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젤다의 전설 시리즈에는 최초의 1편에서부터 야생의 숨결까지 이어지는 일관된 법칙이 있다. 플레이어는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른채 스테이지에 내던져진다. 그리고 그 스테이지 내에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도구들을 이용해 수수깨끼를 풀어가면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 스테이지와 수수깨끼, 그리고 도구를 통한 상호작용은 젤다의 전설을 유명하게 만든 요소이자, 후대 게임에 큰 영향을 끼친 원칙이었다. 심지어 야생의 숨결은 고정된 스테이지를 넘어서 오픈월드에서도 이러한 방법론이 통용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야생의 숨결을 기점으로 젤다의 전설은 큰 전환점을 맞이한 것으로 보여진다:과거의 방법론이 현대적인 장르(오픈월드/샌드박스/심리스 같은)에도 통용될 수 있다.

 

하지만 역으로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겨난다: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젤다의 전설 시리즈와 법칙이 생겨났다면, 과거의 젤다의 전설은 어떠한 가치를 지니게 될까? 꿈꾸는 섬(2019)은 어떻게 보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이라 할 수 있다. 꿈꾸는 섬(2019)은 30년전 흑백 게임보이로 나온 젤다의 전설:꿈꾸는 섬을 리메이크한 게임이다. 3DS 젤다 이후, 스위치로 처음나오는 클래식(?) 젤다인 것이다. 

 

큰 틀에서 꿈꾸는 섬(2019)은 야생의 숨결 이전, 아니 그보다 더 이전(슈퍼패미컴으로 나온 신들의 트라이포스 정도까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몇몇 편의성과 그래픽은 일신되었지만 게임의 구조 자체를 바꾼 리메이크가 아니기 때문에 꿈꾸는 섬(2019)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30년전의 원작에 기반한다. 그런데도 흥미로운 점은 어떤 웹진 리뷰에서는 "꿈꾸는 섬은 오픈 월드라는 단어가 있기 전의 단순했던 시절에 다시 귀기울이게끔 하는 작품이다."(Link’s Awakening harkens back to a simpler time, one before terms like “open world” even existed, 버지 리뷰)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이다. 오픈월드/샌드박스라는 장르가 정의되기 30년도 전의 작품에 대해서 어째서 오픈월드 장르란 표현을 쓰면서 평가를 내렸을까?

 

꿈꾸는 섬을 오픈월드 장르에 비교하기 위해서는 먼저 오픈월드/샌드박스 장르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나마 해야할 것이다. 오픈월드, 혹은 샌드박스라는 명칭이 병용되는 이 장르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거대하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필드형 스테이지가 존재하고(오픈월드), 그 안에서 다양한 방법론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샌드박스)라는 것이 이 장르에 대한 정의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꿈꾸는 섬은 거대한 필드형 스테이지(코호린트 섬)가 메인이 된다는 점에서 '오픈월드' 라는 속성에는 부합할 것이다. 하지만 현대적인 용례에서 오픈월드는 샌드박스의 속성을 함께 지니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서 꿈꾸는 섬은 샌드박스 장르 속성과 유사한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가?'로 분석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젤다의 전설 시리즈가 스테이지와 수수깨끼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젤다의 전설 시리즈들은 스테이지를 수수깨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론 자체는 이제 흔해서 이 큰 명제(스테이지를 수수깨끼로 구성하다)로는 젤다의 전설만의 특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 명제를 젤다의 전설만의 특수성으로 맞추어서 게임을 설명하자면 '합리적이지 않은Non-Sense 세계에서 합리성Sense을 찾아내다'가 될 것이다:젤다의 전설은 플레이어에게 어떠한 설명없이 수수깨끼만 덩그러니 던져놓는다. 스테이지들과 던전들은 수수깨끼를 갖고 있고, 여기에는 정답이 있다. 하지만 가이드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른다. 젤다의 전설 게임 경험의 핵심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한다'라는 결과를 플레이어 스스로가 답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꿈꾸는 섬(2019)의 경험을 오픈월드에 비교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정확하게는 던전들을, 각 스테이지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어떠한 도구가 던전을 푸는데 도움이 되는지 같은 요소들을 플레이어가 직접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고 이 점이 오픈월드/샌드박스의 특성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즉, 합리적이지 않은 세계이지만, 그 속에 분명 답이 있고, 그 답을 찾아가는 중에 플레이어가 게임의 규칙을 내재화해서 받아들어야 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행동이 중요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코호린트 섬이라는 스테이지는 플레이어가 어디로 갈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지시(최근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경로 표지 같은)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다음 던전에 들어가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도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이 '과한' 부분들도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이전의 게임들이 게임 잡지와 공략을 연동하여 접근하였기에 '플레이어 혼자서 파악하기 힘든 파훼법'을 도입한 것들이 있는데, 가령 교환 이벤트라던가 마지막 던전에서 보스에게 도전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순서로 던전을 진행해야 하는 점(심지어 매번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무작위로 생성되며 상당히 길다.) 등은 지금 관점에서 다소 과하다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꿈꾸는 섬(2019)의 경험은 샌드박스/오픈월드라는 장르 경험의 프로토 타입을 체험하는 것이며,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풀어나가는 재미가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수수깨끼의 풀이법을 찾기 위해 게임 내적인 논리를 플레이어 스스로가 내재화 하는 과정에서 능동적인 경험을 하는 것은 지금이나 이전이나 게임에 있어서 핵심적인 재미라 할 수 있다.

 

꿈꾸는 섬(2019)에서 주목할 부분은 리메이크를 하면서 게임 전체를 장난감의 세계로 재구성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원작 자체가 기존 닌텐도 프랜차이즈들에 등장한 요소들을 한데 엮는 게임이었긴 했지만, 꿈꾸는 섬(2019)는 이러한 원작의 요소를 플라스틱 피규어와 같은 장난감으로 묘사하면서 원작의 감성을 추억 가득한 무언가로 바꾸는데 성공하였다.

 

결론적으로 꿈꾸는 섬(2019)은 과거의 게임도 지금 플레이할만한 가치가 있음을 증명한다. 다소 단순하기는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든다라는 이 단순하고도 강력한 원칙이 꿈꾸는 섬(2019)을 재밌게 만드는 것이다. 30년전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를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꿈꾸는 섬(2019)은 젤다의 전설이 갖고 있는 강점을 설명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