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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스위치 및 PS4 버전으로 쓰인 리뷰입니다.

 

모탈컴뱃은 30 가까이 장수한 게임 프랜차이즈다. 물론 프랜차이즈 특유의 정성 넘치는 고어 연출 덕분에 북미 게임 심의 제도 설립에 혁혁한 (?) 세우기도 하였지만, 프랜차이즈가 오랜 기간 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았을 있었던 것은 잔인성을 뛰어넘은 게임으로서의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모탈컴뱃 2011 원작으로의 회귀를 선언한 , 모탈컴뱃 시리즈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트리플 A 격투 게임이라는 희귀한 위치를 점하였고, X 때는 누적 판매량 1100만장이라는 진귀한 기록을 세우면서 모탈컴뱃이 잔인함을 넘어서 격투 게임으로써도 완성도 있는 게임이라는 것을 증명하였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러한 성공은 일본 격투 게임의 흐름 계보와 차별화된 모탈컴뱃 만의 독자적인 노선에 기반하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격투게임으로 모탈컴뱃만의 특징들로 선입력과 버튼가드를 꼽는다. 물론 게임 플레이에 시스템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버튼 가드 덕분에 역가드 공방이 성립되지 않고, 선입력 시스템 때문에 상대적으로 콤보 입력 난이도가 여타 격게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시스템만으로는 모탈컴뱃 시리즈의 공방 흐름을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힘들다. 시스템을 제외하더라도 모탈컴뱃의 흐름은 어딘가 일본식 격투 게임의 흐름과 비슷하면서 다른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짚어내는 것은 매우 힘들다. 이는 모탈컴뱃의 출발이 스트리트 파이터 2라는 전설적인 일본 격투 게임에서 시작하였지만, 30년의 역사를 통해서 사소한 디테일들에 변주들을 더해가면서 자신만의 게임 플레이를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탈컴뱃 게임 플레이의 특수성을 논할 , 사소한 디테일에서 비롯되는 차이점을 기술하기 보다는 격투게임의 장르틀에서 게임을 접근하고 각각의 디테일의 차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접근하는 것이 올바르다. 격투 게임 장르를 단어로 요약하자면 판단과 상성이다:기본적으로 격투 게임은 공과 수를 교대해가면서, 상대의 가드를 뚫거나 상대의 오판을 캐치해서 역공을 가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격투 게임이 오랫동안 자신만의 문법을 공고히 하였어도 이러한 기본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모탈컴뱃 9 이후, 모탈컴뱃 시리즈가 돌아가고자 곳은 기존 2D 프랜차이즈로의 회귀였다. 2D 회귀하면서, 모탈컴뱃은 기존의 자원 시스템을 모두 개편하여 11까지 이어왔다:콤보 탈출기인 콤보 브레이크와 필살기를 강화하는 인헨스드 액션,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필살기 개념인 엑스레이 공격까지 도입되었다. 9, 10, 11편까지 모두 각기 다른 시스템들을 갖고는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9편의 변화에 모든 뿌리를 뒀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방 체계의 변화일 것이다. 우선 모탈컴뱃 9 이후의 게임들은 일반적인 격투게임의 상중하단 판정과 다르게 오버헤드-상중하단 판정이라는 4지선다의 판정 선택지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콤보 시스템이 일종의 블록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특기할만한 사항이다. 콤보Kombo 불리는 콤보 시스템은 아크 시스템 게임과 같은 자유로운 기본기의 연쇄가 아닌 고정되어 있는시스템으로 콤보 사이에 필살기의 강화판인 인헨스드 무브를 집어넣어서 콤보를 연장시켜 '기본기'-'필살기 강화'-'기본기...' 구성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얼핏 보면 중단 판정의 공격이 오버헤드로 옮겨간 것과 콤보 시동이 정해져있는 이외에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어보이지만, 실제로 이러한 판정의 구분은 모탈컴뱃의 공방흐름을 독특하게 만드는데 일조하였다.
 
기본적으로 격투 게임에서 상중하단을 구분한 것은 앉아서 가드할 것인가/서서 가드할 것인가 라는 이지선다 심리전을 확립하기 위해서 도입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드를 올려서 공격을 가드하는 상황 자체가 자신의 선택지를 줄이는 판단이 되기에 가드 프레임 이득을 노려서 상대에게 반격을 가하는 판단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러나 모탈컴뱃은 실질적으로 하단 가드를 부수기 위한 오버헤드 판정의 공격 모션을 크게 만들어서 '앉아 가드 상태에서도 보고 서서 가드로 전환할 있게끔' 만들었으며, 중단이 '서서 가드/앉아 가드에도 캐치되게끔' 만들어서 기존의 공방 체계에서 가드를 더욱 단단한 방향으로 만들었다. 또한 콤보 시동 루트나 콤보 시동 이어지는 움직임이 정해져있다는 것은 상대방의 공격을 보고 예측하기 쉬운 구조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이미 판단을 내리고 공격을 내는 순간에서부터 상대의 움직임은 거의 대부분 예측 가능한 수순이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탈컴뱃에서 가드는 대단히 중요하다 있다.
 
결과 모탈컴뱃은 '단단한 가드를 어떻게 깨부수느냐' 핵심이 되는 게임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격투게임 공통의 근접 견제라 있는 앉아 약속 히트/가드 후의 상황에서 상대가 공격/방어할 것을 예측하고 이후의 공수 공방 판단을 한다:앉아서 가드할 것인가, 상대가 헛칠 것을 노리고 뒤로 살짝 빠져서 리치가 기본기로 콤보를 시동 것인가, 아니면 계속 가드할 것을 노리고 잡기로 이행할 것인가 등등의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것들이 '가드' 전제로 하고 있는 점에서 모탈 컴뱃은 가드 상황을 캐치하는 것이 중요한 게임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자주 있는 것들이 바로 모탈컴뱃 프로 씬이다:때때로 프로 플레이어들이 근접한 상황에서 가드 버튼을 누른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있는데, 이것은 자신이 상대 공격을 가드하고 나서의 후상황을 잡아내겠다는 프로 플레이어들의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로도 모탈컴뱃의 끝은 '잡기로 어떻게 상대 가드를 흔드는가'라고 표현한 사람도 있는데, 실제 잡기 풀기 자체도 ' 잡기 풀기/ 잡기 풀기' 나뉘어져 있어서 5050, 이지선다의 양식을 취하고 있는 것도 잡기 역시도 심리전의 연장선으로 구성되었다.
 
11 위에서 다룬 전제에서 새로운 흐름들을 쌓아올린다. 가장 변화는 10편에서 보여준 런캔슬 - 대쉬/달리기 시스템을 개편하여, 대쉬나 이동 속도를 대폭 느리게 만들었다. 10편에서 런캔슬 - 대쉬/달리기 시스템은 거리 조절이나 퍼니쉬 등의 견제전을 무색하게 만들고, 상대를 눕힌 후에 달려서 억지로 구석으로 몰아가거나 기상 공방의 선택지를 줄여버렸다. 또한 게임 자체의 속도를 끌어올려서 '이해는 되지만, 눈으로는 따라갈 없는' 난이도 높은 게임을 만든게 문제였다. 그래서 11편은 이러한 상황 자체를 피하기 위해서 달리기나 런캔슬 자체를 무효로 만들고 게임의 템포나 완급을 조정하였다.
 
그리고 게임은 자원 시스템도 전면적으로 개편한다. 9편과 10편은 공용 게이지 3개를 이용해서 엑스레이 - 콤보 브레이커 - 인핸스드 무브를 사용하게끔 했다. 하지만 11편은 공격용 게이지 2 - 방어용 게이지 2개로 자원 시스템을 두개로 쪼게서 인헨스드 무브는 공격 게이지만 사용하게끔, 기상 공격이나 기상 구르기/낙법 등의 행동은 방어 게이지만 사용하게끔 만들었다. 또한 여타 격투 게임과 다르게 게이지는 공격이나 방어 여부에 관계 없이 일정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채워지게끔 되었다.
 
결과, 게임은 입문자/초보 친화적인 게임이 되었다:우선 공격 게이지가 2개로 줄어든 점은 기존 인핸스드 무브를 이용해서 콤보 연장을 있는 기회를 줄인 것이기 때문에 콤보의 잠재 데미지를 낮추고 한번에 50% 이상의 체력을 깎는 기회 자체를 줄였다. 나아가서 기존의 자원 시스템이 ' 많은 공격을 가할 수록 빠르게 차오르는 방식'이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적으로 채워지는 시스템은 초보자나 고수나 양쪽에게 평등한 공격 옵션을 부여하려는 것이었다. 또한 공중 콤보 탈출용인 낙법이 방어용 게이지만을 사용하게 것도 변화의 꼭지라 있다.
 
이렇게만 본다면 모탈컴뱃 11 게임이 대단히 느리고 방어적인 게임으로 보일 있다. 하지만 제작사들은 여기에 기존 시리즈의 액스레이 공격을 두가지로 쪼게어서 시스템을 분화시키는 것으로 해결책을 마련하였다. 첫번째는 크러싱 블로우다. 크러싱 블로우는 특정한 상황에서만 성립되는 공격(예로 들어, 모든 케릭터의 공용 크러싱 블로우인 상대의 상단을 앉아 강펀치로 카운터 치는 경우)으로 게임에 번만 발동시킬 있다는 점에서 와일드 카드와 같은 기믹이다. 하나 같이 특정한 상황에서의 조건을 맞춰야 발동되는 어려운 기믹이지만, 한번 발동되면 전황을 뒤집어 엎을 있을 정도로 막강하다.
 
앉아 어퍼컷의 크러싱 블로우의 예를 들어보자. 기본적으로 모든 케릭터가 갖고 있는 대공기인 앉아 어퍼컷은 방의 데미지가 치명적이긴 하지만, 맞춘 절대로 콤보 등으로 추격이 불가능하고 가드 등을 했을 상황이 불리해서 함부로 쓰기 어려운 기술이다. 그러나 앉아 어퍼컷의 크러싱 블로우가 발동하면 안그래도 한방 데미지가 높은 어퍼컷의 데미지를 뻥튀기 시켜줄 뿐만 아니라, 여타 콤보 등으로 추격할 있게끔 상대의 낙하궤도가 바뀌는 변화가 생긴다. , 기술의 데미지 뿐만 아니라 기술의 성격이나 후상황 마저도 바꿔버린 것이다. 이런 식의 치명적인 한방을 제대로 먹일 있다면, 콤보 게이지 감소로 발생한 콤보 데미지 포텐셜을 이전작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대신, 모든 크러싱 블로우는 게임 번씩만 발동되기 때문에(예를 들어, 앉아 어퍼컷 크러싱 블로우를 발동 시켰으면, 이후에는 다시 발동을 없다.), 크러싱 블로우는 모든 게임을 싸움으로 만들지 않는다.
 
엑스레이 공격의 기믹을 이어받은 페이탈 블로우도 게임의 흐름을 바꾸는데 한몫하였다. 기존의 엑스레이 공격은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콤보 브레이크나 인헨스드 무브가 게임 내에서 많이 사용되어서 게이지를 3개까지 모을 일이 거의 없었고, 전략적으로도 그닥 매력있는 선택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걸 간파한 제작자들은 페이탈 블로우를 ' 게이지가 없어도 사용할 있게끔' 만드는 대신에 특정 체력(30%) 미만으로 내려갔을 때문 사용할 있게끔 만들었다. 슈퍼 아머 때문에 상대의 1타를 무시할수 있을 뿐더러, 데미지가 절륜해서 게임을 뒤집을 있다는 점에서 페이탈 블로우는 기존의 엑스레이 공격보다 위상이 올라갔다. 또한 일정 체력 미만일 때만 있기 때문에 밀리는 쪽이나 이기는 쪽이나 페이탈 블로우를 의식하면서 싸우는 긴장감을 부여하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요약하자면 모탈컴뱃 11에서의 변화들은 10에서의 게임 흐름을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속도를 줄이되 한번 한번의 선택이 치명적이게끔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10편과 매우 이질적이긴 하지만, 틀에서 본다면 가드를 전제로 게임 플레이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게임은 여전히 동일하다고 있다. 결과적으로 놓고 본다면, 모탈컴뱃 11 격투 게임으로서의 구조는 프랜차이즈의 연장선이라 있다.

 

 

 

 
모탈컴뱃 11 전반적인 콘텐츠 구조는 인저스티스 2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 사람과의 대전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도 다양한 변수들이 가미되어 있는 기간한정 AI 대전 콘텐츠인 타워를 통해서 기어나 스킨을 모으고 게임을 계속해서 플레이할 있게끔 만들었다. 이러한 구조는 모바일 게임이 연상된다:기간한정으로 콘텐츠가 로테이션을 돌고, 콘텐츠 참석을 통해서 재화를 모으고, 무작위 확률로 보상을 획득하는 가챠 시스템까지 모탈컴뱃 11 존재한다.
 
물론, 격투 게임이 대인전의 하드코어함으로 플레이어 수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기에 이러한 모탈컴뱃 11 변화는 긍정적이라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보상을 획득하는 과정에 무작위 확률이 개입하는 가챠 시스템이 들어간 것이다. 전작 10에서 페이탈리티나 스킨 등을 언락하는 용도로 썼던 크립트는 플레이어가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인게임 재화인 코인만 모아서 모든 재화를 해금할 있는 콘텐츠였다. 그러나 11 크립트는 상자를 열때마다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는 문제가 있으며, 심지어 크립트 내의 모든 상자를 열어도 원하는 기어나 스킨을 얻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스킨이나 기어의 숫자는 엄청나게 많은데, 원하는 것을 확정적으로 얻을 있는 방법이 언제 등장할지도 모르는 기간한정 타워와 크립트 밖에 없다는 점은 플레이어를 지치게 만들만한 요인이다.
 
스토리 측면에서 11편은 9편부터 시작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중요한 꼭짓점으로 알맞게 마무리 되었다. 물론, 모탈컴뱃에 그동안 등장해왔던 매력적인 선역/악역 케릭터들이 많았지만 그들 선역에만 이야기 전개에 초점을 맞춘 , 몇몇 중요한 복선들을 뭉뚱그려서 처리한 점은 다소 아쉽다. 그러나 11 마무리는 게임 프랜차이즈들이 스토리 아크를 마무리 지을 겪는 문제점들을 그럭저럭 회피한 것처럼 보인다.
 
플랫폼 관점에서 본다면 모탈컴뱃 11 PS4에서는 완벽하게 작동을 한다. 애시당초에 콘솔이 메인인 프랜차이즈인만큼 연출이나 60프레임을 칼같이 지켜내는 것은 시리즈가 갖춰야 하는 기본 소양이다. 하지만 문제는 스위치 버전이다. 일단 프레임이나 안정성 자체는 7 업데이트를 통해서 어느정도 확보되었다. 5 발매 당시나 6월에는 프레임이 일정하지 못했고, 심지어는 크립트 모드에서 잦은 튕김으로 인해 안정성도 여타 플랫폼에 비해서 떨어졌다. 물론 지금에서는 왠만한 퍼포먼스 이슈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60프레임 유지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가장 문제는 모바일 게임의 콘텐츠 구조를 그대로 집어넣겠다고 하면서 게임이 온라인에 상시 접속되어야만 게임 전반을 즐길 있는 구조로 바꾼 것이 스위치의 휴대용/거치기 하이브리드 콘솔이라는 개념과 상충되면서 생겼다. 스위치 휴대모드의 경우, 와이파이 환경에 따라서 접속이 불안정할 때도 있으며 슬립모드 전환시 강제로 인터넷 연결을 끊기 때문에 게임 서버와의 연결이 끊기는 일이 자주 있다. 문제는 모탈컴뱃 11 항시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어야만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결과, 스위치 버전 모탈컴뱃은 이동 중이나 잠시 게임을 쉬어야 하는 타이밍에 게임을 끄고 나가야 하는 불편한 구조로 진행된다. 스위치 버전을 살때는 점을 구매에 있어 고려하여야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모탈컴뱃 11 9 10 비교하여 보았을 , 많은 부분 달라졌지만 이전의 기조를 잃지않고 유지하는 프랜차이즈의 정석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특히, 입문 난이도가 9 10 비교하면 많이 낮아졌다는 점은 좋은 부분이긴 하다. 다만 크립트 콘텐츠나 항시 온라인 접속을 요구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사람들의 호불호를 살만한 부분이 있다. 이런 점을 제외한다면 모탈컴뱃 11 구매를 해도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만한 작품이다. 
게임 이야기

*슈퍼 마리오 메이커 2를 공유 기능 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닌텐도 온라인 가입이 필수적입니다. 

 

슈퍼 마리오 메이커 2를 리뷰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부분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만드는 툴'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슈퍼 마리오 메이커 시리즈는 과거 이전부터 "개조 마리오" 또는 "막장 마리오" 등으로 알려져 있는 기존 게임을 개조하여 원래 슈퍼 마리오 시리즈에서 존재하지는 않는 새로운 스테이지를 만드는 전통에 기반하고 있는 작품이다. 인터넷의 여명 때부터 플레이어의 조작 없이 자동으로 진행되는 오토 마리오나 클리어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게 만들어진 막장 마리오들은 영상이나 롬의 형태로 공유되고 향유되었다. 따라서 슈퍼 마리오 메이커 류의 장르들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는 이 전통에 대해서 비추어 보아 툴에 대한 평가와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한 평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공유되는지에 대해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메이커를 통해서 만들어진 개별 스테이지에 대한 평가는 일반적인 게임 리뷰나 평가론에 근거하여 다룰 수 있을지라도, '만드는 툴'과 '공유되는 방법'에 대한 평가는 기존의 게임 리뷰 및 평가 방법론에 비추어 접근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툴과 공유되는 방법이란 만들어진 결과를 플레이하는 것이 아닌 결과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자 그것이 공유되는 환경 전반에 대한 평가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적인 게임 플레이의 방법론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인프라에 대한 평가로 접근해야 한다.

 

일례로 슈퍼 마리오 메이커 2와 유사한 게임이라 할 수 있는 리틀 빅 플레닛 시리즈의 사례를 보자:리틀 빅 플레닛 역시 게임을 만들고, 플레이하며, 마지막에는 그것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를 다루는 게임이었다. 리틀 빅 플레닛은 하나의 소프트를 구매함으로써 스테이지를 만들고, 플레이하고, 그것을 공유하게끔 하는 전반적인 인프라를 플레이어들에게 제공하였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제작-공유-플레이 한 접점에 뛰어들어드는 것만으로 위 사이클을 계속해서 반복할 수 있게끔 하는 동기(나도 만들어서 남들과 공유하고 싶다, 다른 사람의 스테이지를 플레이해보고 싶다 등)를 제공하였다. 슈퍼 마리오 메이커 2도 제작, 공유, 플레이를 접점 별로 살펴보고 그것이 하나의 인프라로써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작품으로 완성도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슈퍼 마리오 메이커 2의 제작 환경이다. 기본적으로 슈퍼 마리오 메이커는 슈퍼 마리오(패미콤), 슈퍼 마리오 3(패미콤), 슈퍼 마리오 월드(슈퍼 패미콤),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위), 슈퍼 마리오 월드 3D(위 유) 5개 작품에 대한 제작 환경을 제공한다. 각각의 제작 환경은 서로 각기 다른 오브젝트들과 조작환경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처음에 어떤 환경의 슈퍼 마리오를 제작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서 3D 월드의 슈퍼마리오를 선택한 경우, 월 점프나 공중에서 스핀을 할 수 있는 기능이나 고양이 마리오 변신 기믹이 존재하지만, 패미콤 버전이나 슈퍼 패미콤 버전의 슈퍼 마리오에서는 이러한 기능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에 따른 기믹들은 후술 한 플레이에 있어서도 조금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환경에 따라서는 플레이나 제작환경이 상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처음 제작할 때는 애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이러한 버전별 차이에 대해서 정보를 미리 알려주거나 가이드나 팁을 주는 항목을 가시적으로 집어넣어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제작 측면에서는 처음 제작을 시도하는 유저에게도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제작은 휴대모드에서는 터치 스크린으로, 독 모드에서는 패드로 조작을 하게 되는데 양쪽 다 편리하지만 휴대 모드 쪽이 터치 스크린으로 오브젝트를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이쪽이 더 직관적이라 할 수 있다. 제작 모드를 선택하였다면, 이후 슈퍼 마리오 메이커 2의 스테이지 제작 진행은 크게 두 가지 요소로 나뉜다:어떤 장애물을 배치할 것인가, 그리고 그 장애물을 플레이어가 돌파할 수 있는가 다. 기본적으로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스테이지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노하우는 어떻게 되는지는 본작에서 처음으로 추가된 싱글 플레이 모드를 해보는 것이 좋다. 각 테마별로 존재하는 기믹들을 이용해서 스테이지를 만들어놓은 본작의 싱글 플레이는 어떻게 하면 무난한/도전적인 스테이지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슈퍼마리오 스테이지를 제작함에 있어서 게임 개발자 관점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튜토리얼도 참조할만하다. 전반적으로 작은 만담 형식으로 되어있는 튜토리얼은 단순하게 줄글로 스테이지 제작의 요소를 논하기보다는 요즘 세대 플레이어의 눈높이에 맞춰서 제작 노하우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만하다.

 

장애물을 설정하였다면, 이제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슈퍼 마리오 메이커 2에서는 제작 후 +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곧바로 플레이 모드로 들어가게끔 설정하였다. 그리고 해당 장애물 구간을 플레이 하고 나서 제작 모드로 돌아왔을 때, 마리오가 움직인 모양을 궤적의 형태로 표현하여 준다. 이러한 궤적의 표시는 게임 스테이지를 다듬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는데, 게임 내의 장애물이 클리어 가능한지 여부나 더 나아가서 좀 더 높은/낮은 난이도의 장애물 설치가 가능한지 여부 등을 개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슈퍼 마리오 메이커 2에서 제작은 기본적으로 타일 단위로 구성되어 있다:모든 장애물이나 제작물들은 '몇 타일'을 차지하는가로 구성되어 있고, '기본 마리오의 크기=1 타일'이기 때문에 점프의 궤적이나 장애물 및 오브젝트 배치가 상당히 직관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동시에 이렇게 타일 중심으로 게임을 배치한 것은 동시에 기존 개조 마리오 시리즈에 비교하여 보았을 때, 제작할 수 있는 여지를 줄였다고도 볼 수 있다. 기존에서 오브젝트의 크기나 다양한 요소들이 제작자가 원하는 데로 조정이 가능했다면, 슈퍼 마리오 메이커 2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크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타일 단위로 제작을 쪼게 놓은 것은 제작의 난이도를 떨어뜨리고 직관적으로 게임을 구성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플레이했을 시에 마리오의 궤적도 결국은 마리오의 판정이나 범위를 타일 단위로 해체시켜놓은 것이기 때문에, 장애물 제작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테이지는 공유되어야 한다. 플레이어들이 올린 스테이지는 크게 3가지 카테고리(뜨는 스테이지, 베스트 스테이지, 새로 올라온 스테이지)로 나뉘어지며, 각각의 스테이지들은 플레이어가 플레이해보고 좋아요나 플레이 후기를 상세하게 남길 수 있다. 흥미롭게도 슈퍼마리오 메이커 2에서 스테이지가 공유되는 것은 닌텐도가 자사 플랫폼인 위유와 3DS를 통해서 서비스한 SNS 미버스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즉,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이 모두에게 오픈되어 있는 커뮤니티라기 보다는 닌텐도가 철저하게 내부통제를 하는 소셜 서비스라 할 수 있는데, 도장 시스템이나 댓글을 그림으로 남길 수 있는 점, 닌텐도가 정해준 방식으로만 소통하고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점 등은 많은 부분 미버스와 유사하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점은 스테이지를 공유하는 외부의 인프라가 아닌, '게임 스테이지 내부'에도 스테이지에 대해서 평가를 내리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요소들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스테이지 내에 댓글을 남긴다던가, 플레이어가 죽었을 때 다른 플레이어들은 어디서 죽었는지를 남겨주는(다크소울이나 데몬즈 소울에서 보았던 혈흔과 비슷한 시스템) 표식 등은 이 스테이지가 그저 1회 플레이하고 단발적으로 끝나는 스테이지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함께 플레이하고 있는 공유의 장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내부/외부 공유의 인프라를 통해서 슈퍼 마리오 메이커 2가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게임을 넘어선 SNS이다:SNS에서 가장 재밌는 콘텐츠는 사람 그 자체다. 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의도했는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등을 이해해가는 과정에서 그 사람의 머릿속을 꿰뚫어 보는 것이 SNS의 재미라 할 수 있다. 슈퍼 마리오 메이커 2는 이러한 사람의 생각을 스테이지의 형태로 양식화시켜놓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재미를 통해서 스테이지 클리어라는 플랫폼 게임의 형식을 넘어서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장으로 만들어내고자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슈퍼 마리오 메이커 2는 게임 외부의 평가를 SNS의 형태로 양식화한 것을 넘어서 내부에도 댓글이나 죽은 자리를 표시하는 등의 기믹을 삽입하였다. 그 결과, 슈퍼 마리오 메이커 2는 이전의 메이커 류의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상호작용들(함정 위치를 알려준다던가, 낚시를 한다던가 등)을 갖게 되었다.

 

플레이 관점에서 슈퍼 마리오 메이커 2는 일반적인 마리오 플레이(스테이지를 이해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클리어하는 것) 외에 크게 두가지의 특징을 갖고 있다. 첫 번째는 어디까지나 마리오 챌린지다. 어디까지나 마리오 챌린지는 플레이어가 쉬움, 중간, 어려움, 매우 어려움 4개의 난이도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하여 목숨이 다 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사람들이 만든 스테이지를 클리어 해나 가는 시스템이다. 어떻게 보면 스테이지를 공유하는 메인 코스 외에 다양한 코스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도전 양식이다. 다양한 코스를 무작위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시스템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마리오 챌린지는 클리어나 달성에 대한 동기 부여나 보상이 거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 외에 추가된 것은 4명의 경쟁/협력 플레이를 하게끔 만든 멀티플레이 모드일 것이다:시리즈 최초로 도입된 멀티플레이 모드는 4명이 얼마나 협력하였는지, 혹은 누구보다 더 빨리 코스의 끝에 도착하였는지 여부에 따라서 협동과 경쟁으로 나뉜다. 초창기에 상당한 렉이 걸렸던 점을 제외한다면, 코옵보다도 경쟁 멀티플레이는 상당히 재밌는데 기존의 2인 오프 코옵을 괴상한 형태로 비틀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괴상망측하고 즐거운 의미로 혼란스럽다. 가장 쉬운 스테이지마저도 다른 플레이어의 존재 때문에 엉망진창으로 꼬여버린다는 점에서 4인 경쟁 플레이는 흥미롭고 잠재 가능성이 높은 모드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슈퍼 마리오 메이커 2는 기존의 '만드는 게임들'(리틀 빅 플래닛 같은)에서 제작 난이도는 낮추되 SNS로서의 생각과 의사소통 교류의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며, 경쟁 멀티 플레이나 어디까지나 마리오 챌린지 등은 게임의 플레이 시간을 대폭 늘려주는 요소다. 물론 몇십 년 간 이어져왔던 개조 마리오의 악랄함이나 커스터마이징의 자유도는 많은 부분 잘려나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높은 난이도의 스테이지들은 '이걸 어떻게 클리어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악랄하다. 그만큼 슈퍼 마리오 메이커 2는 남녀노소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으며, 스위치를 갖고 있다면 꼭 한번 플레이해봐야 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게임 이야기

 

킥스타트로 펀딩을 받아 제작된 이가라시 코지(통칭 IGA)의 신작 블러드스테인드는 옛 악마성의 추억을 잘 살린 작품으로 평단과 판매량 양쪽 모두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나후네 케이지가 마이티 넘버 나인으로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오점을 남긴것과 비교해서 본다면 IGA의 성공을 놀랍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IGA가 마지막 작품인 빼앗긴 각인 이후로 11년만에 내놓은 완벽한 신작이라면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블러드스테인드가 고전적인 악마성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는 것도 한몫할 것이다:게임은 전설적인 월하의 야상곡부터 휴대용 기기로 등장한 빼앗긴 각인이나 창월의 십자가, 효월의 윤무곡, 폐허의 초상화 같은 현대적인 작품들을 모두 섞어서 한데 어우르는데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블러드스테인드라는 게임이 IGA 게임의 집대성이라는 점에서 블러드스테인드는 구태의연하다. 느린 게임 템포와 월하의 야상곡에서의 커멘드 입력 필살기 등등 인디 게임들이 '매트로배니아'라는 태그를 붙이면서 게임을 쌓아올린 것에 비하면 여전히 자가 복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자가 복제적인 콘텐츠를, 97년 발매된 월하의 야상곡에서 빼앗긴 각인까지 이어지는 11년을 하나의 게임에 응축하였기 때문에 블러드스테인드는 그 가치가 있다.

 

이 글에서 간략하게 다루고자 하는 것은 '어째서 블러드스테인드는 킥스타트 프로젝트에서 성공하였는가?'다:우리는 이미 마이티 넘버 나인과 같은 작품들을 본 적이 있다. 유명한 개발자가 메인이 되었고, 시대에 떠밀려 사멸한 장르가 대상이고, 팬들이 관심을 모았으며, 마지막으로 펀딩이 기대금액을 초과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점 등에서 마이티 넘버 나인과 블러드스테인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의 성패를 좌우하였을까? 이는 소비자의 기대와 개발자의 역량 사이의 괴리,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것을 얼마나 투명하게 소비자에게 공개하였는가가 관건이었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점은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가?"와 "소비자에게 우리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이다. 소비자의 기대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만 소비자가 서비스나 제품에 만족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기업은 소비자에게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고, 소비자가 이를 인식하고 기업의 의도대로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게임 업계의 경향성도 타 업계와 유사해서 광고나 인터뷰 등의 미디어 노출을 통해 "우리 게임은 이렇다"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타겟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게끔 유도한다. 일례로 데몬 엑스 마키나의 사례를 보자:데몬 엑스 마키나를 개발한 마벨러스는 발매 전 데모 공개를 통해서 플레이어들로부터 게임 피드백을 받고, 그것이 실제 어떻게 게임에 반영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마벨러스의 노력은 자사 제품을 구매할만한 잠재적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그들이 얼마나 '소비자의 욕구를 이해했는지'와 '소비자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었는지'를 어필하였다.

 

이러한 부분에서 마이티 넘버 나인과 블러드스테인드는 분명하게 다른 경향성을 보여주었다. 마이티 넘버 나인의 경우, 추가 DLC를 위한 푸가 펀딩에 기대에 못미치는 트레일러, 트레일러에서 변하지 않은 게임 완성도, 심지어 펀딩 때 약속된 패키지를 후원자들에게 전달하지 않아서 소송 이슈까지 등장한 전력도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프로젝트를 방계로 확장하였으며(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같은), 스스로 능력이 없었음에도 소비자에게 지키지 못할 공수표를 남발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에 비해서 블러드스테인드는 주기적으로 후원자들에게 개발 진척 상황과 퀄리티 향상, 피드백 반영, 중간 결과물 공개(블러드스테인드 커스 오브 더 문) 등을 통해서 후원자들과 긴밀한 신뢰관계를 쌓는데 성공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펀딩 후 출시까지 약 5년, 1년 반 이상의 개발 연기, 플랫폼 변경으로 인한 환불 등의 크고 작은 이슈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 없이 게임을 발매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좀 더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본다면, 마이티 넘버 나인의 실패는 '예산 관리와 효율적 사용'에 있다고 보여진다:킥스타트의 성공적인 펀딩 이후, 마이티 넘버 나인이나 블러드스테인드는 양쪽 다 모두 후원자 외 정식 판매를 위해서 배급사를 끼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양쪽 모두 추가적인 펀딩 없이도 배급사를 통해서 외부 자금을 끌어들일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이티 넘버 나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 DLC를 위해서 추가 펀딩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추가 DLC에 대한 홍보로도 읽힐 수 있지만, 동시에 프로젝트 운영에서 예산 계획이나 운용에 잡음이 많았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다. 안 그렇다면 '발매되지도 않은 게임'에 대한 '추가 DLC'에 대해서 추가후원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냥 듣기만 해도 문제가 있어보이는 행동을 공공연하게 했다는 것 자체가, 프로젝트가 내부적으로 단단히 꼬여있었다는 것의 증거다. 그리고 마이티 넘버 나인의 많은 문제점들, 떨어지는 퀄리티나 발매연기, 지켜지지 않은 약속 등등은 예산 관리 운용의 문제로 보았을 때 설명되는 부분이 많다.

 

그렇다면 무엇이 블러드스테인드와 마이티 넘버 나인의 자금 운용의 차이를 만들었을까? 이는 개발자들의 커리어를 통해서 보았을 때, 분명하게 나뉘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나후네 케이지는 캡콤의 중흥기를 함께 해온 거물 개발자였던 반면, 이가라시 코지는 월하의 야상곡 이후 매트로배니아라 불렸던 장르들을 모두 휴대용 기기로 만드는 등 거물 개발자와는 거리가 먼 커리어를 쌓아왔다. 즉, 이나후네는 자금 운용에 있어서 "작은 프로젝트"(물론 그가 록맨 잭스 시리즈를 만들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그의 커리어는 규모가 큰 게임들이 대부분이었다)에 익숙하지 못한 반면, 이가라시 코지는 항상 코나미의 눈치를 먹으면서 매니아층만 두터운 안 팔리는 작은 게임들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작은 프로젝트를 어떻게 운용하는지에 대한 감각이 충분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2년 반 이상 연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블러드스테인드에는 치명적인 결함이나 콘텐츠 결함이 없이 게임이 발매되고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게임 이야기

 

*스위치 버전을 기반으로 쓰여졌습니다.

카드 게임을 비디오 게임으로 옮기려는 시도는 주류적이진 않았지만, 항상 있어왔던 시도였다:겉보기에는 비디오 게임의 등장으로 보드 게임이 곳을 잃어버릴 같았지만, 보드 게임이 자신만의 매력으로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던 것을 생각한다면 카드 게임을 비디오 게임으로 옮기는 시도는 그리 놀랍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 카드 게임에서 비디오 게임으로 넘어온 작품들은 TCG 연장선으로 구조를 설계하였다. 매직 게더링이 PC 직접 포팅된 점이나, 매직 게더링을 모방한 하스스톤이나 엘더스크롤 카드 게임 등등 많은 게임들은 "카드를 모아서 사전에 덱을 구성하고 덱으로 상대와 싸운다"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실제 보드게임에서 카드 게임은 일반적인 TCG이외에도 도미니언이나 패스파인더 ACG, 판타지 플라이트 게임에서 내는 LCG 계열의 게임들 등등으로 복잡하게 나뉘어져있으며, 이러한 조류는 상대적으로 조명받는 편이었다.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슬레이 스파이어는 그런 조명받는 부분을 재조명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다키스트 던전과 하스스톤의 결합으로 통칭 '다키스톤'으로 게임을 부르기도 하는데, 흥미로운 점은 슬레이 스파이어의 게임 시스템 전반은 메직 게더링식의 덱빌딩 플레이보다는 패스파인더 ACG 아캄 호러 카드 게임 같은 덱빌딩 플레이의 영향이 커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슬레이 스파이어의 게임 플레이가 겉보기에는 하스스톤에서 등장하였던 마나의 개념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빌딩에서 압축 중요한 점이나 적은 코스트로 카드 사이클을 빠르게 돌리는 점은 기존 TCG에서 찾아보기 힘든 부분이다.

슬레이 스파이어의 게임 플레이는 크게 두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첫번째는 지도를 보고 분기를 선택하여 진행하는 단계, 두번째는 실제 적과 조우하여서 전투를 벌이는 단계이다. 분기를 고르는 과정은 다키스트 던전이나 여타 로그라이크 게임과 동일하다:게임은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 무작위로 만들어진 경로를 따라서 진행된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적과 조우하여 전투에서 승리 하거나, 무작위 인카운터를 통해서 전투에 사용하는 카드를 습득할 있는데 이러한 카드를 통해서 덱빌딩을 한다. 이렇게 구성된 덱은 적과 싸우는데 사용된다. 

전반적인 게임 진행을 보면 슬레이 스파이어는 그다지 특별한(?) 게임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로그라이크 류에 하스스톤과 같은 콜렉터블 카드 비디오 게임을 합쳐놓은 듯한 게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레이 스파이어가 겉보기와 다르게 차별점을 갖는 것은 규모의 차이와 덱빌딩이 쌓아올리는 것이 아니라 압축과 제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점이다.

우선 규모의 차이부터 살펴보도록 하자:하스스톤이나 매직 게더링의 경우, 게임이 진행되면 될수록 플레이할 있는 카드의 수와 가용할 있는 자원을 증가시켜서 게임의 규모를 거대하게 만들었다. 턴에는 코스트가 1 위니를 쓰다가  마지막에는 코스트가 5~6 메인 딜러를 쓰고도 마법까지 끼얹어줄 있을 정도로 규모와 데미지의 크기가 게임 진행에 따라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슬레이 스파이어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용할 있는 자원이 한정되었다:플레이어는 3코스트 내에서 모든 카드를 사용해야하며, 카드 역시도 0~4 코스트 정도로 스케일링이 되었다. , 슬레이더 스파잉에서는 좋은 카드나 나쁜 카드라도 코스트에 따라서 데미지 피해가 스케일링 되기 때문에 카드별 편차가 적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코스트 구성은 초반과 후반 게임 플레이에 차이가 없게끔 만들기에 플레이어가 강해지고 게임 플레이에 변화가 없이 단조롭게 만든다는 문제가 있다. 슬레이 스파이어는 이것을 규모와 리사이클링이라는 개념을 체택을 하면서 극복한다:일반적인 TCG에서 덱이 평균 50 정도라면, 슬레이 스파이어의 시작은 20 남짓에서 시작하며, 아무리 카드를 많이 모아도 40장까지도 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무덤으로 카드가 다시 덱으로 돌아와서 덱을 구성한다는 점은 여타 적은 수의 카드를 돌리는 카드 게임에서 사용하는 리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외에도 각종 유물을 통해서 카드 효과와 별개로 패시브 효과를 부여하여 덱을 굴릴 때의 효율을 올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슬레이 스파이어는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게임이 불리하기 때문에 고단으로 갈수록 덱압축을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구조란 것이다. 물론 덱압축이란 개념이 여타 TCG에서도 존재하는 개념이긴 하다. 덱이 커지면 커질수록 덱을 돌리는데 필수적인 카드가 나오지 않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카드를 뽑았을 필요한 카드가 나올 있도록 경우의 수를 줄여야 한다. 이것이 보통 일반적인 TCG에서의 압축이라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TCG에서 찾아볼 있는 덱압축 개념이 "가용할 있는 자원에서 최적의 수를 고려하여 덱을 줄인다"였다면, 슬레이 스파이어의 압축은 "갖고 있는 카드를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제거한다" 또는 "카드를 얻지 않는다" 다소 특이한 방법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카드들을 업그레이드 해서 사용할 있다는 점도 압축을 해도 덱을 강화할 있는 옵션이다.

이런 식의 카드 게임들이 선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아캄 호러 카드 게임의 경우, 20~25 정도의 덱을 운용하면서 최대 같은 카드를 2장까지 넣을 있고, 카드 장의 효율을 올리기 위해서 카드를 업그레이드 하는 요소를 집어넣었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덱에서 카드를 빼내는 것도 가능하였다. 패스파인더 카드 게임의 경우는 리사이클링이 없긴 하지만, 규모가 작고, 카드 하나 하나가 파급력이 높기 때문에 덱을 구성할 어떤 카드를 넣고 뺄건지가 관건이다. 슬레이 스파이어의 경우, 틀에서는 "적은 수의 카드를 빠르게 리사이클링하면서 공격 흐름을 최대한 길게 뽑아낸다"라는 카드 게임의 선례를 따르는 것으로 보여진다.

덱을 작고 가볍게, 그리고 빠르게 돌리게 됨으로써 슬레이 스파이어가 추구한 것은 "작은 덱으로 반복되는 사이클과 리듬을 완성하는 "이다. , 사용한 카드가 다시 덱을 구성한다는 것은 "(덱이 완성되었다는 전제에서) 내가 원하는 공격을 계속해서 반복할 있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필요한 카드들은 오히려 리사이클 손패뽑기에 불순물을 끼게 만들어서 흐름을 이끌어가는데 문제를 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전략과 전술적인 부분 두가지에서 두마리의 토끼를 잡는다:전략 부분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덱에 맞는 카드를 모으는데 불순물들을 배제하는데 머리를 굴려야 하며, 전술적인 부분에서는 리사이클링을 통해 리듬을 유지하고, 적들이 만들어내는 변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슬레이 스파이어는 이러한 게임 플레이를 위해서 3명의 케릭터를 제공한다:카드가 등장하는 풀은 케릭터에 따라서 정해지며 케릭터별로 덱의 기믹들은 정해져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서 핵심은 자유로운 덱의 구성이 아닌, 초반에 나오는 카드들을 보고 플레이어가 어떤 덱을 구성할 있는지 빠르게 판단한 덱을 완성시키고 덱을 압축시켜나가면서 게임을 플레이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모든 과정이 로그라이크라는 장르 특수성상 무작위로 생성되기 때문에 그리 녹록하지는 않은 편이다. 그러나 여타 로그라이크에 비교해서 슬레이 스파이어는 구성에 무작위의 요소가 그렇게까지 개입하지 않는 편이다:때에 따라서는 플레이어가 '덱에 카드를 넣지 않는다' 선택지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보스까지의 모든 경로를 확인하고 플레이어가 무작위 인카운터나 엘리트 몹과의 전투 등을 관리할 있다는 점도 무작위성을 플레이어가 통제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슬레이 스파이어는 로그라이크에 여지껏 조명되지 않았던 빌딩 게임을 성공적으로 섞은 게임이라 있다. 게임 발매 초기 스위치로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던 점을 제외하면 패치 이후 게임은 부드럽게 돌아간다. 기회가 된다면 구입해서 플레이 해보기를 권한다.

 

게임 이야기

 

언제부터 파이널 판타지가 우리가 알던 파이널 판타지가 되었을까. 마지막 작품이라는 마음 가짐으로 만들자는 의미(마지막 판타지Final Fantasy)에서 출발한 게임은 어느덧 일본식 RPG를 대표하는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되었다. 이렇게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된 데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7편의 성공에서부터 이어지는 파이널 판타지의 기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시리즈 최초의 1000만장 돌파와 함께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하드를 견인하였던 파이널 판타지 7은 지금까지 이전까지 보지 못했었던 프랜차이즈의 비전을 제시한 작품이었다. 

 

7편 이후, 파이널 판타지의 기조는 크게 바뀌게 되었다:물론 이전부터 사내 공모를 통해서 가장 우수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만들어내어 시리즈간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7편의 성공은 "파이널 판타지란 이런 것이다" 라는 하나의 명제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바로 '현실이 아닌 새롭고 완전한 세계'다. 요즘에 와서 보았을 때 대다수 RPG나 여타 게임들이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환상 속의 공간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는 새로운 세계에서의 경험을 '전체'로써 다루고 있다. 

 

파이널 판타지 9을 예로 들어보자:오랜만에 구작들(1~6편, 크리스탈에 대한 이야기)의 향취를 살리겠다고 등장한 9편은 파판 7 이후로 이어지는 기조에서 상당히 엇나간 특이한 게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9편은 7편의 성공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작품이었으며, 이단아 취급 받은 8편과 함께 9편은 여타 작품들과 다르게 세계관 확장이나 외전 등의 푸시를 크게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널 판타지 9편에는 7편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파이널 판타지의 기조를 뚜렷하게 드러내는 무언가가 있다. 8편에서는 그것이 용병 학원과 용병 랭크를 올려가면서 돈을 번다는 기믹이었다면, 9편은 다양한 케릭터들이 등장하는 군상극으로서의 무언가가 강조된다.

 

파판 9에서는 ATE라는 시스템이 있다. Active Time Event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조작하는 케릭터 외의 다른 케릭터가 '동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 매체였다면 자연스럽게 컷 인으로 다루었을 수 있는 요소를 게임에 도입한 것이다. 게임 플레이 관점에서 본다면 상당히 귀찮은 요소이긴 하지만, ATE는 각 동료들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동료들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ATE는 이전 파판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미니 게임들이나 기믹들과 다르게 뭔가 새롭고 대단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 9이 과거로 회귀를 선언하면서 한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인물들의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군상극으로 회귀하였다는 점에서 본다면 ATE는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전체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다양한 인물들이 펼쳐내는 이야기가 엮여가면서 하나로 승화되어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세계"라는 관점에서 파이널 판타지 7편 이후의 기조를 따른다 할 수 있다. 물론 전작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소소한 미니 게임들(카드 게임이나 축제 미니 게임, 유명한 초반 연극 시퀸스 같은)도 9편에서 등장하며, 이는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장치라 할 수 있다.

 

9편의 이러한 기조는 10편 이후로도 꾸준하게 이어진다. 7편 이후 두번째로 1000만장을 돌파하였던 10편은 파이널 판타지 최고의 전성기라 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또한 게임 내에서 그 게임의 내적 완결성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다양한 미니 게임들과 이벤트들을 배치하는 모습은 단순히 RPG 특유의 '전투 - 서사 - 전투 - ....' 의 반복을 피하고 거대하고 완전한 세계로서의 파이널 판타지 그 자체를 만들어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가 점점 커질수록 파이널 판타지라는 프랜차이즈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거대하고 완전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도중, 그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설정과 복선들을 게임 메인 서사에서 회수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10-2의 등장은 그러한 문제가 최초로 드러난 케이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이 끝난 이후에 마무리 되지 못한 것들을 회수하기 위한 외전 등을 전개하는 파이널판타지 특유의 기조가 이때부터 드러났다. 이후 12에서는 게임 메인 서사를 마무리도 짓지 못했었고, 13은 이야기를 3편의 별개의 작품으로 쪼개더니, 심지어 15는 장대한 DLC 계획을 내놓고서는 모든 DLC를 내지 않고 급하게 마무리 지어버리기도 하였다. 즉,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완전한 세계를 만들어야 하는 강박관념 때문에 게임 개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한편에 완결된 콘텐츠를 제공한다'라는 기본 전제조차도 지키지 못하는 자가 당착에 빠져버린 것이다.

 

 

게임 이야기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가 올 7월 닌텐도 스위치 독점으로 발매가 된다. 코에이 테크모의 팀닌자, 닌텐도, 마블의 조합은 10년전을 마지막으로 명맥이 끊긴 액션 RPG 프랜차이즈를 부활시키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물론 닌텐도와 팀닌자의 협업은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파이어 엠블렘 무쌍과 젤다 무쌍이라는 콜라보레이션을 성공시킨 이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블이 한때 팬들에게서 사랑을 받았던 액션 RPG 프랜차이즈를 10년만에 부활시키킨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게임 인포머 6월 커버 이슈에 따르면 닌텐도는 스위치가 정식으로 공개되기 전에 마블을 찾아가 스위치 기기를 시연하였고, 마블은 스위치가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스위치 독점으로 3편을 내는 것을 허가하였다고 한다(리셋에라 6월 커버 이슈 요약)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도대체 스위치의 어떤 점이 마블에게 죽었다고 판단되던 프랜차이즈를 살리겠다는 결심이 들게 했을까? 마블의 표현에 따르자면 '스위치야 말로 얼티밋 얼라이언스 3에 적합한 플랫폼이다'라는 판단이 들었기에 스위치 독점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러한 결심에는 게임 자체가 코옵에 특화되어있는 게임이라는 마블의 생각이 깔려있다. 기본적으로 얼티밋 얼라이언스는 액션 RPG지만, 케릭터 개개인의 능력은 다소 단순하다. 하지만 4명의 케릭터를 번갈아가며 조종하거나 4명의 케릭터 조합에 따라서 팀에게 버프를 주는 등, 케릭터의 "관계"에 많은 게임 시스템과 기믹을 부여한 게임이다. 그렇기에 4명의 플레이어가 호흡을 맞춰서 싸우는 협동 플레이는 이미 전작들에서도 있었다. 

 

마블이 스위치에 끌렸던 점도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자유롭게 코옵 플레이가 가능하다'라는 스위치만의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라 본다. 그리고 여기에 닌텐도와 마블이 코에이 테크모와 팀닌자를 끌어들인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팀닌자가 닌텐도와 협업하여 만들었던 무쌍류 게임들은 "무쌍이되 무쌍스럽지 않은" 독특한 게임들이었다. 팀닌자는 젤다 무쌍에서는 케릭터와 무기에 따라서 게임 템포를 완벽하게 다르게 만들었다던가, 파엠 무쌍에서는 기존 시리즈의 무기 상성 개념을 무쌍에 적절히 배합하여 기존 무쌍에서 가질 수 없었던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이외에도 인왕이라는 성공 등을 통해 팀닌자는 액션 게임 장르를 재해석하고 만드는데 탁월한 센스를 갖고 있다는 점을 증명해냈다. 

 

하지만 동시에 팀닌자와 코에이 테크모가 개발에 참여함으로써 게임이 무쌍류(단순히 버튼을 눌러서 수많은 적을 두들겨 패도 게임이 클리어 가능한)에 가까워서 게임이 지루하고 재미없어 지지 않는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우려를 표했다. 그리고 공개된 정보들을 통해서 보았을 때도, 실제 게임은 무쌍류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수많은 적들과 최대 4개의 스킬을 버튼에 배정하여 복잡한 조작없이 쉽고 간단하게 액션을 할 수 있게 만든 점, 보스나 미니 보스 같은 적들에게 경직을 먹여서 스턴 상태를 만든다던가 등의 플레이는 이미 무쌍에서도 많이 봐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에 있어서 전제가 되는 것은 "무쌍은 액션 게임으로써 단순하고 깊이가 얕다"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무쌍 시리즈는(팀닌자가 만들든, 오메가포스가 만들든) 기본적으로 공통 플레이 틀은 공유하지만(일기당천, 간단한 조작 등) 매번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젤다무쌍이나 파엠무쌍은 말할 것도 없고, 무쌍 오로치 3나 건담무쌍 등은 작품 기믹에 맞는 새로운 게임 시스템으로 무쌍이라는 기반에 변화를 주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무쌍류의 변화는 진격의 거인 시리즈일 것이다:게임의 큰 틀은 무쌍에서 차용하였지만, 거인을 공략하는 와이어 액션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무쌍 게임, 아니 그 어떠한 액션 게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속도감과 게임 플레이를 제공하였다.

 

기본적으로 무쌍 시리즈는 단순한 것에 새로운 기믹을 배합하여 항상 다른 무언가를 만들고자 했던 시리즈였다.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말이다. 이런 점에서는 얼티밋 얼라이언스가 코에이 테크모가 드리운 무쌍의 그림자에 영향을 받는다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팀닌자는 닌텐도와의 협업을 통해서 원작을 살리면서 무쌍을 새롭게 재해석했던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티밋 얼라이언스 3가 보여주는 게임 플레이는 무쌍의 특성들(많은 수의 적들을 간단한 조작을 통해 쓸어담는 것)을 찾아볼 수 있지만, 동시에 이전 작품들의 계보도 충실하게 이어나간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3편은 2편에서 등장한 퓨전 기술을 시너지 공격의 형태로 이미 차용하고 있다. 두명의 케릭터가 서로 스킬을 결합하여 광역으로 적을 쓸어담거나 메즈기를 건다는 발상은 전작들처럼 케릭터들의 조합과 협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게임 구조가 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시리즈 전통의 팀 조합에 따라 버프를 준다던가 등의 요소는 이미 게임 내에서 충실하게 구현된 것으로 보여진다.

 

종합해보자면,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1편과 2편의 계보를 이어가되 여기에 팀닌자와 무쌍의 테이스트를 가미한 게임으로 보여진다. 게임 플레이를 해보기 전까지는 속단할 수 없겠지만, 큰 틀에서 게임 플레이는 많은 부분 기대된다. 다만, 게임 특성상 본질적으로 우려스러운 부분이 하나 있다:기본적으로 얼티밋 얼라이언스는 케릭터들 간의 협업을 강조하는 게임이고, 케릭터들간의 스킬 결합이나 조합이 게임을 풀어나가는 핵심인 게임이다. 그렇다면 혼자서 플레이할 때, 이 게임이 얼마나 잘 작동하지 예측 불가하다는 문제가 있다:혼자서도 시너지 공격을 쓸 수 있을까? AI가 어려운 난이도에서는 그저 두드려 맞지 않을까? 물론 전작들도 기본적으로 싱글플레이 시, 케릭터를 바꿔가면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케릭터들의 조합과 협업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싱글 플레이보다는 코옵 플레이를 전제로 만들어진 게임으로 보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싱글플레이 경험이 얼마나 잘 짜여져 있는지가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게임 이야기

 

오랜 침묵을 깨고 보더랜드 3가 2019년 9월에 발매가 된다. 사실, 1편이 발매되었던 시기로 돌아간다면 이 게임이 이렇게까지 성공할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보더랜드 1편은 전반적으로 현대적 개념의 트리플 A 게임들이 시장에 정착하는 시절에 나왔던 일종의 실험작이었다:게임에서 스토리 텔링은 많은 부분 의미가 없었고, 당시 나왔던 게임치고는 맵 디자인 부분도 많이 단조로운 편이었다. 독특한 아트스타일을 자랑하긴 했지만, 1편의 성공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무작위로 생성된 수많은 무기들을 사용하는 게임플레이는 소비자에게 먹힐만한 요소라는 것이 입증되었고, 12년 2편이 발매되기 전까지 1편은 450만장을 팔면서(위키피디아 링크)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보더랜드 2라는 작품은 모범적인 후속작이었다. 전작에서 부족했었던 스토리나 배경에 다양한 색체를 더하고, 거기에 총기 브랜드별 특색을 가미하는 등 전작의 콘텐츠를 충실하게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문제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초회차 플레이 이후, 케릭터들 간의 성능 편차가 심각해지는 점, 부조리한 콘텐츠의 난이도 등등 게임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들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엄청나게 팔렸고(1300만장 정도), 프리시퀼과 테일즈 오브 보더랜드와 같은 스핀오프들이 발매되면서 보더랜드는 게임 시장의 새로운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하였다.(위키피디아 링크)

 

하지만 돌이켜 봤을 때, 보더랜드1편과 보더랜드 2는 최근 게임 시장 트렌드에 있어서 중요한 명제를 제기한 게임이었다. 디아블로와 같은 아이템 루팅이 게임 플레이의 동력이 되는 장르가 어떻게 메이저한 FPS/TPS에 결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장르 문법을 처음으로 확립한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그 핵심은 바로 "생성되는 총기들마다 총을 쏘는 감각과 운용법이 달라지게 하는 것"이다. 기존 루팅 게임에서 생성되는 아이템은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스킬과 능력치에 영향을 주어 게임 플레이를 다르게 하는 방식이었다면, 보더랜드 시리즈는 루팅 게임에서 '평타'라 할 수 있는 총기에 개성을 부여함으로써 게임에서 총을 모아야 하는 원동력을 제공하였다.

 

물론 거슬러 올라가면 헬게이트 런던과 같은 작품들의 계보도 다루어야 겠지만, 적어도 트리플 A 게임들이 교과서로 삼는 게임은 보더랜드 시리즈라는 것이 확실하다:다양한 총기를 주워서 강해지고, 스킬은 자주 사용되지는 않되 총기로 풀어나갈 수 없는 부분을 공략하는 보조 역할로, 더 나아가서 근접공격이 다양한 아이템과 스킬의 영향을 받아서 속성 자체가 달라지게끔 만드는 방식은 보더랜드 시리즈에서 기용된 것이었다. 그리고 데스티니 시리즈와 디비전 등과 같은 게임들은 보더랜드의 게임 방식을 몇몇 부분을 명백하고 차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감히 말하건데, 2012년에 발매된 보더랜드 2는 2014년에 발매된 데스티니나 2016년에 발매된 디비전보다도 훨씬 나은 게임이었다. 이유는 단순하다:사격을 했을 때, 생성된 총기들의 차이를 잘 살려낸 것은 보더랜드 2만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데스티니와 디비전의 경우, 보더랜드 2보다도 훨씬 더 다양한 콘텐츠와 멀티플레이 방식을 갖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총을 던져서 재장전하고 수류탄처럼 써먹는 브랜드라던가, 서부시대 영화 마냥 패닝을 하는 브랜드라던가, 쏠 수록 집탄율이 올라가는 브랜드라던가, 각각의 총기 브랜드들이 명확한 특성을 갖고 있었고 또 그 브랜드 내에서 다양한 총기가 생성되기 때문에 결코 "같은 총을 두번 쓰지 않는" 그런 게임이었다.

 

물론 디비전이나 데스티니의 경우도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편이다:MMO슈터를 지향하는 만큼, 게임플레이 경험 자체가 보더랜드(더 많은 총기를 모으는 것)와 동일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아이템 루팅이 플레이어 성장 곡선과 밀접한 상관 관계를 갖는 게임이라면, "아이템을 구하는 것에 따라서 게임 플레이 역시 플레이어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바뀌어야 한다"라는 명제를 보더랜드가 증명해낸 셈이다. 금번에 나올 보더랜드 3 역시도 이러한 명제를 더욱 확대 심화한 것으로 보여진다: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총기 모딩이나 2차 발사 모드 등 전작에서 좋게 평가받았던 부분들을 양적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총을 쏘면서 총을 모으는 게임' 중에서는 여전히 보더랜드 시리즈가 최고의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할 수 있겠다.

게임 이야기

 

격투 게임은 한 때 오락실을 지배하였던 장르였지만, 지금은 과거의 영광에 비해서는 많이 쇠락한 장르다. 오락실 및 아케이드 문화의 몰락, 콘솔 시대의 도래, 승패가 극단적인 장르 특성, 모르면 당할 수 밖에 없는 고유한 문법 등등 격투 게임 장르는 게임 문화의 대중화와 동떨어진 장르였기에 자연스럽게 쇠락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최근 들어서 격투 게임들은 과거의 영광까지는 아니더라도 슬금슬금 고개를 들어올리며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물론 모던 워페어 신드롬처럼 신흥 프랜차이즈가 등장하여 장르 전체가 시장을 지배하는 이변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과거의 프랜차이즈들이 재발견되고 재해석되면서 신작들도 꾸준하게 나왔다. 과거의 영광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금만큼 격투 게임에 입문하기 좋은 시기도 없을 것이다.

 

물론 격투 게임 장르의 문제와 한계를 인식하고 제작사들이 많은 노력을 들인 것도 사실이다. 대전 이외에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던가(예시:모탈컴뱃 X의 일일 타워 콘텐츠 및 Test Your Luck, 팩션 워 같은), 기존의 전통을 재해석해서 단순화 시키는 등(예시:스트리트 파이터 5에서 강제연결이 쉬워진 부분이나 최근 아크 시스템 워크 게임에서 나오는 스마트 콤보 같은) 장르 문법에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격투 게임 장르의 중흥을 설명하기는 힘들긴 하다. 분명 격투 게임은 장르 문법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렇지만 그 변화가 일어났는지 대중이 어떻게 인지한단 말인가? 장르를 즐기는 내부의 커뮤니티에서는 분명히 인지할 수 있어도, 장르를 입문하는 유저들에게는 허들이 내려간 부분이 크게 와닿기 힘들다.


이러한 현상은 "격투 게임 장르의 입문 허들이 내려갔기 때문에 격투 게임 장르가 중흥을 맞이했다"로 접근하기 보다는 "격투 게임 장르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가 입문을 유도하고 있다"로 접근해야지만 설명을 할 수 있다. 아케이드 시절부터 지금까지 격투 게임은 보는 맛이 있는 장르였다:콤보로 화려하게 상대를 농락하며 상대의 심리를 파악해서 불리한 게임을 뒤집어 엎는 등 난이도와 별개로 짧은 시간 동안 정말로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드라마틱한 게임 장르가 격투 게임 장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드라마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과 커뮤니티"가 존재했었다. 옛날에는 오락실마다 전설같이 내려오는 고수들이 꼭 존재했었고, 잘하는 사람들의 대전은 오락실에 놀러온 사람들이 잠시 게임을 멈추고 지켜보게 만드는 감탄과 경외의 대상이었다. 또한 오락실이라는 물리적 공간 내에서 플레이어들은 서로 정보와 공략을 공유하고, 신규 유저를 끌어들이고 육성하였다. 요즘 같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 튜토리얼도 존재하지 않고, 혼자 연습할만한 공간이나 기회도 존재하지 않는 오락실 시대에 격투 게임이 흥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사람과 커뮤니티가 그러한 역할을 대신해서 수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락실 문화의 쇠퇴와 콘솔 시대로의 이행은 필연적으로 격투 게임 장르의 쇠퇴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 오락실이란 지역적, 물리적인 환경이 사라지면서 신규 유저 유입이 자연스럽게 끊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혼자서 배우기에는 게임은 어렵고 사람을 초대해서 TV 앞에서 하기에는 제약이 많았으며, 자신이 잘하는걸 자랑하기에는 더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격투 게임 장르 특유의 드라마틱함은 묻히게 되고, 장르 특유의 단점이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보급되면서 격투 게임은 다시 각광받게 된다. 요컨데 오락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제공하던 사람을 만나는 기회와 커뮤니티의 제공이 인터넷이라는 환경으로 넘어가면서 잘하는 사람의 대전 영상을 찾아보기 쉬운 환경이 되었다. 또한 E스포츠 라는 개념, 특히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은 스타 격투 게임 플레이어들을 양산하기 시작하였다:소닉 폭스나 MK레오, 제로, 우메하라 다이고 같은 인물들이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칠 수 있게 된 것도 환경의 변화와 긴밀하게 맞물렸다. 이들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존재했었지만,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으로 이들의 플레이는 사람들이 격투게임에 빠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격투 게임은 앞으로도 이전과 같은 대세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그 명맥을 이어나갈 것이다. 제작사들이 과거 작품들의 성공을 재해석해서 시스템들을 재정비하고 있기도 하고, 유튜브나 트위치 등의 다양한 커뮤니티와 플랫폼에서 입문자들을 위해서 충분한 설명과 이벤트들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격투 게임 장르의 중흥은 게임 문화가 게임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중요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게임 이야기

 

프롬소프트는 90년대부터 킹스필드와 같은 게임들을 만들어온 일본의 중견 게임 제작사였으나, 근 10년 간 다크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을 통해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 회사가 되었다. 프롬소프트의 명성은 도전과 패배, 성취감을 얻어내는 구조를 게임에 녹여내는데서 비롯되었다:그리고 이러한 구조는 고전 게임들의 학습 구조(불친절함, 능동적인 실패와 시도, 관찰을 통한 학습, 이를 통한 극복)의 재발견이었다. 물론 프롬 소프트는 단순히 불친절한 게임을 만들지 않고, 독특한 기믹의 멀티플레이(다른 플레이어의 사인을 확인하거나 플레이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잔상, 코옵, PVP 등)를 도입함으로써 게임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다크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은 2010년대 게임계를 뒤흔든 주제의식과도 같은 게임이 될 수 있었다. 

 

세키로는 프롬소프트의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 본을 벗어나겠다는 시도의 결과물이다. 큰 테마에서 본다면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은 세키로와 공통점을 공유할지 몰라도, 세키로는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과는 많은 부분에서 방향성이 다르다. 우선 세키로는 코옵 뿐만 아니라 비동기화 멀티플레이 요소 자체가 배제된 완벽한 싱글플레이 액션 게임이며, 3차원적인 스테이지 구성과 파쿠르 요소의 도입, 잠입과 암살 시스템의 도입 등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요소들이 많이 도입되었다. 이렇게 새롭게 도입된 요소를 통해 세키로는 게임의 추상적인 구조에서는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과 테마를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을 제시한다.

 

우선 유념해야 하는 점은 추상적인 구조에서 본다면 세키로와 기존 프롬 소프트의 소울 시리즈들은 맥을 같이 한다는 점이다. 반복된 죽음과 이를 통한 학습은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 시리즈의 근간이었다. 이렇게 시도와 실패를 통해서 자신의 행동을 미세하게 통제하고, 그 통제를 통해서 작은 성취들을 쌓아서 결국 난관을 극복하는 것이 재미의 핵심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학습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은 죽음과 관련된 서사와 시스템을 게임에 배치하였다. 세키로 역시도 부활을 통해서 보스나 스테이지에 재도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자주 죽고, 재시도하면서 배워 나가는'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의 큰 흐름을 따르고 있다. 또한 세키로의 주된 서사가 '불사의 흐름을 끊는 것'이라는 것이란 걸 생각하면, 기존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의 죽음이 중심이되는 서사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행동이나 시스템 관점에서 세키로는 완벽하게 다른 형태의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 게임 시스템의 핵심은 스테미너라는 자원을 기반으로 공격과 회피, 방어 등에 스테미너를 사용하는 게임이었다. 그렇기에 게임에 있어서 플레이어가 주의해야하는 점은 스테미너의 수입과 지출을 신경쓰면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이었다. 이는 일종의 가계부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주기적으로 들어오는 경제적 수입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최악의 상황을 예측하여 아껴서 쓸 것인지, 필요한 순간에 얼마나 자신이 갖고 있는 경제적인 수입을 쏟아넣을 것인지 등등을 매 순간마다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키로는 몇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먼저 세키로가 레퍼런스로 삼고 있는 대중문화 장르가 중세나 일본식 칼싸움 장르라는 것이다:두 명의 무사가 목숨을 걸고 서로 칼을 맞댄다, 칼을 한번이라고 몸에 데이는 순간 치명상을 입는다, 이 칼을 맞대는 순간의 긴장감은 계속되고 약간의 방심이 조금씩 생채기와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이런 긴장감이 오가는 가운데 치명적인 일격으로 승부가 정해지는 것, 이것이 대중문화 작품에서 칼싸움이 흘러가는 큰 전개다. 그리고 세키로는 이러한 흐름을 전투로 구현하기 위해서 시스템들을 배치한다.

 

물론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 시리즈에서 칼싸움과 근접전이 존재하기는 했었다. 그러나 세키로의 차별점은 이전작들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공격성이다:기존 작품에서의 스테미너 시스템은 스테미너의 수입과 지출에 대해서 플레이어가 깐깐하게 관리하고 반응해야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세키로에서는 모든 행동들은 별도의 스테미너를 사용하지 않는다:점프, 공격, 대쉬 등의 모든 행동들은 무한히 사용할 수 있고, 플레이어는 이 덕분에 게임을 매우 공격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물론 이는 동시에 적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적들 역시도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대신 플레이어는 상대의 공격을 방어할 때마다 '체간'이라는 일종의 스테미너 게이지가 쌓이게 된다. 이 체간은 체력에 따라서 회복되는 속도가 결정되며, 체간 게이지가 최대로 쌓이게 되면 플레이어의 자세가 무너지게 되면서 큰 틈이 발생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에서 보여준 스테미너의 수입/지출의 관리와 다른, '부채의 관리' 개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플레이어는 파산하기 전까지는 무리해서 움직일 수 있다. 체간이 쌓여서 무너졌을 때, 플레이어는 회피 버튼을 눌러서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지만 문제는 적이 매우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 때문에 잘못된 순간에 자세가 무너지면 순식간에 죽어버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너는 파산(=체간이 모두 쌓여 무너짐)하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공격을 받아내고 상대에게 공격을 밀어붙여야 한다.

 

보스나 적들의 공격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언제나 공격을 방어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방어 버튼을 눌러서 방어만 한다면 체간이 쌓이는 속도를 견뎌내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공격을 튕겨내는 패링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패링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여타 액션 게임의 패링보다 더 널럴한 타이밍을 갖고 있긴 하다. 데빌 메이 크라이나 베요네타 같은 게임에서 패링 타이밍이 어땠는지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흔히들 패링 시스템은 정확한 타이밍에 공격을 튕겨냈을 때 큰 이점을 주지만, 실패를 했을 때 데미지를 그대로 받아버리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시스템이다. 하지만 세키로에서 패링은 성공 타이밍을 널럴하게 제공하는 대신 체간 쌓이는 속도를 늦춰주는 정도로 어드벤티지를 부여한다. 즉, 세키로의 패링은 방어를 더 효율적이고 능동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기제인 것이다.

 

하지만 여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세키로만의 독특한 특징들이 있다. 패링이 정확하게 성공하였을 시, 플레이어의 체간 게이지 소모가 줄어드는 것과 함께, 상대의 체간 게이지를 같이 깎아낼 수 있다. 그리고 몇몇 공격 패턴에서 정확한 타이밍에 패링을 하였을 시, 보스나 적의 공격 패턴을 끊어버림으로써 공격권을 플레이어 쪽으로 들고 오는 것이 가능해진다. 즉, 패링이 '공수 교대'의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공격을 패링하는 것만으로 공격권을 갖고 올 수 있는 게 아니다. 보스들은 패링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다양한 패턴을 갖고 있고(위험할 危가 뜨는 공격들), 플레이어는 점프/대쉬로 이러한 공격들을 역으로 '무력화'시키거나 거리를 벌려 태세를 정비해야한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어떻게 본다면 패링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패링이 단순히 수동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아닌, 능동적으로 적의 공격을 튕겨내서 공수 교대의 기회를 만드는 것처럼 공격 무력화 역시도 일종의 능동 방어 기제로 작용한다. 세키로에서 이러한 능동 방어 기제들은 상당히 아슬아슬하게, 하지만 너무 빡빡하지 않게 구성을 하였다. 위험한 패턴이 떴을 때,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점프? 대시?)할 것인지를 플레이어가 보고 반응하게끔 한 것이다. 요컨데, 세키로의 전투는 능동적인 방어 기제를 통해 공격과 방어를 빠르고 유기적으로 주고 받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상대방의 공격에 대해서 4지선다(패링/점프/대시/회피)를 해야한다는 점에서 변칙적인 격투게임으로 보기도 한다.

 

 

공격권을 내 쪽으로 가져오는데 성공한다면, 그 후에는 플레이어는 폭풍같이 적을 밀어붙여야 한다. 여기서 세키로는 단순히 칼질 등의 평타 외에도 기존 전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시스템을 도입한다. 플레이어가 '닌자'라는 점을 이용해서 칼싸움에는 쓰이지 않을 법한 다양한 도구들과 '3차원적인 움직임'을 게임에 도입한 것이다. 플레이어는 자유롭게 뛰거나 대쉬를 할 수 있고, 폭죽을 이용해 적을 경직시키거나 창을 이용해 적의 갑옷을 꿰뚫는 등의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변칙적인 플레이는 단순히 적의 공격을 기다리며 튕겨내거나 무력화 시키기만 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어내거나 데미지를 최대한 뽑아내는 능동적인 공격 수단이 된다.

 

모든 칼싸움의 마무리에는 만족스러운 일격이 있고, 세키로에서는 그것을 인살이라 부른다. 체간 게이지가 모두 쌓여서 적의 자세가 무너지게 되면 플레이어는 마무리 일격을 가할 수 있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공방에서 체간을 한꺼번에 쌓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공격과 패링에 성공하기는 매우 힘들며, 적들 역시도 쉬어가면서 체간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플레이어가 적들의 패턴을 파악하고 정확하게 반응하여 대응할 때마다, 체간과 함께 체력을 깎아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마치 칼싸움에서 생채기를 내면서 우위를 점하는 것처럼, 체력이 깎일 때마다 체간이 회복되는 속도도 함께 느려진다. 몰아붙이면 붙일수록 플레이어가 체간을 쌓아 인살을 할 기회가 생기게 된다. 물론 이는 플레이어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항상 체간을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플레이어에게도 중요하다.

 

세키로에서 이러한 혈투의 결과가 바로 마무리 일격인 인살이다.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 시리즈에서 특유의 회피하면서 틈을 보며 '돌려깎기'(적 주변을 붙어서 한 방향으로 빙글 빙글 돌면서 한 대씩 치면서 적을 잡는 방식)로 보스의 체력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것과는 완벽하게 다르다:돌려깎기의 핵심은 스테미너의 수입과 지출을 최대한 관리하면서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으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게임 플레이 스타일이다. 하지만 세키로에서는 그럴 수 없다. 플레이어의 체간이 그러하듯이 적과 보스의 체간 역시 계속해서 회복되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정면에서 쉴틈없이 싸워야 한다. 정면에서 칼을 받아내고 공격권을 자신의 쪽으로 들고 와서 몰아붙여야 하며, 칼부림 이외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밀어붙여야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었을 때, 플레이어가 인살로 마지막에 적을 쓰러뜨리는 것, 그 마지막 만족스러운 한방이 세키로 전투의 핵심이다.

 

전투 측면에서 세키로는 액션 게임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깊이있는 공방, 그러나 너무 복잡한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방어와 공격 버튼 두개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을만하다. 또한 전통적인 칼싸움 장르에 다양한 도구와 3차원적인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조합한 점도 그러하다. 칼싸움 게임이지만 칼싸움이 아닌, 그야말로 기묘하고도 만족스러운 혼종이 바로 세키로이다.

 

 

전투 측면에서 세키로는 매우 훌륭한 게임이다. 그러나 몇몇 부분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스테이지 구성이다. 세키로는 기본적으로 닌자 액션 게임을 추구하는 만큼 소울 시리즈나 블러드본에서 볼 수 없었던 파쿠르가 게임에 도입되었고, 그 덕에 와이어 이동이나 매달리기 등의 스테이지 진행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세키로에서 3차원 스테이지 구성은 상당히 구시대적이고 분절적이다. 작년에 나왔던 스파이더맨과 같은 트리플 A 게임과 비교해보면 이는 매우 두드러진다:스파이더맨이 와이어를 사용하여 유연하게 난간을 짚고 오르는 파쿠르를 할 수 있었다면, 세키로에서는 와이어를 걸 수 있는 특정한 포인트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경직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3차원 스테이지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고전적인 파쿠르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구시대성이 세키로에서는 여전한 것이다.

 

이러한 사항들은 일반적인 액션 게임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세키로에서도 스테이지 구성이 구시대적일 뿐 게임 진행에 하등 불편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경직된 스테이지 구조가 게임에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잠입과 관련된 게임 플레이다:일단 적 AI가 매우 멍청하고, 3차원 스테이지 구조에 유기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세키로는 3차원 공간의 잠입에 대응하지만, 플3 시절에 나온 어크 시리즈의 NPC 정도 수준의 대응력과 잠입 시스템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때때로 10년 전 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이 든다.

 

만약 세키로가 여타 게임처럼 잠입을 양념처럼 다루는 게임이었다면 크게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키로에서 잠입이 비중이 작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게임이 어렵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암살 등을 통해 졸렬하게 스테이지를 진행해서 난이도를 적극적으로 낮추는 플레이를 해야하는데, 잠입 매카니즘이 단순하고 멍청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어색한 순간들이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AI가 멍청하고 3차원 스테이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잠입 체계가 게임 난이도를 불합리하게 만들지 않고 오히려 쉽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스트레스를 느낄만한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디테일과 완성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세키로를 플레이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스테이지 기믹이 단순화된 것도 세키로의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에서 맵마다 갖고 있는 독특한 기믹들이 존재했었고, 그 과정에서 스테이지와 기믹을 익혀나갈 수 있게끔 비동기화 멀티플레이 요소(잔상이나, 죽었을 때의 상황을 재현하는 시스템, 메세지를 남기는 시스템 등)들을 도입했다. 즉, 플레이어의 학습 곡선에 있어서 진입장벽을 낮출만한 다양한 기믹들을 게임은 탑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키로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모두 제외되었다. 부활 시스템을 통해서 스테이지 공략 중에 어이없이 죽어서 다시 처음부터 해야하는 순간들을 막고 보스전에 일종의 보험 개념을 도입한 것은 훌륭한 아이디어였지만, 전작들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학습을 보조하는 다양한 멀티플레이 기믹들이나 스테이지 기믹이 사라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게임이 단순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전작들과 같이 비동기화 멀티플레이라도 도입을 해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게임 스테이지 난이도가 높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삭제한 것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역으로 새롭게 바뀐 전투 부분에서 플레이어가 게임을 배우고 응용하게끔 하는 학습 곡선이 적절하게 배치되었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다. 새로운 게임에 맞게 학습을 보조할만한 요소가 있었으면, 세키로를 통해 프롬 게임에 입문하는 사람이 더 늘어났을 텐데 이는 아쉬운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세키로는 액션 게임에 한 획을 그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칼싸움을 재해석 하여 공방을 일체화시키고 플레이어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게끔 만든 게임이 세키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다수 아쉬운 부분(특히 스테이지 구성이나 학습 곡선 등의 기믹의 문제)이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이런 부분들이 다음 작을 통해서 보완된다면, 세키로는 소울 시리즈나 블러드본의 계보를 뛰어넘는 액션 게임의 새로운 계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게임 이야기


소비자에게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직간접적으로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다. 고객 감동 경영은 크게 두가지 전제로 구성된다:1)매출의 대다수는 단골 고객의 재구매에서 비롯된다. 2)고객은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과 브랜드 마케팅 외에도 고객의 경험과 입소문은 장기, 단기적인 매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회사는 자체적인 만족도 조사나 고객 관계 관리 체계(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CRM)나 VOC(Voice of Customer) 같은 제도를 운영하여 고객이 이야기해주는 경험을 파악하고자 한다. 그리고 고객감동 경영이란 이러한 세부적인 지표와 관리 체계를 하나로 묶어 고객 만족이라는 목표를 실현하는 체계를 일컫는다.


기업 관점에서 고객감동 경영의 목표란 1)고객의 재구매 유도와 2)불만 발생의 차단, 마지막으로 3)긍정적인 입소문 마케팅의 유도다. 업계 내에서는 고객감동 경영의 우수 사례로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사례나 아마존에 매각된 신발회사 자포스의 경우를 많이 꼽는다:노드스트롬의 백화점의 경우. 고객 감동을 최우선으로 하여 직원의 재량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하였다. 마케팅 교과서에서도 인용되는 유명한 사례는 "고객이 구매하고자 하는 할인 대상 물건이 매장 내에 없어서 '반대편 경쟁 매장'에 가서 물건을 '정가'에 구매하여 고객에게 '할인가격'으로 판매한 경우"일 것이다:얼핏 보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지만, 이 사례로 인해서 노드스트롬은 '고객 감동을 위해 힘쓰는 회사'라는 인식이 고객 사이에 퍼졌다. 이 덕분에 제품 품질이나 기술에서 차이를 갖기 어려운 시장에서 노드스트롬은 지속적인 단골고객을 창출하면서 승승장구 할 수 있게 되었다.(관련 기사 : 노드스트롬의 고객관리)


자포스의 경우는 좀 더 극적일 것이다: 인터넷으로 신발을 판매하는 자포스의 경우, 2009년 아마존에 12억 달러에 인수되었는데 여지껏 아마존에서 인수한 기업중 최고가였기 때문이다. 자포스의 경우, 고객 감동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며 순추천 지수(Net Promoter Score, NPS)가 세계적인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흥미로운 점은 자포스는 '콜센터' 조직이 강한 기업이란 것이다. 자포스가 처음 설립되었을 때, 신발은 인터넷으로 사기 어렵다(실제 신어보기 전까지는 치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자포스는 콜센터를 통해서 구매 후 고객의 구매 만족 여부를 확인하여 신발을 인터넷으로 사도 안심할 수 있게끔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다. 자포스의 고객감동 사례로 가장 유명한 것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구매한 신발을 회사 내규를 어기면서 내부 비용으로 환불 처리하고, 고객에게 위로의 카드와 꽃까지 보낸 경우일 것이다. 이러한 자포스의 고객감동 사례는 노드스트롬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마케팅 교과서에서 자주 다른 사례 중 하나이며 자포스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관련기사 : 고객과 직원이 행복해지는 기업 자포스)


그렇다면 자포스와 노드스트롬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고객감동 경영의 핵심이란 무엇일까. 크게 2가지 정도로 구분해볼 수 있다:1)전 임직원이 CS에 대한 목표와 의식을 공유할 것, 2)현장 직원에게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현장 중심의 권한을 부여할 것이다. 여기에 본인의 경험을 살려서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3)고객이 제공받는 제품/서비스에 대한 기대와 실제를 일치시킬 것이다:대부분의 고객 클레임은 고객의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기대와 실제에서 괴리가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러한 괴리가 발생하는 원인은 고객에게 프로세스 자체에 대해서 제대로 안내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제품과 서비스 자체에 부족함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기업은 항상 1)고객이 누구인지, 무엇을 기대하는지, 2)기업이 제공하는 현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3)그러한 괴리를 어떻게 채우고 문제를 개선할 것인지, 4)고객의 인지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라는 세부적인 목표들과 과제들을 설정하고 과제를 수행한다.


기본적으로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가면, '자신이 갖고 있는 고객풀은 지키면서, 경쟁 기업의 고객을 빼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소비재/서비스 업계에서 고객 감동 경영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게임업계만큼 서비스로서의 성격이 강조되면서 고객감동 경영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고 희미한 분야도 없을 것이다. 많은 업계가 이미 기관에 의해서 '이 기업을 얼마나 추천해줄 것인가'라는 조사를 받고, 그 조사결과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는데 게임 업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봐도 이를 정의 내리기 힘듬을 알 수 있다(관련 링크:KNPS 2018) 물론 게임 산업 자체가 규모가 커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 전통적인 소비재 산업이나 서비스 산업과는 달리 서비스나 제품에 따라서 차별화가 확실하게 이루어진다는 점, 제품과 서비스와 콘텐츠 산업의 개념이 서로 혼재되어 있다는 점 등은 전통적인 고객 감동 경영에서 유리되어있는 영역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게임 역시 점점 라이브 서비스의 영역으로 옮겨가면서 경험을 관리하고 만족을 도출해서 이탈 고객을 방지하는 것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게임을 내기만 하면 어느정도 유저풀을 확보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이제는 새로운 소비자 층을 발굴하거나 경쟁상대의 고객들을 빼오고 자신의 고객을 지키는 전략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서비스 산업과 달리 게임 산업에 있어서 고객 감동 경영의 요건을 정의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서비스 산업의 경우, 다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기업들은 고객과 서비스가 접촉을 하는 MOT(Moment of Truth, 관련 링크)를 설정하고, 이 MOT 단계에서 서비스 제공자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를 정의내려왔다. 인사, 예절, 복장 등등의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서비스 업종 관계자들은 이런식으로 표준화되고 훈련되었기 때문에 기업이 운영하는 어느 지점을 방문해도 통일성 있는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통일성 있는 경험의 제공은 고객 감동 경영에 있어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게임 산업의 경우는 어떠한가. 분명 게임도 서비스의 관점에서 본다면 MOT로 구분할 수 있는 단계들이 있다:예를 들어, 게임 접속이나 매칭이 잡히기 까지 기다리는 순간, 게임을 시작하고, 플레이하며, 결과를 결산하는 순간까지 이 모든 순간들이 세부적으로 정의내려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 접점들은 각각 접점에 따라서 개선해야하는 문제와 이슈들이 존재하며, 게임 산업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게임 산업 자체가 콘텐츠의 내용에 따라서 UI를 구성하는 것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표준화된 양식에 근거하여 고객 경험을 관리하기 보다는 콘텐츠의 내용에 따라서 UI가 달라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물론 UI를 구성하고 플레이어의 경험 접점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대원칙이 있고, 오랜 기간동안 장르 문법으로 업계에 통용되는 양식이 존재하지만 타산업에 비해서 이 양식과 절차라는 것은 교과서라기 보다는 참조해야하는 레퍼런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문제는 게임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사이클일 것이다:일반적으로 게임은 개발에 몇년이 투자되며, 이러한 개발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가 플레이어 경험의 80~90% 정도를 결정한다. 하지만 문제는 일반적인 서비스 산업과 달리, 게임은 한 명의 플레이어가 수십 ~ 수백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며, 한번 문제가 터지면 그것을 실시간으로 수습하는 것은 힘들고,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는 것이다. 즉, 여타 서비스 산업에 비해서 몇백배나 되는 고객 접점을 갖고 있으면서, 양식으로 표준화해서 관리하기 힘들고, 초기 개발의 요건들이 플레이어 경험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게임 산업은 그야말로 서비스 산업의 끔찍한 변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지난 20년 동안 온갖 쓰레기 같은 게임들이 만들어졌고, 이러한 실패를 거치면서 게임 산업은 장인(스타 개발자) 중심의 가내 수공업에서 탈피해 산업으로서 노하우를 쌓아올리는데 성공하였다. 문제는 이제 공산품을 만들어내는 산업이 아닌 플레이어라는 고객을 감동시키고 서비스에 머무르게 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나가야 서비스 산업으로서 진일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게임 산업이 고객을 자사 브랜드(=게임 프랜차이즈들)에 묶어두는 방법은 전통적인 소비재/서비스 산업에서 고객 감동을 이끌어내는 방법과 좀 다른 방법론이라는 것이다:위에서 언급한 고객감동 경영의 핵심에서 1)과 2)는 분명 어느 회사나 가져야 하는 기본사항이긴 하지만, 게임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본 사항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게임 업계에서 보여지는 고객 관리 전략의 핵심은 3)고객이 제공받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기대와 실제를 일치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마케팅을 통하여 '우리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제공합니다!'라는 이미지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인 트리플 A 게임 프랜차이즈들의 고객관리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즉, 자사 제품을 구입했을 때 '감동할 수 있는 사람'만 고객으로 끌어들이게끔 고객 감동 전략을 짰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마케팅을 통해서 '플레이어의 취향을 게임에 맞추는 극단적인 케이스'까지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게임 개발사가 통제한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사례일 것이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경우, 논란이 있을법한 구시대적인 게임 플레이와 대중 문화에서는 마이너한 장르라 할 수 있는 서부극을 갖고 엄청난 판매고를 올린 게임을 만들었다. 최근의 게임 산업 트렌드가 플레이어에게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주면서 플레이어가 강하다는 느낌이 들게끔 만드는 쪽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이를 역으로 거슬러 오른것이다. 물론 락스타 게임즈가 레데리 2에서 보여준 편집광적인 디테일과 배짱은 충분히 높게 살 부분이긴 하지만, 만약 마케팅을 통해서 이를 포장하지 않았다면 게임 자체의 성공은 오히려 일반적인 트리플 A 게임 프랜차이즈보다 불투명하지 않았을까라는 의심도 든다.


하지만 서비스 산업으로서 게임(라이브 서비스, F2P 등등)이 점점 강해질수록, 자신이 갖고 있는 고객관리라는 측면에서의 고객감동 경영은 게임에도 도입되는 것은 필수적이 될 것이다. 그것이 지금 현재로써는 어떠한 모양새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BM 뿐만 아니라 자사 게임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을 이탈하지 않게끔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도 게임 업계에 중요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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