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에 해당되는 글 3건

게임 이야기

 

메트로베니아라는 장르는 닌텐도로 나온 메트로이드 시리즈와 코나미에서 나온 캐슬베니아(일본쪽 명칭으로는 악마성 드라큘라) 시리즈, 두 이름을 합쳐서 만들어진 조어다. 정확하게는 메트로이드가 먼저, 월하의 야상곡이 등장한 이후에는 메트로베니아라는 장르가 정착했다. 메트로베니아는 2D 플랫포머의 하위 장르지만 단방향적인 스테이지를 두고 달려나가는 거대한 스테이지를 설정해두고 플레이어가 스테이지 곳곳에 숨겨져있는 비밀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메트로이드와, 여기에 RPG 요소들을 탑재한 월하의 야상곡을 통해서 장르적으로 성립되었다. 메트로베니아 시리즈는 이후 캐슬베니아 시리즈로 이어져내려오다가, 2D 플랫포머가 메인 스트림에서 내려온 2000년대 이후에는 인디게임이나 소규모 제작 게임들(블러드스테인드나 할로우 나이트 같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확실한 점은 메트로베니아라는 장르 자체는 여전히 현역이고, 많은 개수와 재해석이 이루어진 '살아있는 장르'라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도 살아있는 메트로베니아 장르의 원판이라 할 수 있는 메트로이드와 캐슬베니아는 아이러니하게도 생명력을 잃었다는 점일 것이다. 캐슬베니아의 경우, 코나미의 노선 변경과 프로듀서인 이가라시 코지의 이탈 등의 다양한 일들이 겹치면서 2010년 전후로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메트로이드는 조금 달랐다. GBA로 나온 메트로이드 퓨전 이후, 메트로이드는 프라임 시리즈를 내면서 기존 메트로이드의 노선과 다른 길을 걸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메트로베니아 혹은 메트로이드 장르에 속한 메트로이드 게임은 사실상 2002년 퓨전이 마지막이었다. 1인칭 액션 게임으로 새로운 방향성으로 나가고, 그것이 결말을 맺은 프라임 3부작이 07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메트로이드 시리즈의 침묵은 어찌보면 캐슬베니아 시리즈보다도 더 오래되었다 할 수 있다.

 

메트로이드 드레드는 커럽션 이후 14년, 그리고 퓨전 이후 19년만에 등장한 2D 메트로베니아 게임이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4가 나오는데 기약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그 사이를 매꿔줄 작품이 필요했다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었지만, 그것이 메트로이드 퓨전으로부터 정식으로 이어지는 속편이었다는 점은 팬들을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제작사인 머큐리 스팀이 메트로이드 사무스 리턴즈를 만든 제작사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선택이 그렇게 까지 놀랍지는 않을 것이다. 반가운 소식이긴 했지만, 동시에 근 20년만에 다시 2D 메트로이드 장르로 돌아온 것일까? 그것이 적절한 선택이었는가? 라는 질문들이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긴 했을 것이다. 메트로베니아 시리즈는 메트로이드나 케슬베니아의 역사를 넘어서 장르 그 이상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드레드는 프라임 4이 나오지 않는 기대감을 채워줄 지 여부를 떠나서, 지금와서 메트로이드 시리즈가 다시 그 문법을 따르면서 재조명을 받을 가치가 있는지까지 대답해야 했었던 부담감을 지고 있는 게임인 셈이다.

 

드레드는 특이하게도 메트로이드 기본 시리즈 본연에 충실한 게임이다: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능력들을 얻고, 스테이지를 풀어나간다. 놀라울 정도로 드레드는 이 구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19년 간의 공백동안 있었던 장르적 변주나 발전을 철저히 배제한 체 우직하게 기본 구성으로 승부를 본다. 게임은 3DS 버전 사무스 리턴즈에서 적용한 우 스틱으로 조준하는 시스템과 후술할 몇몇 부분을 빼면 이전 메트로이드와 거의 동일한 구조이고 그 차이를 제외한다면 19년전의 메트로이드와 동일하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트로이드 드레드는 훌륭하게 작동한다. 기본적인 장르적 재미 자체는 이미 30년전부터 보장된 시리즈지만, 메트로이드 드레드는 그러한 시리즈의 본질에 충실하다. 플레이어는 끊임없이 뛰어다니고, 새로운 능력을 얻고, 더 나아가서 보스와 싸운다. 최근 게임들이 많은 부분 포기했다 할 수 있는 '짜임새 있는 구성'이나 '재미가 떨어질만한 구간에서 새로운 요소를 투입해 재미를 주는 진행 곡선'은 메트로이드 드레드에 적확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드레드는 메트로베니아, 아니 그보다도 더 이전의 메트로이드의 뼈대에 기반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베이스가 되는 게임 플레이는 이전 시리즈와 같이 상당히 깊이가 있다. 메트로베니아의 시작이라 할 수 있었던 월하의 야상곡이 능력의 구분에 따라서 맵을 구분하는 것이 상당히 거칠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말이다:월하의 야상곡에서 스테이지들은 상당히 러프하고 분명하게 형태로 나뉘어져 있는데, 더블 점프가 있으면 통과할 수 있는 곳/박쥐 변화가 있으면 통과할 수 있는 곳 등등으로 얻는 능력에 따라서 도달할 수 있는 곳들이 분명하게 정해졌다. 하지만, 오래된 메트로이드 시리즈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능력에 따른 스테이지 구분들을 다양한 테크닉 등을 통해서 뛰어넘을 수 있게끔 하는 것들이 가능했다. 요컨데, '그 능력을 해금하지 않고도 다음 구간으로 넘어갈 수 있는' 숨겨진 테크닉과 구간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깊이 때문에 드레드는 실제 플랫포밍 플레이를 진행할 때 더 다양한 선택지들이 존재하는 편이다.

 

메트로이드 드레드의 흐름은 동키콩 트로피컬 프리즈의 케이스 때와 유사하다:게임은 고전 2D 플랫포밍 게임을 그대로 따라가는 한 편, 그 속에 두 가지 트렉을 숨겨두는 것이다. 하나는 게임 스테이지를 그대로 따라갔을 때의 정석적인 흐름, 또다른 하나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깊이 이해했을 때 색다른 흐름으로 경험하게끔 하는 것이다. 이 두 흐름이 상충되지 않고(강제적인 게임 플레이로 게임을 쉽게 만들지 않고, 동시에 게임 난이도를 억지로 끌어올리지 않는 등), 서로 상보적인 동시에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드러낸다는 점(동키콩 트로피컬 프리즈에서는 바나나 코인과 같은 요소가 그러하고, 메트로이드 드레드에서는 업그레이드 요소가 그러할 것이다)에서 드레드의 큰 흐름은 동키콩 프로즌 컨트리와 맞닿아 있다:2D 플랫포밍에서 스피드 러닝의 테크닉과 플랫포밍 게임에서의 테크닉을 자연스럽게 게임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말이다.

 

여기에 드레드는 E.M.M.I라는 독특한 변주를 준다:E.M.M.I.는 특정 스테이지 구간에서만 등장하는 보스형 몹이며, E.M.M.I.는 죽일 수 없기 때문에 구간 내의 보스를 잡아 1회성 능력인 오메가 빔을 해금하기 전까지는 이들을 피해서 돌아다녀야 한다. 즉, 이 스테이지에서는 E.M.M.I.가 일종의 이동형 즉사 장애물로 등장하고, 플레이어는 최대한 이들을 피해서 E.M.M.I가 없는 스테이지 밖으로 피신해야 한다. 이동형 즉사 장애물이 나오는 게임들이 최초는 아니지만, E.M.M.I.는 상당히 넓은 구간에서 지독하게 플레이어를 쫒아온다. 그걸 떨쳐내기 위해서는 스테이지 내에 있는 다양한 요소(자력 벽이나 카트, 작은 통풍구 등)들이나 플레이어의 능력(투명해지는 능력 등등)들을 최대한 쥐어짜야 한다. 이러한 E.M.M.I.가 등장하는 구간이 플레이어가 계속 진행하는 방향에 등장하기 때문에, 게임에 긴장감을 계속해서 더 해주는 요소라 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게임 자체가 상당히 일방향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메트로이드 시리즈가 하나 하나 따져보면 진행 방향이 분명히 정해져있는 게임이긴 한데, 그래도 최근의 메트로베니아 시리즈들처럼 맵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탐색하거나 하는 여지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나마 중반 이후에 맵을 탐색할 수 있게끔 풀어주기는 하는데, 그 타이밍이 좀 늦다는 느낌이 강한 기분이다. 더 넓은 맵에서 자유롭게 탐색하는 진행 구간을 늘려줬으면 더 재밌을 수 있는 부분이긴 한데, 아마도 전통적인 메트로이드 시리즈에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을 배려하기 위해 제작사가 넣은 부분이라 판단된다. 다만, 너무 배려하지 않았나 싶은 아쉬움도 들긴 한다.

 

결론을 내리자면, 메트로이드 드레드는 여전히 지금도 전통적인 메트로이드 시리즈가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게임이다. 숙련된 플레이어면 5~7시간을 하면 클리어하긴 하겠지만, 그 5~7시간을 매우 만족하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다음번 작품에서는 좀 더 플레이어를 풀어주고 좀 더 몰아붙여도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고어Gore란 무엇인가. 고어란 영어의 오래된 표현 중, 엉겨붙은 피, 선혈을 표현하는 단어로부터 유래되었다. 피의 카니발 이후, 고어라는 장르는 B급 호러영화에서 일반 영화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이제 인체 훼손과 파괴는 특정 서브컬처의 점유물은 아니다. 인간이라는 존엄성을 가진 인격체가 폭력이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피와 근육, 뼈의 파편으로 분해되고 쪼게지는 그 모독의 미학은 대중에게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폭력이 존재하는 곳에는 그 증거물로 고어가 존재할 것이고, 대중매체가 폭력을 다룬다면 고어의 표현방법론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좀 더 나아가보자:인간의 인격을 해체하고 모독하는데 있어서 폭력이란 '물리적'인 방법만이 존재하는 것일까. 한 인간이 인간 미만의 존재로 모독당하는 과정, 더 나아가서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고통과 불쾌함이란 단지 물리적 고통을 넘어서, 사회 경제적인 빈곤이나 정신적인 질병, 인간과의 관계 등에서 다양하게 드러날 수 있다. 이것을 일반적으로 고어의 미학 범주에 넣진 않겠지만, 이러한 모독과 부패의 과정 역시 광의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고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광의의 고어, 인격체가 주변 환경에 의해서 찌그러 들고 부패하는 과정은 대중적이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폭력과 그 표현 방법론으로 고어는 일종의 '해방감'을 선사한다:현실에서 이루어지기 힘든 비현실적인 욕망(폭력적 욕망)의 실현을 위해 고어의 미학은 발전했다. 터져나가는 머리, 흘러나온 내장, 박살난 신체들은 인간의 어두운 욕망들을 충족하기 위한 미학으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한 인간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정신적으로 박살나는 과정에서 대중이 일반적인 고어의 미학에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없다. 이러한 모독과 파괴의 과정은 비일상적인 축제라고 이야기하기에는 현실의 재현에 가깝기 때문이다. 가난, 정신병, 사회적 차별 등은 여전히 현실이다. 그런 실제의 모독을 재현하는 것은 재미와 해방과 거리가 멀다. 

 

물론 이런 인간 모독의 과정을 다루는 작품들이 존재하기는 한다. 아트하우스 계열의 영화들이 그렇고, 여기서 간략하게 다루고자 하는 클린 쉐이븐 같은 작품들이 그러하다. 흥미롭게도 아트하우스 영화에서 사회적인 차별이나 정신병 같은 소재들이 벗어나고자 하는, 벡터가 있는 작품이었다면 클린 쉐이븐 같은 작품들은 가난과 정신병과 같은 것들이 '날 것 그 자체'로 묘사된다는 점에서 특징적인 작품이다.

 

클린 쉐이븐은 망가져버리고 낮게 짖눌려버린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다:클린 쉐이븐의 주인공은 조현병을 앓는 환자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입양된 자신의 딸을 찾기 위해서 머나먼 여정을 떠난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은 일반적인 맬로 드라마 같진 않다. 주인공은 계속해서 환청을 듣고, 편집증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가리기 위해 유리를 가리거나 뒤집으며, 더 나아가서는 실제 자신이 했는지 안했는지 조차 불분명한 상황들(아이를 살해하는 장면이라던가)의 환상에 시달린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서 영화는 밑바닥 삶을 메마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클린 쉐이븐의 미학은 쓰레기의 미학이다. 그리고 그 쓰레기들이란 인간 인격의 파괴된 잔여물, 광범위한 의미의 고어라 할 수 있다. 영화 속 세계는 주인공의 머릿속 마냥 난잡하고 무가치하며 흩어져있다. 그가 훔친 차, 도서관에서 흐트려놓은 책들, 잠시 들렀던 그의 부모의 집과 싸구려 모텔 등처럼 그의 주변 모든 것들은 지저분하게 눌어붙은 자국마냥 빛을 바라고 어지럽게 흐트러져있다. 이러한 어지럽고 지저분한 광경들은 인물들이 처해 있는 광경들이 그들이 어찌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는 여기에 어떤 감상조차 담지 않고 메마른 감수성으로 보여줌으로 마치 파괴되어버린 인간들의 모든걸 마치 로드킬 당한 고양이의 시체마냥 무덤덤하게 드러낸다.

 

흥미로운 점은 클린 쉐이븐에서 육체의 파괴와 정신의 파괴가 서로 교차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일 것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몸에 도청장치가 삽입되었다고 믿고, 스스로 머리 가죽을 뜯어내거나 손톱을 파내고 그 밑에 있는 살점을 칼로 후벼 판다. 상당히 고통스러운 이 장면에서 보여주는 주인공의 태도는 흥미로운데, 자신의 조현병적인 집착에 그 행위가 주는 고통에 대해서 어떠한 반응을 하지도 않은채 차갑고 덤덤한 시선으로 자신의 행위를 응시한다. 자신을 파괴하는 과정, 자신의 신체조차 조현병적인 망상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쓰레기처럼 다룬다는 점에서 그의 정신은 파괴되고 부패되어 분해되어간다.

 

하지만 그런 그가 딸 앞에서 어떻게든 정상임을 유지하려 하는 모습을 영화는 극적으로 다루지 않지만, 동시에 영화 내내 보여준 부패되고 망가져버린 그의 삶과 정신 속에서 어떻게든 딸 앞에서 논리와 이성을 지키고 딸을 되찾으려 하는 시도 자체는 영화의 미학에 대비되어 더 극명하게 두드러진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 딸을 죽였다고 오해한 형사에 의해서 버려지는 쓰레기처럼 죽어버린다.

 

클린 쉐이븐은 인간과 쓰레기가 같이 뒹굴면서 그것이 결국은 '신뢰할 수 없는 주인공=쓰레기=박살난 인격'이라는 미학을 완성시키지만, 그러한 미학에도 불구하고 딸을 찾아나서는 그 과정에서 일말의 가능성과 그것이 부정되는 순간을 메마르게 다뤄낸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특이한 감수성이 충만한 영화라 할 수 있는데, 쓰레기와 같은 풍경과 메마른 감상주의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면서 불쾌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묘한 인상을 준다. 마지막 딸이 아버지가 죽은 과정을 모두 목격하고도 죽어버린 아버지를 추억하며 무전을 하는 장면은 기분 나쁘게 메마른 영화에 남겨진 오아시스 같은 장면일 것이다.

 

 

게임 이야기

 

데스 루프는 아케인 스튜디오에서 만든 액션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영원히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콜트를 플레이하며 섬에 존재하는 8명의 선지자를 단 하루만에 모두 다 죽어야 한다. 이머시브 심 게임이라는 점과 암살 타겟들을 차례대로 처리해야한다는 점에서  게임은 아케인 스튜디오에서 만든 이전 작들인 디스아너드 시리즈와 유사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데스 루프에 이전작들과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게임의 흐름 자체가 하나의 스테이지를 여러번 플레이하게끔 짜여있다는 것이다.

 

데스루프의 핵심은 가벼움과 반복되는 게임 플레이다:디스아너드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이 게임의 특이한 부분들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편인데. 기존의 디스아너드 시리즈들이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게임 속 다양한 요소들과 반응하고 변화하는 세계를 지향하는 이머시브 심을 지향했었기 때문에 게임 자체가 상당히 복잡하고 세밀하게 짜여졌으며, 동시에 '플레이하기 무거운 형태'를 지향했다. 가령, 플레이어가 블링크를 이용해서 고저차를 이용한 은신을 하는 게임 플레이를 지향한다고 하자. 이렇게 은신 형태의 게임을 플레이할 때,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다른 형태의 게임 플레이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재화나 스킬에 필요한 포인트 등이 결국은 '제한된 재화 내에서 플레이어가 플레이를 선택해서 나가는 것'을 지향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선택한 플레이 스타일은 쉽게 다시 돌아가기 힘든 그런 부분이 있다. 모든 자원과 게임 플레이의 지향성은 쉽게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데스루프의 게임 플레이는 디스아너드와는 사뭇 다르다. 충분한 시간을 들인다면 플레이어는 대부분의 무장과 스킬들을 쉽게 맞출 수 있고, 스킬을 쓰는데 이용되는 에너지도 자동으로 회복되며, 잠입의 실패에 대한 처벌도 관대하다. 게임은 이전 디스아너드나 다른 이머시브 심 게임들에 비하면 대단히 관대하다는 인상인데, 이는 게임의 전반적인 구조 때문에 그러하다.

 

데스루프의 게임 플레이는 빠르고, 시원스러우며, 플레이어로 하게끔 다양한 게임 플레이를 시도하게끔 만든다. 데스루프는 이전 이머시브 심 게임들에 비해서 아드레날린을 한껏 들이킨 모습을 보여준다:플레이어는 원없이 달리고, 원없이 특수능력을 쓰며, 강력한 초능력들로 적들을 농락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다른 이머시브 심 게임들과 비교할 때, 전면전과 잠입 플레이가 동시에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인데, 잠입을 하다 실패했을 시 빠르게 전면전으로 이행하는 것이 가능하고, 전면전에서 밀리면 빠르게 이탈하고 적들에게서 한숨 돌리는 것도 쉽다. 적들 AI의 반응성이나 경보 시스템이 정교하지 않고, 체력을 제외한다면 플레이어의 화력이나 능력이 다른 게임보다 더 강하게 책정되었다.

 

데스루프의 게임 플레이 핵심은 기본적으로 게임 스테이지들을 여러 각도에서 반복해서 바라보는 것이다. 이전 게임들과 다르게, 데스루프에서는 기본적으로 4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머시브 심답게 각각의 맵들은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하지만, 전체의 맵 크기만 놓고 본다면 데스루프의 맵 크기와 다양성은 그렇게 다양하지 않는 편이다. 또한 전반적으로 게임 진행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체감되는 게임 스테이지의 크기는 더 적은 편이다.

 

대신 게임은 맵을 줄여놓은 대신에 다양한 방향성을 부여한다:각 스테이지에 대해서 4개의 시간대를 쪼게놓은 뒤, 8개의 타겟과 다양한 이벤트들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스테이지 각각은 분명 기존의 디스아너드의 맵들 크기거나 혹은 그거보다 작은 편이지만, 시간대를 각 스테이지에 바리에이션을 두고, 각기 다른 이벤트들을 시간대별로 배치하여 마치 서로 다른 스테이지를 플레이하는 기분을 들게 만든다. 

 

분명한 점은 데스루프의 게임은 겉보기와 다르게 '로그라이크'는 아니다. 게임 내 모든 요소들은 정확하게 동일한 위치에 존재하고,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이벤트들이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스테이지를 외워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고, 게임에 영향을 주는 것은 플레이어의 행동으로 인해서 그 다음 시간대 스테이지가 바뀌는 것 뿐이다. 대신 하루가 지나면 플레이어가 들고 있는 소지품과 모든 게임 진행 상태가 리셋된다는 점에서 로그라이크 같이 생기는 부분이 있긴 하다. 하지만, 스킬이나 장비 등을 쉽게 전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의 핵심은 '전체 구조를 익히고, 필요한 이벤트를 진행하여 스테이지에 변화를 유발해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데스루프의 구조는 본질적으로 '선형적'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대신에 그 선형의 게임 플레이를 계속해서 반복해서 더 잘하게 되고, 강해지는 것이 게임 경험의 핵심이다. 선지자를 암살하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지만, 선지자를 암살하는 순서와 처리하는 시점은 고정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그 단 하나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게임은 이러한 과정을 UI/UX 적으로 잘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UI/UX가 가르키는 방향으로만 잘 진행해도 큰 막힘없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데스 루프의 게임 스타일은 이전 디스아너드 게임들과 비교해보면 그 깊이가 얕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다. 이 부분들은 전적으로 적 AI들 때문이다:AI들의 감지나 반응 속도, 움직임들은 상당히 딱딱하고 느리며 단순하다. 이 덕분에 소음기 달린 권총들을 구하기 시작하면, 게임의 난이도가 너무나 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소음기 권총 헤드 한방에 적을 끝낼 수 있고, 다른 초능력들을 사용하면 더 게임이 쉬워진다. 기존 디스아너드 시리즈를 플레이 해본 사람들이라면 너무나 쉽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게임의 플레이 구성이 '하나의 스테이지를 탐색하며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루프로 넘어가서 탐색한 정보를 토대로 이벤트를 진행하고 스테이지를 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스테이지를 탐색하고 다음 시간으로 넘어갈 때, 망설임 없이 넘어가길 바라는데 중간 중간 나오는 AI 적들이 너무 똑똑하거나 게임 플레이에 발목을 잡았다면 루프를 빠르게 넘어가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다. 기존 이머시브 심에 비해서 '이머시브 심이되 플레이어의 파워 판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벼움을 추구하는 것이 데스 루프다.

 

대신 게임은 줄리아니라는 독립 변수를 부여한다:줄리아니는 고정되어있는 선지자들의 행적이나 스테이지 구성과 다르게 플레이어를 능동적으로 사냥하는 적인데, 좋은 총기와 능력으로 무장하고 있어서 게임 내에서는 일종의 '보스'나 '문지기'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싱글플레이에서 줄리아니는 플레이어의 위치만 알 뿐 여전히 둔감한 AI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싱글플레이의 줄리아니는 플레이어가 쉽게 농락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줄리아니가 사람이 잡아서 플레이하는 멀티플레이도 가능하다. 일종의 다크소울처럼 '암령 플레이'를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진행했을 때 게임 플레이의 질이 많이 높아진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문제는 게임을 플레이 했을 당시에는 멀티플레이가 잘 잡히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만약에 플레이를 원한다면 사람들을 잡아 같이하길 추천하는 편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데스루프는 빠르고 가벼워졌고 그 바운더리 내에서는 훌륭한 게임이다. 달리면서 적들을 빠르게 처리하고, 초능력을 마음대로 쓰며, 막히지 않고 빠르게 플레이하기를 원한다면 데스루프는 훌륭한 게임이다. 다만 알아둬야 하는 점이 있다면, 이 게임은 기존의 이머시브 심 게임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가볍고 다른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이머시브 심 게임들을 해봤다면 당혹스럽게 느껴질 부분들이 꽤 있다. 멀티까지 포함해서 보았을 때는 훌륭할 수 있지만, 같이 할 사람을 고정적으로 구했을 때의 이야기라 모두에게 해당되는 부분은 아닐 것이다. 구매를 할 때, 꼭 호평만 보고 구매하지 말고, 양쪽 장단점을 모두 비교하고 구매할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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