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모던 워페어 리부트가 전년 블랙옵스 4 대비 30% 이상 더 팔리면서 성공적인 런칭을 모던 워페어 리부트가 전년의 블옵 4보다 30%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콜옵 시리즈 사상 최대의 런칭을 기록하였다. 콜옵의 기록 갱신은 매년 있는 일이기 때문에, 놀랍지 않은 뉴스다. 다만, 인피닛 워드가 인피닛 워페어와 그 악명 높은 고스트로 프랜차이즈 위기론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을 곱씹어 본다면 놀라운 뉴스지만 말이다. 물론  '그 전설적인' 모던 워페어의 리부트라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이정도의 결과는 당연히 거뒀어야 했었다. 하지만 상업적 성공이나, 인피닛 워드가 드디어 실패하지 않았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정말로 기이한 게임이다: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가삼고 있는 지향점이 블옵 4도, WW2도, 블옵 3나 인피닛 워페어와도 다른 무언가란 것이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멀티를 논하려면, 우리는 먼저 모던 워페어 이후 콜옵 멀티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이야기해야한다:사실 우리가 익숙한 콜 오브 듀티의 멀티플레이는 모던 워페어 때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단순했던 킬스트릭, 퍽 시스템이 세부적이지 않았던 점이나 장비 개념과 혼재되어 있던 점 등등은 우리가 익히 알던 콜옵의 멀티플레이와 크게 다르다. 심지어 요즘 콜옵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피해량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퍽들까지 존재한 것을 보면, 콜옵 멀티 문법에 대한 정의 이전의 시험작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우리가 알던 콜옵에 가까워졌을까. 여기서 짚고 넘겨야 하는 것이 모던 워페어 2다. 모던 워페어 2는 킬스트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퍽이 순수하게 능력치에만 영향을 미친 점, 부착그라운드 워페어로 불리는 12:12 대전의 추가 등등에서 콜옵의 큰 기틀을 다진 작품이 바로 모던 워페어 2였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2는 우리가 알던 콜옵에서 가장 이질적인 콜옵 중 하나였다.우선 일반적인 콜옵(적어도 블옵 이후의)의 맵디자인을 보자:플레이어가 리스폰되는 장소가 있고, 그 곳을 시작점으로 삼아 플레이어는 적이 있는 방향을 향해서 경로(레인)를 따라 달려 나간다.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죽거나 상대를 죽이고, 죽은 사람은 일정 규칙에 따라 다시 리스폰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것이 콜옵의 멀티플레이였고, 그렇기에 맵리딩이 중요한 게임이었다.

모던 워페어 2가 기이한 점은 이러한 '레인'의 존재가 대단히 옅다는 것이다. 콜옵의 맵들이 레인을 감안해서 대칭된 형태의 맵구조(중앙을 중심으로 좌우로 비슷한 구조를 지닌)를 지녔다면, 모던 워페어 2의 맵들은 모두 '사실적인 축적'을 지닌 공간이었다. 또한 통로와 방, 엄폐물들, 풀숲과 같은 지형지물 등등 은폐 엄폐로 인해서 맵이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았다. 그렇기에 모던 워페어 2의 막장 벨런스는 맵디자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심지어 어느 커뮤니티에 따르면 'FFA 게임을 들어왔더니 2명 나가고 4명이서 길리수트 입고 풀숲에 엎드려서 게임 끝날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라는 전설같은 증언마저 내려온 게임이 모던 워페어 2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모던 워페어 2 멀티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매우 분명했다:실제와 비슷하게 전장을 구현하는 것. 맵이 거대하고 사격을 할 수 있는 창문이 많거나 숨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았던 점, 클레이모어나 설치물이 강세였던 점 등은 분명하게도 실제 전장과 비슷하게 플레이어의 전략적 선택지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하지만 전장이 커지고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제작자들이 각 요소를 통제하지 못했던 것이 모던 워페어 2의 멀티였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2 이후로 이 경향성을 따르는 콜옵은 명백한 실패작인 고스트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모던 워페어 2의 막장 벨런스는 너무나 유명했던 나머지, 여타 콜옵 게임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서 게임 플레이에 제약을 가할 정도였다. 심지어 자기 게임 트레일러에서도 이를 대놓고 비꼴 정도였다. 대표적인 예가 어드벤스드 워페어 멀티 플레이 트레일러에서 칼을 들고 달려드는 상대를 엑소 수츠 기동으로 뒤를 잡고 킬을 올리는 장면이었다. 이는 분명 모던 워페어 2에서 권총+칼만 들고 달리기로 근접전 킬만 올리는 닌자 플레이에 대한 비꼬기였다. 이와 같이 모던 워페어 2의 성공은 콜옵식 멀티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동시에, 폐단도 함께 만들어낸 문제작이었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의 흥미로운 점은 상대적으로 인피닛 워드의 발언권이 약했던 모던 워페어 3(당시 대부분의 인력이 리스폰으로 유출됨)나 인피닛 워페어(고스트의 실패 이후, 블옵 3를 안정적으로 따라가고자 함)가 아닌 모던 워페어 2의 멀티 벨런스를 잘못 이어받았던 고스트에 가깝다는 것이다. 고스트에 들어서 맵의 크기나 복잡도는 모던 워페어 2의 배로 늘어났고, 장거리 교전이나 틀어박혀서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도움이 되는 퍽이나 무기들 역시 늘어났다. 고스트의 멀티, 특히 팀데스매치의 경우에는 콜옵 답지 않게 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다행히도 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플레이는 고스트의 큰 기조(커지고 복잡한 맵, 장거리 교전의 이득, 움직이기 보다 포인트를 잡고 싸우는데 이로움)는 따르고 있다. 물론 모던 워페어 리부트만의 변화점도 있다. 일단 미니맵과 총격음 지시창을 분리하여서 적의 위치를 미니맵에서 곧바로 파악하기 힘들게 만든 점, 전반적으로 총기의 데미지를 올려서 TTK(Time to Kill, 적을 죽이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짧아지게 한 점 등은 '한 방 한 방이 치명적인 긴장감 넘치는 전장'을 구현하였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가 벨런스가 가장 개판이었던 고스트와 모던 2 시절에 기반하고 있긴 하지만, 고스트와 모던 2의 실패를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는다. 유탄이나 아킴보 샷건 같은 게임 플레이를 파괴하는 요소도 없고, 무엇보다 제작진들이 게임 플레이에 대해서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고 개선 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다.725 샷건이나 클레이모어 너프 등은 이러한 개선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콜옵 모던 워페어 리부트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팀플레이의 강조'다. 블옵3와 4에서 보여줬던 특수 능력이 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에서도 나타나는데, 이 특수능력들의 상당수가 직접적으로 킬을 따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탄약 보급이나 방탄 패널 설치, 감지 드론 조작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팀플레이의 강조는 기존 콜옵과는 모순되는 부분이다:콜옵은 기본적으로 '내가 얼마나 빛나는가'가 핵심인 게임이었고, 킬스트릭 시스템은 '개인의 성과=더 강력한 보상'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그런데 여기서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다소 모순된 태도를 취한다. 심지어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 여타 콜옵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조치(리스폰 시 보유하는 탄창 수를 줄인다던가, 미니맵과 지시기 ui를 분리해 색적 성능을 반토막 낸 점 등)를 단행하였다.

사실 이러한 변화들은 전통적인 콜옵의 멀티플레이(팀 데스매치, 점령, 수색 사살, 확인 사살, 사이버 공격 등등)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황당하게도, 이번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전차가 등장하는 32대32 대규모 그라운드 워페어 모드를 도입하였다. 오픈 베타를 하지 않았던 필자로써는 매우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애시당초, 탈 것이 등장하는 대규모 전투라는 개념은 배틀필드 프랜차이즈가 독점하던 것이었고, 콜옵은 오랫동안 배틀필드가 하지 못했었던 소규모 난전을 멀티로 옮기는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콜옵이 팀플레이에 특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킬스트릭을 쓰는 것은 플레이어 개인이고, 상대를 죽이는 것도 플레이어 개인이다. 이러한 게임 플레이를 전제하고서 탄환을 보급하고, 상처를 치료하고, 전선을 유지하는 등의 협업을 이루기는 힘들다. 실제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경우, 이러한 협업 요소는 '그라운드 워페어를 만들려고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끼워넣었다'라는 티가 역력하게 난다. 보급 상자의 존재가 대표적인 예인데, 보급 상자를 한번 깔아두면 배틀필드 처럼 계속해서 보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보급받고 리스폰될 때까지 그 상자에서 보급을 못받는 다소 황당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물론 일반적인 6대6, 12대12 멀티플레이에서도 동일한 기능을 쓰는 만큼 탄약+장비 재보급이 벨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애시당초에 6대6과 12대12, 그리고 32대32가 같은 퍽, 무기, 로드아웃, 특수 능력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치명적인 오판을 범하였다.

게다가 TTK가 낮아진 점, 미니맵이나 색적이 힘들어진 점들이 겹쳐지면서 배틀필드 같은 본인이 실제 플레이 했던 그라운드 워페어는 뭔가 형용할 수 없는 이상한 플레이었다. 적들은 계속해서 기어나오지만, 어떤 방향을 두고 게임이 진전되기 보다는 우왕좌왕하고 있었고, 건물이나 엄폐할 수 있는 구조물들이 너무 많아서 돌진하다가 의문사 당하는 일은 부지기수로 일어났다. 그라운드 워페어 자체는 킬을 올리는 것이 목표가 아닌 깃발을 점령해야 하는 구조인데, 모든 플레이어들이 깃발을 점령하러 나가기는 커녕 구석에서 자리잡고 클레이모어나 지뢰를 잔뜩 깔아둔채 쪼기만 하고 있으니 게임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꼴을 볼 수 가 없었다. 배틀필드에서도 점령하라는 거점은 점령안하고 뻐기는 플레이어들이 있는데, 콜옵 같이 킬 중심의 개인 플레이 게임에서 일반 공개 게임에서 협동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물론 6대6이나 12대12 같은 전통적인 게임 플레이는 거대한 전장에 대한 호불호의 갈림이 있겠지만, 그럭저럭 즐길만한 수준이다. 리얼리즘 모드 기믹이나 야간전 기믹은 나름대로 즐길만하다. 하지만 32대32 플레이는 그야말로 배틀필드의 하위호환이며, 콜옵의 정체성을 흔드는 기괴한 무언가라고 볼 수 있다. 캠핑하면서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죽이고 킬스트릭을 올리는데 집중한다면, 그라운드 워페어는 그러한 플레이어들에게 이상적인 모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플레이가 그라운드 워페어라는 모드 목적에 걸맞게 진행된다고는 전혀 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그라운드 워페어는 콜옵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혹은 가장 실패한 시도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