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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본인은 모던 워페어 리부트 싱글이 싫다.

 

모던 워페어 2 이후, 지난 10년간 필자는 단 하나의 콜옵을 놓쳐본적이 없었다. 모던 워페어 2, 블옵, 모던 워페어 3, 블옵 2, 고스트, 어드벤스드 워페어, 블옵 3, 인피닛 워페어, WWII, 블옵 4에서 마지막 모던 워페어 리부트까지. 정말로 기나긴 세월이었다. 이렇게 긴 기간 동안 본인이 콜옵을 사게 되었던 동기는 두가지다. 첫번째는 겨울 기간 동안 즐길 멀티 게임이 필요했었고, 두번째는 이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언제쯤 몰락하게 될까라는 호기심이었다.

 

아니면 굳이 콜옵을 구매할 이유가 따로 있을까? 본인이 콜옵 프랜차이즈에 대해서 글을 쓸때마다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은 좌절감이었다:이 게임이 추구하는 바는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으며, 매년 나오는 새로운 게임들은 이전 작품의 마이너 카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콜옵은 그야말로 프랜차이즈의 가장 밑바닥을 담당했다:최소한의 변화로 최대한의 바리에이션을 만들고, 매년 똑같은 재미를 주면서, 대규모 마케팅을 이용해서 최대한 많이 팔아먹는, 프랜차이즈의 최저치이자 기업 윤리의 최소한이 바로 프랜차이즈로서 콜옵이었다.

 

물론 그러한 와중에서 보여지는 흥미로운 시도들(어드벤스드 워페어나 블옵 3의 인간의 움직임을 벗어난 게임 플레이, WWII의 복고 트랜드와 최신 노하우의 결합, 블옵 4의 싱글 삭제 시도 등)은 있었다. 이는 아무리 콜옵이라도 시장의 트랜드를 무시할 수 없기에, 트렌드에 맞춰나가는 최저한의 반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최저한도의 변화를 통한 변화의 방향성, 시장이 보여주는 트렌드를 역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있어왔다.

 

그러나 그렇다면, 우리가 대체 모던 워페어 리부트에서 무엇을 분석해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참으로 참담하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그야말로 모던 워페어의 회귀를 의미한다. 모던 워페어가 게임 역사에서 갖는 의미는 중요하다:2000년대 이후 트리플 A 게임, 또는 트리플 A급 콘솔 FPS라는 정의를 내린 게임이기 때문이다. 영화와 같은 싱글플레이와 빠른 페이스의 멀티플레이의 결합은 콜옵이라는 프랜차이즈를 넘어서 수많은 게임들이 따라했으며, 심지어는 콜옵식 밀리터리 FPS가 게임 시장 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기 까지 하였다. 그만큼 모던 워페어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는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모던 워페어에서 다시 되살릴만한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모던 워페어 발매후 약 10여년간 게임 업계는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다:콜옵식 싱글플레이는 모든 게임들이 한번씩은 시험적으로 받아들이고는 자기만의 색체로 재해석했다. 콜옵식 멀티플레이는 타이탄폴 1과 2라는 기념비적인 작품을 통해서 다른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 때 레프트 4 데드와 비교되었고, 콜옵의 3번째 콘텐츠로 각광받은 좀비 모드 역시, 이제는 더이상 새롭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콜옵 프랜차이즈에서 보여지는 흥미로운 시도들은 위기의식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트레이아크가 있었다:트레이아크는 블옵 1에서는 음모론을, 블옵 2에서는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결말을, 블옵 3에서는 아예 테크노 스릴러를 만들었다. 매번 블옵이 발매될 때마다, 트레이아크는 콜옵이라는 프랜차이즈를 극한으로 밀어붙였다. 슬렛지해머 스튜디오가 만든 두 편의 콜옵은 트레이아크 콜옵만큼의 특이함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콜옵에 갇혀있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려한 모습이 있었다.(어드벤스드 워페어의 엑소 수츠, WWII의 사단 시스템 등)

 

즉, 콜옵은 시장의 변화에 최저한도라도 반응하였고, 심지어 새로운 대안을 제시(어드벤스드 워페어나 블옵 3의 플레이어 움직임이나 맵구조 등)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좋았던 시절의 리부트를 들고 온다는 것은 시장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싱글플레이는 그러한 변화하지 않는 모습의 연장선에 있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가 생각한 콜옵 싱글의 핵심은 자극성이다. 인피니티 워드는 자극적인 연출과 장면을 쌓고, 그 위에 약한 개연성을 가진 플룻들을 연결시켰다. 사람들이 모던 워페어를 통해서 기억하는 것은 장면이지, 전체 플룻이 아니다:모던 워페어의 핵폭발 시퀸스나 AC130의 게임 플레이, 모던 워페어 2의 노 러시안 미션, 모던 워페어 3의 월가 붕괴 등등. 이 모든 것들이 플롯과 연계되지 않은 채 무의미하게 낭비되고 소비될 뿐이었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싱글플레이를 하면서 기시감을 느낀다면 그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 게임의 모든 것은 이전 작의 어디선가에서 조금씩 가져온 것이었다. 그것도 가장 자극적인 부분들만 골라서 말이다. 스펙타클을 위해서 죽어가는 민간인들의 모습이나, 불타는 세상이나, 이런 자극적인 것들이 너무나도 쉽게 소비되는 것이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싱글플레이다. 다른 콜옵 제작사들이 이에 대해서 일말의 반성이나 변주를 집어넣었던 것에 비교한다면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싱글 플레이는 후퇴 그 자체였다.

 

심지어 역대 콜옵들, 가장 최악의 콜옵인 고스트와 비교해서도 악질적인 부분이 모던 워페어 리부트에 있다. 그것은 바로 쿠르드족의 투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게임의 스펙타클의 일부로 차용한 것이다. 현실의 복잡한 역사를 스펙타클을 구성하는 한 요소로 쓴 것도 논쟁적이다. 그렇기에 이 부분에 대한 고찰 없이 플룻을 짠다면 그것만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여기에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군인을 쏴 죽이는 어린이와 고문당하는 민간인 등등의 자극적인 소재를 죄다 섞어버렸다. 전쟁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승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게 목적이었겠지만, 이들이 생각하는 콜옵의 싱글 특징이 '자극성'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들의 묘사는 최악이었다. 심지어 미국의 무차별 폭격에 민간인이 희생당한 사건을 러시아의 짓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순진한 것을 넘어서 악의적이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트럼프가 IS와의 전쟁에서 동맹이었던 쿠르드족을 내치고 터키가 쿠르드 지역을 침범하는 상황까지 일어났다. 이 때문에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싱글은 자극적이고 엉망진창인걸 넘어서 하나의 실존주의적 유머가 되버렸다. 그들이 멋지게 묘사하고자 했던 민병대원들은 그들의 동맹(영국과 미국)에게 버림받고 나홀로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소강상태이긴 하지만, 모던 워페어 시리즈에서 안일하게 다루었던 팍스 아메리카나의 이상과 선한 사람들의 유대라는 단순한 서사는 서사의 주인공인 미국에 의해서 스스로 무너졌다. 각자도생의 시대를 예측하지 못한 인피닛 워드가 잘못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아무런 생각없이 현실의 비극과 자극적인 소재들을 섞어서 집어넣다가 배탈나서 나뒹굴고 있는 인피닛 워드가 전혀 불쌍하지는 않을 따름이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가 고스트와 같은 극단적인 혐오에 기반한 작품이 아니란 이유 때문에, 최악의 콜옵이라는 오명은 피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리부트 싱글은 생각없이 만들어진 자극의 집합체일 뿐이다. 여기서 대체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다행이도 우리가 인피닛 워드의 콜옵을 내년 2020년에 볼 일은 없겠지만, 불행이도 2021년에 콜옵은 인피닛 워드가 만든다. 그리고 장담컨데 그 때도 인피닛 워드는 콜옵의 최저한도, 프랜차이즈 게임 양심의 최저 한도를 보장하는 보증수표가 될 것이다.

 

 

게임 이야기

*멀티 플레이 및 대전에 대한 리뷰는 하편에서 다룹니다.

 

6년전 포켓몬스터 XY를 기억하는가? 그 당시 사람들에게 포켓몬스터 XY는 충격적인 게임이었다. 최초로 2D 스프라이트를 넘어서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최초의 포켓몬스터 게임, 사상 최초로 대각선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게임.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 게임이었지만, 사실 사람들 사이에서 포켓몬스터 XY는 비웃음의 대상이기도 하였다:대체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대각선으로 움직이는게 혁명인 게임이 존재할 수 있는가? 포켓몬이야말로 시대에 뒤쳐진 게임이 아닌가? 하지만 사람들이 이 조롱에서 자주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포켓몬스터는 단 한번도, 휴대기기 라는 플랫폼을 떠난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게임보이에서 게임보이 어드벤스드로, 게임보이 어드벤스드에서 DS로, DS에서 3DS로. 상대적으로 적은 리소스와 자원만 지원되는 환경에서 게임 프리크는 포켓몬을 만들어 왔다. 적어도 3DS까지는 이러한 변명은 통했다. 그러나 스위치로 넘어오면서 사정은 급작스럽게 변하기 시작했다.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는, 시리즈 역사상 최초로 '거치형 콘솔'에 데뷔한 포켓몬스터 메인 타이틀이다. 그리고 근 20년간 쌓여왔던 팬덤의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한 작품이기도 하다:인상적이지 않은 그래픽, 반으로 갈라져서 죽어버린 포켓몬 도감, 성의없는 전투 모션, 모델링 재사용 논란 등등. 항상 휴대기에 메여있었다는 핑계로 변함이 없었던 포켓몬 프랜차이즈에 대해 20년 동안 쌓인 팬들의 분노는 어마무시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분노에도 불구하고,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는 스위치 발매 이후 흥행기록을 죄다 갈아치우고 있는 중이다. 마치 20년간의 팬들의 바람을 비웃듯이 말이다.

 

과연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의 흥행이 프랜차이즈의 후광을 등에 업은 팬들의 신뢰에 대한 모라토리엄일까? 흥미롭게도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는 게임 프리크의 센스와 기술력 부족이 빛을 발한 작품이다. 게임 템포의 조절이나 시스템 개선, 게임 플레이에 대한 비전은 훌륭했다. 그러나 스위치라는 기기의 성능을 100% 이끌어내지 못한 부분,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조악한 마감이나 아쉬운 부분들도 눈에 띄는 게임이다. 물론, 그런 양 측면을 모두 고려해보았을 때도 포켓몬 소드 실드는 즐길만한 게임인건 분명하다.

 

 

대대로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게임 구성은 크게 스토리-(클리어 이후의)포켓몬 육성과 수집-실제 대전으로 나뉘어진다:전반적인 게임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체육관 격파 및 서브플롯을 진행하는 스토리 파트, 스토리 진행 후 대전이나 교환에 쓸 수 있는 강한 포켓몬을 기르거나 수집하는 육성과 수집 파트, 마지막으로 육성과 수집을 통해서 다른 플레이어와 대전을 즐기는 대전 파트. 이런식으로 포켓몬스터의 게임 구성은 3단계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폭이 늘어난다. 소드 실드도 큰 틀에서 포켓몬스터 특유의 정석적인 구성을 따라간다.

 

먼저 스토리 단계는 플레이어가 주인공을 조작하여 모험을 떠나 챔피언이 되기까지의 정석적인 전개로 진행된다. 이 단계는 저연령층도 포켓몬스터라는 프랜차이즈에 입문할 수 있게끔, 게임 시스템의 기본적인 명제들(포켓몬의 타입에 따른 상성의 이해같은)을 체육관 깨기의 형태로 구현하였다:각 체육관들은 포켓몬의 타입에 따라서 체육관의 로스터 및 전술을 배치하고, 플레이어는 이들을 차례로 격파하면서 자연스럽게 상성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익힌다. 체육관 공략의 정석은 '체육관에 따라서 각 타입 포켓몬을 고루 육성하여 클리어'하는 것이다.(물론 각 체육관의 포켓몬 레벨은 고정이기 때문에 레벨업을 해서 우격다짐으로 클리어 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소드 실드의 스토리 파트는 두가지 측면에서 전작들과 다른 차별화되었다. 첫번째는 경험치 배분 방식의 변경 및 편의성의 증대다. 1세대 포켓몬스터 시리즈에서 경험치는 학습장치를 꼈을 시 '원래 받아야하는 경험치를 6마리가 나눠가지는' 형태였다. 이것이 2세대와 블랙/화이트를 거치면서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도 학습장치를 소지한 포켓몬이 경험치를 받는 형태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6세대를 거치면서 학습장치는 기본 경험치를 전투에 나간 포켓몬이 받고, 그 절반에 해당하는 경험치를 포켓몬들이 받는 형태로 바뀌었다. 즉, 제작자들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포켓몬들이 경험치를 받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편하면서 편의성을 증대시키고자 한 것이다.

 

소드 실드는 플레이어 레벨업 편의성을 이전보다도 더 극대화하였다. 심지어 소드 실드의 레벨업 곡선이 전작들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극단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기본적으로 전투에 나온 포켓몬이 더 많은 경험치를 먹을 수 있게 바뀌었고, 교체 맴버로 존재하는 포켓몬들도 경험치를 받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낮은 레벨의 포켓몬일 경우 레벨이 높은 포켓몬에 비해 더 많은 경험치를 받게끔 바뀌었다. 이전과 다르게 포켓몬의 레벨업 속도가 빨라져서 스토리 도중에 서브 멤버를 키우거나 하는 것들이 어려워지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게임 프리크는 이 조차도 느리다고 판단한건지, 맥스레이드 배틀에서 경험치를 대거 획득할 수 있게 만들었고, 포켓몬 캠프 등의 활동을 통해서도 레벨업을 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심지어 스토리 클리어 후 꾸준하게 레이드만 돌아도 새로키우려는 맴버를 레벨 100을 만드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정도다.

 

또한 편의성 부분도 극대화되었다. 포켓몬을 교체하기 위해서 박스까지 갈 필요 없이 필드에서도 자유롭게 박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스토리 레벨링 구간도 짧아져서 포켓몬 센터로 접근하거나 하는 등의 편의성도 늘었다. 심지어 스토리 측면에서도 논란이 있었던 XY나 썬문을 생각한다면 직관적인 정도로 단순한 이야기고, 그 스토리의 분량도 짧다. 마치 스토리도 이후 진행될 육성과 대전에 방해가 된다는 듯이 짧게 쳐낸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래서 이런 저런 점에서 편의성이 너무 늘어버린 나머지, 이번 포켓몬의 엔드 콘탠츠 부분에 대해서 걱정이 들 정도다.

 

 

교배와 육성관점에서 본다면 소드 실드는 흥미로운 점이 많다. 포켓몬스터에서 전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포켓몬의 특성, 포켓몬의 속성, 그리고 포켓몬의 능력치와 기술배치다. 기술배치와 포켓몬의 속성을 제외한다면(엄밀히 따진다면 유전기의 존재도 따져야겠지만, 여기서는 빼겠다) 포켓몬의 특성과 능력치는 교배를 통해서 대부분 결정된다. 그리고 특성은 교배할 때마다 달라지지만, 중요한 것은 포켓몬의 능력치를 구성하는 4요소, 종족값(각 포켓몬 종별로 지정된 능력치), 개체치(그 포켓몬이 갖고 있는 재능을 표현한 능력치, 가장 높은 수치가 V로 표기하며 V의 개수에 따라서 4V,5V 이런식으로 표기한다), 노력값(경험치를 얻거나 아이템으로 올릴 수 있는 능력치), 성격(레벨업에 따른 능력치의 성장을 결정 짓는 요소)이다. 포켓몬스터의 교배 및 육성 콘텐츠는 이들 중 개체치와 노력값, 성격을 어떻게 통제하느냐로 구성되었다.

 

포켓몬 교배 및 육성 콘탠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값(특히 노력값, 개체치)들이 있기 때문에 각 포켓몬스터 작품들의 교배 및 육성 콘텐츠들은 '어떻게 플레이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를 관리하는가'가 핵심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시스템들이 모두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에 게임이 가르쳐주는대로 진행하면 이러한 요소들을 모두 지나쳐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대전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게임을 플레이 해야 한다. 

 

포켓몬스터는 대대로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들을 가시화 시키진 않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일단 큰 변화가 있었던 X나 Y를 보자. 포켓몬 XY가 높은 개체값을 가진 포켓몬 교배에 필요한 2V~3V 고개체들을 프랜드 사파리라는 콘텐츠를 통해서 제공하였고, 노력치는 미니 게임으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드는 등 편의성이 이전 세대에 비해서 크게 증대되었다. 알파 사파이어와 오메가 루비에서는 포켓내비를 이용해서 연속해서 포켓몬을 잡다보면 고개체 포켓몬을 잡을 수 있는 요소가 더 높은 V값을 가진 고개체 포켓몬을 잡는 시스템이었고, 썬 문에서는 난입 배틀로 고개체 포켓몬을 확보하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시리즈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라기는 했지만(썬문의 난입 배틀은 상황에 따라서 빡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콘탠츠 및 입문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교배 육성 콘탠츠에 진입하게끔 만들었다.

 

소드 실드는 그 변화의 정점에 도달한 작품이다. 소드 실드의 맥스레이드 배틀은 본작의 기믹인 다이맥스화 된 포켓몬을 상대로 4인 협력 레이드 배틀을 벌이는 콘탠츠다. 레이드라고 거창하게 적어뒀긴 했지만, 주력 맴버나 보조 맴버를 꾸준하게 키워왔다면 속성과 레벨을 맞춰서 레이드에 쉽게 입문할 수 있다. 심지어 이번작 전설의 포켓몬인 자시안/자마젠타, 무한다이노는 다이맥스화된 포켓몬에게 특효인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맥스레이드 배틀의 입문 문턱은 낮은 편이다.

 

중요한 것은 맥스레이드 배틀의 보상이다:맥스레이드 배틀에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기술 레코드, 돈으로 환금할 수 있는 아이템, 경험치 사탕 및 이상한 사탕을 얻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맥스레이드 배틀에서 얻을 수 있는 포켓몬이 5성 기준 기본 4V를 보장하며, 5V 심지어는 6V까지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맥스레이드 배틀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6세대의 프랜드 사파리를 능가하는 콘탠츠가 되었다. 보상의 규모가 남다르며, 더 나아가서 고개체 교배를 위해서 필요한 개체들이 더 쉽게 얻을 수 있다.

 

맥스레이드 배틀을 주축으로 게임 편의성 부분도 큰 변화가 있었다. 먼저, 성격치도 아이템을 통해서 보정할 수 있는 점, 고개체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심판 기능이 포켓몬 박스 기능과 통합되어 여러 마리의 포켓몬 개체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점, 키우미 집이 두개가 되어서 알을 두 개씩 받아서 깔 수 있게 된 점, 알까는 속도가 오른 점 등등은 이전이었다면 상상조차 못할 기능들이 잔뜩 들어갔다.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종합하자면, 육성과 교배 측면에서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는 거침없이 진행되게끔 게임을 구성했다. 6세대 실전 포켓몬을 맞추기 위해서 고생했던 시간들을 생각한다면, 8세대는 상대적으로 들어가는 시간도 적다. 또한 맥스레이드를 주축으로 해서 돌아가기 때문에 돈을 벌거나 경험치 노가다를 해야하는 부수적인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 성격이나 노력치 같은 경우에는 아이템으로 해결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에 노력치를 맞추기 위해서 특정 몬스터만 연달아 잡을 필요도 없어졌다.

 

 

스토리 및 육성/교배까지의 콘탠츠를 통해서 내릴 수 있는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의 평가는 빠른 사이클의 완성이다:스토리를 통해서 게임에 빠르게 입문하고, 맥스레이드를 끊임없이 돌리면서 심도 있는 플레이에 필요한 재원을 모으고, 대전에 투입할 개체들을 확보해나가는 과정이 거침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이클은 잘 작동하는 편이며, 플레이어가 손을 때지 못하고 계속해서 게임을 하게 만드는 동력을 부여한다. 과거 3D로 이행했던 6세대에서 일어났던 큰 변화들이 소드 실드로 대표되는 8세대에서 동일하게 일어났다고 해도 될 정도다. 포켓몬 도감이 반토막 났지만, 역설적이게도 소드 실드는 세대 간 같은 틀을 공유하기에 바뀔 수 없는 핵심 콘탠츠들(교배, 육성, 개체치, 노력치 등등)을 버리지 않고 최대한 프랜차이즈의 본질을 지킨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소드 실드는 게임 콘탠츠 소비 사이클의 완성도는 차치하고, '그것 외에는 다른 할 것이 없다'라는 게 정말로 아쉽다. 물론 리그 카드 만들기나 포켓몬 캠프, 카레 만들기 같은 소소한 미니 게임들은 있지만 와일드 에리어라는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였음에도 포켓몬 육성/교배 - 대전이라는 요소 외에는 좀 더 심도있게 게임을 즐길만한 요소가 없다.

 

또한 게임의 전반적인 퍼포먼스도 문제가 있다.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부분도 있지만 리뷰 후편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와일드 에리어나 이런 부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프레임이 상당히 불안정하다. 특히 와일드 에리어는 허공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플레이어의 잔상을 볼 수 있는 등, 온갖 기괴한 버그로 넘쳐나는 곳이다.

 

전반적으로 소드 실드를 평가하자면, 프랜차이즈에 걸맞는 작품이며 프랜차이즈 팬이나 신규 유입 플레이어에게 모두 매력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뭔가 2%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이러한 부분이 만족되려면 적어도 스위치로 새로 나올 포켓몬스터 신작을 또 기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모던 워페어 리부트가 전년 블랙옵스 4 대비 30% 이상 더 팔리면서 성공적인 런칭을 모던 워페어 리부트가 전년의 블옵 4보다 30%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콜옵 시리즈 사상 최대의 런칭을 기록하였다. 콜옵의 기록 갱신은 매년 있는 일이기 때문에, 놀랍지 않은 뉴스다. 다만, 인피닛 워드가 인피닛 워페어와 그 악명 높은 고스트로 프랜차이즈 위기론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을 곱씹어 본다면 놀라운 뉴스지만 말이다. 물론  '그 전설적인' 모던 워페어의 리부트라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이정도의 결과는 당연히 거뒀어야 했었다. 하지만 상업적 성공이나, 인피닛 워드가 드디어 실패하지 않았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정말로 기이한 게임이다: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가삼고 있는 지향점이 블옵 4도, WW2도, 블옵 3나 인피닛 워페어와도 다른 무언가란 것이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멀티를 논하려면, 우리는 먼저 모던 워페어 이후 콜옵 멀티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이야기해야한다:사실 우리가 익숙한 콜 오브 듀티의 멀티플레이는 모던 워페어 때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단순했던 킬스트릭, 퍽 시스템이 세부적이지 않았던 점이나 장비 개념과 혼재되어 있던 점 등등은 우리가 익히 알던 콜옵의 멀티플레이와 크게 다르다. 심지어 요즘 콜옵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피해량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퍽들까지 존재한 것을 보면, 콜옵 멀티 문법에 대한 정의 이전의 시험작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우리가 알던 콜옵에 가까워졌을까. 여기서 짚고 넘겨야 하는 것이 모던 워페어 2다. 모던 워페어 2는 킬스트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퍽이 순수하게 능력치에만 영향을 미친 점, 부착그라운드 워페어로 불리는 12:12 대전의 추가 등등에서 콜옵의 큰 기틀을 다진 작품이 바로 모던 워페어 2였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2는 우리가 알던 콜옵에서 가장 이질적인 콜옵 중 하나였다.우선 일반적인 콜옵(적어도 블옵 이후의)의 맵디자인을 보자:플레이어가 리스폰되는 장소가 있고, 그 곳을 시작점으로 삼아 플레이어는 적이 있는 방향을 향해서 경로(레인)를 따라 달려 나간다.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죽거나 상대를 죽이고, 죽은 사람은 일정 규칙에 따라 다시 리스폰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것이 콜옵의 멀티플레이였고, 그렇기에 맵리딩이 중요한 게임이었다.

모던 워페어 2가 기이한 점은 이러한 '레인'의 존재가 대단히 옅다는 것이다. 콜옵의 맵들이 레인을 감안해서 대칭된 형태의 맵구조(중앙을 중심으로 좌우로 비슷한 구조를 지닌)를 지녔다면, 모던 워페어 2의 맵들은 모두 '사실적인 축적'을 지닌 공간이었다. 또한 통로와 방, 엄폐물들, 풀숲과 같은 지형지물 등등 은폐 엄폐로 인해서 맵이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았다. 그렇기에 모던 워페어 2의 막장 벨런스는 맵디자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심지어 어느 커뮤니티에 따르면 'FFA 게임을 들어왔더니 2명 나가고 4명이서 길리수트 입고 풀숲에 엎드려서 게임 끝날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라는 전설같은 증언마저 내려온 게임이 모던 워페어 2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모던 워페어 2 멀티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매우 분명했다:실제와 비슷하게 전장을 구현하는 것. 맵이 거대하고 사격을 할 수 있는 창문이 많거나 숨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았던 점, 클레이모어나 설치물이 강세였던 점 등은 분명하게도 실제 전장과 비슷하게 플레이어의 전략적 선택지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하지만 전장이 커지고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제작자들이 각 요소를 통제하지 못했던 것이 모던 워페어 2의 멀티였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2 이후로 이 경향성을 따르는 콜옵은 명백한 실패작인 고스트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모던 워페어 2의 막장 벨런스는 너무나 유명했던 나머지, 여타 콜옵 게임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서 게임 플레이에 제약을 가할 정도였다. 심지어 자기 게임 트레일러에서도 이를 대놓고 비꼴 정도였다. 대표적인 예가 어드벤스드 워페어 멀티 플레이 트레일러에서 칼을 들고 달려드는 상대를 엑소 수츠 기동으로 뒤를 잡고 킬을 올리는 장면이었다. 이는 분명 모던 워페어 2에서 권총+칼만 들고 달리기로 근접전 킬만 올리는 닌자 플레이에 대한 비꼬기였다. 이와 같이 모던 워페어 2의 성공은 콜옵식 멀티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동시에, 폐단도 함께 만들어낸 문제작이었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의 흥미로운 점은 상대적으로 인피닛 워드의 발언권이 약했던 모던 워페어 3(당시 대부분의 인력이 리스폰으로 유출됨)나 인피닛 워페어(고스트의 실패 이후, 블옵 3를 안정적으로 따라가고자 함)가 아닌 모던 워페어 2의 멀티 벨런스를 잘못 이어받았던 고스트에 가깝다는 것이다. 고스트에 들어서 맵의 크기나 복잡도는 모던 워페어 2의 배로 늘어났고, 장거리 교전이나 틀어박혀서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도움이 되는 퍽이나 무기들 역시 늘어났다. 고스트의 멀티, 특히 팀데스매치의 경우에는 콜옵 답지 않게 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다행히도 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플레이는 고스트의 큰 기조(커지고 복잡한 맵, 장거리 교전의 이득, 움직이기 보다 포인트를 잡고 싸우는데 이로움)는 따르고 있다. 물론 모던 워페어 리부트만의 변화점도 있다. 일단 미니맵과 총격음 지시창을 분리하여서 적의 위치를 미니맵에서 곧바로 파악하기 힘들게 만든 점, 전반적으로 총기의 데미지를 올려서 TTK(Time to Kill, 적을 죽이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짧아지게 한 점 등은 '한 방 한 방이 치명적인 긴장감 넘치는 전장'을 구현하였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가 벨런스가 가장 개판이었던 고스트와 모던 2 시절에 기반하고 있긴 하지만, 고스트와 모던 2의 실패를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는다. 유탄이나 아킴보 샷건 같은 게임 플레이를 파괴하는 요소도 없고, 무엇보다 제작진들이 게임 플레이에 대해서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고 개선 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다.725 샷건이나 클레이모어 너프 등은 이러한 개선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콜옵 모던 워페어 리부트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팀플레이의 강조'다. 블옵3와 4에서 보여줬던 특수 능력이 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에서도 나타나는데, 이 특수능력들의 상당수가 직접적으로 킬을 따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탄약 보급이나 방탄 패널 설치, 감지 드론 조작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팀플레이의 강조는 기존 콜옵과는 모순되는 부분이다:콜옵은 기본적으로 '내가 얼마나 빛나는가'가 핵심인 게임이었고, 킬스트릭 시스템은 '개인의 성과=더 강력한 보상'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그런데 여기서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다소 모순된 태도를 취한다. 심지어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 여타 콜옵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조치(리스폰 시 보유하는 탄창 수를 줄인다던가, 미니맵과 지시기 ui를 분리해 색적 성능을 반토막 낸 점 등)를 단행하였다.

사실 이러한 변화들은 전통적인 콜옵의 멀티플레이(팀 데스매치, 점령, 수색 사살, 확인 사살, 사이버 공격 등등)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황당하게도, 이번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전차가 등장하는 32대32 대규모 그라운드 워페어 모드를 도입하였다. 오픈 베타를 하지 않았던 필자로써는 매우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애시당초, 탈 것이 등장하는 대규모 전투라는 개념은 배틀필드 프랜차이즈가 독점하던 것이었고, 콜옵은 오랫동안 배틀필드가 하지 못했었던 소규모 난전을 멀티로 옮기는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콜옵이 팀플레이에 특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킬스트릭을 쓰는 것은 플레이어 개인이고, 상대를 죽이는 것도 플레이어 개인이다. 이러한 게임 플레이를 전제하고서 탄환을 보급하고, 상처를 치료하고, 전선을 유지하는 등의 협업을 이루기는 힘들다. 실제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경우, 이러한 협업 요소는 '그라운드 워페어를 만들려고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끼워넣었다'라는 티가 역력하게 난다. 보급 상자의 존재가 대표적인 예인데, 보급 상자를 한번 깔아두면 배틀필드 처럼 계속해서 보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보급받고 리스폰될 때까지 그 상자에서 보급을 못받는 다소 황당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물론 일반적인 6대6, 12대12 멀티플레이에서도 동일한 기능을 쓰는 만큼 탄약+장비 재보급이 벨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애시당초에 6대6과 12대12, 그리고 32대32가 같은 퍽, 무기, 로드아웃, 특수 능력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치명적인 오판을 범하였다.

게다가 TTK가 낮아진 점, 미니맵이나 색적이 힘들어진 점들이 겹쳐지면서 배틀필드 같은 본인이 실제 플레이 했던 그라운드 워페어는 뭔가 형용할 수 없는 이상한 플레이었다. 적들은 계속해서 기어나오지만, 어떤 방향을 두고 게임이 진전되기 보다는 우왕좌왕하고 있었고, 건물이나 엄폐할 수 있는 구조물들이 너무 많아서 돌진하다가 의문사 당하는 일은 부지기수로 일어났다. 그라운드 워페어 자체는 킬을 올리는 것이 목표가 아닌 깃발을 점령해야 하는 구조인데, 모든 플레이어들이 깃발을 점령하러 나가기는 커녕 구석에서 자리잡고 클레이모어나 지뢰를 잔뜩 깔아둔채 쪼기만 하고 있으니 게임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꼴을 볼 수 가 없었다. 배틀필드에서도 점령하라는 거점은 점령안하고 뻐기는 플레이어들이 있는데, 콜옵 같이 킬 중심의 개인 플레이 게임에서 일반 공개 게임에서 협동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물론 6대6이나 12대12 같은 전통적인 게임 플레이는 거대한 전장에 대한 호불호의 갈림이 있겠지만, 그럭저럭 즐길만한 수준이다. 리얼리즘 모드 기믹이나 야간전 기믹은 나름대로 즐길만하다. 하지만 32대32 플레이는 그야말로 배틀필드의 하위호환이며, 콜옵의 정체성을 흔드는 기괴한 무언가라고 볼 수 있다. 캠핑하면서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죽이고 킬스트릭을 올리는데 집중한다면, 그라운드 워페어는 그러한 플레이어들에게 이상적인 모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플레이가 그라운드 워페어라는 모드 목적에 걸맞게 진행된다고는 전혀 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그라운드 워페어는 콜옵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혹은 가장 실패한 시도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브레이크 포인트라는 게임은 올해 나온 게임들 중에서 가장 놀라운 게임이다. 그것은 게임이 너무 못만들어졌기 때문에 올해를 대표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10여년 쯤 서구 주도의 트리플 A 콘솔 게임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분명 지나쳐 버린 실패들(모든 좋은 것들을 다 섞어놓으면 더 좋은 것이 된다!)을 2019년에 와서 다시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유비 소프트 같이 자사 프랜차이즈들의 실패와 성공을 내부적으로 철저하게 벤치마킹하는 회사에서도 말이다. 물론 글 말미에 좀 더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지만, 이것은 유비 소프트가 오랫동안 슈터+오픈월드의 큰 방향성을 잡지 못한 점도 클 것이다.

 

일단 고스트 리콘:브레이크 포인트는 설명하기 참으로 난해한 게임이다. 콘탠츠의 양으로 생각한다면 이정도 분량의 게임을 2년만에 만들어낸건 대단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게임의 퀄리티다. 비유하자면 3개 정도의 트리플 A 게임의 콘탠츠 구성을 약 A급 미만의 질로 담아서 뒤섞은 결과가 C급의 버그와 완성도를 가진 게임되었다 라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UI다:브레이크 포인트의 UI는 게임이 갖고 있는 엄청난 정보량을 소화하지 못한 채, 플레이어에게 시각적으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몇몇 정보들은 과도하게 스크린을 가리기도 하고, 때때로는 플레이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생략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어떤 것이 게임이 의도하고 플레이어가 직접 찾도록 만드는 것인지 아닌지를 혼란스럽게 한다.

 

메인 미션 보드의 UI를 보면 브레이크 포인트의 문제가 명확하게 다가온다. 브레이크 포인트는 범죄 수사물의 화이트 보드의 경치를 게임 미션 UI의 형태로 구현하였다. 문제는 브레이크 포인트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이 원하는 미션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임은 시계열이나 어떤 특정한 순서가 아닌 인물과 사건의 관계도 형태로 UI와 미션을 배치하고 플레이어가 스스로 찾아보게끔 하였기 때문에 직관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게임 내에 존재하는 사진 인물 중에서 약 30% 정도는 관련 미션 없이 순수하게 '배경'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혼선을 초래하기 쉽다. 설령 자신이 원하는 인물의 미션을 찾았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UI 내에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객체가 상당히 많고, 플레이어에게 계속 읽어보라고 알림을 띄우고 있기 때문에 난잡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포인트의 모든 문제는 메인 미션 UI의 연장선상이다:무언가 다양한 것을 배치하고,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구성하게끔 만들려 하지만 정작 게임 내 콘탠츠들은 플레이어의 의식의 흐름에 맞춰져 있기 보다는 게임의 내적인 흐름에 전적으로 맞춰져 있다. 하지만 문제는 브레이크 포인트의 내적 논리는 게임 스스로도 갈팡질팡한다는 것이다. 뭔가 중요한 듯이 들어간 서바이벌 요소와 크래프팅 요소가 실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나(물통과 식량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자사 디비전 2와 다르게 성장이 체감조차 안되는 레벨링 시스템 등등은 브레이크 포인트가 방향성을 잡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흥미로운 점은 브레이크 포인트가 지향한 부분이 레드 데드 리뎀션 2와 같은 '의도된 불편함'과 맥이 닿아있다는 것이다. 탐험 모드와 안내 모드의 분리 같이, 브레이크 포인트는 플레이어가 직접 맵을 읽고 스스로 갈 곳을 정하게 만들려 하였다. 서바이벌 요소나 크래프팅 같은 부분도 플레이에 의도적인 제약사항을 가해서 좀 더 총체적인 경험('지원 없이 고립되어 임무를 수행하는 고스트')을 이루고자 하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면 납득이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엇이 브레이크 포인트와 레드 데드 리뎀션 2 사이의 성패를 좌우했을까. 두 게임의 차이점은 바로 '총이라는 도구가 레벨 디자인에서 갖는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였냐 였다.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애시당초에 총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핵심적인 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에 레벨 디자인에서 무언가 특출난 구성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브레이크 포인트의 경우, 스테이지에 따라서 저격, 잠입, 강행돌파, 동료 플레이어 지원 등의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하며,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도구는 바로 '총'이다. 

 

브레이크 포인트의 문제는 총이라는 도구가 만병지왕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다루기도 쉽고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총이라는 도구의 특성을 살리는 레벨 디자인'은 사실 고도의 숙련도를 요하는 부분이다. 브레이크 포인트와 반대로 작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딧세이의 사례를 떠올려 보면 좀 더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 질 것이다. 오리진과 오딧세이의 양 연타로 어크 시리즈는 유니티의 부진을 딛고 올라서는데 성공하였는데, 레벨링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브레이크 포인트에도 있었던 탐험 모드를 도입함으로써 유비 소프트의 오픈월드 게임 제작 노하우를 한 껏 끌어올린 우수 사례로 기억되었다. 이는 '장비를 통해서 강해진다'라는 레벨업의 개념이나 콘탠츠의 배치 등이 냉병기라는 도구에 걸맞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실 브레이크 포인트의 게임 플레이 문제는 이미 파크라이 5나 뉴 던에서 겪었던 문제이기도 하고, 와일드 랜드에서도 경험했던 문제고,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파크라이 4, 3, 그리고 최초의 2편까지 경험했던 문제다. 엄밀하게는 브레이크 포인트의 게임 플레이는 파크라이 2의 연장선에 지나지 않는다:전초기지가 존재하고, 오픈월드 상의 빈 공간은 전초기지 자체를 돌려보기 위한 회전판의 역할을 한다. 파크라이 2에서 등장한 잠입이나 총격전 플레이의 개념은 파크라이 3로 계승되어 지금까지 내려왔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잘 작동하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반복되어 재생산되었다는 것이었다. 파크라이 4와 5를 거치면서, 플레이어들은 유비 식 오픈월드 슈터라는 것이 파크라이 2 식의 야생이라는 것을 눈치채었다. 비슷하게 파크라이 2의 영향을 어느정도 받았지만 레벨 디자인이나 잠입 이라는 본질에는 충실하였던 메탈 기어 팬텀 패인을 생각한다면, 유비 소프트가 지나치게 2에 안주한 것도 문제였긴 했다. 그러나 파크라이 2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명제는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팬텀패인이 몇십년 간의 잠입 게임 디자인을 통해서 잔뼈가 굵은 디렉터가 만들어낸 작품이란 걸 생각한다면, 유비소프트 식의 개발론과는 상충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더이상 파크라이 2의 레벨 디자인이나 콘탠츠 디자인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유비 소프트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 이야기

*본 리뷰는 갤럭시 노트 10을 기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리뷰를 진행하기에 앞서서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본인은 오토체스 류의 게임을 대단히 못하는 편이다. 물론 8명 중에 단 한명만 우승할 수 있는 게임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오토체스를 잘한다 라는 개념은 일반적인 전략 게임과 동일하게 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본인이 오토체스 류를 플레이할 때, 본인의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는 무언가가 있고 이것이 리뷰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본 리뷰는 여지껏의 써왔던 리뷰와는 다르게 분석의 편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을 양해해주면서 글을 읽어주기를 바란다.

 

오토체스 장르는 도타의 커스텀 모드 맵이었던 오토체스에 기반한다. 좀 더 유래를 정확하게 밝히자면 워3 유즈맵이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겠지만, 본격적으로 '오토체스'라는 장르가 성립된 것은 도타의 커스텀 맵부터라 할 수 있다. 지금은 크게 본 리뷰에서 다룰 도타 언더로드, 도타 오토체스에서 직접적으로 파생된 오토체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운영중인 전략적 팀 전투로 3 작품이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오토체스 장르의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1)전투 시작 전 캐릭터를 구매하고, 2)말판에 배치하여 자동으로 전투를 진행하고, 3)전투 결과에 따라 골드를 얻는다라는 큰 틀에서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리고 게임은 '중립 몬스터 사냥' - '플레이어와의 전투'(보통 8명이 참여한다) - '중립 몬스터 사냥' - '플레이어와의 전투'... 라는 큰 흐름을 반복한다. 그리고 게임은 8명 중 1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진행되는 배틀로얄식의 게임 진행을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오토체스 장르가 마작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다는 점일 것이다:이는 제작진이 직접적으로 언급한 부분이기도 하고, 심지어 몇몇 플레이어들은 오토체스를 마이너한 마작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마작의 게임 흐름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패의 조합과 발전 가능의 여지가 핵심이다. 그리고 오토체스 장르에서 전략의 핵심도 1)패의 조합에 따라서 다양한 효과가 발동한다(예를 들어 전사 조합의 경우, 적을 제거할 시 일정 체력을 회복한다), 2)패를 구입하거나 팔거나하면서 현재 자신의 조합을 개선할 수 있다이다. 즉, 오토체스 류의 게임들은 구매할 수 있는 자신의 옵션, 현재 갖고 있는 패들에서 발전 여지가 무엇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서 게임을 운영하여야 한다.

 

'패의 조합'과 '현 조합의 개선 여지'라는 두가지 요소에 근거하여 보았을 때, 오토체스 류의 게임들의 진행은 크게 3단계를 거친다. 첫번째 단계는 첫번째 중립 몬스터 사냥에서 첫 플레이어와의 전투 직전까지다:이 때 플레이어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며(왠만해서는 중립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질 수 없다), 구매할 수 있는 캐릭터들과 중립 몬스터 사냥에서 나온 아이템을 점검하면서 2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밑바탕을 그린다. 일단, 1단계는 구매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보고 자신의 조합이 개선될 가능성을 보는 등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이 때의 판단들은 구체화될 수 없다. 왜냐하면 플레이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조합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최대 3개 케릭터만 말판에 배치할 수 있으니 조합이라 부르기도 민망허다) 그래서 1단계는 2단계와 3단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물론 1단계에서 플레이어가 얼마나 밑바탕을 깔아두느냐에 따라서 2단계에서의 운영이 수월해지긴 하지만, 1단계에서 모아뒀던 패들은 어디까지나 게임을 풀어내기 위한 초안과 같다.

 

2단계는 첫 플레이어와의 전투에서 플레이어가 배치할 수 있는 캐릭터 수가 6~7개가 되는 시점까지다:이 때부터 플레이어는 들어오는 캐릭터들을 보면서 완성할 수 있는 조합이나 자신의 조합이 얼마나 개선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캐릭터의 배치나 각 개별 캐릭터들의 성능들이 이 때부터 중요해지며, 구체적으로 조합을 맞춰나가는 단계다. 그러나 1단계에서 플레이어가 초안의 형태로 완성한 조합과 달리, 2단계에서는 플레이어의 초안과 상반되는 캐릭터들이 구매 리스트에 등장할 수도 있다. 이 때부터 중요해지는 것은 '얼마나 빨리 현재 조합에서 캐릭터를 정리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조합으로 새롭게 세팅하느냐?'다. 플레이어들은 2단계에 들어서면 1단계에서 수립했던 전략 초안에 메달리기 보다는 '1단계 전략 초안에서 현재 등장하는 캐릭터에 맞게 2단계 전략을 개선하고 완성시킨다'라는 명제를 실현해야 한다.

 

마지막 3단계는 배치할 수 있는 캐릭터 수가 7개 이상 되는 시점부터다. 여기서부터는 전략의 큰 방향성을 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3단계부터 플래이어는 맞춰진 조합이나 여분의 캐릭터를 쟁여두고 상대하는 플레이어에 따라서 교체하면서 싸운다. 2단계에서 플레이어는 게임이 진행될수록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의 숫자가 점진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성장할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3단계에서는 플레이어가 배치할 수 있는 캐릭터의 숫자는 잘 늘어나지 않는다. 대신에 돈이 계속해서 쌓이기 때문에 현재 배치되어 있는 조합을 강화하거나(같은 캐릭터를 모아서) 상황에 따라서 교체할 수 있는 예비 캐릭터를 육성할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때 2단계와 같이 유동적이고 급격한 전략 변화를 추구했다가는 어느정도 성장한 상대방의 캐릭터 조합에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었다:3단계에 들어가기 전까지, 큰 틀에서의 조합을 완성시켜야 하는데 필요에 따라서는 2단계에서 1단계에 세웠던 큰 틀의 전략을 갈아치우는 순발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오토체스 류의 게임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전략에 맞춰서 패를 맞추기' 보다는 '패가 나오는데로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패가 나오는데로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플레이어와의 전투에서 상대방이 내놓는 패를 보고, 그 패에 맞춰서 조정해야하는 것들도 있다. 문제는 8명이나 되는 모든 전략을 기억하면서 싸우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AOS 장르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오토체스는 다른 의미로 집중적이다:AOS가 파밍과 라인 운영 등에서 육체적 능력과 플레이어의 전략적 판단 등이 모두 필요하다는 점에서 집중적이라면, 오토체스는 8명이나 되는 상대방의 전략들을 거기 맞춰서 조합을 유동적으로 바꿔야하는 점에서 집중적이다. 전투 자체는 자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전투 자체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이 아닌 들어오는 로스터를 보고 다시 굴려서 새로운 로스터를 뽑을 것인지,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20초 내로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익숙해지면 처리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급하게 전략을 고치거나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오토체스류는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그러나 역으로 뒤집어서 본다면, 이러한 8명 배틀로얄이라는 구조에서 벗어나서 생각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도타 언더로드는 오토체스 원판에 비교하여 보았을 때, 여러가지 전략적 선택지를 늘리면서 게임을 쉽게 구성한 편이다. 10골드 단위로 이자가 들어오게끔 만들었다던가, 무료 로스터 굴림, 조합 벨런스 수정 등은 여타 오토체스 류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편의성을 더욱 강조한 부분이다. 특히 모바일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게임을 진행하게끔 만든 점은 높게 평가할만하다. 다만 한 판에 걸리는 시간이 20분 남짓 걸리는 것은 모바일 게임 플랫폼과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도타 언더로드와 오토체스 장르는 새로운 게임 장르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할 수 있다. 현재는 8명의 배틀로얄 형태이긴 하지만, 캐릭터를 모아서 업그레이드 한다는 장르 자체의 재미에 집중한다면 다른 가능성들도 충분히 생겨날 것이라 본다. 

 

 

게임 이야기

 

넷플릭스는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 매체를 공급하는 플랫폼 업체다. 그러나 만약 '넷플릭스의 플랫폼의 실체가 무엇이냐'라고 물어본다면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도처에 존재한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스마트폰, 패드, PC, 콘솔, TV에 내장된 물건에 심지어 위유도 아니고 위에서 서비스하기 위한 디스크 버전도 존재했다. 넷플릭스의 실체가 무엇인가? 무엇이 넷플릭스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가장 근접한 대답은 '어디에도 존재하는 공기와도 같은 플랫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넷플릭스의 성공을 설명할 수 없다. 영화든, 게임이든, 드라마든, 문화 콘텐츠 산업 성공의 핵심은 콘텐츠의 내용과 완성도, 대중의 호응도다. 넷플릭스는 오랫동안 이슈가 되는 드라마나 영화들을 독점 형태로 공급하였다. 하우스 오브 카드나, 옥자, 로마, 기묘한 이야기, 킹덤 등등은 이러한 넷플릭스 독점 콘텐츠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은 넷플릭스가 '오로지 독점'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플랫폼은 아니라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들, 유명한 것에서부터 딱봐도 싸구려처럼 보이는 것까지 많은 영화/드라마 콘텐츠를 사람들에게 전시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넷플릭스가 독점 콘텐츠를 포함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대중에게 노출하는 '방식'일 것이다. 넷플릭스는 '공포', '드라마', 'SF' 등등과 같은 전통적인 장르 구분에 연연하지 않는다. 대신, 콘텐츠의 속성을 세밀하게 쪼겐 뒤, 고객이 감상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추천하는 큐레이팅(박물관 전시품을 전시하는 것처럼)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이는 자신이 보는 것을 남들에게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소셜 미디어 기업들의 '개인화된 콘텐츠 서비스 제공'과 일맥 상통한다. 감상자가 본 콘텐츠는 영화에 붙어있는 속성 별로 쪼게지고 분석되어서, 그 영화나 그 영화 장르, 혹은 특정한 서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재추천되게 된다. 즉, 넷플릭스는 구독자 수가 늘고, 구독자가 오랫동안 플랫폼에 붙어있을수록 콘텐츠 제작이나 서비스가 강해지는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그렇게 많은 고객들의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독점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이외에 '영화'라는 장르에서는 유달리 힘을 못쓰는 것처럼 보인다. 옥자나 로마의 성공은 분명 진취적이긴 하지만, 그외의 넷플릭스 전용 영화는 그렇게까지 재미를 못보는 부분이 있다. 물론, 전통적인 영화 산업이 넷플릭스와 같은 신흥 강자가 끼어드는 것을 원치 않아 직간접적으로 보이콧하는 이슈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소위 '대박을 치는' 영화를 못만드는 것은 넷플릭스 특유의 플랫폼 정책이 가장 큰 문제다.
 
넷플릭스는 모든 플랫폼에 있을 것을 전제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나 대형 TV에서 스크린 프로젝터까지. 영상을 재생하는 모든 플랫폼에 존재하는 것이 넷플릭스의 대명제다. 하지만 영화는 그것이 불가능하다:영화는 스크린의 크기와 음향 장비의 영향에 따라서 관객이 체험하는 것이 달라지는 매체다. 영화 머드에서 다룬 광활한 아칸소의 늪지대가 과연 스마트폰에서도 똑같은 감수성을 재현할 수 있을까. 고지라나 퍼시픽림과 같은 거대 괴수가 내지르는 괴성을 테블릿 피씨의 스피커가 감당할 수 있을까. 영화관이 비디오 렌탈 시장에 의해서 사라질 것이라 한 90년대 말 예측이 완전히 틀린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영화라는 매체는 영화관에서만 재현할 수 있는 독점적인 요소가 있다. 그렇기에 넷플릭스와 같이 '어디에서나 존재하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은 다소 어려운 일이다.
 
그에 비해서 다큐멘터리나 드라마는 여타 플랫폼에 비해 넷플릭스 독점 콘텐츠가 큰 의미를 지닌다. 이들은 영화와 다른 문법을 지니고, 콘텐츠 소비도 다른 양태를 따른다. 드라마를 예를 들어보자:드라마가 영화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시간' 그 자체다. 영화보다도 더 오랜 시간 상영되고, 흥행에 따라서는 이야기가 덧붙이고 분량이 늘어나기도 한다. 드라마는 영화에 비해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더 짧게 라면 더 짧은 형태의 시트콤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고, 더 길게라면 몇백시간에 가까운 시간의 드라마도 만들 수 있다. 영상매체라는 점에서만 동일할 뿐, 드라마는 완벽하게 다른 형태로 서사와 구조를 이해해야한다.
 
영화와 차별화된 드라마의 서사와 구조의 핵심에는 '인물'과 '이슈 메이킹'이 있다. 영화에 비해서 드라마에서 인물이 갖는 중요성은 막대하다:긴 러닝 타임에 대비하여 사람이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추상적인 서사가 아닌 배우이자 배우의 페르소나인 극 중 인물이다. 막장 드라마의 예를 들어보자:주변에서 부모님 나이대의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이입을 하는 것은 극 중에 존재하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모든 막장 드라마들은 서사가 '인물' 중심으로 진행되기에 서사 자체의 당위나 개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막장 드라마는 끊임없이 굴러간다. 이걸 보는 사람들이 작품에 원하는 것은 개연성이 아니라, 분노를 풀 수 있고 혹은 이입할 수 있는 대상인 '인물'이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은 막장 드라마를 넘어서 모든 드라마에도 해당된다. 드라마의 러닝타임은 극단적이라서 영화보다 아득히 늘어나거나, 서사를 완벽하게 처리못할 정도로 짧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기에 드라마 작품들은 공감할 수 있거나 관객이 보면서 이입하는 동시에 거리를 둘 수 밖에 없는, 영화에서 다루기 힘든 입체적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드라마의 또다른 핵심은 이슈메이킹이다:만약 드라마가 밋밋하게 쭉 흘러가기만 한다면 관객을 오랫동안 붙잡는 것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잘 만들어진 드라마는 영화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막장과 같은 서사 진행을 보여준다:예를 들어 한 에피소드에서 A사건이 벌어지면서 극중 긴장감을 올려놓고는,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A사건은 사실 별거 아니었고 B사건이 터지면서 인간들의 관계가 꼬이게 만든다. 떡밥과 낚시 드라마의 대명사였던 JJ 에이브럼스가 앨리아스라는 미드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개연성이나 당위성 등은 제쳐두고 '끝나기 전에 어떤 사건이 터지고, 그 사건이 바로 그 다음화에 이어져서 마무리되는' 형식은 이제 동서양을 막론하고 드라마의 기본이 되었다.
 
드라마 장르의 두 요소는 상대적으로 영화보다 드라마가 플랫폼에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였다. 넷플릭스 드라마들이 상대적으로 영화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는 것도 그러하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콘텐츠들은 사전에 제작하는 형태를 띄기 때문에 기존 드라마들보다 상대적으로 서사의 짜임세를 완성시킬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끝없이 이야기를 이어가서 이젠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슈퍼내추럴이나, 여주인공이 임신을 했는데 드라마 찍겠다고 무리수를 부려서 임산부 여주인공을 내보낸 앨리어스 등과 같이 '흥행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없다. 모든 시즌들은 '이어져도 그만, 안 이어져도 그만'의 독립적인 서사 완성도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그만큼의 독점력을 보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게임 시장에서의 구독형 수익 모델은 어떨까. 이미 포트나이트나 도타와 같은 구독형 배틀패스의 기믹은 오래전부터 시장에 안착한 상태였다. 심지어 최근 논해지고 있는 구독형 수익모델은 이미 PSN+에서 일부 구현되기도(가입하면 월마다 무료게임 전달) 하였다. 그러나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보여주는 엑스박스 패스나 엑스클라우드 등이 최종적으로 넷플릭스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더 나아가서 구글과 아마존이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뛰어들면서 게임을 '구독형으로 서비스'한다는 것이 정해지면서 게임의 구독형 서비스 모델은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넷플릭스의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기믹이 전통적인 트리플 A 게임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대척된다는 것이다:게임은 점점 거대한 스크린과 다양한 버튼 조작을 요구하는데, 스마트폰이나 테블릿 같은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이것을 감당할 수 있는가?는 클라우드 게이밍 및 구독형 수익 모델에 있어서 큰 문제점이다. 그리고 넷플릭스가 드라마라는 장르와 자사 플랫폼의 특장점을 서로 융합해 상부상조를 했었다면, 게임이라는 매체가 구독형 서비스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나 연구도 부족한 상황이다.
 
물론 현재 엑스박스 패스가 파격적일 정도로 구독 게임의 수를 늘리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본다면 엑스박스 진영이 구독형 게임 서비스라는 포문을 먼저 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게임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나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구독형 게임 서비스가 무언가(큐레이션, 혹은 다양한 게임들을 클리어했을 때의 특전, 또는 게임 외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플랫폼 등)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구독형 게임 서비스는 그저 허울만 좋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닌텐도 스위치 버전 기준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슈퍼핫은 단순하다. 하지만 슈퍼핫의 장르적 특성을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게임은 독특한 규칙으로 출발한다:플레이어가 멈춰있으면, 게임 내의 시간도 거의 멈춘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움직이면, 시간도 함께 움직인다. 이러한 대전제를 깔아두고 플레이어는 능동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조절하면서 수많은 적들을 물리쳐야 한다. 스테이지 구조는 단순하고 적이 등장하는 패턴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슈퍼핫을 '어디에 등장하는 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의미에서 퍼즐 FPS로 분류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반적인 플레이 흐름을 놓고 본다면 이런 접근은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슈퍼핫이 퍼즐 장르의 등식처럼 '정답이 존재하는 게임'일까? 이다. 마이크 타이슨의 "누구든 링 위에 올라와서 맞기 전까지는 계획을 갖고 있다"라는 말처럼, 슈퍼핫은 플레이어의 구체적인 계획들을 무너뜨리는 중요한 함정이 있다. 맵 구조는 단순하다, 적들이 등장하는데도 패턴이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흘러가는 '시간'이다.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움직이지 않는 한 시간은 '거의' 멈춰있다. 그 말인 즉슨, 플레이어가 멈춰있는 순간에도 시간은 조금씩 움직이며 플레이어를 압박한다는 것이다.
 
슈퍼 핫은 게임을 단순하지만 극단적으로 섬세하게 만들었다. 플레이어는 적의 공격 한 번에 쓰러진다. 그 대신 제한된 탄약과 체력은 플레이어가 유일한 장점인 '시간을 느리게 하는 능력'에 모든 집중을 쏟아 붓게 만든다. 하지만 한 발자국의 움직임이나 심지어 카메라를 돌리는 행위 조차도 게임 내의 시간을 흐르게 만든다. 퍼즐 게임 장르의 경우라면 정해진 해답과 접근 방식이 존재 했었겠지만, 한 발자국 한 번의 시점이동만으로 게임 속 시간이 흘러버리기 때문에 매번 세웠던 계획들은 조금씩 틀어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조금씩 생겨나는 변경점 때문에 슈퍼핫은 절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슈퍼핫을 막 시작한 플레이어는 게임 플레이가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 적들의 압도적인 물량과 빗발치는 탄환들을 피하기 위해서 천천히 한 발자국씩 내딛는다. 하지만 매 시도 매 순간이 이전 시도와 달라지기 때문에 처음 플레이 때는 매우 어렵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러나 게임에 익숙해지면서, 플레이어는 단순히 느리게 움직이는 것만이 정답이 아닌 것을 깨닫게 된다: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면, 게임은 빠른 걸음으로 움직인만큼 다른 게임의 1.5배속으로 진행된다. 플레이어는 빠른 걸음과 느린 걸음의 두가지 템포를 이용하여서 시간을 원하는데로 굽혔다 필 수 있는 것이다.
 
이 순간부터 게임은 살얼음판을 달리는 게임이 된다:플레이어의 감각은 고양되며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달려서 시간을 밀어붙이고 그 순간에 적을 해치우는 것을 반복한다. 단순하고 반복적이지만, 매 순간이 긴장감 넘치는 것이 슈퍼핫의 본질이다.
 
결과적으로 슈퍼핫은 단순하지만 흥미로운 게임이다. 단순한 컨셉이지만, 극단적으로 섬세하게 게임을 구성함으로써(움직임과 카메라 돌림에도 반응하는 시간의 흐름)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게임 이야기

 

파이어 엠블렘:풍화설월이 7월 26일에 발매되었다. 각성 때의 기적같은 성공과 if의 상업적 성공(와 함께 평단과 팬층에게서의 엄청난 혹평)을 통해서, 파이어 앰블렘은 일본을 벗어나 세계적인 IP로 거듭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풍화설월은 이를 증명하기 위한 디딤돌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풍화설월은 평단과 판매실적 양쪽 다 모두 성공적이었다:풍화설월은 다양한 웹진에서 호평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E샵이나 각종 판매 차트에서 좋은 실적을 거뒀다.

 

파이어 앰블램은 풍화설월은 최근 게임 프랜차이즈가 보여주는 경향성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기존의 프랜차이즈들은 점점 프랜차이즈 늘어난 게임 요소들을 정리하고, 프랜차이즈의 본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배틀필드의 경우 1과 V를 통해서 이전 현대전 시리즈에서 1942 시절의 게임 감각을 살리려고 했었고, 콜 오브 듀티는 블옵 3에서 4로 변화하면서 3편의 장점(스페셜리스트 등)을 가져오되 플랫포밍과 맵 구성을 이전 시리즈를 참조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이러한 '가지 치기'는 게임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지 않되, 플레이어가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들을 일관성 있게 유지함으로 프랜차이즈의 연속성을 살렸다.

 

그러나 풍화설월은 가지 치기가 아닌 '가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게임을 구성하였다. 기존의 파이어 엠블렘이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면서 몇몇 서브 퀘스트를 진행하는 형태였다면, 풍화설월은 한 학급을 담당하는 교사로 부임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들이 가진 재능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그 때문에 각성과 if를 해본 사람이 풍화설월을 처음에 하면 매우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는 파이어 엠블렘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에는 부합한다:각성 이후 파이어 엠블렘 신작들은 기존의 하드코어 SRPG에서 개성적이고 다양한 인물들이 모이는 케릭터 게임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특히 각성은 이전 시리즈로부터 모티브를 따온 지원회화와 결혼, 더 나아가서 자식세대까지 한꺼번에 등장시키면서 SRPG도 하는 동시에 소규모 미연시를 하는 경험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하였다. 하지만 각성과 if는 기존 시리즈의 시스템을 '그대로' 구현한 나머지, 결혼과 자식세대으로 이어지는 개연성이 매우 떨어졌다. '대체 장성한 자식들과 부모 세대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가', '자식세대는 부모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라는 서사적인 문제에서부터 '결혼을 했을 때 누구의 스킬과 외모를 따라가는가?'와 같은 시스템적인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하지만 풍화설월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보다 더 자유로운 육성을 위해 게임을 더 세밀하고 촘촘하게 구성하였다. 우선 기존의 전통과도 같았던 특징들(검-창-도끼 등과 같은 상성)을 스킬이나 별도 시스템을 통해서 분리하고, 부모세대-자식세대 간의 전승되는 스킬은 잘게 쪼갠 뒤 각각 교육 및 클래스 마스터를 통해서 얻을 수 있게끔 만들었다. 그 결과, 풍화설월은 이전작과 다르게 엄청나게 유연한 게임 운영이 가능하게 되었다:가령 케릭터 적성은 마법사지만 마법을 쓰면서 근접전에도 통달한 케릭터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심지어 아예 작정하고 정반대의 방향성을 가진 케릭터로 만들 수도 있다. 플레이어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무한한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게임이 풍화설월이다.

 

다만, 이 때문에 풍화설월은 게임에 본격적으로 재미를 붙이는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다: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안 오고, 시스템도 늦게 해금되는 것들이 많으며, 효율적인 활동 계획을 세우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을 극복하면 이 게임은 오랫동안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 이야기

콜 오브 듀티:모던 워페어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리메이크된다.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인피닛 워드는 이미 모던 워페어 3과 인피닛 워페어, 고스트 같은 프랜차이즈 내에서도 질 떨어지는 물건들을 만든 전력이 있다. 그런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기존에 했던 것을 재탕하거나(모던 워페어 3), 남이 한 것을 베끼거나(인피닛 워페어), 심지어 그것보다도 더 엉망인 물건을 만드는 것 정도다.(고스트) 모던 워페어의 리부트는 기존에 했던 것을 적당히 재탕한다는 의미에서 명약관화였다. 단지 그게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일어났을 뿐이다. 그러나 모던 워페어의 리부트가 늦던 이르던 도달하는 결론은 단 하나뿐이다:콜 오브 듀티의 시대가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모던 워페어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단 것이다.

 

한 때 역사를 풍미했던 작품이 리부트 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갓 오브 워도 리부트에 가까운 후속작으로 우리를 찾아왔고, 둠 2016년도 둠 3의 분위기를 쇄신하여 새롭게 등장한 전력이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새로운 리부트에 일말의 희망을 걸어볼 수 있지 않을까? 과거의 모던 워페어가 만들어냈었던 역사의 터닝 포인트를? 하지만 아쉽게도 그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한없이 0에 수렴할 것이다. 모던 워페어가 한 시대를 풍미할 수 있었던 점은 영화적 연출을 싱글플레이에 도입하였다는 점과 킬 스트릭으로 대변되는 빠르게 죽고 죽이는 멀티플레이 사이클을 확립했다는 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모던 워페어는 분명 이후 10년 간의 경향성을 결정한 중대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콜 오브 듀티가 1년 단위로 발매되는 사이클을 택하였을 때, 이미 이 프랜차이즈의 성패는 정해졌었다. 트리플 A 게임 치고는 다소 짧은 2년~3년 간의 개발 사이클 동안, 콜 오브 듀티는 반보 전진(슬레지해머, 트라이아크), 2보 후퇴(인피닛 워드)를 하며 제 자리를 맴돌 뿐이었다. 그리고 팬들은 매년 나오는 콜옵에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다른 프랜차이즈들은 모던 워페어의 그늘에서 벗어나서 자신만의 연출이나 방법론들을 찾아냈고, 게임 시장과 소비자도 거기 맞춰서 변화하였다. 배틀필드뿐만 아니라 레인보우 식스 시즈의 등장, 배틀 로열 장르의 성립, 콜옵의 킬 스트릭 시스템을 한 단계 진화시킨 타이탄폴, 무료 플레이 게임을 재정의한 포트 나이트의 강세 등등을 통해 보았을 때, 이미 모던 워페어의 문법을 받아들인 제작자들은 그 노하우를 새로운 형태로 풀어내는 단계에 도달하였다.

 

요컨대, 콜 오브 듀티가 지금에 와서 모던 워페어의 리부트를 만든다는 것은 광활한 사막 위에 모래를 뿌리는 것과 같다. 더해진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고, 빠진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 이미 세상은 변해서 흘러가는데, 그 위에 인피닛 워드는 모두가 갖고 있는 기본 소양을 한 움큼 더한 물건을 시장에 출시하려 하고 있다. 그 물건이 바로 모던 워페어 리부트다. 그나마 슬렛지 해머와 트라이 아크가 조금씩 변주를 주면서 이 프랜차이즈의 생명선을 조금씩이라도 늘려보려 했었지만, 그 간의 노력들은 이번 모던 워페어 리부트로 모조리 다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남들은 10년 간 바뀌었는데 이 프랜차이즈는 다시 10년 전 원점으로 돌아가버리겠다고 선언한 꼴이 되었으니까.

 

물론, 게임이 나오기 전까지 매도나 폭언은 자제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번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외부적인 요인 측면에서도 불안하다. 일단은 기존 블옵 4와의 포지셔닝의 문제다. 블옵 4는 분명하게 멀티플레이만 존재하는 서비스로서의 게임이다. 멀티플레이로서 모든 것을 거머쥐겠다(코옵, 소규모 팀파이트, 그리고 배틀 로열까지)는 블옵 4의 실험은 분명 흥미로웠고, 많은 팬들에게 어필할 여지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본 작과 블옵 4 간의 동종 포식을 유발할 수도 있다. 기존 콜옵들도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서 새로운 작품을 하지 않고 이전 작품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완전히 멀티플레이에 올인하고, 시리즈 최초로 새롭게 추가된 배틀 로열 모드까지 있는 블옵 4는 콜옵 내에서도 전례가 없는 작품이었고, 콜옵과 팀포 2/오버워치의 경계선상에 놓인 특이한 작품이었다. 거기에 구작으로의 회귀를 외치는 작품을 얹는다면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콜옵 팬덤 층을 반으로 쪼갤 여지가 있다. 즉, 블옵 4의 존재는 모던 워페어 4에게 있어서는 독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그것은 바로 액티비전의 이해가 안되는 행보다:액티비전은 슬렛지 해머-트라이 아크-인피닛 워드의 3년 개발 체계를 트라이 아크-인피닛 워드(+슬렛지 해머)라는 2년 개발 체계로 바꾸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인피닛 워페어나 고스트나 모던 워페어 3 같은 작품을 만드는 제작사를 죽이지 않고 살리고, 슬렛지 해머 같이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하면서도 흥행도 성공한 회사를 역량이 후 달리는 제작사 밑에 붙여준다는 것은 도저히 상식으로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블옵 시리즈를 만드는 트레이아크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인데, 문제는 다시 2년 체계로 돌아가버렸으니 트레이아크의 운신 폭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었다.

 

블옵 4의 성공 이후 액티비전이 했어야 했었던 것은 새로운 작품을 더 빨리 더 적은 인원으로 뽑아내는 것이 아닌, 팬층이 그 게임을 오래도록 붙잡고 즐길 수 있게끔 지원해야 하는 것이었다. 팬들은 이미 1년 단위로 바뀌는 콜옵 멀티 환경에 점점 지쳐가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모드인 블랙아웃도 프랜차이즈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정과 노하우를 쌓아올리는 기간이 필요했었다. 하다 못해 1년 정도는 블옵 4에게 기회를 주고 지속적인 이벤트와 서비스 등을 개최했어야 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 대신 그들이 선택한 것은 낡아빠진 명작의 리부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했다:번개처럼 달리는 자는, 천둥과도 같이 무너진다고. 물론,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분명 다른 프랜차이즈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작 블옵 4나 전전작 WW2 정도의 성공이 될 수 있을까? 시장은 점점 가혹해지고, 좋은 게임은 넘쳐나며, 콜옵식 데스매치 위주의 멀티플레이는 이제 구식이 되었다. 이건 이미 블옵 4도 인정한 부분이다. 거기에 탱크 몇대 추가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제 번개 같은 섬광이 천둥과도 같이 무너질 때가 오고 있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랜차이즈의 종말의 서곡이 될 것이다.

 

게임 이야기
 
 
*마이티, 슈페리어 난이도까지 클리어하고 쓰여진 리뷰입니다.
 
오락실 문화를 기억하고 연식이 오래된 사람들이라면 건틀랫, 파이널 파이트나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퍼니셔, 베어너클, 닌자 베이스볼 배트맨, 던전 앤 드래곤 2:쉐도우 오브 미스타라 등의 대표작으로 유명한 벨트 스크롤 아케이드 장르(북미쪽 용어로는 빗 뎀 업Beat Them Up를 알 것이다. 여러명의 플레이어가 일직선형의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적들과 격투를 벌이고, 강력한 보스와 싸워 나가는 벨트 스크롤 아케이드 게임은 한 때 오락실의 한 구석을 차지하였던 터줏대감이었다. 여러명의 플레이어가 힘을 합쳐 수없이 몰려오는 잡몹들을 쓸어담고 강력한 보스를 때려잡는 쾌감이 이 장르의 주요한 매력이었다. 하지만 아케이드 문화가 쇠퇴하고 게임 시스템의 물리적 기변이 크게 변하면서 벨트 스크롤 아케이드 게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정확하게는 장르의 특징들이 지금의 장르로 넘어오면서 다양한 기믹과 시스템으로 분절 되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벨트 스크롤 액션 장르의 경험을 2019년에 되살린 게임이 있었다. 바로 이번에 리뷰하게 된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가 그 주인공이다.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개발 과정에서부터 뒷 이야기가 많은 게임이었다. 얼티밋 얼라이언스 1편이 평단과 대중들에게 찬사를 받았지만, 2편이 그저 그런 평가와 함께 사라지면서 정식 후속작은 근 10년 가까이 나오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마블이 끊임없이 얼티밋 얼라이언스의 시스템을 방계 작품(마블 퓨처 파이트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등에 이식하였으면서도 후속작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치 마블이 '얼티밋 얼라이언스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모델'이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아서 계속 준비하고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닌텐도 스위치가 등장한다:게임 인포머와의 인터뷰에서 닌텐도는 마블에게 스위치의 프로토 타입을 시연할 기회가 있었고, 마블은 스위치를 보고 난 뒤 10년 가까이 잠자고 있었던 얼티밋 얼라이언스 3 프랜차이즈의 재가동을 결심했다고 하였다. 어떤 점에서 스위치가 얼티밋 얼라이언스에 이상적인 콘솔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이야기는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후술할 분석과 스위치라는 하드웨어의 특수성에 비추어 보았을 때, 마블이 생각하는 얼티밋 얼라이언스의 지향점은 하드코어한 게이머들과는 다른 무언가라고 판단할 수 있다.
 
리뷰에 앞서서 언급해야하는 전제가 있다: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B급 게임이다. 최근 트리플 A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영화적 연출이나 QTE,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드는 섬세한 시스템 등은 이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노골적으로 이러한 최근의 트랜드들을 무시한다. 오히려 게임은 트리플 A 특유의 고풍스럽게 포장되어 있는 기교보다도, 노골적이고 값싼 재미를 추구한다는 것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러한 팀 닌자와 코에이 테크모가 이 노골적이고 값싼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서 들인 기교는 전혀 '싸구려'가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전반적으로 값싼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플레이할 수 있는 가치를 가진 게임이 되었다.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전작들이 그랬듯이, 다양한 마블 만화에서 등장한 케릭터들로 4명의 팀을 구성하여 적들과 보스를 물리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각 케릭터들의 무브셋은 기본적인 약공격과 약공격인 콤보 피니쉬, 강공격, 공중 공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킬셋은 R버튼+X,Y,A,B 조합으로 4가지의 스킬을 발동시킬 수 있다. 플레이어는 게임 중 십자 버튼을 이용해서 각 버튼에 대응되는 케릭터를 조작할 수 있고, 때와 장소에 따라서 조작 케릭터들을 적재적소에 바꿔가면서 게임을 풀어나간다. 게임은 일직선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게임에서 신경써야 하는 것은 적들을 스킬을 써서 물리치는 것 뿐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단순하고 특성없는 맥빠진 게임으로 느껴진다. 할 수 있는 건 일직선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것뿐이고, 액션 RPG라 하지만 다양한 스킬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팀닌자와 코에이 테크모는 여기에 몇몇 변주를 넣음으로써 독특한 게임을 만들어 냈다. 
 
 
첫번째 차별점은 게임 내의 적들의 호전성과 내구성이다. 몇몇 플레이어들은 코에이 테크모가 개발을 전담하였기 때문에 무쌍의 DNA가 필연적으로 들어 갔으리라 추측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무쌍 특유의 '아무것도 안하면서 몇대 툭툭 치면 곧바로 골로가는 적들'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의 적들은 대단히 단단하며 호전적이다. 일반 적들은 체력이 낮고 플레이어의 일반 공격에도 경직이 걸리지만, 압도적인 물량과 잦은 공격으로 플레이어를 압박한다. 하지만 일반 적들보다 문제가 되는 건 강적이다. 이들은 보스에 비해서는 약하지만 기본적으로 슈퍼 아머 상태(브레이크 게이지)이고, 슈퍼 아머를 깨기 전까지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억소리가 나오는 강력한 공격을 가해온다. 그렇기 때문에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무쌍 시리즈와 달리 적들 20~30명과 싸우는데도 상당한 난이도를 느낄 수 있다.
 
심지어 등장하는 적들의 세력에 따라서 공격 패턴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A.I.M의 적들은 기본적으로 사격 빈도가 높고, 강적의 경우 화염 장판을 깔거나 화염을 방사하거나 화염구를 날려서 플레이어를 압박한다. 하지만 하이드라의 경우, 일반 적이 사격 빈도가 낮은 대신, 강적들이 전기 속성의 공격을 가해와서 플레이어를 스턴에 걸리게 만는다. 센티넬은 보스급 몸집에 강력한 전기 속성의 빔 공격을 가하지만, 쓰러뜨리면 폭발하는 동력 코어를 떨어뜨린다. 일단 스토리 모드에서는 한번에 한 팩션의 적들만 나오기 떄문에 크게 어려울 것은 없지만, 팩션별 적들이 교차해서 조합하는 인피니티 리프트에서는 골때리는 상황을 종종 마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폭하는 센티넬이 나오는데 하이드라의 강적들이 플레이어를 전격으로 스턴을 먹여서 한 방에 플레이어 케릭터들을 한꺼번에 골로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 적과 강적들은 보스전에 비교하면 약과라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가 보스전 디자인에 참조 한 것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의 MMORPG의 보스 레이드다:강적과 같이 슈퍼 아머가 달린 강력한 보스가 공격에 다양한 패턴을 쓰고, 보스가 깔아둔 설치물들이나 투사채 등을 피하면서 보스를 공략해야 한다. 이정도까지면 액션 게임에 MMORPG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바닥 깐 거 좀 피하세요 아'라는 귀찮은 요소를 섞은 것 처럼 보이지만, 제작자들은 바닥 이외에도 MMORPG에서 쓰인 다양한 기믹을 게임에 녹여놓는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보겠다:도르마무 전에서는 플레이어는 한 명이 암흑 크리스탈을 들고 적의 공격을 받아가면서 크리스탈을 충전하고 도르마무의 방어막을 깨야 한다. 만약 제대로 방어막을 깨지 못하면 공대 전멸기를 쓰듯이 도르마무가 파멸적인 피해를 플레이어에게 입힌다. 게임은 이런식으로 보스전 곳곳에 자잘하게 다양한 기믹이나 보스 패턴, 더 나아가서는 플레이어의 역할 분담을 요구하는 등의 공략을 요구한다. 그래도 게임이 장르 본질을 잊지는 않았는지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들이 꽤 있다.
 
012
시너지 조합 리스트(간단), 상세 버전, 케릭터별 시너지 조합 여부 자료
 
 
이렇게만 본다면 '영웅 4명에 스킬 4개 갖고 어떻게 되는 구조가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모든 좋은 게임들이 언제나 그랬듯이,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플레이어에게 해결이 어려운 문제를 던져주고 그것을 능가하는 강력한 해결책을 동시에 제공한다. 이 경우에는 시너지와 얼라이언스 익스트림 어택일 것이다. 우선 시너지부터 이야기해보자:시너지는 ZR+X,Y,A,B 버튼으로 발동할 수 있거나 다른 케릭터가 스킬을 사용할 때 A버튼을 눌러서 참여할 수 있다. 그렇게 되었을 때 게임은 각각의 스킬 판정 범위가 겹쳐지는 경우 정의된 시너지 효과를 발동시킨다. 스킬의 속성에 따라서 되는 조합이 있고 안되는 조합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케릭터의 스킬을 보고 팀 조합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시너지 공격이라는 개념은 이미 전작에도 있었다. 그러나 전작에서 스킬의 조합이 결국은 비슷비슷한 효과들로 점철되었던 것과 비교하였을 때,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의 스킬 조합은 개성적이고 파괴적이다. 시너지 공격은 기본적으로 잡몹의 경우에는 크게 날려버리거나(슬램+슬램), 위로 크게 띄워버려(라이징+라이징) 간이 CC기 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기존 스킬들의 판정을 보스나 강적에게 겹치게끔 만들고 시너지 딜까지 누적(세이프 가드+빔, 러쉬+빔/래피드 파이어)해서 무지막지한 딜을 뽑아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응용이 가능하다. 특히 각 스킬별로 설정되어 있는 데미지나 슈퍼 아머를 부수는 능력의 척도인 브레이크 성능을 활용하여, 강적들이나 보스의 슈퍼 아머 게이지를 쉽게 줄여나갈 수 있다.
 
또한 얼라이언스 익스트림 어택이 있다:얼라이언스 익스트림 어택은 무쌍 시리즈에서의 무적 필살기인 무쌍과 유사하다. 그러나 무쌍 시리즈의 그것과 다른 점은 4명의 팀원들이 참가할 수록 데미지 전체가 뻥튀기 된다는 점이다. 4명이 동시에 익스트림 어택을 가하는 얼티밋 얼라이언스 익스트림 어텍은 데미지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관점에서도 대단히 만족스러운데, 4명의 필살기가 모두 작열해서 만들어내는 혼돈스럽고 파괴적인 광경은 플레이어가 적을 싹쓸어버린다는 쾌감을 안겨준다.
 
물론 항상 시너지 공격과 얼라이언스 익스트림 어택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너지를 발동시키기 위한 스킬은 EP가 있어야만 쓸 수 있고, 얼라이언스 익스트림 어택 게이지는 플레이어가 피격되거나 적을 공격했을 때 조금씩 차오른다. 플레이어는 강력한 딜을 뽑아내기 전까지는 통상공격(공중 공격, 약공격-콤보 피니쉬, 강공격)을 최대한 활용해서 EP와 얼라이언스 익스트림 어택 게이지를 채워야 한다. 즉, 게임은 플레이 흐름에 있어서 전반적인 강약 흐름을 부여하고 있는데, '강:시너지/익스트림 어택을 가한다' - '약:소비된 자원을 채우기 위해 통상공격을 최대한 활용한다' - '강:기회가 될 때 다시 시너지/익스트림 어택을 가한다' 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흐름에 강약을 부여하는 것 외에도 독특한 변수가 게임에 개입한다. 그것은 바로 협동 플레이다. 협동 플레이를 하게 되면 솔로 플레이보다도 많은 변수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시스템은 시너지의 정의를 'ZR+X,Y,A,B로 발동하는 것'이 아닌 '시너지 속성이 부합하는 두 스킬이 판정이 겹쳐진 경우'로 두었다. 물론 ZR+X,Y,A,B 는 EP 소모가 심하긴 하지만 AI 플레이어에게 신호를 보내서 확실한 시너지 공격을 성립시킨다. 하지만 복수의 플레이어가 존재한다면 타이밍에 맞춰 스킬을 발동시켜 판정을 겹치게 하는 것으로도(두 플레이어가 R+X,Y,A,B로 스킬을 발동시키고 판정을 겹치게끔 하는 것) 시너지를 발동시킬 수 있다. 
 
이러한 시너지의 광범위한 정의는 게임에서 협동의 요소를 큰 폭으로 넓혀뒀다. 예를 들어, 러시 속성의 스킬로 울버린 플레이어가 공격을 시작하면 데어 데빌 플레이어는 러시 속성 공격을 발동시켜서 광역 공격을 발동시키고, 엘사 플레이어는 원거리에서 래피드 파이어 속성 공격을 발동 시켜서 2개의 시너지 효과(러시+러시, 래피드 파이어+러시)를 동시에 일으킬 수 있다. 데미지는 기존 시너지 발동과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더 나아가서 얼라이언스 익스트림 어택의 경우도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공격을 순차적으로 발동하여 효율을 극대화시킬수도 있다. 모든 일반 적과 강적들을 끌어들이는 매그니토의 익스트림 어택을 발동 시킨 뒤, 나머지 케릭터들의 익스트림 어택을 한꺼번에 발동시켜 화력을 집중하여서 적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와 같이 게임은 혼자서 할 때보다 다른 플레이어를 끌어들여서 했을 때, 더 많은 전략의 유연성이 생겨나게 된다.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것이 티가 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힘을 줘야할 곳과 안줘도 되는 부분을 최대한 단순하게 정리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 대신, 기본적으로 코옵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부분에 많은 방점을 찍었다.(시너지 공격과 얼라이언스 익스트림 어택 등) 이러한 작품이 만들어진 이유는 마블이 얼티밋 얼라이언스라는 게임 프랜차이즈의 본질을 '단순하지만 여러 명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치를 고른 이유도 스위치가 한 시스템으로 두명의 협동 플레이를 지원한다는 점, 그리고 휴대 기기의 성능을 활용해 오프라인 코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였을 것이다. 벨트 스크롤 액션 게임의 감수성이 몰려오는 적들을 가벼운 콤보 등을 이용해 물리치는 것과 여러명의 플레이어가 같이 플레이하는 것 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이 장르의 정통 후계자라 할 수 있다.
 
 
물론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단순히 그 시대의 감수성을 살리는 것에 천착하지 않는다. 시대가 변한 만큼 게임은 RPG 다운 성장과 육성 시스템도 도입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레벨링과 스킬 업그레이드, 팀 전체에 부여할 수 있는 패시브 등을 지원하지만 일방향 적인 성장이기 때문에 다양성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신 게임은 ISO-8이라는 장비품을 통해서 케릭터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택했다. ISO-8은 RPG로 치면 장비와 같다고 할 수 있는데, 단순히 스탯을 올려주는 것을 넘어서 케릭터의 성능에 변화를 주는 다양한 패시브 효과를 제공한다. 강공격의 데미지를 올려주거나 속성을 부가하는 ISO-8이 있기도 하며, 적에게 노려질 확률을 올리거나 경험치 증가, 레어 장비 획득, 특정 조건에서 EP/HP 회복 등의 조건을 가진 ISO-8들이 많다. 가장 눈여겨 봐야하는 것은 두가지 ISO-8의 성능이 합쳐진 무지개 색의 ISO-8인데, 이걸 파밍할 정도가 되면 케릭터 세팅이 완성되는 단계라 이 게임에 있어서 엔드 콘텐츠라 할 수 있다. 
 
레벨링과 스킬 업그레이드, 팀 패시브,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ISO-8 파밍은 자연스럽게 노가다로 귀결된다. 하지만 스토리는 중간 중간 컷씬이 많고 어떤 것을 얻을지 모른다는 문제가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등장한 것이 바로 인피니티 트라이얼이다. 인피니티 트라이얼은 기존 스토리 모드에서 특정한 스테이지나 보스전을 때와서 다양한 조건을 걸고 플레이하는 모드로, 파밍의 기본이 되는 모드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보스전에 강적이 난입하는 것도 모자라 보스가 추가로 두명이 더 있다던가, 시너지 이외에는 어떤 공격도 먹히지 않게끔 조정한다던가,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달아서 없어지게끔 한다던가 등의 다양한 보정이 걸려있기 때문에 한번 한 게임을 반복한다는 느낌 없이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전반적으로 게임 퍼포먼스는 문제가 없는 편이다. 시너지나 익스트림 어택이 들어갈 시에 프레임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구간들이 있지만, 이 부분 때문에 게임이 진행이 불가능하거나 그런 일은 없다. 다만 문제는 퍼포먼스 쪽보다는 카메라다. 게임은 이전작들 처럼 먼거리에서 카메라를 잡는 클래식 카메라와 플레이어 등 뒤에서 카메라 시점을 잡고 3인칭 액션 게임을 하듯이 구성한 히로익 카메라로 두가지 카메라 모드를 설정하였다. 하지만 어떤 쪽이든 카메라가 구석에 끼어서 버벅거리거나, 벽에 부딪혀서 갑자기 카메라가 이상한 방향을 바라본다던가 등의 문제가 있다. 아마도 패치로도 고쳐질 수 없는 부분으로 보여지는데, 게임 전반적인 완성도와 별개로 이상한 부분에서 게임 재미를 깎아먹는 점은 매우 아쉽다.
 
결론적으로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훌륭한 B급 게임의 표상이다. 게임은 분명 싸게 만들어졌지만, 들어가야할 것들은 모두 들어가 있고, 시스템을 크고 거칠게 굴리는 대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코옵 등을 통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계속해서 연구하는 재미도 있다. 물론 무쌍 시리즈를 만든 회사의 작품인 만큼 무쌍이 일정 부분 겹쳐보이긴 하지만,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무쌍과는 색다르며 계보가 다른 게임이다. 여러 명과 함께 즐기거나, 반복적인 플레이를 원하는 플레이어라면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충분히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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