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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일신상의 변화로 작년 3월 다니고 있던 회사를 퇴직을 하고 이직을 하면서, 새로운 취미를 시작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워해머 40K는 오랫동안 해보고 싶은 숙원의 취미 중에 하나였다:실물의 모델들을 테이블 위에서 움직이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설정이나 분위기 등에 오래전부터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문에 가장 큰 발목을 잡는 것은 예산, 그리고 모델 조립과 도색이었다. 워해머40K 미니어처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이야, 학생 때와 비교하였을 때 직장인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금액이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도색과 조립에 대한 압박감이었다. 게임을 하기 위해 엄청난 수의 모델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하는데,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들일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직을 하기 전, 잠깐의 짬은 이러한 의문과 부담감을 떨쳐내고 워해머 40K 미니어처 시도를 해볼만한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고 그 시도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미술이나 손재주와 크게 관계가 없었던 본인은 도색하면서 모델을 버릴 각오로 도색을 진행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미니어처 모델 도색의 난이도는 걱정하는 것보다 낮았다. 겉으로 보기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과 다른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본인의 1년간의 경험을 분석하여 정리한 것이 본 글이다.

 

워해머 프랜차이즈에 대해서 Games Workshop이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가 있다:수집, 조립, 도색, 플레이. 흥미로운 점은 미니어처 워 게임이 '보드게임'의 하위 장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게임 플레이보다도 다른 요소들(수집, 조립, 도색)이라는 부분들이 중요한 키워드로 뽑혔다는 것이다. 엄밀하게 두고 본다면, 워해머 40K는 보드게임과 프라모델 수집 및 도색이라는 영역과 함께 걸쳐있는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하는 재미를 구성하는 측면에서 이러한 수집과 도색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부분들이 있다.

 

 

우선 조립, 도색의 난이도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보자:사람들이 많이 오해하는 부분들이 있다면, 도색이라는 과정이 어렵고 대단히 귀찮은 작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취미를 하면서 가장 놀란 부분은, 도색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많은 사람들의 표현대로, 기본적으로 도색은 '색칠하기'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칠해야하는 곳에 적당한 색을 칠하기만 해도 절반 이상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워해머 40K의 모델들은 훌륭한 조형을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40k의 미니어처 모델은 현실의 물체를 작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비례를 그대로 미니어처 모델에 적용한다면,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디테일들을 상당히 '과장되게' 표현을 한다. 즉, 미니어처 모델들은 직접 들고 보았을 때, '눈에 뚜렷하게 드러나는 디테일'들이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모델들을 잘 살펴본다면 각각의 구획들이 뚜렷한 '경계'를 지니고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인는 도색을 할 때 '칠해야하는 구역'과 '칠하지 말아야 하는 구역'을 분명하게 구분해준다. 이런 점에서 놀라울 만치 작은 모델을 칠하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워해머 40K 모델은 대단히 직관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Games Workshop이 제시하는 도색 방법론은 매우 명확하기 때문에 이를 따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괜찮은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 Games Workshop이 제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먼저 모델에 베이스가 되는 색을 올리고, 음영을 주는 쉐이드를 칠한 뒤에, 마지막에 빛이 닿는 부분에 밝게 빛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부분들에 색을 올린다. 이렇게 기본 색, 음영, 구획을 구분 짓는 경계를 밝게 칠해주는 작업만으로 훌륭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초심자에게도 편한 방법론을 제공한다.

 

다만 조립의 경우에는 모델의 연식에 따라서 상당한 편차가 있다:기본적으로 스프루(조립되기 전의 키트 상태)에서 부품을 잘라내기 위한 니퍼와 조립을 위한 접착제만 있어도 모든 키트를 조립할 수 있지만, 연식에 따라서는 접착제만으로 제대로 조립하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의 키트들은 정확하게 파트별로 조립하기 쉽게끔 구성되어 있지만, 연식이 된 모델들은 파트별로 조립하는데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네크론 쪽의 리치가드, 이모탈 키트들이 그러한 경향성을 보여주는데 포즈를 잡는데 재량을 주고자 한 것으로 보여지지만 초심자에게 다루기 고역인 부분들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조립/도색에 있어서 워해머 40K와 Games Workshop이 큰 영향을 주는 요소가 바로 유튜브와 앱 환경이라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Games Workshop도 이러한 두가지 환경에 초점을 맞춰서 도색과 조립에 대한 요소를 지원한다. 기본적으로 설명서 형태의 도색 작례 같은 것을 공유하지 않는 대신. Games Workshop은 거의 모든 도색 튜토리얼을 유튜브로 올리고 있으며, 시터델 컬러 앱이라는 앱을 통해서 도색의 색조합 등을 공유한다. 이는 상당히 직관적인 접근으로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멋지게 모델을 도색할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 입문의 허들을 상당히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더 눈여겨 봐야하는 것은 Games Workshop 공식이 아닌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서 공유되는 커뮤니티의 접근방법론일 것이다:공식 작례 이외에도 프로 모델러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방법론들과 팁들(웻 블렌딩, 제니털 하이라이팅, 에어브러시를 이용한 도색 등등)이 영상을 통해서 공유되고 있으며, 멋진 작례들을 통해서 더 높은 단계의 도색에 대한 욕구를 자극한다. 또한 다양한 키트들의 부품들을 모아서 새로운 모델로 재창조하는 컨버전도 커뮤니티를 활발하게 돌아가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커뮤니티는 Games Workshop의 공식 도색 튜토리얼이나 지원보다도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단순히 게임이 아닌, 도색이라는 측면에서 인터넷 커뮤니티가 워해머 40K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히 흥미롭다. 영미권의 미니어처 커뮤니티가 '게임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며, 당연한 부분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보드게임은 물리적인 공간(게임 테이블)과 요소들(모델이나 보드 같은)이 개입하기 때문에 결국은 물리적인 지역과 분명한 인맥 중심으로 돌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과 모바일 환경의 구축으로 이러한 물리적 공간들은 독특한 방식으로 확장되기 시작되었다.

 

물론 보드 게임이나 워해머 40K가 완전히 물리적인 공간과 요소들로부터 벗어났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정보, 도색에 대한 정보, 방법론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지역과 인맥이라는 한계를 넘어서 입문과 더 깊은 탐구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또한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결과물을 공유하고, 칭찬 받고, 개선점을 찾고, 교류하는 것도 이 취미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도색과 조립, 컨버전 등에 대한 커뮤니티의 접근이 상당히 '초보 친화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취미들이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에 대해서 커뮤니티는 오랫동안 잘 알고 있었고, 초보들이 접근해서 더 높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자연스럽게 이끄는 방법론에 대해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유튜브나 모바일 환경, 온라인 커뮤니티의 도래는 이러한 정보들의 흐름을 좀 더 원활하게 흐르게 만드는 촉매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커뮤니티가 게임이라는 문화에 끼치는 영향은 어쩌면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일수도 있다:어떻게 게임을 플레이하고 소비하는지를 두고 정보를 교류하거나,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거나 하는 등의 요소들은 분명 게임이라는 콘탠츠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부분을 눈여겨 보면서 도색과 조립을 즐긴다면, 충분히 워해머 40K도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취미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워해머 40K의 도색은 상당히 매력적인 재미를 가진 취미가 된다. 단순히 게임을 위한 노동 작업이 아닌, 자신이 무언가를 만들고 완성해가는 과정을 즐기는 요소가 있고, 무언가 배우고 적용하는 재미가 분명하게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시간과 장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때로 실패할 때도 있고, 원하는 모습이 안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도색은 단순히 게임을 위한 요소를 만드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 완결된 취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것들을 커뮤니티가 뒷받침하고 재미를 확장시켜주기도 한다. 단순히 도색과 콜렉팅을 위해서 모델을 사는 사람이 상당수의 매출을 차지한다는 점은 이러한 재미 요소를 증명하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워해머 40K에서 도색은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를 넘어서 독립적인 재미를 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만드는 것도 재밌고, 칠하는 것도 재밌다. 커뮤니티는 오랫동안 새로운 사람들이 어떻게 입문하고 더 잘하게끔 유도하는지를 잘 알고 있고, 실제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다. 만약에 워해머40K에 관심이 있었지만, 도색 때문에 망설였던 사람들이라면 기본적인 입문 셋(매 판본마다 페인트+모델 셋을 함께 파는 상품이 있다)을 사서 시도해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코미디라는 장르는 웃음이라는 감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장르다. 하지만 웃음이라는 감정이 어떤 감정인 것일까? 웃음이라는 감정을 정의하는 것은 여러 것이 있지만, 여기서 언급하고자 하는 웃음의 특수성은 '위치의 변화'일 것이다:웃음은 어떤 소재의 높낮이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만약 높은 위치를 점하는, 예를 들면 고상하거나, 위대하거나, 아름답거나 한 것들이 추하거나, 하찮거나, 비루한 것이 되었을 때, 그 '높이의 차이'에서 우리는 웃음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몬티 파이썬의 코미디들(비행 서커스나, 성배나, 브라이언의 생애 같은)일 것이다. 몬티 파이썬의 코미디들은 기본적으로 70년대의 영국의 엄숙주의에 기반한다. 위대한 영국, 성과 예절에 엄격했던 영국의 사회 분위기는 성과 권위에 대하여 대단히 엄격하였다. 몬티 파이썬이 파고드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이들은 성과 권위의 단단하고 높은 위치들을 '추락'시킨다. 엄숙한 초상화들은 외설적인 그림과 사진들과 콜라주 되어서 뛰어놀고, 높은 권위를 가진 자들(판사나, 음악가 같은)은 이상한 개념에 집착하여 촌극을 빚어낸다. 부조리하면서 떄로는 초현실적인 개념의 연결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는 몬티 파이썬의 코미디는 이후 많은 코미디 장르에 영향을 끼쳤다.

 

몬티 파이썬의 코미디가 지금까지 회자되는 부분은 몬티 파이썬의 코미디가 단순한 스탠드업 코미디의 말장난이나 좌충우돌의 슬랩스틱식 코미디를 벗어나서 '영상매체'의 특수성을 십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콜라주되는 이미지들도 그렇고, 각종 편집을 이용한 컷과 시퀸스의 배치와 배분, 연결들을 통해서 권위를 추락시키거나 생소하고 낯선 상황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사용한다. 물론 TV 코미디 프로그램 스러운 '웃음'을 삽입하여 웃음 포인트를 명확하게 잡는 부분들은 TV 프로그램 스러운 부분들이고,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옴니버스 방식으로 따로 논다는 점에서 TV 코미디 프로그램의 양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경우, 몬티 파이썬의 코미디의 특성이 영화적으로 드러났을 때 어떻게 보여지는지를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브라이언의 생애다:이 영화는 예수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브라이언이라는 남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종교와 정치에 대한 풍자를 이어나간다. 꽁트적인 성격이 드러나는 성배와 다르게 기승전결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브라이언의 생애는 '영화'라는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 드러난다. 기독교에 대한 강도 높은 비꼬기(메시아와 종교, 그를 따르는 사람들까지)를 보여주는 영화는 십자가에 메달린 사람들이 브라이언에게 삶이란 부조리 하며, 그걸 있는대로 받아들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끝을 낸다:이러한 장면에서 영화는 코미디의 핵심이 '부조리함'과 '높은 권위를 추락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흥미로운 점은 루이스 부뉴엘의 영화들(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이나 세브린느, 비리디아나, 욕망의 모호한 대상 같은)도 이러한 특성(부조리함과 권위를 추락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루이스 부뉴엘은 초현실주의 사조를 이끈 감독으로 유명한데, 영화 내에서 부르주아의 문화들과 관음증들을 상징과 교차하여 배치하고, 지배계급에 대한 차가운 경멸을 쏟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루이스 부뉴엘이 이러한 경멸을 표현한 방식도 몬티 파이썬이 이용한 코미디의 방식과도 유사하다. 자유의 환상을 예로 들어 보자:자유의 환상에서 부르주아들은 응접실에 설치된 화장실 변기에 앉아 배설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화장실에 설치된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한다. 이렇게 교양을 차리는 식사와 은밀하게 용변을 보는 것을 서로 뒤섞어 놓음으로 부르주아가 갖고 있는 권위를 추락시키는 것이 부뉴엘의 방법론이다.

 

하지만 루이스 부뉴엘의 영화들은 코미디의 방법론을 따르는 것과 별개로 전혀 '웃기지' 않는다. 이를 이해하려면 몬티 파이썬의 코미디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몬티 파이썬의 코미디들에서 권위는 추락하여 특정한 '위치'에 도달한다. 예를 들어 동성애에 대한 르포를 쥐 옷을 입는 사람들로 치환시켜서 만든 꽁트에서는 동성애라는 당시 무거운 주제가 쥐 옷을 입는 사람들이라는 사소하고 엉뚱한 것으로 치환되어 사소한 것에 대해 엄숙함과 이상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세태를 비꼬는 것으로 바꾼다. 혹은 브라이언의 생애에서는 메시아의 삶은 평범한 젊은이의 삶으로 추락하는 것도 이러한 방법론이라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코미디의 방법론에서 추락은 결국 '어느 일정한 위치' 까지 떨어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루이스 부뉴엘의 영화에서 추락은 '어느 일정한 위치'에 도달하지 않는다. 오히려, 루이스 부뉴엘의 영화에서 추락은 무한한 상태다. 자유의 환상에서 한 에피소드를 보자:옥상에 올라서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하던 남자는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사형을 언도 받는다. 그러고 나서 남자는 담배를 한까치 태우고, 변호사와 검사와 악수를 한 뒤에 재판정에서 나와 사람들 사이로 유유히 사라진다. 이 에피소드에서 보여지는 것은 법정과 법에 대한 권위의 추락이다. 하지만 그들이 도달하고 치환되는 지점은 과연 어디인가? 이 에피소드에서 법과 제도는 추락하고 기능을 상실하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웃고 즐길 수 있을 만큼 '안전한' 위치에 도착하지 않는다.

 

이는 부뉴엘이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것일지도 모른다:스페인 인이었던 부뉴엘은 프랑코 정부 수립 후 망명하며 전세계를 떠돌면서 살았던 사람이다. 그가 바라봤던 세계는 절망으로 가득찼을 것이다:혁명은 실패하고, 학살은 묵인되며, 시위는 무자비하게 탄압당했다. 실제 그의 영화들에서 실제의 사건에 모티브를 둔 부분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절멸의 천사는 실제 학살을 방조한 지배계급에 대한 비판이며, 자유의 환상의 엔딩은 당시 시위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을 의미하는 부분이었다. 신성모독으로 유명한 비리디아나의 경우에는 가톨릭 성찬식을 빈민들의 만찬과 섹스로 치환시켜 종교의 권위를 무너트렸고, 어느 하녀의 일기는 아동 성추행 살인범이 파시스트가 되는 결론으로 이끈다.

 

그렇기 떄문에 부뉴엘의 영화는 부조리 코미디 장르를 따르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전혀 웃기지 않고 싸늘하다. 어디에도 희망은 없고, 절망의 끝은 없다. 희망이 없는 곳에서는 웃음도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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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좀 쓰고 부지런하게 살아야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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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소설과 영화, 이야기라는 구조는 기본적으로 허구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들이 허구라는 것이 아니라 '실제하는 것으로 믿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영화는 가장 이 이상에 가까울 것이다:실제하는 것들(사람, 풍경과 같은)을 가상을 연기하기 때문에, 실제하는 것이라 사람들이 쉽게 믿을 수 있는 요소가 있다. 벤야민이 언급한 배우의 거짓된 아우라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비슷한 개념일 것이다:영화의 이미지를 실제 배우에 이입하여 배우를 숭배하는 것이야 말로 실제와 영화의 가상을 서로 혼동하는 사례라는 것이 벤야민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스즈키 세이준의 영화들(살인의 낙인, 동경 방랑자, 야수의 청춘 등등)은 이러한 대전제를 정면으로 뒤집는다. 기본적으로 스즈키 세이준의 영화들은 장르 영화의 공식을 따르는 동시에 'B급 싸구려' 테이스트가 강하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 'B급 싸구려'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B급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목적성(특정 대상의 관객을 만족시킨다, 특정 장르의 문법을 충족한다)을 갖고 있는 동시에, 제한된 예산과 연출들로 영화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소위 B급 영화의 연출 같은 것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스즈키 세이준의 영화는 이러한 B급 영화의 테이스트와 일반적으로 다르다. 기본적으로 B급 영화들은 이러한 흐름들을 속이려 한다:마치 아무리 그것이 속임수를 쓴다 하더라도 그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뻔뻔하게 영화의 흐름에 녹여내려 한다. B급 영화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이 부분은 아무리 속임수를 진실처럼 믿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스즈키 세이준의 영화는 이 거짓을 '진짜'라 생각하지 못하게끔 만든다. 살인의 낙인 같은 작품에서 종이 연극을 이용해서 연출을 하거나 하는 등에서 이러한 부분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연출이나 미장센들은 스즈키 세이준이 웃기려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코미디 영화에서 웃기는 부분들은 기본적으로 웃기려는 의도들을 내재하였지만, 스즈키 세이준의 영화들은 '원래 그러한 것(장르 영화의 공식)을 거짓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성의 핵심은 강박적인 공간의 구성과 연출이라 할 수있다.

 

스즈키 세이준의 영화는 의도적으로 작위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야수의 청춘에서 한 컷에서 두 공간이 서로 다른 원색으로 구성하거나, 하나의 공간에 투명 유리를 배치해두고 서로 다른 일이 일어나게끔 하여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러한 연출들이 실수가 아닌 전적으로 '의도된 것'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은 B급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강박적인 흐름일 것이다. 장르 영화 공식에서 찾아볼 수 없는 쓸모 없거나 의미없는 설정들을 강박적으로 추구함으로 영화 전반에 불협화음을 만드는 것이 스즈키 세이준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강박증과 불협화음이 아름다움으로 두드러지는 부분들이 바로 공간의 구성일 것이다:스즈키 세이준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구성의 공간들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구성된 '스튜디오'들을 활용한다. 동경 방랑자의 마지막 시퀸스의 컷구성이나 황량한 바람이 불어오는 창밖에서 여성을 채찍질하는 시퀸스의 구성 등등은 작위적인 미학으로 차 있다.

 

물론 이러한 구성이 벤야민이 지적한 거짓된 아우라를 비판하기 위함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스즈키 세이준이 추구한 것인 어린아이가 추구하는 '전복적인 재미'라 할 수 있다. 장르와 마초이즘, 야쿠자에 대한 환상을 전복하여 강박적이고 바보같이 보이게 만드는 것, 그 속에서 일반적인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연출을 추구하는 것이 스즈키 세이준 영화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다들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일 잘 풀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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