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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포켓몬스터는 통상적인 MMORPG 장르라고는 할 수 없다. MMORPG에 있어서 거대함Massive이란 미학적인 풍광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협동하거나 경쟁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풍경의 거대함을 넘어서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구성도 매우 중요하다. 와우의 레이드가 이러한 것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물론 거슬러 올라가면 에버퀘스트 같은 게임들도 언급해야겠지만) 레이드는 10명에서 25명의 사람들이 보스 클리어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일사분란하게 전술을 맞춰서 움직이는 게임 플레이로 현재 MMORPG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대표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요컨대, MMORPG에서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만나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하지만 재밌는 점은 포켓몬스터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포켓몬스터 6세대부터 PSS라는 기능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는 게임 플레이 요소를 넣었고, 이는 7세대와 8세대의 YY통신의 형태로 이어졌다.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항상 게임 내의 콘탠츠가 변화하는 프랜차이즈였지만, 6세대에서 8세대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멀티플래이 요소를 집어넣은 것은 이것이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주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켓몬스터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MMORPG의 발상과는 달랐다. MMORPG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위에서도 언급한 레이드의 개념일 것이다: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협동하는 레이드는 분업과 신뢰라는 측면을 깊이있게 파고든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탱커-딜러-힐러와 같은 역할의 3분할도 각 역할을 전문화 및 분업화한 하나의 사례이다. 탱커는 적의 어그로를 끌고, 힐러는 파티가 전멸하지 않게 체력을 관리하며, 딜러는 적을 분쇄한다. 각자가 맡은 파트에 대해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고 끌어낼 때, 레이드를 클리어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포켓몬스터에는 이러한 요소가 없다:심지어 본격적인 레이드 배틀을 표방한 맥스레이드 배틀에서도 역할 분담의 중요성 보다는 한 사람이 다이맥스화 해서 베리어를 깨고,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딜을 꾸준하게 넣어서 다이맥스화된 적을 격파하는 것이 기본적인 공략방식이다. 여기에는 전략이고 분업이고 협업이고 할 것이 하나도 없다. 다른 PSS 통신에서의 요소도 그러하다. 플레이어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버프를 걸거나, 교환을 신청하는 것 등의 행동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1대1의 관계 맺기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대체 수많은 사람들을 스쳐지나가게 만드는 게임 플레이 방식을 MMO라 볼 수 있을까. 흥미로운 점은 포켓몬스터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하나의 풍경으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트위터 타임라인과 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는 PSS나 비동기 멀티플레이 같이 잔상의 형태로 지나가는 소드/실드의 와일드에리어 처럼, 포켓몬스터는 포켓몬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은 포켓몬스터 게임 플레이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기본적으로 포켓몬스터의 게임 플레이는 TCG 장르와 맥락을 같이한다. 실제 사람과의 대전에서 포켓몬스터는 자신이 원하는 카드(=포켓몬)를 만들고, 이것을 드래프트해서, 서로 가지고 있는 선택지에서 최대 효과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 입문하기 위해서 중요한 점은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재화'인 포켓몬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PSS와 같은 멀티플레이 요소가 추가된 6세대부터 대전에 필수적이라 여겨진 고개체 포켓몬을 교배 및 육성하는 난이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교배 및 육성이 편해진 6세대 이후, 플레이어는 한 마리의 완벽한 포켓몬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실패작' 포켓몬들(V값이 올바르게 배분되지 않았거나, 성격이 다르거나)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이 수많은 실패작들은 말이 실패작일 뿐이지 실상은 4V 이상의 고개체거나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즉, 누군가의 쓰레기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교배 및 육성에 뛰어들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담없이 내가 필요없는 포켓몬과 무작위의 상대방이 필요없는 포켓몬을 교환하는' 미라클 교환의 존재는 일종의 재화의 재분배 창구를 하였다. 즉, PSS가 단순히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스쳐지나가는 기믹으로만 묶은 것이 아닌, 실제로 인게임 내의 재화를 재분배하는 창구로 기능한 셈이다.

 

요컨데 앞으로도 포켓몬스터가 생각하는 MMO는 우리가 아는 MMO와는 다를 것이다. 한 게임 세션에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고, 역할 분담이나 고도의 전략 전술을 요하는 게임 플레이는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같이 한다는 감각과 함께 재화의 재분배 창구로서 포켓몬스터의 MMO는 계속해서 그 명맥과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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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멀티플레이, 최종 게임 내용 구성에 대한 글입니다.

 

*상편 리뷰는 여기에 있습니다(https://leviathan.tistory.com/2454)

 

포켓몬스터 게임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대답을 내놓을 것이라 생각한다:어떤 사람은 포켓몬 수집을, 어떤 사람은 대전을, 어떤 사람은 스토리와 모험을 즐기는 것이라 대답할 것이다. 그래도 이 논의를 출발시킬 수 있는 출발점이 있다:기념비적인 첫 작품을 만든 타지리 사토시는 '어렸을 적, 채집했던 곤충과 동물들을 게임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으로 포켓몬스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프랜차이즈가 20년이 지나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프랜차이즈 중 하나가 되었다. 

 

기본적으로 포켓몬스터 프랜차이즈는 '수집'이 밑바탕이 된다. 다양한 포켓몬스터들을 만나고, 이들을 잡아서 도감을 하나씩 채워나가는 것이 포켓몬 수집의 재미다. 그리고 이러한 달성 지표는 포켓몬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는 도감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도감과 수집 요소는 포켓몬스터라는 프랜차이즈를 다양한 연령에 어필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게임을 처음 접하는 어린 플레이어들도 야생의 포켓몬스터와 조우하고, 현실의 동물에 영향을 받은 포켓몬의 디자인과 생태에 관심을 갖고 포켓몬을 하나씩 잡아나가면서 게임을 익혀나간다. 즉, 포켓몬의 수집이라는 요소가 게임 내용을 구성하는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집'이라는 요소는 한 때 포켓몬을 바짝 뒤따랐던 요괴워치의 성공 요인과도 맞닿아 있다. 요괴워치 역시도 다양한 요괴들을 만나면서 이들을 친구로 만들어 요괴 대백과를 채워나가는 것이 게임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야생과 포획에 집중했던 포켓몬스터와 달리, 요괴워치는 정말로 다양한 곳, 다양한 환경에서 요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게임 구성에 깊이가 더해지는 부분에서 이 두 프랜차이즈는 분명하게 갈린다. 우선 요괴워치 시리즈는 RPG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게임 구성, 특히 전투에 깊이가 있다고 보기는 힘든 구조였다. 회전판을 돌려서 요괴의 배치를 바꾸는 전투 방식은 요괴워치 완구와 맥을 함께하는 방식이었다. 저연령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지만, 그 자체의 깊이는 얕았다. 레벨 파이브는 이후 요괴워치 3과 4에서 이러한 전투방식을 개선해서 다양한 전투 시스템을 선보였는데(3의 3X3 빙고 게임판 같은 전투 플레이와 4의 요괴워치 버스터즈를 응용한 전투 방식), 오히려 이러한 변화가 게임으로서 요괴워치의 일관성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1편인 적녹 버전에서부터 지금까지 큰 틀에서의 시스템을 유지하였다:각 포켓몬들의 능력치=(종족값+개체값+노력치+성격 보정 값)이라는 공식(정확한 공식은 곱셈에 덧셈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여기서는 단순하게 이렇게 표현하겠다)은 최초의 1세대와 2세대부터 큰 틀을 구성하였고, 이 위에 새로운 포켓몬과 새로운 타입들을 추가하면서 게임 전투의 밸런스를 맞춘 것이 지금의 포켓몬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관성은 포켓몬스터라는 프랜차이즈에 역사성을 부여하고, 더 나아가서 '포켓몬의 전승'이라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개념을 확립하였다.

 

포켓몬스터 프랜차이즈는 각 버전별, 세대별로 포켓몬을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능을 플레이어는 이용해서 이번 세대에 나오지 않은 포켓몬을 도감에 등록시키거나 실전에서 활용하거나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능은 단순히 게임 플레이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이론적으로, 플레이어는 1세대 게임보이 포켓몬을 8세대인 소드 실드까지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 단순한 게임 내의 데이터에 불과하지만, 플레이어가 정성들여 수집하고 기른 포켓몬둘운 세대가 끝나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닌, 다음 세대로 넘어가면서 유지되고 전승된다. 이러한 역사성은 포켓몬스터의 팬층을 청소년 계층을 넘어서 어른들에게 어필하거나 추억에 잠기게끔 만드는 포켓몬 프랜차이즈의 강점이다.

 

물론 소드/실드의 경우, 전국도감을 삭제함으로써 게임에 등장하는 포켓몬을 반토막(400마리)내버리는 프랜차이즈 사상 유례없는 일을 벌였다. 이로인해서 많은 포켓몬 팬덤들이 갑론을박을 벌이면서, 프랜차이즈 역사중 발매전 가장 논란에 휩싸인 작품이란 오명을 얻기도 하였다. 하지만 소드/실드는 와일드에리어나 맥스레이드 배틀 등의 시스템을 통해서 다양한 포켓몬들을 만나게 함으로써, 이전작들에 비해서 체감상 더 많은 포켓몬을 만난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후술할 대전환경에서도 지나치게 강력한 포켓몬들을 대전 환경에서 분리함으로써 대전환경의 다양성을 넓히는데 성공하였다.

 

소드/실드의 등장 포켓몬이 반토막 났다고 해서 서운할 필요는 없다. 2020년 초, 게임 프리크는 기존 포켓몬 뱅크와 레츠고 이브이/피카츄, 포켓몬 GO를 연동하는 포켓몬 홈이라는 서비스를 런칭할 계획이다. 포켓몬 홈에서는 모든 포켓몬을 옮길 수 있고, 차후 발매되는 포켓몬스터 작품으로도 옮길 수 있게 만들 예정이다. 즉, 다양한 플랫폼으로 분리되어 있는 포켓몬스터의 포켓몬들을 한 군데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발상 자체는 좋아보이나, 과연 어떤 내용으로 구성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포켓몬의 전투 시스템은 '수치가 고정되어 있는' 턴제 RPG 시스템이다:스피드가 높은 포켓몬이 먼저 행동하고, 그 다음 포켓몬이 행동한다. 전투에 들어간 포켓몬들의 능력치는 특정한 변수가 없으면 고정이기 때문에, 공격의 선후와 받는 데미지, 주는 데미지는 모두 정해져있는 상태다. 즉, 전투에 들어가는 그 시점에서 플레이 양상은 이미 결정된 것과 다름 없는 것이 포켓몬의 전투 시스템이다. 하지만 포켓몬의 이런 전투 시스템은 스토리를 플레이하는 순간에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대부분 플레이어 포켓몬들은 NPC 트레이너나 보스들을 레벨로 크게 압도하는 상황이고, 상성 이외에는 능력치나 이런 부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아도 클리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전이라 불리는 대전환경이다:플레이어의 포켓몬 레벨은 50 또는 100으로 맞춰지기 때문에 레벨에 따른 능력치의 변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게임은 완전히 다르게 전개되기 시작한다. 레벨이 동일하게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를 압도적으로 순살하는 플레이가 불가능해지고, 한 마리의 포켓몬을 기절시키기 위해서 평균적으로 두 턴 이상이 소비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여분의 턴'이 발생함으로써 포켓몬스터는 여타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게임 플레이를 만들었다.

 

포켓몬스터의 실전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두가지다:첫번째는 포켓몬의 육성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능력치는 고정이고, 난수가 개입될 여지가 극히 적기 때문에(심지어 대부분 기술의 적중률은 90~100%이다) 포켓몬의 능력치를 어떻게 맞추느냐가 핵심 변수가 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포켓몬의 능력치는 (종족값+개체값+노력치+성격 보정 값)이며, 종족값을 제외한 개체값, 노력치, 그리고 성격은 플레이어의 재량에 따라서 조절이 가능한 요소들이다. 즉, 같은 포켓몬이라도 개체값, 노력치, 성격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서로 다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포켓몬 로스터의 선택이다:싱글 배틀 기준에서, 플레이어는 6마리의 포켓몬 중 3마리를 골라서 로스터를 구성하고, 상대와 대전을 하게 된다. 재밌는 점은 플레이어가 볼 수 있는 건 상대가 갖고 있는 6마리의 로스터 뿐이라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상대의 로스터와 자신의 로스터를 비교해보고, 어떤 선택이 자신에게 알맞을 지를 고민하여서 3마리를 선택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가지가 결합하면서 포켓몬은 마치 'TCG'와 유사한 게임이 된다는 것이다:어느 포켓몬을 쓰고, 어떤 순서로 내보낼지는 일종의 카드 드래프트 개념으로 볼 수 있으며, 능력치가 고정되어 있다는 것과 결과가 이미 정해져있다는 점에서는 TCG의 문법을 연상케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포켓몬스터는 여기서 더 나아가서 육성을 통해 플레이어가 하나의 카드를 '만들어나가는' 요소를 도입하였다. 즉, 플레이어의 아이디어와 전략, 센스가 있다면 무한히 다른 카드(=포켓몬)를 만들 수 있는게 포켓몬스터의 묘미인 것이다.

 

이렇게 포켓몬을 육성하고 다음 세대로 넘기는 과정을 통해서 포켓몬스터는 게임 내에만 존재하는 데이터 덩어리에 플레이어가 애착을 갖게끔 만들었다. 대전을 넘어서 포켓몬을 교배하고 키우고 성격을 맞추고 하는 이런 모든 과정들이 플레이어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소드/실드는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은 그대로 두되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정들은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포켓몬스터는 역대 최대로 실전 입문 난이도가 낮은 포켓몬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소드/실드는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와일드 에리어는 때때로 텅비어 보이는 광경을 보여주며, 와일드 에리어 내의 다른 플레이어들의 움직임도 뻣뻣하다. 포켓몬 대전을 제외하고 포켓몬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전 작들에 비해서 이번 작은 그런 요소가 적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스위치로 내는 첫번째 포켓몬스터 작품이라는 것이 역력하게 눈에 띄며, 게임 프리크의 기술력이 한세대 뒤떨어져있다는 인상도 강하다. 

 

하지만, 포켓몬스터 소드/실드는 여전히 포켓몬스터이다. 여전히 게임 프리크는 다양한 포켓몬을 수집하고, 내 방식대로 육성하며, 세계의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겨루는 포켓몬스터의 핵심 정체성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다. 비록 모든 팬들과 플레이어들이 꿈꾸왔던 완벽한 작품은 아니지만, 소드/실드는 여전히 프랜차이즈의 핵심 매력을 다양한 계층의 플레이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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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본인은 모던 워페어 리부트 싱글이 싫다.

 

모던 워페어 2 이후, 지난 10년간 필자는 단 하나의 콜옵을 놓쳐본적이 없었다. 모던 워페어 2, 블옵, 모던 워페어 3, 블옵 2, 고스트, 어드벤스드 워페어, 블옵 3, 인피닛 워페어, WWII, 블옵 4에서 마지막 모던 워페어 리부트까지. 정말로 기나긴 세월이었다. 이렇게 긴 기간 동안 본인이 콜옵을 사게 되었던 동기는 두가지다. 첫번째는 겨울 기간 동안 즐길 멀티 게임이 필요했었고, 두번째는 이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언제쯤 몰락하게 될까라는 호기심이었다.

 

아니면 굳이 콜옵을 구매할 이유가 따로 있을까? 본인이 콜옵 프랜차이즈에 대해서 글을 쓸때마다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은 좌절감이었다:이 게임이 추구하는 바는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으며, 매년 나오는 새로운 게임들은 이전 작품의 마이너 카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콜옵은 그야말로 프랜차이즈의 가장 밑바닥을 담당했다:최소한의 변화로 최대한의 바리에이션을 만들고, 매년 똑같은 재미를 주면서, 대규모 마케팅을 이용해서 최대한 많이 팔아먹는, 프랜차이즈의 최저치이자 기업 윤리의 최소한이 바로 프랜차이즈로서 콜옵이었다.

 

물론 그러한 와중에서 보여지는 흥미로운 시도들(어드벤스드 워페어나 블옵 3의 인간의 움직임을 벗어난 게임 플레이, WWII의 복고 트랜드와 최신 노하우의 결합, 블옵 4의 싱글 삭제 시도 등)은 있었다. 이는 아무리 콜옵이라도 시장의 트랜드를 무시할 수 없기에, 트렌드에 맞춰나가는 최저한의 반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최저한도의 변화를 통한 변화의 방향성, 시장이 보여주는 트렌드를 역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있어왔다.

 

그러나 그렇다면, 우리가 대체 모던 워페어 리부트에서 무엇을 분석해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참으로 참담하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그야말로 모던 워페어의 회귀를 의미한다. 모던 워페어가 게임 역사에서 갖는 의미는 중요하다:2000년대 이후 트리플 A 게임, 또는 트리플 A급 콘솔 FPS라는 정의를 내린 게임이기 때문이다. 영화와 같은 싱글플레이와 빠른 페이스의 멀티플레이의 결합은 콜옵이라는 프랜차이즈를 넘어서 수많은 게임들이 따라했으며, 심지어는 콜옵식 밀리터리 FPS가 게임 시장 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기 까지 하였다. 그만큼 모던 워페어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는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모던 워페어에서 다시 되살릴만한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모던 워페어 발매후 약 10여년간 게임 업계는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다:콜옵식 싱글플레이는 모든 게임들이 한번씩은 시험적으로 받아들이고는 자기만의 색체로 재해석했다. 콜옵식 멀티플레이는 타이탄폴 1과 2라는 기념비적인 작품을 통해서 다른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 때 레프트 4 데드와 비교되었고, 콜옵의 3번째 콘텐츠로 각광받은 좀비 모드 역시, 이제는 더이상 새롭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콜옵 프랜차이즈에서 보여지는 흥미로운 시도들은 위기의식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트레이아크가 있었다:트레이아크는 블옵 1에서는 음모론을, 블옵 2에서는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결말을, 블옵 3에서는 아예 테크노 스릴러를 만들었다. 매번 블옵이 발매될 때마다, 트레이아크는 콜옵이라는 프랜차이즈를 극한으로 밀어붙였다. 슬렛지해머 스튜디오가 만든 두 편의 콜옵은 트레이아크 콜옵만큼의 특이함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콜옵에 갇혀있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려한 모습이 있었다.(어드벤스드 워페어의 엑소 수츠, WWII의 사단 시스템 등)

 

즉, 콜옵은 시장의 변화에 최저한도라도 반응하였고, 심지어 새로운 대안을 제시(어드벤스드 워페어나 블옵 3의 플레이어 움직임이나 맵구조 등)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좋았던 시절의 리부트를 들고 온다는 것은 시장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싱글플레이는 그러한 변화하지 않는 모습의 연장선에 있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가 생각한 콜옵 싱글의 핵심은 자극성이다. 인피니티 워드는 자극적인 연출과 장면을 쌓고, 그 위에 약한 개연성을 가진 플룻들을 연결시켰다. 사람들이 모던 워페어를 통해서 기억하는 것은 장면이지, 전체 플룻이 아니다:모던 워페어의 핵폭발 시퀸스나 AC130의 게임 플레이, 모던 워페어 2의 노 러시안 미션, 모던 워페어 3의 월가 붕괴 등등. 이 모든 것들이 플롯과 연계되지 않은 채 무의미하게 낭비되고 소비될 뿐이었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싱글플레이를 하면서 기시감을 느낀다면 그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 게임의 모든 것은 이전 작의 어디선가에서 조금씩 가져온 것이었다. 그것도 가장 자극적인 부분들만 골라서 말이다. 스펙타클을 위해서 죽어가는 민간인들의 모습이나, 불타는 세상이나, 이런 자극적인 것들이 너무나도 쉽게 소비되는 것이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싱글플레이다. 다른 콜옵 제작사들이 이에 대해서 일말의 반성이나 변주를 집어넣었던 것에 비교한다면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싱글 플레이는 후퇴 그 자체였다.

 

심지어 역대 콜옵들, 가장 최악의 콜옵인 고스트와 비교해서도 악질적인 부분이 모던 워페어 리부트에 있다. 그것은 바로 쿠르드족의 투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게임의 스펙타클의 일부로 차용한 것이다. 현실의 복잡한 역사를 스펙타클을 구성하는 한 요소로 쓴 것도 논쟁적이다. 그렇기에 이 부분에 대한 고찰 없이 플룻을 짠다면 그것만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여기에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군인을 쏴 죽이는 어린이와 고문당하는 민간인 등등의 자극적인 소재를 죄다 섞어버렸다. 전쟁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승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게 목적이었겠지만, 이들이 생각하는 콜옵의 싱글 특징이 '자극성'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들의 묘사는 최악이었다. 심지어 미국의 무차별 폭격에 민간인이 희생당한 사건을 러시아의 짓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순진한 것을 넘어서 악의적이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트럼프가 IS와의 전쟁에서 동맹이었던 쿠르드족을 내치고 터키가 쿠르드 지역을 침범하는 상황까지 일어났다. 이 때문에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싱글은 자극적이고 엉망진창인걸 넘어서 하나의 실존주의적 유머가 되버렸다. 그들이 멋지게 묘사하고자 했던 민병대원들은 그들의 동맹(영국과 미국)에게 버림받고 나홀로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소강상태이긴 하지만, 모던 워페어 시리즈에서 안일하게 다루었던 팍스 아메리카나의 이상과 선한 사람들의 유대라는 단순한 서사는 서사의 주인공인 미국에 의해서 스스로 무너졌다. 각자도생의 시대를 예측하지 못한 인피닛 워드가 잘못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아무런 생각없이 현실의 비극과 자극적인 소재들을 섞어서 집어넣다가 배탈나서 나뒹굴고 있는 인피닛 워드가 전혀 불쌍하지는 않을 따름이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가 고스트와 같은 극단적인 혐오에 기반한 작품이 아니란 이유 때문에, 최악의 콜옵이라는 오명은 피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리부트 싱글은 생각없이 만들어진 자극의 집합체일 뿐이다. 여기서 대체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다행이도 우리가 인피닛 워드의 콜옵을 내년 2020년에 볼 일은 없겠지만, 불행이도 2021년에 콜옵은 인피닛 워드가 만든다. 그리고 장담컨데 그 때도 인피닛 워드는 콜옵의 최저한도, 프랜차이즈 게임 양심의 최저 한도를 보장하는 보증수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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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멀티 플레이 및 대전에 대한 리뷰는 하편에서 다룹니다.

 

6년전 포켓몬스터 XY를 기억하는가? 그 당시 사람들에게 포켓몬스터 XY는 충격적인 게임이었다. 최초로 2D 스프라이트를 넘어서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최초의 포켓몬스터 게임, 사상 최초로 대각선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게임.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 게임이었지만, 사실 사람들 사이에서 포켓몬스터 XY는 비웃음의 대상이기도 하였다:대체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대각선으로 움직이는게 혁명인 게임이 존재할 수 있는가? 포켓몬이야말로 시대에 뒤쳐진 게임이 아닌가? 하지만 사람들이 이 조롱에서 자주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포켓몬스터는 단 한번도, 휴대기기 라는 플랫폼을 떠난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게임보이에서 게임보이 어드벤스드로, 게임보이 어드벤스드에서 DS로, DS에서 3DS로. 상대적으로 적은 리소스와 자원만 지원되는 환경에서 게임 프리크는 포켓몬을 만들어 왔다. 적어도 3DS까지는 이러한 변명은 통했다. 그러나 스위치로 넘어오면서 사정은 급작스럽게 변하기 시작했다.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는, 시리즈 역사상 최초로 '거치형 콘솔'에 데뷔한 포켓몬스터 메인 타이틀이다. 그리고 근 20년간 쌓여왔던 팬덤의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한 작품이기도 하다:인상적이지 않은 그래픽, 반으로 갈라져서 죽어버린 포켓몬 도감, 성의없는 전투 모션, 모델링 재사용 논란 등등. 항상 휴대기에 메여있었다는 핑계로 변함이 없었던 포켓몬 프랜차이즈에 대해 20년 동안 쌓인 팬들의 분노는 어마무시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분노에도 불구하고,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는 스위치 발매 이후 흥행기록을 죄다 갈아치우고 있는 중이다. 마치 20년간의 팬들의 바람을 비웃듯이 말이다.

 

과연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의 흥행이 프랜차이즈의 후광을 등에 업은 팬들의 신뢰에 대한 모라토리엄일까? 흥미롭게도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는 게임 프리크의 센스와 기술력 부족이 빛을 발한 작품이다. 게임 템포의 조절이나 시스템 개선, 게임 플레이에 대한 비전은 훌륭했다. 그러나 스위치라는 기기의 성능을 100% 이끌어내지 못한 부분,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조악한 마감이나 아쉬운 부분들도 눈에 띄는 게임이다. 물론, 그런 양 측면을 모두 고려해보았을 때도 포켓몬 소드 실드는 즐길만한 게임인건 분명하다.

 

 

대대로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게임 구성은 크게 스토리-(클리어 이후의)포켓몬 육성과 수집-실제 대전으로 나뉘어진다:전반적인 게임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체육관 격파 및 서브플롯을 진행하는 스토리 파트, 스토리 진행 후 대전이나 교환에 쓸 수 있는 강한 포켓몬을 기르거나 수집하는 육성과 수집 파트, 마지막으로 육성과 수집을 통해서 다른 플레이어와 대전을 즐기는 대전 파트. 이런식으로 포켓몬스터의 게임 구성은 3단계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폭이 늘어난다. 소드 실드도 큰 틀에서 포켓몬스터 특유의 정석적인 구성을 따라간다.

 

먼저 스토리 단계는 플레이어가 주인공을 조작하여 모험을 떠나 챔피언이 되기까지의 정석적인 전개로 진행된다. 이 단계는 저연령층도 포켓몬스터라는 프랜차이즈에 입문할 수 있게끔, 게임 시스템의 기본적인 명제들(포켓몬의 타입에 따른 상성의 이해같은)을 체육관 깨기의 형태로 구현하였다:각 체육관들은 포켓몬의 타입에 따라서 체육관의 로스터 및 전술을 배치하고, 플레이어는 이들을 차례로 격파하면서 자연스럽게 상성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익힌다. 체육관 공략의 정석은 '체육관에 따라서 각 타입 포켓몬을 고루 육성하여 클리어'하는 것이다.(물론 각 체육관의 포켓몬 레벨은 고정이기 때문에 레벨업을 해서 우격다짐으로 클리어 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소드 실드의 스토리 파트는 두가지 측면에서 전작들과 다른 차별화되었다. 첫번째는 경험치 배분 방식의 변경 및 편의성의 증대다. 1세대 포켓몬스터 시리즈에서 경험치는 학습장치를 꼈을 시 '원래 받아야하는 경험치를 6마리가 나눠가지는' 형태였다. 이것이 2세대와 블랙/화이트를 거치면서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도 학습장치를 소지한 포켓몬이 경험치를 받는 형태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6세대를 거치면서 학습장치는 기본 경험치를 전투에 나간 포켓몬이 받고, 그 절반에 해당하는 경험치를 포켓몬들이 받는 형태로 바뀌었다. 즉, 제작자들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포켓몬들이 경험치를 받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편하면서 편의성을 증대시키고자 한 것이다.

 

소드 실드는 플레이어 레벨업 편의성을 이전보다도 더 극대화하였다. 심지어 소드 실드의 레벨업 곡선이 전작들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극단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기본적으로 전투에 나온 포켓몬이 더 많은 경험치를 먹을 수 있게 바뀌었고, 교체 맴버로 존재하는 포켓몬들도 경험치를 받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낮은 레벨의 포켓몬일 경우 레벨이 높은 포켓몬에 비해 더 많은 경험치를 받게끔 바뀌었다. 이전과 다르게 포켓몬의 레벨업 속도가 빨라져서 스토리 도중에 서브 멤버를 키우거나 하는 것들이 어려워지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게임 프리크는 이 조차도 느리다고 판단한건지, 맥스레이드 배틀에서 경험치를 대거 획득할 수 있게 만들었고, 포켓몬 캠프 등의 활동을 통해서도 레벨업을 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심지어 스토리 클리어 후 꾸준하게 레이드만 돌아도 새로키우려는 맴버를 레벨 100을 만드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정도다.

 

또한 편의성 부분도 극대화되었다. 포켓몬을 교체하기 위해서 박스까지 갈 필요 없이 필드에서도 자유롭게 박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스토리 레벨링 구간도 짧아져서 포켓몬 센터로 접근하거나 하는 등의 편의성도 늘었다. 심지어 스토리 측면에서도 논란이 있었던 XY나 썬문을 생각한다면 직관적인 정도로 단순한 이야기고, 그 스토리의 분량도 짧다. 마치 스토리도 이후 진행될 육성과 대전에 방해가 된다는 듯이 짧게 쳐낸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래서 이런 저런 점에서 편의성이 너무 늘어버린 나머지, 이번 포켓몬의 엔드 콘탠츠 부분에 대해서 걱정이 들 정도다.

 

 

교배와 육성관점에서 본다면 소드 실드는 흥미로운 점이 많다. 포켓몬스터에서 전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포켓몬의 특성, 포켓몬의 속성, 그리고 포켓몬의 능력치와 기술배치다. 기술배치와 포켓몬의 속성을 제외한다면(엄밀히 따진다면 유전기의 존재도 따져야겠지만, 여기서는 빼겠다) 포켓몬의 특성과 능력치는 교배를 통해서 대부분 결정된다. 그리고 특성은 교배할 때마다 달라지지만, 중요한 것은 포켓몬의 능력치를 구성하는 4요소, 종족값(각 포켓몬 종별로 지정된 능력치), 개체치(그 포켓몬이 갖고 있는 재능을 표현한 능력치, 가장 높은 수치가 V로 표기하며 V의 개수에 따라서 4V,5V 이런식으로 표기한다), 노력값(경험치를 얻거나 아이템으로 올릴 수 있는 능력치), 성격(레벨업에 따른 능력치의 성장을 결정 짓는 요소)이다. 포켓몬스터의 교배 및 육성 콘텐츠는 이들 중 개체치와 노력값, 성격을 어떻게 통제하느냐로 구성되었다.

 

포켓몬 교배 및 육성 콘탠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값(특히 노력값, 개체치)들이 있기 때문에 각 포켓몬스터 작품들의 교배 및 육성 콘텐츠들은 '어떻게 플레이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를 관리하는가'가 핵심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시스템들이 모두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에 게임이 가르쳐주는대로 진행하면 이러한 요소들을 모두 지나쳐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대전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게임을 플레이 해야 한다. 

 

포켓몬스터는 대대로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들을 가시화 시키진 않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일단 큰 변화가 있었던 X나 Y를 보자. 포켓몬 XY가 높은 개체값을 가진 포켓몬 교배에 필요한 2V~3V 고개체들을 프랜드 사파리라는 콘텐츠를 통해서 제공하였고, 노력치는 미니 게임으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드는 등 편의성이 이전 세대에 비해서 크게 증대되었다. 알파 사파이어와 오메가 루비에서는 포켓내비를 이용해서 연속해서 포켓몬을 잡다보면 고개체 포켓몬을 잡을 수 있는 요소가 더 높은 V값을 가진 고개체 포켓몬을 잡는 시스템이었고, 썬 문에서는 난입 배틀로 고개체 포켓몬을 확보하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시리즈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라기는 했지만(썬문의 난입 배틀은 상황에 따라서 빡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콘탠츠 및 입문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교배 육성 콘탠츠에 진입하게끔 만들었다.

 

소드 실드는 그 변화의 정점에 도달한 작품이다. 소드 실드의 맥스레이드 배틀은 본작의 기믹인 다이맥스화 된 포켓몬을 상대로 4인 협력 레이드 배틀을 벌이는 콘탠츠다. 레이드라고 거창하게 적어뒀긴 했지만, 주력 맴버나 보조 맴버를 꾸준하게 키워왔다면 속성과 레벨을 맞춰서 레이드에 쉽게 입문할 수 있다. 심지어 이번작 전설의 포켓몬인 자시안/자마젠타, 무한다이노는 다이맥스화된 포켓몬에게 특효인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맥스레이드 배틀의 입문 문턱은 낮은 편이다.

 

중요한 것은 맥스레이드 배틀의 보상이다:맥스레이드 배틀에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기술 레코드, 돈으로 환금할 수 있는 아이템, 경험치 사탕 및 이상한 사탕을 얻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맥스레이드 배틀에서 얻을 수 있는 포켓몬이 5성 기준 기본 4V를 보장하며, 5V 심지어는 6V까지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맥스레이드 배틀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6세대의 프랜드 사파리를 능가하는 콘탠츠가 되었다. 보상의 규모가 남다르며, 더 나아가서 고개체 교배를 위해서 필요한 개체들이 더 쉽게 얻을 수 있다.

 

맥스레이드 배틀을 주축으로 게임 편의성 부분도 큰 변화가 있었다. 먼저, 성격치도 아이템을 통해서 보정할 수 있는 점, 고개체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심판 기능이 포켓몬 박스 기능과 통합되어 여러 마리의 포켓몬 개체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점, 키우미 집이 두개가 되어서 알을 두 개씩 받아서 깔 수 있게 된 점, 알까는 속도가 오른 점 등등은 이전이었다면 상상조차 못할 기능들이 잔뜩 들어갔다.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종합하자면, 육성과 교배 측면에서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는 거침없이 진행되게끔 게임을 구성했다. 6세대 실전 포켓몬을 맞추기 위해서 고생했던 시간들을 생각한다면, 8세대는 상대적으로 들어가는 시간도 적다. 또한 맥스레이드를 주축으로 해서 돌아가기 때문에 돈을 벌거나 경험치 노가다를 해야하는 부수적인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 성격이나 노력치 같은 경우에는 아이템으로 해결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에 노력치를 맞추기 위해서 특정 몬스터만 연달아 잡을 필요도 없어졌다.

 

 

스토리 및 육성/교배까지의 콘탠츠를 통해서 내릴 수 있는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의 평가는 빠른 사이클의 완성이다:스토리를 통해서 게임에 빠르게 입문하고, 맥스레이드를 끊임없이 돌리면서 심도 있는 플레이에 필요한 재원을 모으고, 대전에 투입할 개체들을 확보해나가는 과정이 거침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이클은 잘 작동하는 편이며, 플레이어가 손을 때지 못하고 계속해서 게임을 하게 만드는 동력을 부여한다. 과거 3D로 이행했던 6세대에서 일어났던 큰 변화들이 소드 실드로 대표되는 8세대에서 동일하게 일어났다고 해도 될 정도다. 포켓몬 도감이 반토막 났지만, 역설적이게도 소드 실드는 세대 간 같은 틀을 공유하기에 바뀔 수 없는 핵심 콘탠츠들(교배, 육성, 개체치, 노력치 등등)을 버리지 않고 최대한 프랜차이즈의 본질을 지킨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소드 실드는 게임 콘탠츠 소비 사이클의 완성도는 차치하고, '그것 외에는 다른 할 것이 없다'라는 게 정말로 아쉽다. 물론 리그 카드 만들기나 포켓몬 캠프, 카레 만들기 같은 소소한 미니 게임들은 있지만 와일드 에리어라는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였음에도 포켓몬 육성/교배 - 대전이라는 요소 외에는 좀 더 심도있게 게임을 즐길만한 요소가 없다.

 

또한 게임의 전반적인 퍼포먼스도 문제가 있다.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부분도 있지만 리뷰 후편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와일드 에리어나 이런 부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프레임이 상당히 불안정하다. 특히 와일드 에리어는 허공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플레이어의 잔상을 볼 수 있는 등, 온갖 기괴한 버그로 넘쳐나는 곳이다.

 

전반적으로 소드 실드를 평가하자면, 프랜차이즈에 걸맞는 작품이며 프랜차이즈 팬이나 신규 유입 플레이어에게 모두 매력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뭔가 2%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이러한 부분이 만족되려면 적어도 스위치로 새로 나올 포켓몬스터 신작을 또 기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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