔슬할 수 있으며, 상대방의 공격은 박자와 리듬에 맞춰서 이뤄지기에 공격하는 도중에도 상대방의 공격을 수월하게 예측하여 튕겨낼 수 있어, 패링을 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흐름이 끊기거나 하는 일은 없다. 이러한 부분은 플레이어가 공격과 회피 이외에 패링이라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패링을 통해서 얻는 보너스 점수는, 플레이 중 종종 플레이어가 놓친 박자로 얻지 못한 점수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패링은 플레이어의 리듬감을 유지시켜 주는 동시에 숨 고르기를 할 수 있게 하여 주고, 플레이어의 운신의 폭을 늘려 준다.
 
하파러시는 음악이라는 대원칙 아래에서 게임의 세계를 구축하고, 박자와 리듬감이라는 음악의 가장 작은 단위에서 플레이어가 게임을 능동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구축하였다. 음악, 박자, 리듬감과 같은 요소들이 오랫동안 음악을 구성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였지만, 그것을 액션 게임 장르에서 전체적이고 통일성 있게 녹여내어 구성한 케이스들은 흔치 않았다. 하파러시는 그것을 이전의 프로토타입 없이 단번에 구현해낸 작품이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게임들에 비교해서 더더욱 빛난다.



지금까지 본 게임에서 음악이라는 문화를 게임의 메커니즘으로 어떻게 녹여냈는지를 보았다. 이제 본 게임의 OST와 그래픽에 대한 평가를 하며 리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우선 OST를 보자. 음악이 핵심인 게임인 만큼, 하파러시는 훌륭한 OST 라인업으로 플레이어의 귀를 만족시킨다. 게임 특성상 모두 4박자로 통일되어 있긴 있지만, 특히 유명 락밴드나 뮤지션의 곡을 게임의 주요한 순간마다 배치해서 청각적인 만족도를 올린다. 나인 인치 네일스나 프로디지, 넘버 걸 등등 락을 좋아한 사람들이라면 알 법한 사람들을 데려와서 인상적인 장면들을 연출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음악에서 좀 더 다양한 장르를 선택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다. 크오댄이 레게, 블루스 등 다양한 박자와 장르의 음악을 소화한 데 비해서 하파러시는 4박자 록 음악에 집중하여 게임을 구성하였다. 물론 크오댄의 경우에는 박자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면, 하파러시의 대원칙은 4박자 리듬감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와 박자를 포섭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은 추후에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다. 오히려 탱고 게임웍스가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더 기대된다.

본 게임의 그래픽 또한 매우 화려하고 개성 넘친다. 원색 톤의 색깔을 쓰면서 시각적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준다. 물론 일반적인 트리플 A 게임에 비하면 디테일이 부족하긴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게임에서는 훌륭한 디테일을 보여준다.


 

총평: 하파러시는 이제껏 나왔던 음악 관련 게임들이 했던 실험의 결과물이자 새로운 장르 문법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탄탄한 기본기, 잠재력 있는 게임 플레이 가능성 등은 앞으로 하파러시 기반의 게임이 나올 가능성을 열었다. 가격대(3~4만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게임임은 말할 것도 없으며, 더 나아가서 게임 패스의 라인업을 빛내는 게임이다. 게임패스를 구독하면 꼭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게임 이야기

 

- 인왕 2의 하드코어함을 생각하면 대단히 어려운 게임이거나 극단적인 게임이 될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쉬운 편에 속한 게임이라 놀랐다. 오히려 몇몇 부분에서는 인왕 1이나 2보다 더 쉽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는 게임이다.

- 결국은 와룡도 세키로와 같이 '스테미너가 없는' 액션 게임인데, 스테미너를 없앤 대신 체간이라는 요소를 도입해서 방어와 튕겨내기로 체간을 깎아내거나 관리하게끔 만들었다. 와룡은 스테미너라는 요소를 삭제하는 대신, '기세'라는 자원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기세가 단순히 방어적인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양의 영역과 음의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공격을 계속해서 성공시키면 기세가 점점 올라서 도술을 쓰거나 다양한 활동들로 이어질 수 있고, 반대로 음의 영역으로 떨어졌을 경우 공격을 추가적으로 받았을 시 자세가 무너져서 위험한 공격에 노출되기도 한다. 

기세 자원을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직관적인데, 공격을 계속해서 이어나가서 기세를 이어나갈 수 있다. 공격이 무자원으로 나가기 때문에 계속해서 적을 밀어붙일 수 있고, 한번 기세 좋게 밀어붙이면 적이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역으로 단순히 공격만으로 적의 기세를 꺾을 수 없고, 중간 중간 가드 불가능한 공격을 가할 때도 있기 때문에 패링을 중간 중간 섞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패링의 경우, 와룡도 세키로와 유사하게 상당히 강력한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기존 가드버튼에 통합되어 있었던 세키로의 패링 버튼과 달리 와룡의 패링은 회피 버튼과 연결되어 있다. 패링 버튼 난사를 막기 위해서 일부러 패링과 회피를 통합한 것으로 보이고, 때로 패링을 헛칠 때 짜증나는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지만 패링을 했을 때의 리턴이 상당하고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패링은 와룡의 주요 메커니즘 중 하나다.

-특이하게도 스테이지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사기 시스템이 있다. 적을 격파하면 할수록 사기가 점점 올라서 적들을 상대로 강해지게 되는데, 역으로 죽으면 사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난이도가 올라간다. 대신 게임은 곳곳에 깃발을 설치하여 떨어지는 사기의 최저 한도를 설정할 수 있는데 이러한 부분들이 게임의 난이도를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다. 플레이어가 꼼꼼하게 맵을 탐색하며 플레이하면 계속 죽어도 깃발로 최소 한도 사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이 어렵게 느껴지면 맵을 꼼꼼히 탐색하는 것도 방법이다.

-맵 상의 깃발을 모두 점령했다는 전제 하에서 게임 플레이는 그렇게 어렵진 않다. 오히려 기세 자원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침착하게 패링하면 보스도 많은 시도 없이 클리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왕 1에서 2로 넘어갔던 케이스를 생각하면 게임 난이도를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만들려고 다양한 요소를 집어넣은 것들이 있고, 이 때문에 전작들과 상당히 다른 게임으로 변화했다는 인상이 있다. 물론 최종 완성본을 하기 전까지는 확답하긴 힘들겠지만, 상당히 독특한 변종이 나온 느낌이 있다.

-기대한 것과 다르긴 하지만, 특이한 게임이라는 인상이 있고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제임스 그레이만큼 하나의 이미지를 계속해서 재생산하는 감독도 찾아보기 드물 것이다. 마치 지알로의 거장인 다리오 아르젠토처럼 그의 영화는 단 하나의 이미지와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타자로 살기, 우울함과 축축함, 가족과 자신을 둘러싼 문화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 등등까지 리틀 오데사에서부터 아마겟돈 타임까지 제임스 그레이는 일관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반복 재생산했다. 보는 사람으로써는 그의 일관성에 질릴 때도 있기도 하고, 그의 집념에 존경을 느낄 때도 있는, 그야말로 양가적인 감정을 제공해주는 것이 제임스 그레이 영화의 묘미다. 

그런 점에서 제임스 그레이의 영화 중 아마겟돈 타임은 가장 근원이자 변칙적인 작품이다. 영화는 어떻게 제임스 그레이라는 인간이자 예술가가 만들어진 최초의 모티브를 다룬다:벗어나고 싶은 현실, 부모의 사랑과 감정적인 억압, 자신을 둘러싼 문화적 환경, 탈출하고자 하지만 좌절하고 다시 중력에 사로잡혀 떠내려올 수 밖에 없는 무겁고 축축한 슬픈 결말까지. 제임스 그레이가 실제 겪었던 자신의 삶의 사건들이자 모든 자신의 영화의 모티브를 다루는 영화인 만큼 여지껏 나왔던 제임스 그레이 영화의 모든 것들이 다 반영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마겟돈 타임은 제임스 그레이 영화의 가장 변종과도 같은 작품이며, 자신의 삶 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루는 작품이다.

아마겟돈 타임에서 눈여겨봐야하는 것은 문화적 다양성이다. 제임스 그레이 영화에서 통상적으로 보여주던 유대계 이민자의 문화 외에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문화도 주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펑크, 디스코, 레게나 아프리카계 미국 빈민층들의 하위 문화들, 차별받고 억압받는 문화 등등까지 이러한 이야기들이 서브 플롯으로 주요하게 등장한다. 엄밀하게 보자면 비주류긴 해도 백인이기에 덜 차별받고 주류 사회에 낄 수 있는 이주 유대인들의 위치와 다르게 아프리카 미국인들은 절대 주류에 낄 수 없었고, 그러한 차별들을 공공연하게 받았다. 주인공과 친구는 탈출하는데 실패하고 절도로 경찰에 잡히지만, 주인공이 운좋게 빠져나가고 주인공 친구가 잡혀서 소년원에 가는 것은 이 둘의 계급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또한 단순히 가족 공동체를 넘어서서 세대 간의 공감대와 차이를 드러내기도 한다. 주인공의 할아버지는 이전의 제임스 그레이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중재자와 희망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기본적으로 제임스 그레이 영화에서 드러나던 중재자인 어머니의 역할을 더 넘어서 세상을 알려주는 동시에 주인공에게 롤모델 역할을 수행한다. 흥미로운 점은 서로 다른 성향을 갖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중재할 수 있었던 것이 할아버지라는 것이다:할아버지의 존재를 통해서 이전의 제임스 그레이 영화에서 드러나지 않았었던 서로 다른 두 성향의 조화(아버지와 어머니, 부성과 모성의 갈등)가 드러난다는 점이다. 할아버지가 골암으로 죽었을 때, 아버지가 할아버지에 대해서 인정하면서 자신이 그런 역할을 대체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은 가족에서 구심점을 잃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독특한 점은 아마겟돈 타임 이전까지 제임스 그레이 영화에서는 유대계 이민자의 삶만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의 영화는 자신의 이야기였고, 자신이 어째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가를 다루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인종, 문화적인 특수성에 천착하여 영화를 만들었고, 모든 이야기들이 자신의 이야기인 동시에 유대 이민자들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아마겟돈 타임에서는 자신의 문화적, 인종적인 정체성과 가족이라는 집단을 벗어나서 새로운 존재인 또래 친구 집단을 등장시킨다. 함께 일탈을 하고, 이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주류 사회에 포섭되지 않았다는 소외감을 느끼는 것 등등까지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를 느끼는 존재가 등장한 것이다. 영화는 섬세하게 당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대중문화와 음악을 배치하면서 제임스 그레이가 이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드러냈다.

아마겟돈 타임이 다른 제임스 그레이 영화보다 높게 비상하는 부분은 단순히 타집단에 소속된 사람과 동질감을 느끼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집단이 격차를 느끼는 것, 그리고 부조리하고 무례한 세상까지 넓게 바라봤다는 것이다. 제임스 그레이는 영화에 선역, 악역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있게끔 양가적인 요소들을 집어넣었다. 자신의 과거를 형성했던 모든 사람들과 화해하는 과정이 제임스 그레이 영화의 핵심이다. 하지만 아마겟돈 타임에서는 제임스 그레이가 '거부'하고자 하는 요소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사립학교와 트럼프를 위시한 상류층 인물들의 차별적인 발언들, 유대인이 고통받았던 역사 등까지 이전의 제임스 그레이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일종의 '악'의 개념이 등장한다. 

아마겟돈 타임에서 '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제임스 그레이가 경험했던 백인 상류층과 엘리트의 무지이자, 편견, 그리고 억압이다. 이들이 드러내는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유대계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들은 단순히 오해와 선의, 혹은 그레이가 이전까지 다뤘던 문화적 무거움과 공동체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과 완전히 다르다. 제임스 그레이가 이들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은 분노와 절망이다:레이건이 당선되었을 때 핵전쟁Amaggedon Time이 일어날 것이라고 절망하던 가족들의 모습처럼 세상에 무지와 차별이 승리할 때마다 거기에 대해서 느끼는 무력감과 분노를 드러낸다. 

하지만 영화에서 주인공은 그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주인공은 어리고, 나아가 운이 좋았기 때문에 파멸적인 상황을 벗어난 것 뿐이다. 세상에 무지와 무례는 넘쳐나고 할아버지는 죽어 가족은 구심점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이 할 수 있는 것은 좋았던 기억들을 간직한 채,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무지와 무례함을 뒤로 하고 떠나는 것뿐이다. 영화의 마지막, 강당의 연사를 뒤로 하고 주인공이 떠나는 장면과 지나쳤던 다양한 사건들이 오버랩 되는 장면은 그의 유년시절을 뒤로한 채 성장하는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영화 아마겟돈 타임은 제임스 그레이 영화의 연장에 있지만, 가장 크게 변화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이전까지 제임스 그레이 영화들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자기 인생의 모티브에 맞춰서 우울하고 축축하며 무거운 감수성으로 다뤄왔다. 그러나 아마겟돈 타임은 그러한 원점으로 돌아가서 본질을 살펴보고, 더 나아가서 그 세계를 넓히는 과정을 다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모티브가 이어지면서도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을 가진 주체들이 등장할 수 있었고, 그의 영화에서 나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드러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아마겟돈 타임은 제임스 그레이 영화를 본다면 꼭 추천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조던 필 감독의 놉은 여러모로 장르적으로 기괴한 작품이다. 처음에는 UFO를 다루는 이야기처럼 시작되던 이야기는 크리처 물로 방향성을 선회하던가, 동물, 영화나 찍는 것에 대한 상징과 은유, 인종에 대한 이야기 등등 많은 부분들이 버무려져 있다. 언뜻 보기에 영화 내에서 하나 하나 상징이 갖고 있는 무게감을 생각한다면 놉의 이야기는 너무 거대하고 장황하게 잡혀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하나 하나 풀어서 놓고 본다면 놉의 이야기는 그렇게까지 장황하지도 허황되지도 않고, 오히려 조던 필의 영화들(겟아웃, 어스)에서 이어지는 분명한 경향성과 계보를 걷고 있는 작품이다. 물론 과도하다 느껴질 때도 있지만, 감독은 장르적인 문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많은 요소들을 비틀어 배치하고 관객에게 그걸 엮는 재미와 영화를 감상하는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려 한다.

기본적으로 놉은 통상적으로 이야기되는 '괴수물'이다. 그것이나 에일리언, 프레데터와 같은 영화들처럼 사람들을 죽이는 그로테스크한 괴수가 등장하고, 그것과 싸워 살아남는 과정을 영화는 다루고 있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 대부분의 관객들은 놉이 괴물이 나오는 괴수물의 장르 공식을 다루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놉은 영화의 중간까지는 외계에서 온 존재와 외계인이 일으키는 미스터리에 대해서 다루는 것처럼 이야기를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SF 장르라는 큰 카테고리에서 본다면 외계인과 괴물이라는 요소들은 묶일 수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외계인을 다루는 이야기는 어떤식으로든 '아젠다'가 존재하고, 그것이 괴수물과 다른 부분이다:예를 들어 고전 SF 영화인 지구 최후의 날을 보자. 외계인은 화평을 가져오려 했지만,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 공포가 파멸을 부른다는 이 고전 SF 영화에서 외계인이 들고온 이 아젠다는 분명하게 냉전, 핵전쟁과 멸망의 공포에 근거한 아젠다였다. 이런식으로 외계인의 등장은 우리가 갖고 있는 내부적인 아젠다와 우리 자신을 대면시켜 모순 또는 조화를 이루는데 많은 방점을 찍는다. 이러한 아젠다는 문명화된 존재가 아니면 세울 수 없는 추상적이거나 고차원적인(정복, 평화, 공존, 전쟁, 갈등 등) 것들이 상당수인데 이는 문명과 문명의 충돌을 통해 사회가 갖고 있는 공포와 불안을 해소하거나 드러내어 관객의 공감을 유발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괴수물은 다르다. 괴수물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의 기원(외계에서 왔는가, 아니면 원래 이 세계에 숨어있는가)이 아닌, 그것이 작동하는 메카니즘이다. 그들은 분명하게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고, 그 생태계는 현실의 생물들의 메카니즘을 모방한다. 하지만 그 모방의 과정에서 몇몇 요소들을 그로테스크하게 확대 재생산하여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부여한다. 에일리언의 예를 들어 보자:에일리언에서 제노모프는 복잡한 생식 과정(알 -> 페이스 허거 ->체스트 버스터->성체 제노모프) 거치며, 제노모프의 디자인 자체가 남성기와 여성기의 뒤틀린 이미지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성과 생식, 탄생이라는 전체 프로세스의 뒤틀린 메타포라는 것은 분명하다. 즉, 괴수물은 현실 생물이 갖고 있는 요소들을 기괴하게 비틀어서 재생산하며, 그것은 생물이 갖고 있는 생태라는 규칙에 얽메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다시 영화 놉으로 돌아와보면, 이 영화가 어째서 외계인을 다루는 영화가 아니고 괴물을 다루는 영화인지 분명해진다. 진 자켓에게는 아젠다가 없다. 그것은 오로지 사냥하고 포식할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조던 필이 여기에 '아젠다 없음'과 '괴수의 생물적인 부분'을 '영화사'에 결합하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감독의 독특한 관점이 놉을 다른 괴수 영화와 다른 독특한 분위기로 만들어낸다.

놉이 분명 영화사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레퍼런스들을 인용(최초의 영화, 말 목장과 동물 스턴트, 동물 배우 등)하고 있긴 하지만, 정작 그것이 진 재킷이라는 괴물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연결고리가 뚜렷하게 보여지진 않는다. 하지만 몇몇 상식적인 가정과 영화사적인 접근을 전제로 하고 본다면, 놉의 전체 그림이 명확하게 보이는 부분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놉이 괴수물이라 해도, 놉에서 주인공 집단의 목표는 일반적인 괴수물에서 보여지는 괴수의 사냥과는 차이가 있다. 주인공 아버지는 분명 괴수에 의해서 죽었지만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사고였고, 원한을 갚자고 이야기하기에는 어중간한 시간(6개월)이 흘렀기에 영화는 진 재킷을 향한 직접적인 분노의 감정선을 타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이 괴물을 추적하는 것은 괴물이 '실존한다'라는 것을 증명하여 유명해지고자 하는 일확천금의 접근이 더 강하다. 이들의 촬영기법이 발전하고 이해도가 올라갈 수록, 그들의 목표인 진 재킷의 촬영과 부와 명성에 점점 가까워진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서사의 과정들에서 촬영감독과 수동 크랭크식 촬영장비가 등장하면서 확연하게 영화사와 영화 놉 사이의 맥락이 선다는 것이다.

어째서 최초의 영화(흑인 기수가 말을 타는)와 영화적인 의의, 동물과 괴수의 존재가 놉이라는 영화에서 한 데 어우러질 수 있는 것일까? 놉에서의 주인공들이 찍으려 하는 영상은 고전적인 영화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 기원에서 출발한다. 다른 영화사적 사례로 뤼미에르 형제가 찍어 올린 기차의 출발을 예로 들어보자:단지 기차의 출발을 다루는 이 영화에서 수많은 관객들은 충격을 받거나, 실제 기차가 관람석을 향해 돌진하는줄 알고 도망치는 등의 해프닝을 보였다. 초창기 영화들은 이런식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실제 서사가 있는 영화라기 보다는 일종의 첨단 어트렉션이었다. 최초의 영화인 달리는 말과 흑인 기수, 혹은 기차의 출발처럼 말이다. 일상에서 보기 드문 상황을 찍어서 유희거리로 소비하는 것, 그것이 주인공들이 하려는 촬영 행위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런 어트렉션으로서 초창기 영화가 놉에서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촬영감독이 편집을 하고 있는 육식동물의 포식장면들은 다큐멘터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적나라하고 포르노라고 하기에는 너무 투박하고 날 것이다. 그것은 어찌보면 초창기 영화들처럼 편집없는 단순한 행위의 재현이라 할 수 있는데, 촬영감독이 앞으로 찍을 진 재킷의 포식장면들에 대한 은유이자 복선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어트랙션으로 분명하고 뚜렷한 메타포는 놉 내에서 동물을 소비하는 사건이나 상황들이다. 주인공이 헐리웃 영화를 위해서 말농장을 운영하는 점, 유명한 시트콤에서 침펜지 고디가 사람에게 잔혹한 폭력을 가한 점, 주프가 죽기전 말을 이용해서 진 재킷을 끌어들이려 하는 점 등등이 그러하다. 흥미롭게도 영화는 진 재킷 외에도 고디와 말 농장의 다른 말들의 이름을 제목으로 보여주며 이러한 영상 - 어트랙션 - 동물 - 소비에 대한 의미망을 구축하려 한다.

이들을 하나로 묶는 키워드는 바로 '나쁜 기적'이다. 극중에서 주인공이 주인공 여동생에게 묻는 것처럼, 나쁘지만 기적처럼 사람을 매혹하는 관념이나 현상을 영화에서는 나쁜 기적이라 이야기한다. 영화 놉에서는 그것이 진 재킷이고, 진 재킷은 고디로, 다른 말들로, 그리고 동물의 포식으로, 촬영감독이 보는 투박한 초기 영화로 거대한 의미망을 구축한다. 이 의미망을 따라가보다 보면 나쁜 기적이 의미하는 바가 다소 명확하게 드러난다:나쁜 기적은 일어나면 나쁜일이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시각을 매혹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자극이다. 촬영감독이 찍는 영상들처럼, 우리는 거대한 동물을 먹는 뱀의 포식장면들처럼 현실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극적이며 날 것이지만 우리의 눈을 때지 못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에너지의 과잉과 파괴,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 순환 사이클의 극단적인 확대 재생산 등등, 우리는 이러한 나쁜 기적의 개념을 '그로테스크'라는 다른 단어로 칭할 수 있다.

'그로테스크'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삶과 죽음을 극단적으로 뒤튼 것을 총칭한다. 그리고 그로테스크를 즐기는 문화는 신화에서부터 근대로, 그리고 현대로 이어진다. 근현대 대중문화에서 그로테스크의 소비는 꽤나 역사가 깊었다:죽은 사람을 관람하는 프랑스 파리의 부검소 문화나 피와 폭력을 묘사했던 그랑 기뇰 등등은 대중문화가 확립되는 초창기에도 그로테스크는 중요한 소비 요소 중 하나였다. 어떻게 보면 기차의 도착과도 같은 초창기 영화들도 기차가 들어오는 충격적인 장면을 재현함으로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는 어트랙션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재현이나 구성 이전에 그로테스크를 필름에 담아두는 원시적인 영화의 개념이 영화에서 다루고자 하는 이미지다.

그렇기에 주인공들이 진 재킷의 영상을 찍고자 하는 것은 일확천금인 동시에 초기 영화를 만들었던 제작자들의 이야기인 셈이다. 그리고 여기에 감독은 인종과 공간을 추가적으로 설정한다:흥미로운 점은 영화에서 주 동력을 구성하는 인물들이 미국 사회의 메인 스트림이라 할 수 있는 백인이 아닌 흑인 남성과 여성, 그리고 히스패닉, 아시아인이라는 점이다. 물론 촬영감독이 백인이긴 하지만, 그가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외부인'이자 '영화계 인물'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맥락의 인물로 볼 수 없다. 또한 헐리웃과 서부라는 공간과 맞물리면서 추가적인 맥락을 형성한다:대중 영화의 공간인 헐리웃과 일확천금의 공간인 서부가 결합하면서, 이는 일종의 서부극적인 맥락을 갖게 된다.

종합하자면 영화 놉은 일종의 초기 영화에 대한 헌사를 괴수물의 형태로 풀이한 영화이며, 추가적으로 거기에 미국 사회의 아웃사이더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문화와 관점을 담아 해석한 작품이다. 겟 아웃에서 어스까지 조던 필 감독은 자신이 본 것들과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합쳐서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냈고, 그것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영화사적인 맥락이나 다른 이미지들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놉은 괴수물로 훌륭한 영화이다. 그리고 놉의 미덕이란 '뻔뻔함의 미학'이다:영화가 처음 시작될 때 보여지는 사각 물체가 사실은 진 재킷의 눈동자고, 그 진 재킷의 사냥 메카니즘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감지하여 사냥을 한다'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영화 미드소마의 테피스트리 처럼 뻔뻔하게 전체 영화를 관통하는 메카니즘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미드소마가 복잡한 이미지를 엮어서 기괴함의 컨텍스트를 구축했다면, 놉의 경우에는 연출과 카메라, 그리고 사운드 디자인에 많은 방점을 찍는다. 전자기기를 멈추게 하는 진 재킷의 능력 때문에 기괴하게 느려지는 효과음과 음악들, 바람부는 날에 한 점 움직임 없는 구름, 전혀 유기체라 느껴지지 않는 진 재킷의 디자인과 그것의 포식장면 등등은 어떤 사전지식 없이도 훌륭하게 기묘한 이미지를 구축한다. 가장 압권인 것은 진 재킷이 큰 소리 없이 부드럽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광경들일 것이다. 거대한 UFO처럼 보이는 육식 동물이 뻔뻔하게도 산등성이와 구름 사이를 날아다니는 광경들은 마치 호랑이와 같은 거대한 육식동물의 날렵함과 은밀함을 금속과 비행체라는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로 뻔뻔하게 구현하여 매우 인상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서 더 뻔뻔하게 진 재킷이 자신의 유선형 몸체를 드러내는 광경에는 독특한 인상을 심어준다.

결론적으로 영화 놉은 훌륭한 괴물 영화이며, 조던 필의 영화 연출과 이미지 구성 등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영화에는 많은 이미지들과 유기적인 관점들은 상당히 흥미롭긴 하지만 영화를 감상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무언가는 아니다. 단순히 괴물 영화로 봤을 때도 훌륭한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추천하는 바이다.

게임 이야기

 

 

 

스팀덱이 처음으로 발표되었을 , 많은 사람들은 스팀덱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 반신반의 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벨브가 내놓은 상당수의 하드웨어들, 스팀 콘솔이나 스팀 링크, 스팀 컨트롤러 등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벨브가 스팀의 브랜드를 달고 UMPC(Ultra Mini Personal Computer) 낸다고 했을 , 실패가능성을 점칠  밖에 없었다. 기존의 콘솔들이 전용 OS 이용하여 기기의 성능을 최대한 사용했단 것을 생각한다면, 리눅스 와인 기반으로 게임을 구동할  얼마나 호환성 있게 돌아가느냐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스팀덱은 현재 100만대 이상을 판매하면서 UMPC 중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게 되었다.

 

스팀덱의 실제 스펙은 최신 콘솔에 비해서 그렇게까지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놀라울 정도로 호환성이 뛰어나고 많은 게임들을 깔끔하게 돌릴  있다. 물론 어느정도의 사양 타협은 필요하지만 말이다:최신 게임인 마블 미드나잇 선즈을 30프레임으로 깔끔하게 돌릴  있고, 인왕 2 경우에는  왔다갔다 하긴 해도 55프레임으로 구동할  있다. 인디 게임이  경우에는 거의 완벽에 가깝게 돌릴  있는데, 롤러드롬이나 인투  브리치, 노이타, 로그 레거시 2, 좀보이드, 림월드 같은 게임들은 이론의 여지 없이 깔끔하게 돌린다. 이는 스팀덱의 해상도 자체가 낮아 정규 해상도 스펙보다 낮은요구사항으로 게임을 구동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다:스팀덱은 스위치보다도  무겁고 커서, 들고 다니면서 한다는 휴대용의 개념에 부적합하다   있는 일종의 '경계선'  기기다. 그렇기에 스팀덱을 플레이하는 환경은 대부분 ''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의문점은 이것이다:집에서 스팀덱으로 게임을 플레이한다고 한다면, 이미  좋은 사양의 피씨와 모니터들이 있는데 스팀덱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이러한 스팀덱에 대한 수요를 이해하려면 스위치의 성공 사례를 분석해야  것이다. 스위치의 경우, 플스와 엑박이 지배하는 공간의 틈새를 차지하였기 때문에 성공할  있었다. 스위치는 휴대용으로 들고 다니면서 다양한 곳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있다.  휴대용의 의미가  아웃도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소파에 앉아서, 혹은 침대에 누워서, 또는 컴퓨터를 돌리면서 스위치를   있다. 요는 스위치의 성공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전제하는 명제, '가장 우월한 게이밍 환경에서만 게임을 하는 것이 지배적일 것이다' 대한 반박이다. , 하나의 게임이라도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방법으로 행해질  있다는 것이고 그것에 대한 성공적인 사례가 스팀덱과 스위치라는 것이다.

 

스팀덱과 스위치의 성공에 있어 차별점, 혹은 공통점이라 부를  있는 영역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제공하는 게임 라이브러리의 폭일 것이다. 스위치가 상대적으로 후달리는 스펙에 불과하고 닌텐도가 제공하는 압도적인 소프트 파워에 다른콘솔 대비해서 이점을 갖고 있는 ,  때문에 다른 서드파티도 끌어들일  있었다. 스팀덱의 경우에는 스팀이라는 가장 성공한 PC 게임 배급망을 구축하였고,  배급망을 통해서 모든 플랫폼을 아우르는 라이브러리를 갖고 있다. 스위치와 스팀덱의 성공요인은 이러한 '라이브러리' '적재적소에 게임을 플레이   있다' 있다.

 

스팀덱이 흥미로운 점은 스팀덱의 UI/UX 기본적으로 게임 패드에 맞춰져 있지만, 동시에 마우스 키보드 방식의 PC 게임들까지 소화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버튼 조작을 붙였다는 것이다.  개의 트렉 패드와 추가적인 후면 트리거 버튼, 그리고 전면 터치 스크린까지 스팀덱은 휴대용 기기가   있는 거의 모든 인터페이스를 달고 있다. 이러한 조작 덕분에몇몇 게임들은 스팀덱에서 놀라울 정도로  구동된다. 문명 6 예로 들면 콘솔판의 패드 조작을 따라온 것이 아닌 마우스 키보드 조작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 우측 트랙패드와 우측 트리거 버튼만으로 거의 대부분의 마우스 조작을 훌륭하게 소화한다는 점에서 매우 놀랍다. 그리고 트리거 버튼과 트랙패드의 기능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할  있는 패드조합 프리셋을 유저들이 구성하고 공유할  있게 하여  나은 편의성을 제공받을  있다.

 

결론적으로 스팀덱은 니치한 수요를  충족하는 기기라   있다:PC 게임의 라이브러리를 거의 상당수 타협하여 처리할  있고,  나아가서 PC 게임 플레이 인터페이스를 접합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버튼을 추가하였음에도 조화로운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줄만하다. 물론 대단히 니치한 수요이고,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기기는 아닌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수요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격과 성능 양측면에서 스팀덱만한 기기는 없을 것이다.

카테고리 없음

 

스마트폰 게임의 발전과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게임의 등장 이후로 끊임없이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과연 모바일 게임이 '재미있냐' 것이었다. 모바일 게임이 게임 문화의 거대한 축을 담당하는  시점에서조차 모바일 게임을 콘솔이나pc 게임 같은 전통적인 게임의 재미 담론에 등치 시켜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과 기존 게임을 동일한 기준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은 게임이라는 거대한 카테고리에 묶이긴 하지만, 게임 플레이 양태나 재미의 요소, 재화소비 구조, 배급 구조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명일방주는 타워 디펜스 기반의 모바일 게임이자 소위 분재 게임, 혹은 코레 게임으로 불리는 게임이다. 계보학적으로 올라간다면, 명일방주는 일본의 전함 의인화 게임인 칸코레까지 올라갈 것이다. 수집Collection 일본식 발음인 코레에함선의 () 조합하여 만들어진 조어인 칸코레는 미소녀로 의인화된 함선들을 모으는 것이  목표인 케릭터 수집형게임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코레류의 게임이 당시 태동하던 가챠게임과는 다소 다른 흐름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자원의수집, 인게임 자원으로 진행되는 가챠, 싱글 플레이로만 구성된 콘텐츠 등등은 이러한 코레류 장르 게임의 태동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여기에 중국 출신 개발팀인 미카팀이 만든 소녀전선이 등장하면서 코레류 게임은 장르적 성숙을 이루게 된다. 칸코레가 장르적 태동을 이루었어도 플레이어가 게임 플레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없다는 점에서 게임으로써의 완성도가 떨어졌다면, 소녀전선은 육성과 역할의 구분, 조작 요소, 자원 수집과 배분 등의 요소 등등에서 '플레이어가 전략적 측면과 전술적 측면 양측을 통제할  있는' 게임이 등장한 것이다. 소녀전선의 등장은 코레류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꾸었고, 흥미로운 점은 명일방주는 소녀전선의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되었다는 것이다:명일방주의 디렉터 해묘는 소녀전선의개발에 참여한 이력이 있고, 해묘와 소녀전선 디렉터 우중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 UI/UX 구성 뿐만 아니라 아트 스타일, 스토리 등에 있어서 명일방주와 소녀전선이 많은 부분 유사한 부분이 있다. 물론  둘은 동일하진 않지만, 비슷한취향의 제작자들이 서로 다른 길을 걸은, 말하자면 친척과도 같은 관계라   있다.

 

명일방주의 기본 장르는 타워 디펜스이다. 방어 해야하는 전술 포인트가 있고, 적들은 정해진 경로를 따라서 전술 포인트로 이동한다. 플레이어는  전술 포인트로 이동하는 적들을 타워에 대응되는 오퍼레이터를 배치해서 막아내야 한다. 오퍼레이터는 정예화, 레벨 , 스킬 레벨업, 모듈 강화 등의 다양한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강해진다. 

 

하지만 전통적인 타워 디펜스와 비교한다면 명일방주의 게임 플레이는 독특한 부분이 있다. 타워 디펜스의 태동기(워크나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 모드 시절)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적들이 강해지고 플레이어는 적들을 죽여서 얻는 자원을바탕으로 타워를 업그레이드 하는 방법을 취했다. 하지만 명일방주는 오퍼레이터가 이러한 업그레이드 구조를 취하지 않는다. 이벤트나 스토리 콘탠츠 초반에는 한번 배치  한꺼번에 모이는 초크 포인트에서 적들을 압살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이러한 다양한 변수들(제한된 배치 인원, 인원대비 늘어난 물량, 기믹이 추가, 배치 순서에 따른어그로 공식 등등) 추가되어 게임을 뒤흔든다. 

 

명일방주가 타워 디펜스 장르로 갖는 독특함은 배치 - 퇴각 - 재배치의 구조다. 플레이어가 배치할  있는 오퍼레이터는최대 10 정도고, 난이도가 올라갈 수록  위치의 오퍼레이터가 방어할  있는 패턴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적재적소에 오퍼레이터를 배치하고 퇴각하여  인원을 배치할 여분을 마련하는 것이 명일방주 게임 플레이의 핵심이라   있다. 게임 내에는 퇴각 재배치에 방점을 찍은 오퍼레이터 (처형자나 상인 같은) 있고, 배치할  있는 발판을 없애서 오퍼레이터를 강제 퇴각시키는 보스도 있다.

 

이러한 독특함은 게임 스테이지 설계 철학의 근본이 된다. 명일방주는 주기적으로 오퍼레이터와 새로운 기믹의 스테이지를 푸는 이벤트를 개최하는데, 여기서 개최되는 이벤트들의 기믹들이 일반적인 타워 디펜스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함을보여준다. 예를 들어 현재 시점(22 12)에서 진행 중인 링거링 에코즈의 기본 기믹의 경우, 플레이어가 석상에 닿으면 sp 정상적으로 회복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sp 회복 속도가 느려진다. 레이저는 일방향이지만 오퍼레이터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반사되는데, 이것을 이용해서 오퍼레이터를 배치해야하는 위치에 레이저를 반사시키는 등의 전략적인 사고를 필요로 한다. 또한  기믹을 베이스로 적들도 기믹과 상호작용하게 되는데, 레이저를 맞고 있는 적들의 경우엔 방어력이 저하되거나 적이 갖고 있는 특수 능력이 무효화된다. 이러한 새로운 기믹들이  이벤트마다 풀리고, 대형 이벤트의경우 위기협약이라는 고난이도 이벤트에서 재활용된다.

 

이러한 기믹들은 명일방주 콘텐츠 설계 철학인 '4성과 배포 5, 거기에 친구의 6 오퍼레이터들으로 클리어 가능하게콘탠츠를 구성할 ' 맞물리면서 낮은 입문 장벽과 깊이 있는 게임을 만든다. 명일방주에서 최고 등급의 오퍼레이터들은 6성이고, 이들의 성능은 분명하게 좋다. 6성은 기본 스펙과 오퍼레이터 스킬이 갖고 있는 능력, 전반적으로 오퍼레이터 덱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시너지 능력 등등까지 다양한 이점이 있다. 그에 비해 4성이나 배포 5성은 6성의 마이너한, 혹은 나사빠진 버전이다. 

 

하지만 기믹을 이해하고 각각의 오퍼레이터를 배치할  있다면 4성과 배포 5성만으로 대부분의 기믹은 파훼 가능하다. , 6성이 게임 플레이를 쉽게 만들어주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게임을 클리어하는데 있어서 '최소 스펙' 것이 아닌 것이다. 6성이 주는 이점은 4, 5 오퍼들 여럿이 분담하여 하는 기믹 처리를 한명으로   있다는 것이고, 이는 오퍼레이터  압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뒤집어서 이야기한다면 '기믹을 제대로 이해못하고, 배치 타이밍을 못잡으면 6성도 존재의의가 없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명일방주의 게임 난이도 문제는 '지능의 문제'라고 자조하는 풍조가 있다. 그도 그럴것이 기믹을 제대로 이해하고 배치 타이밍을 안다면 최대 배치 인원 9  3~4, 극단적으로는 오퍼  명만쓰고도 클리어할  있다. 중요한 것은 스테이지의 기믹과  기믹을 파훼하기 위해서 내가 갖고 있는 오퍼 풀이 무엇이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 게임을 하면 플레이어가 실제 클리어 가능한 오퍼 풀을 들고 있음에도 클리어하지 못해서 쩔쩔 매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물론 일반적인 스토리 콘텐츠를 미는데는 그렇게까지 깊이있는 전략과 고찰이 필요하진 않다. 하지만 하드 모드나 위기협약 같은 모드에서는 한계에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게임 플레이가 자주 있고, 이런 부분들이 명일방주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그리고 명일방주의 가챠 시스템은 나름 합리적이다. 물론 원하는 오퍼레이터를 원하는데 뽑지 못하게 하고 예상 비용을산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챠 시스템 자체가 과연 합리적인가, 라는 본질적인 질문이 존재할  있다. 그러나 일단 모바일 게임의 가챠 시스템의 범주 내에서 본다면 명일방주의 가챠 시스템은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에서 자주   있는 한계돌파(똑같은 케릭터를 여러번 뽑아서 강화하는 ) 필수적이지 않고, 위에서 언급한 '오버 파워 케릭터 하나 둘로 모든걸 해결하는게 아니라 적재 적소에 오퍼레이터를 배치하는 ' 핵심인 게임이다 보니 6성을 적당히 걸러서 뽑을  있다. 거기에 한국에서는 본섭인 중국 서버와 6개월 정도의 텀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바일 게임 플레이어들이 부르는 '미래시'(미래 케릭터의 성능을 미리 파악하는 ) 존재 때문에 모바일 가챠 게임 치고는 '합리적인 소비' 가능하다.

 

명일방주는 모바일 게임은 물론 운영형 게임이나 타워 디펜스 게임 장르 전반으로 넓게 넓혀서 보더라도 훌륭한 게임이다. 복잡한 조작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플레이어가 생각하고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 배치 - 퇴각 - 재배치를 통해서 타워 디펜스의 장르 공식을 다르게 재해석  , 그리고 게임 콘텐츠 설계 철학과 시스템 구성을 통해서 플레이어의 숙련도를 게임의 우선순위로  점이 명일방주의 훌륭한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명일방주는 게임을 먼저 세우고,  위에 BM  올려놓은 게임이라   있는데, 많은 모바일 게임들이 BM 성립하고 나서  위에 게임을 올려놓는 경우가 많은걸생각한다면 게임으로 완성도가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명일방주는 돈을 쓰는 것이 아깝지 않은 모바일 게임이다. 물론 패키지 게임 마냥  게임을 아무에게추천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 게임의 특성상 기본적으로 엄청난 시간을 장기간으로 잡아먹고, 가챠 등의 요소 때문에 내가 원하는 오퍼를 뽑으면서 플레이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재미를 붙인다면 기분 나빠질  없이 재밌게 오랫동안 플레이할  있는 게임이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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